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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박육아를 하는 엄마들에게

『독박육아』 허백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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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며 살기만 했던 예비 엄마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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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혼자 ‘뒤집어썼다’라는 의미로 탄생한 신조어 ‘독박육아’. 이 단어를 제목으로 달고 책을 출간한 엄마가 있다. 바로 『독박육아』를 펴낸 허백윤 <서울신문> 기자. 수많은 네티즌들의 열렬한 공감과 인기를 얻었던 서울신문 온라인 칼럼 ‘독박육아일기’를 책으로 묶은 허백윤 저자는 퇴근 없는 나홀로 육아 전쟁을 하며, 초보 엄마로서의 삶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 육아 휴직 후, 회사에 복귀한 저자는 생생한 육아의 현장에서 수많은 엄마들의 목소리와 생각을 대변하기로 결단했다.

 

얼마 전, 허백윤 저자는 인상 깊은 리뷰를 하나 읽었다. 바로 아빠들이 남긴 리뷰. 이미 아이가 많이 자란 아버지들부터 초보 아빠, 예비 아빠들로부터 "아내를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 "아내에게 더욱 잘 해주어야겠다"는 등의 소감을 접한 것. 허백윤 저자는 “글을 연재하는 동안 적극적으로 메일을 보내주셨던 분들도 아빠들이 많았다”고 했다.

 

“연재할 때부터 남편의 반응을 가장 궁금해 하시던데요, 저희 남편은 있었던 일 그대로 적으라고, 글을 쓰는 제가 멋있다고 늘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너무 솔직히 써서 기분 나빠할까 살짝 걱정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요. 다만 제가 지난해 인터넷에 글을 연재할 때에도 매번 열심히 봤다고, 정말 고생 많다고 해주더니 이번에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까지 힘들었는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글로 읽어도 저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걸 저도 실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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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독자 분들, 집에 빨리 가세요


육아 중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직장맘이신 지금은 어떠신가요?

 
육아를 하면서 엄마가 느끼는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어 심심하고 고독한 상황 이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육아휴직을 하며 혼자 온종일 아기를 볼 때에는 모든 관계가 단절되고 연락할 사람도, 만날 사람도 없이 아기와 일방적인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어 정말 말 그대로 외로웠죠. 그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도 맞고요. 평일 오후에 아기를 데리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진심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어른과 문장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처절하게 했습니다.

 

복직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사람들을 만나 편하게 점심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선 한결 자유로워졌습니다. 하지만 직장맘이 감당해야 할 역할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여전히 있습니다. 분명 남편과 저 둘 다 일을 하고 있지만, 육아와 집안일에는 제가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점,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이 불충분할 때 언제나 남편과 아이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 많은 상황들, 또 '일하는 엄마'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육아를 뒤로 제쳐두고 욕심을 부리는 듯한 시선들.  이런 데서 저는 여전히 외로움을 느낍니다.

 

독박육아를 하는 엄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뭐든지 '당연하다'고 느끼는 점이라고 할까요. 엄마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고통을 쉽게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점, 그런 감정을 겪는 것이 엄마라면 그저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는 강하고 모든 것을 잘 해내야 한다는 시선,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당연한 것이고 여기에 불평 불만을 하면 용납되지 않는 듯한 시선을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도 엄마가 된 게 처음이고,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늘 불안하고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조차 저의 이런 마음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했고, 심지어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육아 환경이 서로 다르다 보니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다들 아이를 쉽게 잘 키우는데 나만 이렇게 어렵게 느끼는 것인지, 그조차도 죄책감을 갖게 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자기 아이를 키우는데 뭐가 그렇게 힘드냐, 자기가 낳아놓고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느냐는 반응들을 접할 때 특히 불편했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육아에서 오는 여러 난관이 있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알지 못합니다.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 독자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남자들도 많이 힘들다는 걸 아내들도 잘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과정은 여자로서 살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게 하는,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듯한 느낌을 매 순간 겪게 합니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연애할 때와 신혼 초에 알았던 아내의 모습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어요.  저도 실제로 그랬고, 그런 제 자신에게도 화가 나면서 남편에게 화풀이를 많이 했지요. 사랑스러운 아기가 생겼지만 다투는 일도 잦아졌고요.

 

많은 아빠들에게 그냥 그 자체를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 남편에게 그랬어요. "내가 이렇게 변하고 싶어서 변하는 게아니다", "나라고 이러고 싶은 건 아니다"라고 말이죠. 제 몸부터 마음가짐, 머릿속 생각 모든 게 아이를 낳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혼란을 겪는 것은 다름 아닌 저에요. 그런데 '우리' 아이를 키워내는데 남편은 크게 달라지는 게 없고 저만 이렇게 눈에 띄게 변하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도 좀 생겼어요. 물론 남편도 많이 힘들다는 걸 알지만 일단 제가 너무 힘이 드니까요.

 

주변에 예비 아빠, 그리고 초보 아빠들이 있으면 "집에 일찍 가세요", "많은 시간 함께 있어주세요"라고 말합니다. 함께 부모가 되는 과정을 겪어주시길 바랍니다. 육아가 엄마 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아빠의 '도움'이 아니라 아빠의 당연한 역할도 있다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순전히 엄마의 입장에서 드리는 조언이라 매우 편파적으로 들리실 거예요.

 

어린이집 폭행 사건 문제의 본질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기관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하셨습니다. 현 정부에서 직장맘, 육아를 위해 가장 우선 순위로 둬야 할 정책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아이를 믿고 맡기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그러려면 믿을 만한, 질 좋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 확충과 영유아 부모의 유연한 근로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두 가지 모두 당장 해결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요.  

 

이를 키우면서 보니 정부에서 육아를 위해 이런저런 지원은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를 정작 엄마인 저부터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어요.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는 정말 많은데,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엄마와 아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서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이용과 관련된 맞춤형 보육 제도를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그 정책을 준비하는 과정에 어린이집 단체들의 목소리는 열심히 듣지만 정작 엄마들의 목소리는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단체가 있거나 세력화 돼있지 않기 때문이죠. 보육제도가 가장 필요한 건 엄마와 아이인데 정작 저희들에게는 초점이 잘 안 맞춰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 책을 특히 추천해주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며 살기만 했던 예비 엄마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습니다. 애 키우기 이렇게 힘들다고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고요. 단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알고 준비를 하시면 적어도 저보다는 수월하게 육아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저처럼 정말 처절한 외로움에 시달려 본 독박 육아 맘들께 추천합니다. 다른 누군가도 단 한 명이라도 나처럼 육아가 어렵구나, 라는 걸 느꼈을 때 엄청난 위로가 됐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 나홀로 독박육아를 시작했습니다.  만약 출산 전으로 돌아간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할 것 같나요?

 

다시 돌아가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편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친정 가족들뿐인데, 모두 해외에 살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서요. 나머지 분들에 대한 도움은 다시 출산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다만 가까이 살고 있는 저의 친정 이모나 사촌 동생에게는 좀 더 도움을 요청할 것 같습니다. 요즘 사촌동생이 가끔씩 와서 아이와 놀아주고 가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출산 전으로 돌아간다면 남편의 회사가 좀 더 가까운 쪽으로 이사를 간 뒤 아이를 낳을 것 같네요. 지금은 남편 통근시간이 왕복 5시간 정도거든요. 매일 저녁 남편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렸던 시간들을 떠올리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독박 육아 중인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 육아를 하며 조금 버틸 수 있었던 건 "내가 잘 모르고 못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늘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는 몸이 약하니까, 체력이 안 좋으니까 지금 힘든 게 당연하다, 이건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거니 실수한 게 맞다. 이런 생각을 하려고 애썼습니다. 가뜩이나 정신 없고 어려운 육아, 저를 자책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괴로워지는 것 같았어요.

 

많은 엄마들이 저보다도 너무나 잘 하고 있으면서 자책하고 후회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습니다. 육아에 정답이 있을까요? 아이들의 얼굴과 기질이 모두 다르듯이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지요. 독박 육아맘일 수록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혼자서 생각의 늪에 빠지다 보면 더 외로워진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늘 어려움투성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다독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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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허백윤 저 | 시공사
친정과 시댁을 비롯한 친인척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겪어야 했던 애환과 외로움을 절절하게 토로하며 요즘과 같은 핵가족 시대, 윗세대로부터의 육아 지식이나 도움이 단절된 상태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떠한 일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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