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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의 수장, 가정의 가장

엘리자베스 2세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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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부터 현재까지 영국 여왕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인, 파란만장한 세월과 매력적인 미소를 뽐내는 노부인, 낭만적 연애 사건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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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상징이 된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탄 마차가 버킹엄 궁전을 출발해 화려한 기병 연대의 호위를 받으며 더 몰The Mall을 따라 서서히 움직인다. 인파가 몰려와 손수건과 국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지른다. 정각 11시, 마차는 화이트홀의 호스가즈 빌딩 앞 광장에 멈춰 선다. 백 명의 기마병이 화려하게 치장한 말고삐를 잡아당기면 포병들은 축포를 울리고 악단은 전 세계의 행진곡을 연주한다. 여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 퍼레이드의 이름은 ‘트루핑 더 컬러’로 해마다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거행되며 버킹엄 궁전의 발코니에서 왕실 가족들이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끝맺는다.

 

1926년 4월 21일에 태어난 요크의 엘리자베스 공주는 13살 때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 필립 마운트배튼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당시 공주는 이미 자신이 앞으로 아버지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삼촌인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의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을 사랑해 1936년 왕위 계승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1947년 11월 20일, 엘리자베스 공주는 필립 왕자와 결혼식을 올렸다. 필립 왕자는 결혼을 통해 에든버러 공작이 되었다. 22살의 공주는 멀리 여행을 다녔고, 운전 면허증을 땄으며, 자동차 기계공학과 자동차 운전 기사 교육을 받았다. 특이한 행보였다. 왕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군 복무도 마쳤다. 1948년엔 첫 아이가 태어났다. 왕위를 물려받을 왕세자 찰스였다. 1950년에는 딸 앤이 태어났고, 한참의 간격을 두고 아들 앤드류(1960년)와 에드워드(1964년)가 태어났다. 1952년 2월 6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여왕이 되었다. 1953년 6월 2일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열린 대관식은 텔레비전을 통해 온 나라에 생중계되었다. 여왕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영국 TV 사상 최초로 생중계된 이 대형 행사는 온 나라를 기쁨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후로도 여왕은 자주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의무에 충실한 여왕이 얼마나 ‘소박하게’ 사는지를 볼 수 있게 된 대중은 열광했다. 가족과 함께 윈저 성의 숲에서 말을 타고, 웰시 코기 종 강아지를 아끼는 모습은 일반 사람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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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버킹엄 궁전의 공원에서는 날씨가 아무리 나빠도 여왕의 ‘가든 파티’가 열린다.

 

 

다이애나, 비운의 왕세자비


그사이 엘리자베스의 장남 찰스 왕세자가 결혼 적령기가 되었다. 온 나라가 그의 결혼을 기대했다. 마침내 1981년 7월, 찰스 왕세자는 레이디 다이애나 스펜서를 아내로 맞이하여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982년에는 첫째 아들 윌리엄이, 1984년에는 둘째 아들 해리가 태어났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 생활은 파란만장했다. 신문, 잡지의 단골 먹잇감이 되어 찰스가 바람을 피운다, 다이애나가 거식증에 걸렸다 등 얄궂은 헤드라인들이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결혼은 오래 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결국 1996년에 이혼했다. 그 후 찰스는 2004년 4월, 오랜 연인 카밀라 파커 볼스와 재혼했지만 다이애나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1997년 9월 6일, 런던 거리에 정적이 흘렀다.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10시를 몇 분 앞두고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탑에서 조종弔鐘이 울리기 시작했다. 1997년 8월 31일,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장례 행렬이 켄징턴 궁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붉은 제복을 입고 검은 털모자를 쓴 12명의 근위병이 관을 호위했다. 파랑, 빨강, 금색의 왕실기로 감싼 다이애나의 관은 백합, 장미, 튤립으로 장식되었다. 전 세계인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영국인들은 다이애나가 윈저 성,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의 제물이었다고 생각했다. 여왕은 장례식 날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영국인들은 그 사실에 분노했다. “여왕은 차갑고 냉정한 여자다.” 언론이 술렁였다. 왕위에 오른 이후 여왕에게 닥친 최대의 위기였다. 그러나 다이애나의 관이 궁을 떠나던 순간 여왕이 그쪽을 향해 절을 했고 검은 롤스로이스를 타고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관저를 나섰다. 버킹엄 궁전에 조기가 걸리는 순간에는 수십만 인파가 모여든 하이드 파크와 런던 거리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이애나의 친구 엘튼 존이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피아노에 앉아 자신의 노래 <바람 속의 촛불Candle in the Wind>의 멜로디에 새로운 가사를 붙인 <영국의 장미여 안녕Goodbye England’s Rose>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모두들 마음 놓고 울기 시작했다. 다이애나가 죽기 전까지 살던 켄징턴 궁전에는 현재 아들 윌리엄과 왕세손비 캐서린이 살고 있다.

 

 

본문 속 장소 찾아가기


버킹엄 궁전
London SW1A 1AA
www.royalcollection.org.uk
▶지하철: 세인트 제임스 파크St James’s Park


웨스트민스터 궁전(국회 의사당)
Westminster, London SW1A 0AA
www.parliament.uk
▶지하철: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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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볼만멘델스존 저/장혜경 역 | 터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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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만나러 간다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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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마리나 볼만멘델스존

함부르크와 런던, 파리에서 문학사를 공부했고 파리 주간지 <슈피겔> 편집부에서 일했다. 여성 화가 파울라 모더존베커를 비롯하여 여러 인물의 전기를 집필했다. 도시의 역사를 만든 인물들(메리안 포트레이트) 시리즈의 《파리》 편과 여행 안내서 메리안 라이브 시리즈의 《파리》, 《함부르크》 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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