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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범희 “무의식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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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인간의 행동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 봐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무의식은 항상 작동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내가 언제 무의식적인 상태에 있는지 거의 못 느끼고 살지만 사실은 무의식은 계속 의식에 신호를 보내고 있고, 우리의 의식은 그 영향을 받아서 조금씩 계속 변해요.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는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정신분석이라는 돋보기를 제시한다. “한 뼘도 채 안 되는 작은 뇌 속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저 광활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큼 어렵고 힘들 수 있”기에, 인간 정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의식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인 유범희 정신과 전문의는 다시 프로이트를 이야기한다. 프로이트 심리학에 대한 묵은 오해를 벗겨내고, 변화를 거듭해 온 정신분석학의 현주소를 알려준다. 다시 만나는 프로이트의 이야기이자 새로 만나는 정신분석의 이야기인 셈이다.

 

“한국에서 정신분석이라는 학문 분야를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 저자는 지난 30년간 정신질환 환자들을 진료?연구해왔다.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 안에는 그가 진료실에서 만난 실제 환자들의 치료 사례가 풍부하게 담겨있다. 그들을 통해 무의식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결과 나타나는 증상, 정신분석학적 치료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유범희 저자는 세계 최초로 특정 유전자가 공황장애 발병과 치료반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바 있으며,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과 범불안장애 연구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며 아픈 이들의 마음을 돌보고 있다.

 

그는 <채널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에 수많은 상담소와 상담가들이 있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그 결과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제대로 된 치료자를 찾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그를 만나 정신분석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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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심리학에 대한 해묵은 오해들


책 제목이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입니다. ‘왜 프로이트인가’라는 질문부터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동안 아들러의 심리학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프로이트의 심리학이 다른 심리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세기와 21세기에 활동한 수많은 심리학자들 중에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아들러나 융처럼 대중들이 잘 아는 유명한 심리학자들도 프로이트의 제자였고,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 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잖아요. 이후에는 각자 뿌리를 내려 독자적인 학문분야로 나아간 것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프로이트는 조금 더 어려운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게다가 프로이트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많죠.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프로이트의 심리학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압도적이에요. 그리고 프로이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수정을 거듭했어요. 현대 정신분석학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프로이트 시대의 정신분석학과는 엄청나게 달라져 있죠. 그 사실을 더 많이 알리고, 현대의 정신분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릴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대한 오래된 오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성에만 집착하는 구시대적 심리학”이라는 인식이 대표적인데요. 이에 대해 현재의 정신 분석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굉장히 큰 오해가 있는 거죠. 프로이트가 성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를 했던 건 맞아요. 처음에 프로이트는 성적인 억압이나 갈등에서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보았어요. 프로이트가 주로 활동했던 19세기 말의 유럽은 성적으로 굉장히 억압돼 있는 사회였고, 그로 인해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거든요. 소위 말하는 노이로제 환자들을 많이 봤던 거예요. 그래서 프로이트는 사회가 성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터부시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용감하게 주장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큰 사회적 파급효과를 가져왔고, 사람들은 프로이트를 성에 미친 사람이라고 매도했어요. 프로이트는 평생에 걸쳐서 자기 이론을 조금씩 수정해나갔는데, 그러면서 단순히 성적 욕망이라는 것만 가지고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성적 욕망과 공격성이라는 두 가지가 인간의 마음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라고 보게 됐고요. 리비도라는 개념도 단순한 성욕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 ‘행복해지고 즐겁게 살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욕망’이라고 확대했어요.

 

앞서 프로이트의 심리학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해왔나요?

 

이제는 세상이 달라져서 프로이트가 활동하던 때처럼 성적으로 억압되어 있지 않잖아요. 그런 변화에 맞춰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더 이상 정신분석학이 성적인 억압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고,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본능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되었고요. 발달심리학이 발달하면서 프로이트가 처음 생각했던 인간의 발달 단계에도 변화가 일어났어요. 뇌 과학, 인지 과학 쪽의 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해당 분야의 지식들이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고요. 아마 프로이트가 다시 살아나서 지금 시대를 산다면 ‘내가 만들어 놓은 정신분석학이 맞아?’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만큼 많이 달라져있고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죠.

 

“정신분석 치료를 인간 정신에 미치는 무의식의 영향력을 매우 중시한다”고 하셨어요. 무의식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궁금합니다.


소위 말하는 ‘무의식의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대두시켰다는 게 프로이트의 가장 큰 업적일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 전의 심리학자들이 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프로이트처럼 본격적으로 무의식을 연구하고 체계화한 사람은 없었죠. 무의식은 인간의 행동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 봐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무의식은 항상 작동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내가 언제 무의식적인 상태에 있는지 거의 못 느끼고 살지만 사실은 무의식은 계속 의식에 신호를 보내고 있고, 우리의 의식은 그 영향을 받아서 조금씩 계속 변해요. 그 변화가 굉장히 미세하기 때문에 잘 못 느낄 수 있지만, 특정한 경우에는 무의식이 굉장히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의식 세계를 뒤집어엎어 놓을 때도 있어요. 프로이트는 그런 순간들을 잘 포착해서 이것이 무의식의 증거라는 걸 보여줬던 거죠.

 

책에 실린 환자들의 사례만 보더라도, 무의식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들었던 예 중에 하나로, 결혼식을 앞둔 남자가 푸른색 신호등을 붉은색으로 잘못 본 경우가 있었는데요.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을 제시하기 이전에는 그냥 실수라고 이야기했던 행동인데, 사실 단순한 실수라는 건 없다는 거죠. 거기에는 다 원인이 있는 것이고, 무의식이 계속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하게 되는 거라는 이야기죠. 책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우리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때 왜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설명이 안 되잖아요. 그냥 좋다, 왠지 좋다, 라는 식으로 말하죠. 그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미묘하게 내 마음을 흔드는 뭔가가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 게 무의식의 영향이죠. 그리고 시대와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예술작품이 나오는 이유도, 모든 인간에게는 무의식이 있고 작품 속에는 예술가의 무의식이 담기고 그걸 보는 사람들의 무의식이 건드려지기 때문이에요. 소위 공명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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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너무 사랑하는 그 사람, 열등감 때문일까?


책에 소개된 환자들의 경우를 보면, 각각 증상은 다르지만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바가 큰 것 같아요.


그럼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모의 영향이 굉장히 크죠. 자기가 가장 약하고 성장하는 시기에 자기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주고 돌봐주는 사람이 대부분 부모니까요. 물론 양육자가 부모가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가 가장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거죠. 한 사람의 마음의 나이테에는 부모가 갖고 있는 색깔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똑같지는 않죠. 부모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 자기 식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갖게 되지만, 아무도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없죠.

 

부모의 영향으로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되었거나 부모에게 양가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부모는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고, 거기에서 벗어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일 텐데요. 그게 가능할까요?


그게 가능하다는 게 정신분석의 힘이죠. 바뀌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해요.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거의 경험들을 계속 현재의 경험과 연결시켜 가면서 치유가 일어나야 되거든요. 현재의 자기 모습을 기준으로 해서 과거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통해서 과거를 보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현재에 대입하면서 고쳐나가야 돼요. 과거를 고치는 게 아니라 현재를 고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자신이 달라졌다는 걸, 더 이상 과거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정신분석 치료를 통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부모가 너무 미워서 자신의 인생을 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사람이 있다면, 부모가 밉다고 해서 왜 당신의 인생을 망가뜨리냐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그런데 치유가 일어나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부모가 조금 밉지만 부모 때문에 내 인생을 포기할 필요는 없고 이제는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렇다고 부모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부모를 이전보다는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더 이상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안 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그게 정신분석의 힘이에요.

 

그렇다면 정신분석 치료는 ‘문제 행동의 원인을 무의식 속에서 찾아서 보게 해주는 것’에서 출발하는 건가요?


그렇죠.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주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내가 나 자신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거고요. 단순히 지적인 이해가 아니라 실제로 마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달라져요.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해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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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 장애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2015년에 대한정신건강의학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이 분노조절이 잘 안 돼 노력이 필요한 상태라고 하죠. 이쯤 되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도 힘든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회 환경적 요인이 있지 않을까요?


사회적인 문제가 있죠. 분노 조절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부모로부터 또는 가까운 가족들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정서적인 돌봄이요.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 중에 자기애적 손상을 겪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결과적으로는 자기애가 건드려지는 상황이 되면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거거든요.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정신 분석적으로 평가해 보면, 아마 다수가 자기애적 성격 장애나 자기애에 손상을 입은 문제를 갖고 있을 거라고 봐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조금 더 아이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돌봐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해야 돼요. 그런데 불행히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개념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애적인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럴수록 사회는 굉장히 불안해지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죠. 사회적인 낙오자가 된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고요.

 

병적 자기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너무 사랑할 것 같아요. 스스로를 굉장히 과대평가하는 거죠. 그런데 책에서 말씀하시길, 오히려 “어린 시절 자존감이 심하게 손상되는 경험을 겪으면서 생긴 무의식적 열등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하셨어요.


일종의 방어죠. 일종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절대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그러니까 자신은 굉장히 자신만만한 것처럼 잘난 척하고 센 척하는데 사실 마음속에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미숙한 자기 모습이 숨어 있는 거죠. 그걸 방어하기 위해서 마치 자신은 굉장히 센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거죠.

 

작가님께서는 특정 유전자가 공황장애 발병과 치료반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내셨잖아요.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공황장애가 발생하는 데 여러 유전자가 관여할 거라고 봐요. 제가 발견한 건, 그 중 특정한 한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한테서 공황 장애가 훨씬 더 많이 생긴다는 건데요. 공황장애라는 건 자율신경계 이상과 관련된 병이에요. 특히 교감신경계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과잉 활성화되는 게 공황장애라는 병인데요.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될 때 나오는 대표적인 신경 호르몬이 카테콜아민이에요. 그리고 우리 몸에는 카테콜아민을 자동적으로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요. 어떤 효소는 분해를 잘 하고 어떤 효소는 분해를 잘 못하는데요. 잘 분해하지 못하는 효소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잘 분해시키는 효소를 갖고 있는 사람에 비해서 몸 속의 카테콜아민 농도가 평균적으로 더 높겠죠. 공황장애와 관련해서 더 위험한 그룹이 되겠고요. 실제로 카테콜아민을 잘 분해시키는 효소를 가진 사람들과 못 분해시키는 효소를 가진 사람들의 분해 정도를 비교해 보면 3~5배 차이가 나요. 그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해서 특별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공황장애가 발병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걸 보고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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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이 폭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흔히 폭식증의 이유로 짐작하는 건 외모콤플렉스잖아요. 그런데 작가님께서는 “폭식증 환자들에게는 어릴 때 어머니의 심리적 부재 경험이 흔하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폭식의 심리 기저에는 엄마와 하나 되고 싶은 마음과 엄마를 밀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고 하셨죠.


폭식의 이유를 물어보면 허전해서,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허전하다는 게 진짜 배가 고프다는 것과 꼭 같지는 않은 거거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가 고파서 먹는다기보다는 뭔가 정서적으로 속이 허한 느낌이 들어서 먹는 경우가 많아요. 단순히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정서적인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거죠. 무의식적으로 배를 채워놓으면 정서적인 허기도 메꿔진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문제는 먹고 나면 금방 후회한다는 건데요. 병적인 폭식증의 경우 폭식과 함께 토해내는 행동이 동반돼요. 그런데 폭식증 환자들을 오랫동안 정신분석 하다 보면 이런 사례들이 굉장히 많아요. 애정결핍이 정서적 허기를 느끼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인데요. 마치 엄마의 사랑으로 배를 채워놓으려고 하는 것처럼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이후에 조금 안심이 되고 나면 불안해지면서 자기 마음속에 있는 나쁜 엄마를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처럼 행동을 하는 거예요. 그 사실을 자기가 깨닫게 되면 그런 행동들을 덜하게 되거나 안 하게 될 수가 있게 되죠.

 

에필로그에서 “정신분석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셨습니다. 일반 심리 상담이 아닌 정신분석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신분석은 사람의 무의식을 탐색하기 때문에 일반 심리 상담에 비해서 훨씬 더 깊은 상담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도 점점 더 깊은 수준의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고 있어요. 흔히 정신분석은 국민소득 3만불 이상이 되어야 가장 크게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제 국민소득 수준이 3만불 정도가 됐고요. 그 정도가 되면 심리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지적인 요구도 조금 더 많아지고 관심도 많아져요. 그런 층이 두터워진다는 거죠.

 

“정신분석의 대중화”를 목표로 책을 집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신분석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깊어지면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 거라고 보시나요?


아주 원시적인 수준의 갈등의 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상대 때문이라고 투사를 해요. 그런데 실제 인간 사회의 모든 갈등을 깊이 들여다보면, 누가 일방적으로 잘못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쌍방의 문제가 있죠. 그런데 자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너무나 많아요. 그리고 다 남 탓을 하죠. 정신분석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자기를 돌아보는 거예요. 정신분석 상담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유도를 하거든요. 그래서 정신분석적인 자기 통찰이 인간관계 안에서의 갈등을 대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나를 자극해서 화가 난다면 ‘물론 저 사람도 잘못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는 없는데 왜 이럴까, 나의 열등감이라든지 자기애가 손상된 부분을 자극해서 더 화를 내는구나’ 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사람들이 조금 더 자기를 많이 성찰할 수 있게 된다면 사회적인 갈등도 누그러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정신분석에 관심을 갖고 자기 내면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사회적인 갈등의 고리를 푸는 데 단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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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유범희 저 | 더숲
저자는 정신분석학이 심각한 정신질환자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에게만 적용되는 특수한 학문이 아니라, 우울 불안 공포증과 같이 우리 주변에 흔히 발견되는 문제를 가진 일반 대중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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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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