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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불안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하다

『불안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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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불안해도 괜찮아』라는 책은 쓸만한 불안에 대한 국산 자가 처방전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 최주연은 정신과 전문의로 10년이상 주로 불안장애의 인지행동치료를 전문으로 치료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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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불안에 대한 불안’이란 인지적 공포

 

내가 진료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 있다.
고민 끝에 “불안해요”라고 결론 내렸다.

 

추론 과정은 아래와 같다.

 

“누가 내게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아요”는 흔치 않다. “기억력이 떨어져요”, “집중이 안 돼요”도 꽤 많지만 “우울해요”, “잠이 안 와요” 보다는 빈도가 적다. 하지만, 환청이 들려서 조현병이 의심되거나, 기억력이 떨어져서 치매가 걱정되거나, 우울과 불면에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불안을 호소한다. 거기다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불안해하지도 않는 성격장애나 알코올 의존증 환자라 하더라도 가족들은 그들의 문제로 큰 걱정을 하며 불안해한다. 그러니, 내가 진료실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은 사람들의 불안을 들어주는데 보내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은 모두 환자로 보였다.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가족을 보면 그들이 더 문제가 있고, 그들도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그들이 호소하는 불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내 나름의 잣대로 기준을 정해서 ‘정상적 불안’과 ‘병적인 수준의 불안’을 구분해서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다. 누구나 불안한 것이 싫고 잔잔한 호수의 고요와 같은 마음 상태를 원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약간의 불안은 불편하지만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중력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치료라는 것도 지금 느끼는 불안이 심각해서 나를 파괴해버릴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살짝 힘들게 하는 몸살이나 열감과 같은 것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끝날 때도 있다. 교통정리만으로도 좋아진다.

 

모두 그랬으면 좋으련만 이런 사람들이 꼭 있다. 만성화 되어버린 사람들 중 일부는 처음에는 공황발작과 같은 분명한 심각한 불안증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없어져버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불안을 호소하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안에 대한 불안’이란 인지적 공포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불안은 어떨 때에는 아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불안을 무의식적 갈등의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모든 불안이 이런 메커니즘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생각이 불안을 만들어내고, 불안이 긴장을 만들어내고, 그 긴장이 실수를 하게 해서, 불안한 생각을 더욱 강화시켜 확증을 하게 해서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불안의 악순환 메커니즘의 불구덩이에 빠져있을 때가 현실세계에서는 빈도순으로 보면 훨씬 많다.

 

더욱이 이런 분들이 모두 병원에 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의 틀은 책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안에 대한 인지이론(cognitive theory)이 알려지면서 외국에서는 가이드북, 셀프헬프북(self-help book)등이 많이 발간되었다. 숙제를 하듯이 자기 생각을 적고 고쳐나갈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나가면서 불안을 정복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권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불안한 마음에 사 들었지만 막상 제대로 끝까지 다 해본 사람은 만나기 어려웠다. ‘왜 해야’하는 지를 잘 알지 못한 채 무작정 하려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번역본에서 드는 사례들은 외국인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서구인의 그것들이라 불안이나 긴장, 수줍음, 체면, 망신에 대한 역치나 묘사가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그것들과 썩 맞아 떨어지지 않아 거리를 두게 되는 점도 한몫 했다.

 

 

불안의 존재 이유를 알면 훨씬 견딜만하다

 

그런 점에서 『불안해도 괜찮아』라는 책은 쓸만한 불안에 대한 국산 자가 처방전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 최주연은 정신과 전문의로 10년 이상 주로 불안장애의 인지행동치료를 전문으로 해왔다. 이 책은 2011년 나왔던 ‘불안 버리기’란 제목의 책의 개정판이다. 저자는 원래 제목이 불안이란 없애버려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면이 있어서 이번에는 『불안해도 괜찮아』라고 변경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마 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지 않나 한다. 불안을 대상화해서 증상으로 만들고, 이를 없애버려야 할 흉터나 혹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불안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이렇게 존재 이유를 알고 나면 훨씬 견딜만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이 불안을 유에서 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 안고 가면서 관리하고 조절해 나가는 것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적절한 불안은 상황을 맞닥뜨려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서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를 우리는 흔히 긴장이라고 한다), 지나친 불안이 문제로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런 불안은 안전에 대한 확신을 통해서 줄어들고 사라진다. 이를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는 젊은 여성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와 같이 이 책의 미덕이자 장점은 우리가 살면서 직접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사소함 가운데서 불안의 정수를 찾아내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한 사람의 특이한 경험이 불안이 아니라, 누구나 사실은 매일 경험하고 있는 일상 속에서 불안이 존재하고 있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다 보면 깨닫는다. 그래서 ‘불안해도 괜찮은 것’이다.

 

이렇게 불안의 실체를 알아도 불안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저자는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가 생각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지적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습관적으로 판단하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내려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다. 그리고 생각을 바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불안해지면 억지로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고, 그 생각에 몰입을 하지만 그것은 도리어 역효과만 낸다. 그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찾아가는 것’에 몰입을 해야 한다. 이미 최악은 충분히 경험했으니 이제는 최소한이 되기 위한 행동방향에 대해 집중하는 게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자는 꼼꼼하고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생각을 쪼개서 세세하게 나누기, 그리고 점수로 단계를 구분하여 그 변화를 살펴보는 방법, 두려움에 맞서는 다른 증거들을 찾기와 같은 방법을 셀프 헬프 북의 흐름에 맞춰 예시를 알려 준다. 그러면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행동으로 노출하기 위해 참아야 할 최소한의 시간이 90분은 되어야하는 근거, 두려운 대상을 맞닥뜨릴 때 미리 생각해봐야 할 마음가짐 등을 적절한 사례와 함께 알려준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불안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한다. 불안은 완전히 없앨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불안이라는 정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불안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을 감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험을 못 느끼니 빠른 속도로 차가 다니는 길을 함부로 건너고, 위험한 속도로 운전을 하고 있어도 전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해 사고가 많이 날 것입니다. (중략) 불안을 못 느끼는 사람은 사이코패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안은 우리를 위험에서 지켜주고 우리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고마운 정서입니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 와도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은 담대한 사람이 아니라 진짜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거나, 타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사람이다. 불안은 어떨 때에는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안전장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불안의 불가피성과 실체를 이해하고, 내 마음 안에서 가끔 뜬금없이 날뛰어대는 불안을 잘 길들이고 다룰 수 있는 방법들을 『불안해도 괜찮아』는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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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도 괜찮아최주연 저 | 소울메이트
이 책은 먼저 불안이 어떤 감정인지 세세히 짚어보며, 왜 우리가 불안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알아본다. 그다음에는 우리가 이러한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마지막에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노출 과정을 통해 어떻게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지 16년간 저자가 진료했던 다양한 실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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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불안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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