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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배우, 뮤지컬 <페스트>의 박은석

올해 들어 가장 만나고 싶었던 배우 가운데 한 명인 박은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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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뮤지컬 시장이 주목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창작뮤지컬 <페스트>에 주연으로 캐스팅될 정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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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삶에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지 않나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배우들은 그 지점을 전후로 무척 다른 삶을 살게 될 때가 많은데요. 배우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이 있다면 그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 더욱 다양한 작품과 제작진을 만나 빠르게 성장하게 되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큰 배역은 무대 위 배우의 능력을 120%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올해 들어 가장 만나고 싶었던 배우 가운데 한 명인 박은석 씨에게는 2014년 초연된 뮤지컬 <드라큘라>가 그 계기였겠죠. 당시에는 류정한, 김준수의 언더스터디였으나, 자신에게 약속됐던 일정 회차를 멋지게 소화해 2016년 재연 때는 당당히 더블캐스팅으로 이름을 올렸으니 말이죠. 그리고 그 사이 그는 뮤지컬 시장이 주목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창작뮤지컬 <페스트>에 주연으로 캐스팅될 정도로 말입니다. 올해만 뮤지컬 <드라큘라>, <삼총사>에 이어 <페스트> 연습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은석 씨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열심히 해야죠, 한창 또 열심히 해야 할 때이고요. 그래도 무척 바쁜 배우들처럼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요. <삼총사>도 끝나 가고. 사실 게으르고 체력도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무척 부지런할 것 같은데 게으르다고 하니 왠지 인간미가 느껴지네요. 지금 깔끔한 흰색 티셔츠에 찢어진 청반바지를 입고 있는데, 무대에서 볼 때보다 더 어려 보입니다(웃음). 워낙 고전 작품을 많이 해서 평상시에는 어떻게 입고 다닐까 궁금했거든요. 


“더 어려보이죠? 더 부드럽기도 해요(웃음). 평소에는 지금처럼 무조건 편한 복장이 좋아요. 그래서 배우인데 좀 꾸미고 다니라는 말을 많이 듣죠. 오늘은 화보 촬영 뒤라 메이크업해서 그나마 괜찮은데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아저씨가 되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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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무대에서만 봐와서 그런지 성격도 좀 진지하고 진중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제가 좀 쓸데없이 진지하죠, 얕은 진중함(웃음). 오디 신 대표님이 저한테 ‘너 너무 느끼해. 느끼함을 좀 빼!’ 하시더라고요(웃음). 지금껏 저를 둘러싼 환경이 좀 보수적이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도 보수적이시고, 어릴 때부터 쭉 검도를 했는데 검도는 절제가 필요한 운동이거든요. 운동을 그만 두고는 국악을 했는데, 한국 전통 음악이다 보니까 정적인 분위기였고요. 생긴 것도 그렇고, 원래 말도 별로 없고, 덩치도 큰데 촐랑거리고 다닐 수도 없고. 또래에 비해서는 좀 보수적인 편인데, 그래도 제 안에는 또 다른 성향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배우를 하고 있겠죠? 그래도 <삼총사>는 즐기면서 공연하시는 것 같던데요? 아토스가 다른 인물에 비해 진중하기는 하지만 꽤 유머러스하기도 하고요. 칼싸움도 잘 하시던데요.


“그럼요, 제가 칼 좀 만져봤잖아요(웃음). 검도든 국악이든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들이 배우 활동 하는데 도움이 많이 돼요. 예전에 <드림걸즈>도 그랬는데, 공연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작품이 있어요. 그런데 연습할 때는 힘들었어요. <삼총사>가 만화 같고 유쾌한 작품인데 저는 원래 좀 재미없는 사람이거든요. 사람들이 제 개그를 ‘병맛’ 같다고 해요(웃음). 계속 어둡고 심각한 작품만 해서 <삼총사>로 기운 좀 얻으려고 했는데 연습 때는 오히려 힘들었어요. 코미디가 힘들다는 걸 알았죠. 그래도 동료 배우들이 정말 잘 도와줘서 그 에너지에 힘입어 재밌게 공연하고 있어요.”

 

지금껏 그 어둡고 심각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계기는 2014년 초연된 <드라큘라>일 텐데, 배우로서 주인공이라는 자리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마음껏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할까요? 그게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좋은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을 좋아하니까. 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물론 그만큼 부담도 있죠. 작품을 할 때 작품 외에 다른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있기도 하고. 그래도 경험이 늘면서 대처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박해수, 임철수 배우와 함께 생활하는데 도움도 많이 받고요.”

 

7월에 공연될 창작뮤지컬 <페스트>도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서태지 씨의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라 문화계 전반에서 주목하고 있는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연습 시작한 지 2주 넘었는데, 연습실 분위기는 다른 작품과 똑같아요. 창작인 데다 인물이 많아서 파트별로 리딩하면서 여러 작업을 해 나가고 있어요. 연습 기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는데, 처음 (노우성)연출님 만났을 때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김성수)음악감독님도 자신 있어 보여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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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 서태지 씨가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나요(웃음)?


“저도 뵙고 싶은데 아직 못 봤어요. 공연은 한번 보러 오시겠죠(웃음)? 예전에 서태지 씨 음악 많이 들었거든요. ‘Take Five’는 무한 반복해서 들을 정도였는데. <페스트> 하게 돼서 최근에 음악을 다시 들어봤더니 적절한 음악이 작품에 잘 들어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특히 넘버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합니다. 서태지 씨 노래들이 장르나 멜로디, 창법 등이 모두 평범하지 않은 만큼 뮤지컬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이 안 되는데, 박은석 씨가 듣기에는 어떤가요?


“서태지 씨... 아, 이제 작곡가 선생님이라고 해야겠네요(웃음). 음악을 잘 들어보면 약간 몽환적이고 어디로 데려가는 듯 하잖아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가사도 많고. 그런 멜로디나 노랫말이 뮤지컬 작품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물론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관객들이 음악만 생각하고 오시지는 않을 거예요.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고, 작품의 힘과 음악이 잘 맞아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원곡에서는 창법이나 음색도 독특한데,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표현할 생각인가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제 목소리로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노래 연습을 하고 있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편곡될지 모르겠지만 편안하게 디자인해볼 생각은 있어요. 제 색깔대로 하되 음악에 누가 되지 않도록.”

 

좀 이른 감이 있지만 <페스트> 이후에는 소극장 로맨틱 코미디 작품 어떤가요(웃음)?


“장르나 작품을 가리지는 않아요. 삶의 흐름에 맡기는 편이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또 열심히 하다 보면 다양한 외부 요인들에 의해 엮여가는 것 같더라고요. 중요한 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저는 이야기가 관객들 가슴에 무언가를 남기고 살아가면서 한 번쯤 꺼내볼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과제로 영화 <레인맨>을 본 적이 있는데, 보고 나니까 남동생 생각이 나더라고요. 전화해서 ‘사랑한다!’ 말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 작품이 저한테 무언가를 나긴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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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진지하시네요(웃음). 주변에서 봤을 때는 배우로서 큰 어려움 없이 잘 풀린 케이스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서른세 살에 아주 뜨거운 2016년을 보내고 계신데, 지금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걸까요?


“잘 됐다는 개념을 스스로 버리려고 해요. 물론 배우라면 누구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죠. 그런데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저보다 잘 하고 훌륭한 배우가 많거든요. 부끄럽고 작아질 때가 많아요. <페스트>에서 제가 많은 리유라는 인물이 신념이 강한 캐릭터거든요. 누구나 살아가고자 하는 선한 방향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신념을 잊게 될 때가 많고, 갈등과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초심이 많이 흐려지기도 하는데, 요즘 리유한테 많이 배우고 있어요. <페스트>를 준비하면서 배우가 되려 했던 초심을 기억하고 잘 지켜내고 싶어요.”

 

박은석 씨는 객석에서 생각했던 대로 진지하고 진중하고, 생각과 달리 훨씬 유쾌하고 자상했습니다. 리유 역에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씨가 캐스팅된 걸 보고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박은석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세 배우에게 묘하게 일치하는 느낌이 있네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할까요? 하긴 6년 동안 준비한 뮤지컬 <페스트>가 선택한 배우들이니 오죽할까요. 알베르 카뮈의 소설과 서태지의 노래 20여 곡이 만난 뮤지컬 <페스트>는 7월 22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합니다. 원작과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표현하고 감동을 전달하는 것은 배우의 능력이겠죠. 박은석 씨가 관객들에게 선물할 또 한 편의 감동 <페스트>. <페스트>를 통해 더욱 성장할 박은석 씨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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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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