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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 다이아몬드를 불태우다

최초의 열량계가 완성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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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인 값으로 볼 때 다이아몬드는 오늘날보다 당시에 더 비쌌고, 너무 비싸서 다른 부유한 신사들과 함께 값을 치러야 했다. 이렇게 구한 다이아몬드를 라부아지에는 그냥 태워버렸다. 값비싼 보석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고정된 공기, 즉 이산화탄소만 남았다.

기체가 물로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는 친구인 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Pierre-Simon de Laplace의 도움을 받았다. 동료 귀족인 라플라스는 적어도 라부아지에와 동등한 정도의 지성을 지녔고, 평등을 지향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유의지, 수학, 천문학에 기여했다. 천문학에 관련해서, 그는 어떤 천체가 매우 작고 밀도가 높아서 탈출속도(중력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른 상황을 생각했다. 이 의문의 물체가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홀에 대한 최초의 예견이다. 라플라스는 성공적인 정치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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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 Pierre-Simon de Laplace

 

그러나 그의 동료 라부아지에는 이런 면에서는 능숙하지 못했다. 그는 세금 징수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큰 곤란을 겪었다. 라부아지에도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어느 정도 귀족적인 방식이었고, 그나마 그의 과학에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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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 Antoine-Laurent de Lavoisier

 

그의 이런 태도는 대중 앞에서 연소 실험을 할 때 확연히 드러났다. 이 일은 새로운 과학과 그의 위대한 천재성을 보여주며, 또한 그가 얼마나 부자인지도 보여주었다. 그는 태양로를 만들었다. 이것은 당시에 화학자들이 햇빛의 초점을 맞춰서 가열하던 렌즈를 훨씬 크게 만든 것이었고, 연료를 태우지 않고 많은 열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연료를 사용하면 실험에 사용하는 물질이 오염되기 때문이었다. 라부아지에의 태양로는 버스만큼 컸고, 렌즈는 지름이 132센티미터인 곡면유리 속에 알코올을 채웠다. 햇빛이 좋은 날에는 이 장치로 백금도 녹일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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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아지에는 다이아몬드를 그냥 태워버렸다.

 

1772년에 라부아지에는 이 장치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돌이켜보면 이 일은 매혹적인 과학이 좀 들어가기는 했지만 당시 프랑스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다이아몬드 하나를 구했는데, 상대적인 값으로 볼 때 다이아몬드는 오늘날보다 당시에 더 비쌌고, 너무 비싸서 다른 부유한 신사들과 함께 값을 치러야 했다. 이렇게 구한 다이아몬드를 라부아지에는 그냥 태워버렸다. 값비싼 보석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고정된 공기, 즉 이산화탄소만 남았다. 라부아지에는 다이아몬드가 탄소 결정임을 입증했지만, 비용이 너무 비쌌다. 프랑스 대혁명이 끝나고 공포 정치가 극에 달한 1794년, 라부아지에의 과거는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고, 그의 똑똑한 머리는 단두대에서 잘려나갔다.

 

겨우 쉰 살에 처형당했지만, 라부아지에는 그의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열과 차가움의 과학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그는 라플라스와 함께 최초의 열량계calorimeter를 완성했다. 화학 반응 때 나오는 열을 측정하도록 설계된 이 장치는 블랙의 잠열 개념과 그 자신의 연소 이론을 활용한 것이었다. 비슷한 목적을 가졌지만 디자인이 다른 현대의 장치들도 열량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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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열량계, 라부아지에-라플라스 장치

 

라부아지에-라플라스 장치는 기술적으로 놀라운 작품이었다. 바깥에서 보면 작은 금속 통이 삼각대 위에 놓여 있고, 삼각대의 발은 원뿔 모양으로 뾰족하다. 무거운 철 뚜껑으로 밀봉된 안쪽에는 이중의 용기가 있다. 안쪽의 통은 반응실이다. 그 속에는 철망으로 된 바구니가 있어서 기체 플라스크나 도가니 같은 장치를 넣을 수 있다. 이 철망에 동물을 담기도 했다. 안쪽 통은 바깥쪽 통 속에 띄워져 있고, 그 사이에 눈 또는 얼음 가루를 채워서 분석 대상이 들어있는 안쪽 통을 완전히 둘러싼다. 얼음을 채우는 통 밑에는 작은 창살이 있어서 얼음이 녹은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도록 되어 있다. 창살은 원뿔 모양의 주둥이를 통해 삼각대 아래쪽에 있는 수집통으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이 얼음통을 또 다시 얼음을 채운 공간으로 둘러싸서 주위의 열을 차단한다. 이렇게 해서 뚜껑을 꽉 닫고 나면 외부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 어떤 열이 얼음을 녹인다면, 그것은 장치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블랙의 연구는 얼음이 녹을 때 고정적인 양의 열을 낸다고 예측했으므로, 녹은 물의 양은 안쪽에서 나온 열의 직접적인 척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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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피그(그 시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이었다)

 

라부아지에와 라플라스는 열량계로 많은 실험을 했다. 그중 하나는 기니피그를 사용한 실험이었다. 먼저 두 사람은 유리통 속에서 동물이 일정한 시간 동안에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지 측정했다. 그다음에는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숯을 태워야 하는지 계산했다. 그들의 예측을 시험하기 위해, 기니피그를 똑같이 일정한 시간 동안 열량계의 얼음 속에 넣었다. 보통의 따뜻한 물체를 넣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니피그의 체온에 의해 얼음이 녹았다. 그 다음에는 숯 조각을 집어넣고 불을 붙였다. 이때 발생한 열에 의해 녹은 물의 양은, 이제는 추위와 어둠 속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리고 있는 기니피그가 녹인 물의 양과 매우 가까웠다. 우리가 들이쉬는 산소의 일부가 숨을 내쉴 때 이산화탄소로 바뀐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 얼음 열량계 실험은 동물(그리고 모든 형태의 생명체)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연소과정을 이용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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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계는 수소, 탄소(숯), 인과 같이 최대한 단순한 물질이 탈 때 나오는 열을 재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열량계는 수소, 탄소(숯), 인과 같이 최대한 단순한 물질이 탈 때 나오는 열을 재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라부아지에는 녹은 물과 탄 물질의 무게로 이 결과를 나타냈다. 그의 기록에 따르면 탄소 1파운드가 얼음 96파운드를 녹이고, 인은 100파운드, 수소는 거의 300파운드를 녹였다. 그의 결과는 부정확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가 열을 정량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라부아지에와 라플라스가 사용했던 불편한 단위는 금방 칼로리로 바뀌었다. 1칼로리는 물 1그램을 1도씨 높일 때 드는 열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시기부터 미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터법의 개념화에 라부아지에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는 미터법이 성숙하는 것을 볼 운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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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톰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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