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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그녀들의 화장법 2

납과 수은, 화장품의 과도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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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오래 지속시키고 발색을 좋게 해서 더 예쁘게 보이려는 과한 욕심에 아름다움만을 우선시하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생겨나곤 했으니 조선시대에도 화장품 부작용은 있었다.

화장을 오래 지속시키고 발색을 좋게 해서 더 예쁘게 보이려는 과한 욕심에 아름다움만을 우선시하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생겨나곤 했으니 조선시대에도 화장품 부작용은 있었다. 천연 화장품을 사용한 자연주의 외모 가꾸기로 웰빙을 실천하는 조선시대에 웬 화장품 부작용일까 싶겠지만 무엇이든 너무 과하면 아니한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의 교훈은 시대를 거슬러 늘 옳은 것이다.

 

얼굴을 한층 희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과한 경우, 천연가루 성분의 분이 얼굴에 잘 달라붙지 않자 드물지만 납을 섞는 사람이 나타났고 결국 독성 때문에 얼굴이 파랗게 변하고 심하면 썩어 들어가기도 했다. 오래 지속되는 선명하고 윤기 나는 붉은 빛으로 뺨과 입술을 꾸미고픈 과한 욕심에 주사라는 붉은 흑에 수은, 달걀노른자, 홍화 등을 섞어 끓여서 연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경우 수은의 독성에 중독되어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검게 변색되거나 드물지만 심한 경우엔 피부 일부가 썩어 들어가는 병에 걸리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은 화장을 진하게 하고 오랜 시간을 보내며 외모로 경쟁을 하던 기생이나 궁녀 사이에서 주로 나타나곤 했다.

 

그렇다면 화장의 완성이라는 ‘향수’도 조선시대에 있었을까? 물론 천연재료를 사용한 향기 내는 방법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여러 향기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것은 백단나무에서 나는 백단향으로 은은한 것이 몹시 고혹적인 향기를 뿜어내서 그 향이 여인의 몸에서 나는 체취와 어우러져 배어들면 지나가던 사람이 향에 이끌려 다시 한 번 뒤돌아볼 만큼 매혹적인 내음을 풍기에 해주었다고 전해진다. 내 몸을 가꾸는 데 지극 정성이었던 여인들 사이에서는 엷게 희석한 향을 천에 묻혀서 향갑이나 향낭에 넣어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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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다양한 화장품 용기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에 사용된 화장품과 화장도구는 대부분 자급자족이 원칙이었다. 궁중에는 여인들이 쓰는 분을 만들던 분장(粉匠)이나 향을 만들던 향장(香匠)이라는 기관도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수 집단의 사람들만을 위한 한정된 생산이었다. 분장은 내의원에 소속되어 화장품용 분을 제작했으며, 향장은 향료를 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화장품이 세분화되고, 상업이 활발해지는 조선 후기에 이르면 가내수공업으로 화장품을 제조하여, 소비자가 주문한 만큼 덜어서 파는 경우가 많아졌고, 서울의 경우에는 분전(粉廛)이라는 가게에서 화장품과 화장 도구를 구입할 수도 있었다. 사고팔 때 화장품의 변질을 막고 귀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화장품의 용기는 대부분 차가운 성질을 가진 사기 재질로 만들어졌다.
 


요란한 치장보다는 조신하며 정갈한 여인의 덕목

 

조선은 유교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온 나라답게 검소하고 조신하며 정갈한 것을 아름다운 여인의 최고 덕목으로 칭송하고 있고, 지나친 화장이나 요란한 치장을 경계한 것은 사실이다.  

 

사대부들에 의해 성리학의 원리와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강조되던 조선 중기에는 여인이 얼굴 치장에 마음을 기울이는 것은 부덕한 것이라고 여겨 명예를 중시하는 양반가에서는 미안수를 만들기 위한 수세미를 집안에 심지 않는 것이 가풍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조선후기 실학자로 이름을 떨친 이덕무는 선비의 작은 예절이란 뜻을 가진 『사소절』이라는 책에서 도덕과 예절이 무너져 사회 전체가 피폐해져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여인의 지나친 화장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부인이 단정하고 부인이 정결함을 귀히 여긴다 함은 얼굴을 화장하여 남편을 기쁘게 함을 이름이 아니다. 화장하고 예쁘게 옷을 입은 사람은 요사스러운 여자요.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얼굴에 때가 있는 사람은 게으른 여자다.”라고 쓴 것이다.

 

하지만 누가 무어라 해도 아름다움을 향한 여성의 욕망과 노력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얼굴을 가꾸고 화장을 하는 것은 이미 심각한 정신질환이고 병이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의 화장과 얼굴 가꾸기는 깨끗하고 정갈하게 나를 가꾸어 다른 사람에게 보다 반듯하게 보이도록 하고 내가 지닌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려는 수준의 노력이 일반적이었다.

 

크기변환_여용국전(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jpg

조선시대에 안정복이 지은 『여용국전』

 

조선시대에 안정복이 지은 『여용국전』 이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여성용 화장품과 화장도구를 의인화(擬人化)하여 쓴 것으로, 거울ㆍ족집게ㆍ모시실ㆍ수건ㆍ경대ㆍ세숫대야 등의 화장도구와 분ㆍ연지ㆍ머릿기름ㆍ밀기름ㆍ향ㆍ미안수 등의 화장품 20여종이 등장한다. 간단한 내용을 살펴보면 “‘여자얼굴나라’라는 뜻의 여용국이 태평성대를 이루다가 여황제가 정사를 돌보지 않아 나라가 혼란에 빠졌고, 후에 마음을 고쳐먹은 황제가 여러 대신들에게 맡은 바 소임에 다하게 하였더니, 여용국이 다시 잘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설 속 내용은 아름다움으로 칭송받던 여인이 게으름을 피워 때가 끼고 머리카락에 이가 득실거려 볼품 사나워지자, 추한 자신의 얼굴에 반성을 하고 화장품과 화장도구로 외모를 가다듬어 다시 예전의 아름다움을 찾게 된 과정을 비유적으로 상징하여 표현한 것이다. 즉, 여인이 얼굴을 가꾸고 외모를 치장하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의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여자들은 모두 수줍고 꾸미지 않은 자연미인으로 유교적 덕목을 몸소 실천하며 검소, 검약하는 민낯의 신사임당이라는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꾸미지 않는 게 자연미인이고 화장을 안 하면 검소하고 정갈한 것이라는 편견도 버려야 한다. “조신하다”의 반대말이 “화장하다”는 아니다.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화장으로 외모를 가꾸어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극대화하고 싶은 여성의 마음은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계속 커져온 것이라고! 타임머신이 생기는 미래의 어느 날 신사임당이 사용하던 경대를 열어볼 수 있다면 그 속에도 고운 화장을 위한 분과 연지는 반드시 들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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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반주원

고려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진학했다. 외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한국사 및 통합사회 강사로 메가스터디, 비타에듀, 비상에듀 등의 유명 대형 학원과 EBS 등에서 두루 강의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전국 최고 사탐 강사 5인(입시타임즈 선정)에 뽑히는 등 수능 영역에서는 10년 이상 최고의 사회과 스타 강사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공무원 한국사 영역으로 강의 영역을 확장했으며, 현재는 TV 프로그램 ‘황금알’에 한국사 전문가로 출연 중이다. 『반주원 한국사』 시리즈, 『반주원의 국사 교과서 새로보기』, 『유물유적 한국사 1』 외 다수의 저서를 편찬·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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