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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가습기 살균제

『균』 소재원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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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아내가 임신했습니다. 아내가 임신 소식을 알리자마자 저는 선물로 가습기를 사 갔습니다. 가습기를 틀어보기 위해 열심히 청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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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룬 소설이 출간됐다. 아동 성폭력 문제를 알린 소설 『소원』, 일상적 폭력과 권력을 다룬 『터널』, 일제의 만행을 그린 『그날』 등 항상 사회 불의에 비판적인 작품을 써오던 소재원 작가의 장편소설 『균: 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책이다.


『균』은 가습기 살균제로 딸과 아내를 잃은 아빠의 이야기이다. 영유아와 임산부 등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단지 마트에서 파는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는 이유로 숨을 거두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가능하게 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기업, 권력을 얻으려 이용하는 정치 등 한국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출간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인 작가 소재원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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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토대로 쓴 소설입니다.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때와,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년 5월 아내가 임신했습니다. 아내가 임신 소식을 알리자마자 저는 선물로 가습기를 사 갔습니다. 가습기를 틀어보기 위해 열심히 청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불현듯 5년 전의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였습니다. 제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두 번 다시 잊지 않기 위해 소설로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바로 집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기업과 정부가 합작해 국민의 건강과 억울함을 기만하는 내용을 읽다 보면 답답해집니다. 소설에 나오는 청문회나 기자회견 모습은 다른 사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슴아픈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경유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자체가 이미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다고 하셨죠? 맞습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너무도 흔한 모습이 돼버렸습니다. 대한민국과 대기업의 관계를 우리는 수도 없이 언론과 여러 매체를 통해 봐왔습니다. 부정부패가 익숙해져 버린 것입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부정부패가 익숙한 나라라는 사실이.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왜 일어나느냐고요? 질문에 이미 답이 있잖아요. 부정부패가 자연스럽고 익숙한 나라이니까요. 그걸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피해자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으셨을 것 같습니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를 꼽으신다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기는 아주 쉬웠습니다. 주위에 아기가 있다 치면 전부 가습기를 구입했었으니까요. 대한민국 아기가 있는 집, 즉 대한민국에서 가족을 구성한 전부가 피해자였습니다. 가슴 아팠던 이야기라 하면 지난날을 돌아볼 때였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볼 때 가장 가슴이 아프고 미안했습니다. 5년 동안 싸워온 피해자 가족들 덕분에 미래의 제 가정은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의 제 아들은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 소명이가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피해자들의 싸움을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제 가정을 지키고 아들을 지켜준 소중한 분들을 잊고 살았습니다. 최근에는 탈취제 품목까지도 위험성이 알려지고 있잖아요. 그것도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이슈가 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그분들 덕분에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피해자 가족들 덕분에 우리는 보호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의 아빠였을 소중한 가장들이 이젠 수식을 빼앗겼습니다. 남편이라는 수식을, 아빠라는 수식을 빼앗기고 처절하게 싸워가고 있습니다. 가장 아픈 이야기는 바로 그런 나, 그런 그분들을 돌아볼 때 매번 찾아왔습니다. 아버지라는 우리가 왜 이 땅에서 이렇게 억울한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지, 매번 한 자 한 자 적을 때마다, 지금까지도 마음이 아파옵니다. 더 아려오는 사실은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겁니다.


『터널』, 『나는 텐프로였다』, 『밤의 대한민국』 등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과 핍박받는 소수를 위한 소설을 많이 집필하고 계십니다. 소설을 씀으로써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잊지 않을 때 기적은 일어날 수 있거든요. 거창한 걸 바라지 않습니다. 기부나 시위 참여를 독려하지도 않습니다. 그건 제가 할 테니까요. 그저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제 소설을 읽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야기를 간직했으면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운동을 할 때였습니다. 영화 <소원>의 원작소설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를 출판했을 때이기도 합니다. 지식인들은 저보고 바보라고 했습니다. 특정한 법의 공소시효를 어떻게 폐지하냐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무식한 사람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런데 100만 명의 서명이 무식한 제 편을 들어줬습니다. 100만 명이 아동성범죄 사건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더니 매일 놀기만 하던 국회라는 권력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작품도 그렇습니다. 그냥 기억만 하면 됩니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만 한다면 기적은 반드시 일어납니다. 우리의 바람은 기필코 이루어집니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위원으로 국회의원들의 비도덕적인 문제를 처분하는 직분을 맡고 계십니다. 해당 업무를 하면서 목격한 국회의 모습에 대한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 것과 비슷합니다. 국회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우리 국민의 집단 기억입니다. 공통된 기억을 가지고 공통된 것에 분노할 때 국회는 그 사건을 적극적으로 다루려 합니다. 국회에 가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 이야기가 바로 언론입니다. “언론, 언론, 언론, 언론에서 이야기할 때, 언론에서 이야기하길, 언론의 관심사는, 언론이 바라는 것은……”이라는 말로 모든 말이 시작됩니다. 언론이 다루는 것은 무엇인가요? 바로 이슈입니다. 이슈란 무엇일까요? 다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억입니다. 우리는 언론을 움직일 힘이 있고 언론은 권력을 움직입니다. 우리가 집단적 거대 기억을 가지고 있을 때 국회는 아주 정의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할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그러한 시스탬을 갖추기 위해 외부인사인 저를 영입했습니다. 비리로 얼룩진 당이 아닌 국민에게 맞춰진 당이 되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제1야당의 엄청난 자료를 공개한 것입니다. 방대하고 어마어마한 자료가 정치와 전혀 연관성도 없는 저와 같은, 대중의 힘으로 먹고사는 펜을 쥔 사람에게 노출돼버린 겁니다. 더민주의 의원들은 그로 인해 국민의 요구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고 저는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국민들 다수가 기억하는 사건이라면 어떻게든 움직여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비스티 보이즈>, <소원> 등 작가님의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균도 영화 제작 준비를 마친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작품을 쓰실 때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쓰기도 하시나요?


사실 대한민국 작가들은 인간의 내면을 건드리는 소설을 주로 씁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플롯 중심의, 탄탄한 이야기 중심의 소설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빠르게 읽히는 문체를 좋아하고 대화체에 힘을 줍니다. 장면이 늘어지지 않고 군살 없이 넘어가면서도 많은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영화에서는 장점으로 적용됩니다. 굳이 시나리오로 새롭게 개발할 필요가 없이 책 자체를 시나리오화해서 가벼운 각색만 거치면 되니까요.


염두에 두신 다음 작품이 있나요? 다음으로 쓰고 싶은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이것 역시 실화인데 열심히 취재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오는 8월에 개봉하는 영화 <터널>의 원작소설 『터널』의 개정판 준비가 먼저 되어야 해서 아직 집필 계획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터널도 개정판 준비를 빨리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신작 『균』을 통해 지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환경운동연합과 옥시 불매운동을 진행 중에 있어서요. 당장은 쓰고 싶기보다 행동하고 싶습니다.
 
* 현재 저자 소재원은 아이의 100일 잔치를 대신하여, 가습기 살균제 피해 아기들을 위해 기부하고, 더불어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독자들과 함께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한 인증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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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원 저 | 새잎
『균』은 가습기 살균제로 딸과 아내를 잃은 아빠의 이야기이다. 영유아와 임산부 등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단지 마트에서 파는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는 이유로 숨을 거두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가능하게 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기업, 권력을 얻으려 이용하는 정치 등 한국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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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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