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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사람에 비추어 나를 보다

인문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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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인문학의 기본이다. 인문 교양 MD는 잘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으로 말한다. 브리핑은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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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하다” :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하다.

 

『가만한 당신』은 그런 삶을 살다간 사람들에 주목한다. 떠난 뒤에도 가만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삶을 남기고 간 사람들 말이다. 매주 외신 부고 중에서 "떠난 자리에 잔물결도 일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을 편파적으로 주목"하고, 그 중에서 특히 기억하고 싶은 이들을 골라 그들의 삶을 기록해 연재하고 있는 한국일보 동명의 코너를 책으로 엮었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누리는 것들, 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우고 인권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다 먼저 세상을 떠난 35명을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의 생을 어찌 몇 장의 글로 담을 수 있으랴. 온전히 담을 순 없어도 부고 형태의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35편의 글이 각각 그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아도 소중한 가치를 위해 생의 거의 전부를 연소한 그들의 삶이 오롯이 글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젊은 나이지만 지금보다 꿈이 많았던 호기롭던 시절,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적이 있다.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도 읽고 관련된 수업도 들었다. 막연하게 잘 죽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잘 죽는다는 건 결국 지금 내게 주어진 이 곳에서 '잘' 살아가는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떵떵거리며 살고픈 욕심은 없었다. 거창하고 대단한 성과를 내는 삶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그 시절 꿈꿨던 삶이 바로 '가만'한 삶이었다는 것을. '가만한 당신'들이 내 마음을 뜨겁게 뒤흔든다. 그 동안 죽을 준비를 잘 해 왔을까? 잘 살아왔던 걸까?


축구선수 박지성의 말이 기억난다. 축구는 잘해도 유명한 선수는 되고 싶지 않다고. 이미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가 돼버렸지만 축구선수로서 축구에 더욱 집중하고팠던 그의 의지가 담긴 말일 게다. 물론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 있고, 누구의 삶이 더 낫다고 판단할 기준은 없다. 그렇게 단순히 비교할 만큼 우리의 삶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가만한 삶을 살다간 35명의 생은 절대적으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의미 있는 삶이다. 비록 유명하진 않아도 충분히 위대한 삶을 살았던 그들이 있었기에 이 세상이 조금은 살 만한 세상이 된 게 아닐까?


"불경어수 경어인(不鏡於水 鏡於人)" 신영복 선생이 묵자의 말을 인용해 전한 말로, 물을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지 말고 사람에 비추어 자신을 보라는 말이다. 부국강병의 화려한 면모가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사람들의 삶에 비추어 그 시대를 평가하라는 뜻.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책을 덮고 "가만한 당신"들에게 내 삶을 비추어 본다. 물론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며 내 밥그릇 챙기는데 급급하며 살아온 나날들이 부끄럽다. 가만히, 그들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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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당신최윤필 저 | 마음산책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동명의 기획물 중 서른다섯 편을 선별, 개작하여 묶은 책이다. 저자는 특히 기억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를 어렵게 골라”서 이 책을 엮었다. 덜 알려졌기에 더 알려져야만 하는 사람들. 이들이 겪은 억압과 불합리한 삶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생을 거의 완전연소한” 서른다섯 명을 추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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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도훈(문학 MD)

고성방가를 즐기는 딴따라 인생.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가만한 당신

<최윤필> 저13,500원(10% + 1%)

“동시대를 살아 고맙고 오래 아로새겨질” 서른다섯 명의 부고 그들의 뜨거운 생애와 근대적 가치를 이룬 순간의 포착 『가만한 당신』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동명의 기획물 중 서른다섯 편을 선별, 개작하여 묶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한국일보 선임기자인 최윤필은 현 시점에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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