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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위저(Weezer)의 앨범 중 가장 뛰어난 앨범

위저(Weezer) - 〈Weezer (White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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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위저의 파란색과 초록색, 그 사이에 끼어있는 검은색을 추억하고 밴드에게 그 당시로의 회귀를 바라고 있다면 당장 그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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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는 명반이란 수식어가 붙은 초기작으로 연명하고 있는 동시대의 몇몇 밴드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지겹게도 회자되는 명반의 이름을 붙인 투어에서 매번 같은 레퍼토리로 공연하고 있는 밴드와는 다르게, 이들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찬란했던 파란색 명성에 걸맞은 음반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994년부터 밴드가 자신의 팝펑크 스타일을 아주 조금씩 수정해가며 내놓은 결과물이 안이해 보이거나 지겹기도 하지만, 위저가 어떤 밴드인가. ‘실험정신이 투철한 밴드’나 ‘매번 발전 중인 밴드’라기보단 ‘꾸준히 진행 중인 밴드’이지 않은가.

 

당연하게도 이 하얀색 커버의 음반에서 눈에 띄는 색깔 변화나 독창적인 실험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꼽아보자면 엉뚱한 감이 있는 「Thank god for the girls」 정도.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아냈던 전작 <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에 비해 한껏 가볍게 들리기도 하다. 대부분의 트랙이 ‘버스-후렴-버스-후렴-브릿지-후렴’로 이루어진 일차원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어 단조로운 감상을 주기도 한다.

 

허나 매 트랙이 머금고 있는 흡입력은 근래 위저의 음반 중 가장 뛰어나다. 아기자기한 멜로디를 쓰는 데 도가 튼 리버스 쿼모의 감각과 베테랑 멤버들의 완벽한 합은 초창기 부럽지 않다. 「King of the world」나 「Summer Elaine and drunk Dori」는 여전히 멋진 기타 리프와 뇌리에 박히는 쉬운 보컬 멜로디를 뽑아내고 있다는 증거이며, 「L.A Girlz」와 「Jacked up」의 너드(Nerd)적 발상의 가사와 멜로디는 밴드가 독자적인 스타일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음을 보이는 트랙이다. 게다가 어쿠스틱 사운드로 시작하여 화려한 기타 솔로로 끝을 맺는 「Endless bummer」의 환상적인 마무리까지. 35분 동안 딱히 이렇다 할 아쉬움이 떠오르지 않는다.

 

위저를 말할 때 <Weezer (Blue Album)>이나 <Weezer (Green Album)> 혹은 <Pinkerton>을 언급하는 것이 이제는 식상해졌다.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밴드는 ‘죽기 전에 들어야 할..’과 ‘90년대 명반 100선’과 같은 고리타분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밴드보단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끝내주는 음반을 만드는 밴드로 취급받아 마땅하다. 지금까지도 위저의 파란색과 초록색, 그 사이에 끼어있는 검은색을 추억하고 밴드에게 그 당시로의 회귀를 바라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


2016/05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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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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