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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 뮤지컬 <잭더리퍼>에서 희대의 살인마로 연기 변신

“조금 더 보폭이 커야 하는데 약간 주춤하고 있어서 스스로 채찍질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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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는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는 생활 연기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무대에서 찾고 싶은 게 많아요. 일단 잭을 재밌게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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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취재하고 배우를 인터뷰하는 것은 분명히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작진도 아닌 기자가 남들 노는 밤 시간과 빨간 날을 오롯이 공연장에 바쳐야 함은 물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배우들의 스케줄에 맞추느라 일반인인 기자까지 덩달아 연예인 스케줄로 살아가는 비극은 어디에서 위로받아야 할지 가끔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연장을 맴도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공연에 대한 ‘무한애정’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좋은 것이죠. 친구와의 약속이라면 절대 가지 않을 머나 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를 이틀째 방문하며 기자는 공연장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수년에 걸친 배우의 변신, 또는 변화를 감지하는 뿌듯함, 그리고 작품에 대해 그들과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은 어제 공연을 보고 오늘 배우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공연장을 다시 찾는 무한동력이 되고 있다고요. 뮤지컬 <잭더리퍼>에서 만난 테이 씨가 좋은 사례입니다. 그가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던 2012년에 만났으니 꼭 4년 만이군요. 무대에서 다시 만난 그에게서는 어떤 변화가 보였을까요?

    

“잭이 어려워요. 연기가 어렵다기보다는 관객들에게 두각을 드러내며 호평을 받기에, 배우로서 욕심을 채우기에는 힘든 역할이에요.”


<셜록홈즈>의 에릭과 아담, <명성황후>의 홍계훈 이후 그가 세 번째로 맡은 역할은 <잭더리퍼>의 살인마 잭. 테이 씨라면 당연히 다니엘 역에 도전했겠지만 제작사가 그에게 보낸 러브 콜은 잭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에 오디션을 보러 갔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연락이 왔더라고요. 저한테는 다니엘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는데, 다니엘 캐스팅을 듣고는 ‘와, 내가 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구나!’ 느꼈죠. 이 엄청난 배우들 속에서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 배우들과 잘 어울린다’ 정도만 들어도 좋겠어요(웃음).” 


다니엘이 비중은 높지만 이 작품의 타이틀 롤은 잭입니다(웃음). 테이 씨를 인터뷰하느라 무대 위 잭을 유심히 봤는데, 대사도 별로 없고 띄엄띄엄 등장해서 확실히 더 힘들 것 같더군요. 


“캐릭터 잡느라 고민을 무척 많이 했어요. 일단 역대 잭의 영상을 다 찾아 봤는데, 모두에게서 고민이 보이더라고요(웃음). 잭이라는 인물 자체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저처럼 밋밋한 사람이 어떤 식으로 음산함과 카리스마를 가져야 할까. 그런 고민이 많았어요.”


원래 성격도 그렇게 능청스러운 편은 아니죠? 


“능청스러움은 있는데, 그리고 어떤 걸 표현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는 했는데, 구현하는 건 또 다른 얘기더라고요. 잭은 발성도 어려워요. 성악적인 발성이나 힘 있는 발성을 빼고 스산하게 불러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호흡이 많아지고 볼륨이 작아지더라고요. 훌륭한 음향감독님이 계시지만 발성이나 발음은 마이크로도 보완되지 않는, 온전히 배우의 몫이라서. 드러나지는 않는데 혼자 고충이 많은 캐릭터예요(웃음).” 


조금 더 벽을 허무시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음성이나 실루엣이 좀 반듯하다고 할까요(웃음)? 아무래도 테이 씨의 기존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보는 사람마다 잭에 대한 생각이 다 달라요. 기존에 <잭더리퍼>를 봤느냐 안 봤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그리고 수많은 잭이 있지만 결국에는 다들 신성우 형님을 얘기해요. 잭의 캐릭터를 만드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신성우 형님처럼 해요. 따라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나름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저는 등장할 때부터 테이니까 또 이미 굳혀진 이미지가 있는 거겠죠. 어렵지만 이겨내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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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잭과 비교하면 어린 편인데, 연령대는 어떻게 잡았나요? 


“사실 잭은 어떻게든 표현할 수 있겠더라고요. 스토리가 딱히 없는 판타지 안의 인물이잖아요. 할아버지여도 되고 여자여도 되고. 그런데 2막을 생각하면 저는 다니엘에 맞추고 싶었어요. 30대 초반?” 


말씀하신 것처럼 잭은 다니엘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세 다니엘의 실제 나이도, 연기 스타일도 참 다르네요(웃음).


“정말 어려워요(웃음). (엄)기준 형님은 연습 첫날부터 그냥 다니엘이었어요. 다니엘을 워낙 많이 하셨잖아요. 연습 때는 많이 못 맞춰봤는데 한 번 해보니까 바로 알겠더라고요. 잘 리드해주시니까 안정적이죠. (류)정한이 형님은 다니엘이 어리니까 엄청 쑥스러워 하면서 연습하셨어요. 제가 후배지만 그 모습이 무척 귀여우시더라고요. 더 청순해 보인다고 할까? 연습실에서 많이 마주쳤는데 조언도 많이 해 주셨고요. 카이 형은 또래고, 그 중에서는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 눈빛만 봐도 응원해 주는 것 같고요.”


테이 씨가 진행하는 ‘꿈꾸는 라디오’ 청취자들은 저녁 시간대 공연을 어떻게 병행할까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연습할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한 달 넘게 감기로 고생했는데, 다른 컨디션은 괜찮은데 목소리만 안 나오는 거예요. 낮에는 연습이 있고, 생방송으로 해내야 하는 일들도 있어서 힘들었죠. 공연 자체는 많이 배려해주셔서 라디오를 평상시보다 하루 더 녹음하는 정도예요. 3~4일 이상은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라디오를 우연히 듣게 됐는데 진행을 굉장히 잘 하시더라고요. 지금 듣는 목소리보다 라디오로 듣는 목소리가 훨씬 좋고요(웃음).


“라디오 정말 좋아요. 하루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고요. 일 한다는 생각에 더 즐거울 수도 있어요. 이렇게 즐거운 일이 내 일이라니! 라디오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어요. 예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심야방송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특히 유희열, 이소라 선배 팬이었는데 저도 두 시간을 책임질 수 있는, 그 시간이 기다려지는 그런 DJ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뮤지컬도 그렇고 라디오도 그렇고, 제가 관객일 때, 청취자일 때 즐겼던 느낌을 늘 생각해요. 내가 하면서 즐거운 것보다는 ‘이렇게 봤을 때, 들었을 때 좋더라’가 중요해요.” 


4년 전에 만났을 때 20대에는 꿈만 보고 달려왔다면 30대는 현실과 부딪히는 시기라고 했잖아요. 라디오 진행이라는 또 하나의 꿈을 이룬 건데, 또 어떤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나요?


“조금 더 보폭이 커야 하는데 약간 주춤하고 있어서 스스로 채찍질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음반이 너무 늦어졌어요. 저의 가장 큰 태엽은 가수활동인데, 그 태엽이 돌지 않아서. 큰 태엽이 돌면 작은 태엽도 맞물려서 잘 돌아가는데, 작은 것부터 돌리니까 힘든 것 같아요. 2년째 늦춰진 음반이 이번에는 발표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게 저만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어렵네요.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더 드라마가 강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또 스스로 달려가서 오디션 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너무너무 많아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은 중소극장에 더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나 <빨래>, <헤드윅>. <김종욱 찾기> 같은 오글거리는 로맨스도 재밌을 것 같고요. 사실 저는 뮤지컬 스타가 꿈은 아니거든요. 나이 들어서는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는 생활 연기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무대에서 찾고 싶은 게 많아요. 일단 잭을 재밌게 해야죠. 세 번째 작품이지만 아직 햇병아리라는 생각은 제 나이에는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잘 해야죠. 관객들도 냉철하게, 마음껏 질타해주세요. 와, 잘하고 싶다(웃음)!”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를 쓰려고 녹음 내용을 다시 들어보니 대부분 잭의 캐릭터 에 대한 얘기였네요. 이른바 ‘기승전-잭’이라고 할까요? 그만큼 테이 씨가 잭에 푹 빠져 있고 잘 해내고 싶은 거겠죠? 기자도 <잭더리퍼>의 잭을 생각하면 신성우 씨가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 허리를 젖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객석에서 소리 지르며 쓰러지던 관객들도 떠오르고요. 하지만 이번 무대가 막을 내린 뒤에는 ‘테이 버전의 잭’이 관객들의 입에 전설처럼 오르내릴 수도 있는 일이죠. 이런 게 해마다 공연되는 작품이 매번 재밌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기자의 바람이라면 다음에는 대학로 중소극장 작품으로 테이 씨를 인터뷰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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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기사와 관련된 공연

  • 뮤지컬 [잭더리퍼]
    • 부제:
    • 장르: 뮤지컬
    •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 등급: 만 7세이상 관람 가 (취학아동 관람 가)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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