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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오늘 하룻밤, 악인이랑 놀아보자”

<월간 채널예스> 7월호 커버 스토리 도덕이란 말이 되는 그림을 그려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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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독자를 아주 낯선 세계로 데려가는 사람인데요. 그 안에 들어갔을 때 보편적인 진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정유정은 오래전 자신의 부모를 50여 차례 칼로 찔러 죽인 한 청년의 사건을 알게 된 후, 악인의 악행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당시 심취했던 프로이트에게서 작은 실마리를 얻었지만, 인간 본성의 정체에 관한 의문은 더욱 커졌다. 그의 전작 소설 『28』, 『7년의 밤』, 『내 심장을 쏴라』 등에 등장하는 악인들이 이 의문의 증거였다.

 

3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 ‘한유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다. 소설은 유진이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이 소설은 참혹하다. 몰입할수록 혼란스럽고 낯설다. 왜 나는 한유진에게 연민이 생길까? 이 감정이 공포스럽다. 소설가 정유정이 노린 지점이 바로 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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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파괴한 운명의 힘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한 달 조금 넘었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 바쁘게 지냈어요. 탈고한 다음 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작품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다고 하는데요.


그렇죠.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데, 어느 정도 각오했어요. 어떤 악, 사이코패스를 불편해하는 독자도 있지만,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정유정 작가의 이야기라면 기꺼이 들어보겠다’는 독자도 있고요. 이번 책이 특히 감회가 남달랐던 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근 한 달간 제정신이 아니었거든요. 원래 아프셨던 게 아니라 건강검진을 받으러 입원하셨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거라서 가족들이 충격이 컸어요. 뭔가 위축된 마음도 많았는데, 예약 판매할 때 독자분들이 좋은 반응을 주셔서 되게 울컥했어요. 곧 새 소설도 시작해야 하는데, 정말 큰 힘이 되더라고요. 기다려주는 분들이 있으니까 열심히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었나요?

 

인터넷서점에서 가끔 리뷰를 볼 때가 있는데, 긴 글은 아니고 짧은 평이었어요. “나는 작가님이 100살까지 살면서 창작욕을 불태웠으면 좋겠다.”(웃음) 이 글 읽고 저도 모르게 “네!” 하고 대답했어요.

 

3년 만의 신작이에요. 예상보다 소설이 늦게 나왔습니다.

 

원래 약속대로라면 작년에 나왔어야 했어요. 세 번을 갈아엎고 다시 썼어요. 이야기 자체를 부순 건 『내 심장을 쏴라』 이후 처음이에요.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출판사 주간님한테 매일같이 전화해서 “저 이 소설 못 쓰는 거 아닌가 몰라요”라고 했어요. 1차로 소설을 완성했을 때는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까 이야기가 너무 복잡한 거예요. 주인공 설정도 너무 복잡하고요. 보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 싶더라고요. 너무 난잡해서 이거는 잘못 썼다고 생각하고, 설정을 최소화했어요. 유진이 처음에 갖고 있는 설정을 다 버렸어요. 원래 유진이 냄새를 색채로 보는 공감각 능력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가 나왔다고 하길래 다 버렸어요. 살인 사건도 원래 더 많았어요. 인물도 훨씬 많았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도 더 길었어요. 열흘 정도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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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는 더 길게 쓰셨겠네요.

 

처음에는 1,800매를 썼어요. 책으로 묶인 게 1,500매고요. 초고에는 유진 엄마의 일기가 길었어요. 엄마의 이야기를 많이 날려버린 이유는 유진이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서였어요. 엄마는 유진이 어떻게든 사회에 악을 끼치지 않는 존재로 자라기를 바라고, 끊임없이 갈등하잖아요. 엄마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면, 독자들이 “한유진, 이 나쁜 새끼”라고 단정 지을 것 같았어요. 해진이도 그래요. 유진이랑은 비교가 안 되는 바람직한 남자니까요. 독자들이 해진이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면, 게임이 될 수 없어요. 유진이 이모는 소시오패스예요.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유진이랑 대립하지 않죠. 소시오패스랑 사이코패스는 한 공간에서 있을 수 없거든요. 대장이 두 명일 순 없으니까요.

 

소설을 두 번째로 다시 쓰신 이유는요?

 

다 생략해버리니까 너무 심심한 거예요. 유진이가 나쁜 놈이라고 할지라도 ‘이 사람이 나쁜 짓 하는 걸 보고 싶다’까지는 가야 하거든요. 그래야 소설을 마지막까지 끌고 갈 수 있어요. 도대체 이유가 뭐길래 이렇게 심심하고 매력이 없을까 생각했더니, 저 자신을 못 깼더라고요. 유진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저 자신을 깨야 하는데, 제가 아직 사이코패스가 못 됐던 거예요. 외부자의 눈으로 그려 보이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결국 ‘나’여야했어요. 객체가 아닌 주체여야 했어요. 사실 유진이가 엄마를 면도칼로 찌르는 장면을 다섯 번 썼어요. 일반적인 사람도 화가 극도에 달하면 살인을 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의 목에 다시 면도칼을 꽂는 건 사이코패스만 하는 일이잖아요. 이 장면을 써야 하나, 빼야 하나를 수차례 고민하다가 결국 넣었어요. 사이코패스 입장에서는 이 살인이 패륜이 아니라, 내 기억을 살려낼 수 있는 명백하고 단순한 해법일 수 있으니까요.

 

소설이 나오자마자 스포일러가 꽤 많이 공개 됐어요. 독자들이 소설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진 않을까요?

 

원래 인터뷰할 때, 스포일러가 되는 부분은 이야기 안 하면서 잘 피해갔는데요. 어느 날, 한 신문에서 줄거리를 다 밝힌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다들 서슴없이 공개하시고.(웃음) 제가 반전을 잘 안 쓰는 편이잖아요. 소설 전체분량의 1/3 정도 지점에서 대개 범인을 제시해줘요. 독자들한테 ‘앞으로 이 소설은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알려주니까 범인이 누군지 짐작이 되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스포일러가 공개됐지만 책을 읽을 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아요. 사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주인공 ‘한유진’에게 초점을 맞춘 소설이니까요.

 

결말이 짐작돼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는 뜻인가요?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다 알아도 재밌어요!” 그러는 거죠. 이 소설은 한유진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유진 자체예요. 한유진이 세상에게 자기 변론을 펼쳐 보이는 소설이라, 이거 자체로도 재밌게 읽어주시지 않을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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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왜 싫어하시나요?

 

반전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거잖아요. 영화로 치면, 문 뒤에 도끼를 든 남자가 있는데, 독자랑 주인공은 모르고 작가만 알고 있는 상황이죠. 반면 제 소설은 독자들한테 미리 알려줘요. “도끼 든 남자가 저기 있다”고요. 작가랑 독자는 알고 주인공만 그 사실을 모르는 거죠. 독자가 놀라진 않지만 긴장감은 생겨요. 주인공한테 “너 저기 문으로 가지마. 그럼 죽어”라고 속삭이면서 인물에 이입하는 거예요. 저는 이런 기법이 좋아서 반전을 안 쓰기도 하고, 반전을 쓸 만큼 머리도 좋지 못해요. 영미 스릴러를 보다 보면, 범인이 다 나왔는데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반전을 보여주잖아요. 그럴 때 저는 짜증이 확 나요. 독자들을 속이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죠. 제가 소설에서 추구하는 건 ‘흥미진진한 사건을 한번 들어볼래?’가 아니에요. 운명의 폭력 앞에서 평범한 주인공이 어떻게 저항하고 극복하는지, 그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가 어두운 이야기를 쓴다고 평가하는데, 좀 억울한 면이 있어요.

 

결국 한 인물에 대한, 곧 사람 이야기라는 뜻인가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곧 인물이니까요. 인물의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하려는 의지, 절대자와의 힘이 마주치는 순간에 인물에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요. 인간은 이중적이에요. 착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도 있지만, 마음속에는 ‘나 삐뚤어질 거야’ 하는 욕망도 있어요. 문학은 인간을 총체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건보다는 인간의 내면 심리, 범죄를 저지르는 심리 묘사에 더 신경을 써요. 『7년의 밤』에서는 현수, 『28』에서는 재형을 통해서 그랬듯이 이번에는 ‘한유진’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죠. 자기 인생을 파괴한 운명의 힘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요.

 

도덕이란 말이 되는 그림을 그려 보이는 것

 

원고가 막히면 중단하시나요, 아니면 문장이 나올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 계시나요?

 

맥주 한 잔 마신 후 자고 일어나요. 그러면 좀 다시 쓸 기운이 생겨요. 그렇다고 해서 끊긴 장면부터 다시 쓰면 안 되고, 그 앞에서부터 사고를 이어서 흐름을 갖고 써요. 글이 안 써지면 힘들지만, 때로는 재밌을 때도 있어요. 현실에서는 악인으로 살아볼 수 없잖아요. 소설에서는 끝까지 가볼 수 있고요.

 

‘한유진’ 엄마의 일기를 쓸 때, 감정이입이 많이 됐을 것 같아요. 아드님이 비슷한 또래지 않나요?

 

얼마 전에 스무 살 넘었으니까 비슷하죠. 정말이지 엄마 일기를 쓸 때마다 기가 차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제가 엄마라면 같이 죽자고 했을 것 같아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까 인생에 기회는 줘야 하는데, 너무 맹수고 위험하니까 어떻게든 억누르게 할 수밖에 없었죠. 초고에는 엄마 일기랑 유진이의 고백이 거의 반반 정도의 분량이었어요. 하지만 이 소설은 유진이가 세상에게 말하는 자기 변론이에요. 그래서 엄마 이야기를 많이 걸러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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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친구이자 형 ‘해진’의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만든 것도 의도적이었나요?

 

그렇죠. 모든 관심을 유진이에게 쏠리게 하려고 했어요. 안 그러면 유진이한테 이입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소설은 목적이 실패한 작품이 되니까요. 일부러 해진이는 병풍을 만들어놓았어요. 해진이는 유진이에게 남은 마지막 인간적인 부분이었거든요.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혼란스럽습니다. 유진이는 용서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인데, 연민이 생기니까요. 완전히 미워할 수만은 없어서 고민하게 됩니다.

 

의도했던 바예요. 사이코패스를 미화시키려고 한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선과 악이 같이 있기 때문이에요.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를 테스트하는 문진이 있다고 해요. 30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인데, 그러면 29점은 뭐냐고요. 다 똑같은 거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도 악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유진이를 봤을 때 어쩐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예요. 이런 마음이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내 안의 악이 불 붙지 않고 잠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사이코패스의 어떤 활동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다면 소설을 이렇게 쓰진 않았을 거예요. 제 목표는 악인이라는 낯선 존재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었어요. 독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으면 안 됐어요. 그래서 유진이를 이렇게 그린 거고요.

 

만약 유진이 엄마가 이모의 처방을 따르지 않고, 유진에게 자유의지를 많이 줬다면요? 유진이의 미래가 좀 달라졌을까요?

 

사이코패스는 타고나는 것이라 선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요. 반사회적 성격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잖아요. 이를테면 소시오패스가 그럴 거고요. 유진이도 비범죄형 엘리트로 자라고 있었는데, 성장 과정에서 겪은 억압이 너무 커서 점화가 된 거예요. 준비했던 로스쿨을 잘 들어갔다면 냉혹한 변호사가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유진이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계속 변명을 합니다. 엄마와 이모, 해진이에게 “좀 더 기다리지. 그러면 당신은 살 수 있을 텐데”라고 말이죠. 유진이는 사이코패스의 상위 1%에 속하는 순수 악인, ‘프레데터’인데 말이죠. 이런 순수 악인이라면 조금도 갈등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지 않을까요?

 

그래서 유진이가 믿을 수 없는 화자예요. 내가 이만큼 갈등하고 봐줬는데, 계속 너희가 건드렸다고 하잖아요.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자기 책임은 하나도 없고, 모두 외부의 탓이라고 해요. 계속 자기합리화를 하는 거죠. 저는 독자들에게 한유진 자체를 안겨드리고 싶었어요. 소설 중간에 핵심이 되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 일부러 문단 뒤에 숨겨놓았는데요. “도덕이란 말이 되는 그림을 그려 보이는 것이다.” 이게 사실 진짜 스포일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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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이야기를 좀 여쭐게요. 평소 실용적인 글쓰기를 추구하시는데요. 전작 『7년의 밤』, 『28』보다는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문장과 문장 사이에 리듬을 맞추고 접속사를 피한 건 같았어요. 하지만 『종의 기원』에서는 문장을 예쁘고 부드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왜냐면 이 소설이 유진이 자체니까요. 유진이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잖아요. 속으로는 상스럽게 말해도 겉으로는 말을 예쁘게 하는 인물이에요. 더 무섭고 섬뜩하죠. 유진이의 독백이 많았잖아요. 유진이는 있어 보이는 걸 좋아하는 유형이라, 문장이 예뻐야 했어요. 제 소설에서 유일하게 아포리즘이 등장하는 작품이죠. 아마 그래서 이번 소설이 읽기 쉬웠다고 하시는 게 아닐까요? 『7년의 밤』은 문장이 차갑다면, 『내 심장을 쏴라』는 유머러스했고, 『28』은 활활 타듯이 뜨거웠던 것 같아요.

 

가제도 『종의 기원』이었나요?

 

처음부터 제목을 정하고 시작한 유일한 소설이에요. 다윈의 책에서 제목을 빌려온 거라, 이 어마어마한 무게를 어떻게 견뎌야 하나, 이만한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잡지에서 읽었는데 한 학자가 “호모사피엔스 다음의 인류는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르겠다”고 했어요. 사이코패스를 하나의 돌연변이로 본다면, 이 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악이 내면에서 점화되고 발화하는지 그 기원을 찾아가 보자, 싶었어요. 여러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이 책 제목의 몫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가장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곧 에베레스트 산에 오를 예정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언제 떠나시나요?

 

아마 못 갈 것 같아요. 남편이 목숨 걸고 반대해서요. 실크로드 정도로 협의를 보고 있어요.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같은 에세이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요.

 

(웃음) 남편이 이 책을 보더니, 더 말려요. 심장 발작 오고 그랬던 걸 알고 나서, 정색하면서 말리더라고요. 그래서 30, 40일 코스로 트래킹을 다녀오려고 해요. 저는 몸에 힘이 있어야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서, 힘을 기르러 간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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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소설가는 독자를 아주 낯선 세계로 데려가는 사람인데요. 그 안에 들어갔을 때 보편적인 진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유진이와 닮은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어떤 독자들은 무서운 소설을 싫어하는데, 저는 되게 좋아해요.(웃음) 소설로 한 번씩 간접 경험하면서 해소하는 것도 좋지 않나요? 나와 인물 사이에 안전거리가 확보되어 있으니까,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아 살인하는 심리가 이런 거구나’를 체험해보는 거죠. 한 일본 평론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소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건 양쪽 모두에게 불편을 야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요. 『종의 기원』을 읽고 보여주시는 반응을 보면, 보통 사람들도 불편해하고 또 사이코패스도 불편해할 것 같아요. 우리가 이렇게 나약하단 말이야? 한심하단 말이야? 하면서요.

 

지금까지 11만 부가 팔렸습니다. 11만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이 책을 어떤 악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오늘 악인을 만나서 하룻밤을 보내겠다, 이런 마음으로 즐겨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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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정유정 저 | 은행나무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신작 《종의 기원》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정유정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악’에 대한 한층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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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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