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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당한다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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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 질병이 유행한다면 누가 피해를 볼까요? 맞습니다. 안타깝지만 바로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백신에 반대하는 건 자유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건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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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발견’ 만한 업적을 찾기 어렵다


백신을 맞지 말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약 20년 전쯤 영국의 한 의사가 MMR(홍역, 볼거리, 풍진)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한 이래 계속되는 현상입니다.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저자가 의사면허까지 박탈당했는데도 백신 반대론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모든 걸 음모론으로 바라보고 선동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백신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은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의심이라는 게 한번 생기면 거두기 어렵죠. 인터넷을 찾아 보면 백신에 방부제, 독극물,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다는 주장으로부터 설명서를 읽어 보라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가 많습니다.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논의가 일단 결론을 정해 놓고 이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기승전 백신반대죠. 근거가 부족한데 이미 정해진 결론을 내리려니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이리 뒤집고, 저리 비틀고, 안 되면 별 관련 없는 것까지 끌어들입니다. 백신과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저처럼 단순한 사람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백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어떤 병원체를 몸 속에 넣어 주면 항체가 생깁니다.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줄어들다가 거의 없어지지만 면역계에는 기억세포라는 게 있습니다. 병원체를 잘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몸 속에 들어오면 삽시간에 엄청난 양의 항체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우리는 병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거죠. 여기엔 무슨 음모 같은 게 없습니다. 그냥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을 이용해서 질병을 예방한 거죠. 사실 의학에서 백신의 발견만한 업적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화살은 제약회사와 정부, 의사들에게로 향합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 팔아먹는다는 거죠. 반대하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나쁜 사람도 많고, 잘못하는 것도 많지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나쁘고 모두 잘못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흑백사고를 좋아합니다. 한번 나쁜 놈으로 낙인 찍으면 죄다 거짓말만 하고 항상 나쁜 짓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헛갈리는 진정한 이유는 흑백인 곳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제약회사는 정부와 시민들을 속여 터무니 없는 폭리를 취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도 이윤이 남지 않으면 약을 만들지 않고, 제3세계 불쌍한 사람들의 인권을 무시한 채 임상시험을 하기도 합니다. 한편 과학의 발달을 촉진하고,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연구에 엄청난 돈을 들여 꼭 필요한 신약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정부도, 의사도 나쁘기만 한 것도 좋기만 한 것도 아니며, 내막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된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선의와 협잡이 뒤섞인 세상에서 행동을 결정해야 합니다. 헛갈릴 수 밖에 없지만 누군가를 상대로 화를 낸다고 상황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백신의 이익과 손해, 무엇이 더 클까


사람들은 저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므로 제가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을 잘 해도 이미 백신을 맞지 않기로, 또는 미루기로 한 부모에게는 씨도 안 먹힐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천연두는 실로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걸리면 30-35%가 죽고 살아남아도 보기 흉한 자국이 얼굴에 남아 평생 ‘곰보’라고 놀림을 받았죠. 하지만 이제 지구상에 천연두란 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백신 덕분입니다.

 

왜 백신을 맞으면 질병 자체가 없어질까요?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란 현상 때문입니다. 한 사회에서 충분히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 면역을 갖추면 누군가 병에 걸리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없습니다. 걸린 사람만 앓고 끝날 뿐 유행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집단면역이 오랜 기간 유지되면 원인균 자체가 서식지를 잃고 결국 영원히 소멸됩니다. 한 집단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집단면역 수준은 질병에 따라 다릅니다. 홍역이나 백일해는 92-95%로 비교적 높고, 볼거리나 풍진은 75-85% 정도입니다. 쉽게 말하면 95%의 어린이가 홍역 접종을 받으면 홍역 유행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꾸로 많은 사람이 백신을 거부한다면 언젠가 디프테리아나 홍역이 돌 겁니다. 실제로 백신거부운동이 맨 먼저 일어난 영국에서는 홍역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백신 반대자들은 백신을 맞느니 그 병을 앓으라고 합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무섭습니다.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백신을 생각해봅시다. 백일해에 걸리면 유아 200명 중 3명이 사망합니다. 후유증은 훨씬 많습니다. 디프테리아는 더 무섭습니다. 사망률이 5%에 달합니다. 백신이 쓰이기 전인 1911년 유럽을 휩쓴 유행 때는 1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그 중 5만명이 죽었습니다. 대부분 어린이였습니다. 파상풍의 사망률은 10%입니다. 걸리면 10명 중 1명이 죽습니다. 이런 병을 피할 방법이 있는데 꼭 앓아야 할까요? DPT 백신의 사망률은 얼마일까요? 거의 0입니다. 3가지 병을 합쳐서 예방하는 데도 그렇습니다.

 

백신은 약입니다. 세상에 100% 안전한 약은 없습니다. 그 약을 썼을 때 이익과 손해를 따져서 더 큰 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물론 보다 안전한 약을 만들라고 요구할 권리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백신을 맞지 않아야 할까요?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 질병이 유행한다면 누가 피해를 볼까요? 맞습니다. 안타깝지만 바로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백신에 반대하는 건 자유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건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협박처럼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부모님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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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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