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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인공지능보다 무서운 인공의식”

『제3인류』 완결 기념 방한 지구와 인류의 진화는 늘 천착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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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구 역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종이고, 언젠가는 소멸하고 멸종될 수도 있습니다. 지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남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작가’라는 타이틀답게, 『제3인류』 완간을 기념으로 방한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스케줄은 놀라웠다. 입국에서부터 사인회, 프로야구 시구, 서울예술고 강연, JTBC <뉴스룸> 출연과 이세돌과의 만남까지. <채널예스>의 인터뷰에도 응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피곤한 와중에도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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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는 인간 전의 인류, ‘호모 기간티스’를 발견한 샤를 웰즈의 아들 다비드 웰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간이 점점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마침내 인간의 유전자를 사용해 신장이 17cm에 불과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해 낸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경제를 성장시킴으로써 발전한다는 자들과, 광신적인 종교의 길, 우주로 진출해야 한다는 사람 등 서로 다른 일곱 가지의 길로 인류를 인도하려는 자들이 각축하며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개미』 이후 항상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를 만족시켰던 작가의 이번 작품은 특히 ‘지구’에 집중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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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에 대해

 

『제3인류』 각 서문에는 ‘뱅자맹을 위해’, ‘프레데릭 살드만에게’, ‘상상력 리그를 위해’라고 쓰셨습니다. 이 분들은 누구고 작품에 어떤 도움을 줬나요?


뱅자맹은 어린 제 아들 이름이고, 프레데릭 살드만은 제 주치의입니다.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은 제 오래된 지인이기도 하죠. 상상력 리그는 스릴러와 SF소설을 쓰는 프랑스 작가들의 모임입니다.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서기 몇 년이 아닌, 독자가 책장을 펼친 순간으로부터 10년 후와 20년 후로 시대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상대적인 시간으로 배경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는데, 진짜 1984년이 되었을 때는 그 소설에서 명시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영화를 볼 때도 어떤 절대적인 시간을 상정하고 이야기를 풀면, 실제로 그 연도가 도달했을 때는 그 이야기가 아닌 거예요. 어떤 특정 연도를 정하면 실제 그 연도에 도달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이 전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2500년에 제 소설을 읽는다 해도 말이 되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일곱 개의 진영 중 호모 콘수메리스(Homo consumeris) 진영으로 불리는 각국의 지도자들은 더욱 많은 소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거라고 낙관합니다. 지금의 지도자들에 대한 풍자인가요?


현재 여러 국가들을 봤을 때 정치보다는 경제가 세상을 이끌어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가가 우주 사업을 주도하기보다는 스페이스엑스라는 민간 항공우주기업이 로켓을 발명하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들이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고, 국가 원수들은 사기업의 흐름에 편성해 따라가고 그 기술을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상황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기업들이다 보니 사람의 복지나 미래 전망보다는 기업의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이게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일곱 개의 진영이 서로 각축하면서 인류의 진화를 만들어 갑니다. 대량 소비, 종교, 기계 개발, 우주 정복, 수명 연장, 여성화, 소형화 등의 길로 나뉘는데요. 나중에 여덟 번째 선수로 등장하는 지구까지 합해 작가님이 가장 마음이 가는 쪽을 묻고 싶습니다.


가이아, 즉 지구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거대한 지구 위에 존재하는 작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인간은 지구 역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종이고, 언젠가는 소멸하고 멸종될 수도 있습니다. 지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남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지구는 인간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지구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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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나오는 여성주의자 진영은 현실 세계의 페미니즘과는 다른 정의에 의해 움직입니다. 현실세계의 페미니즘이 남성과 여성, 정상과 비정상 간의 격차를 없애는 이상이자 운동인 반면 책에서의 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이 남성을 지배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진 집단으로 나오는데요. 페미니즘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전세계에서 여성의 지위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이슬람을 비롯한 종교적인 이유들이 큰데요, 이슬람 종교에 따르면 어린 소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문제는 점점 더 많은 나라가 이슬람에 편입되면서 더 많은 어린 소녀들이 학교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파키스탄 출신 소녀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일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소녀는 다른 이슬람권 소녀들에게 학교에 가고자 하는 욕구를 부추겨줍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녀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양에서 하는 페미니즘적 운동만이 페미니즘이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같이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국가에서의 움직임이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형화(개미), 우주로의 탈출(빠삐용), 뇌 등 기존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소재가 『제3인류』에서도 나왔습니다. 일부는 같은 주제를 계속 쓴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이런 주제를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히 좋아하는 주제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개미나 페미니즘, 지구와의 소통, 종의 진화, 그리스 신화 등이 제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주제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품에 이 소재를 언급합니다. 돌고래나 한국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고요. 이 소재를 여기서 썼다고 다른 소설에 쓰지 말란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 세계관을 보여주는 소재이기 때문이죠. 그냥 제 스타일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같은 경우에도 시리즈마다 항상 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왜 같은 탐정이 등장하냐고 비판 받진 않잖아요. 그리고 항상 추리 소설에는 범죄가 등장하는데 왜 항상 범죄 이야기를 하냐고 말할 수 없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이유도 있고요. 그 작가의 스타일인 거죠. 『파피용』의 경우 우주 정복이 주 소재인데, 이건 미래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오히려 더 많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성냥개비 문제도 작가님의 이야기에 자주 나타납니다. 특별히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아뇨,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제가 그 수수께끼를 좋아합니다.


성냥개비 문제의 해답은 다 본인이 만들어내는 건가요?


아뇨(웃음). 그렇게 똑똑한 편은 아니라서요.


각 장마다 문장을 잇는 형식이 많이 보입니다. 가령 어느 장 마지막 문장이 ‘고통을 겪지 않으셨습니다’, 였다면 그 다음 이야기는 바로 ‘나는 고통을 겪었다’라고 시작하는 식으로요. 각 이야기를 한 번에 다 쓰고 나중에 잇는 건가요? 아니면 쓰면서 떠오르는 반대편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으시는지?


일단 다비드 웰즈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걸 개발하고 발전시킵니다. 그런 다음 가이아 이야기와 백과사전을 추가해서 덧붙입니다. 그렇게 첫 번째 틀을 만들고 재시작합니다. 그런 식의 반복을 열 번 정도 합니다. 다비드 웰즈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10번 정도 고치고, 가이아 이야기를 10번 고치고 하는 식으로요. 소설 한 권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10번을 쓰는 셈입니다. 그 10번의 글쓰기가 각각 다 다르고요. 물론 동일한 주제와 동일한 콘셉트 아래 씁니다.


『제3인류』를 쓰기 위해 참고한 책이나 영화가 있나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가 영감을 많이 줬습니다. <듄>도 그렇고요.


작가님 소설은 한국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유명합니다. 특히 이번 소설에 나오는 단군 신화 자료는 어떻게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도서관에서 문서와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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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앤 애프터

 

한국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3인류』의 등장인물 중에서는 프랑스 남자와 한국 여성 간의 로맨스가 짧게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건 ‘사심’으로 봐도 좋을까요?


(웃음) 소설에서 뭔가를 썼다는 건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쓰여진 거겠죠? 제가 생각하는 것들과 제 자신을 소설에 반영하는 편입니다.


“어떤 작품이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항상. 나는 결말 부분이 ‘마술’같이 보이길 원한다. 마술사가 모자에서 흰 토끼를 꺼내듯,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짠’ 하고 이루어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2009년 <채널예스> 인터뷰 중)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의 결말은 만족하시나요?


『제3인류』는 결말을 쓰면서 언젠가 여력이 된다면 후속편을 쓸 수 있게끔 결론을 지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깜작 놀라는 결말보다는 후속편에 해당하는 3부작을 나중에 이을 수 있게끔 열린 결말로 썼습니다.


2008년 월드사이언스포럼에서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출현에 대해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서 컴퓨터와 로봇과 같은 우수한 인공지능이 나온다 해도 사람에 미칠 수는 없을 것. 의식할 줄 아는 뇌의 능력은 인공지능과 처음부터 비교대상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최근 방한에서 40년 내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는 세계가 올 것이라 판단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처럼 꿈을 꾸는 로봇이 나옵니다. 지금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실 진짜 문제가 되는 건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서는 도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프로그래밍에 달려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존재에게 해가 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짤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인공 의식으로 가면 문제가 되는데, 기계가 의지를 가질 수 있게 되면 스스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기계가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사용할 지 결정하게 되겠죠. 우리가 흥미를 가져야 할 중요 문제인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10년 이내에 인공 의식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 멀지 않았죠.


2015년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넥스트 휴먼> 프리젠터를 하셨습니다.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잘 만들어진 좋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국 촬영 팀이 프랑스에 직접 오셔서 촬영을 했는데,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작업을 하셨죠. 그런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프랑스에서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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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쓰고 싶으신가요?


이미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두 개 정도 써 놨습니다. 이후에도 한국을 배경으로 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백 번쯤은 들으셨을 질문인데요, 한국 소설 중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있나요?


한국 소설은 제가 잘 모릅니다. 한국 영화에 오히려 더 관심이 많습니다.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었던 <설국 열차><올드 보이> 등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앞으로 집필 예정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가제이지만 『여섯 번째 수면』이라는 책이 곧 한국에 소개될 예정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출간되었고 한국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지금 한국에 와서도 계속해서 쓰고 있어요. 이번에 프랑스 돌아가기 전에 완성해서 메일로 보내야 합니다.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고양이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 보는 게 재밌을 것 같아 시작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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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이세욱 역 | 열린책들
류인류가 끝없이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치닫는 미래의 어느 시점, 기상천외한 시도로 그 위기를 넘어서려는 일군의 과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물학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들은 마침내 생명 공학의 힘으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기에 이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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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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