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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나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책"

동화작가 김진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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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가장 즐겁게 느껴질 때는 책을 읽기 직전이에요. 도서관의 책장 사이에서 제가 모르는 수많은 책들을 바라볼 때. 제 앞으로 옆으로 뒤로 겹겹이, 조금씩 더 많아지며 뻗어나가고 있는 책들을 보면 저는 어디라도 언제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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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가장 즐겁게 느껴질 때는 책을 읽기 직전이에요. 도서관의 책장 사이에서 제가 모르는 수많은 책들을 바라볼 때. 제 앞으로 옆으로 뒤로 겹겹이, 조금씩 더 많아지며 뻗어나가고 있는 책들을 보면 저는 어디라도 언제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홀로 툭 터진 하늘 아래 서 있는 기분이에요.
 
요즘 제 관심사는 ‘재미’입니다. 놀기만 했던 어린 시절처럼, 오직 재미만을 위해 살았던 시절처럼 종일 뛰어다닌 몸 속에 무한히 흐르던 즐거움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어요.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든 모래밭에 털썩 주저앉든 연을 날리든 무엇이든 하고 놀면서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와 이탈로 칼비노의 『우주만화』를 다시 읽으면서요.
 
최근에 펴낸 『디다와 소풍 요정』에서 디다가 안고 다니는 귀신 랜턴 인형을 봐 주세요. 디다가 소풍 가는 내내 안고 있는 인형의 표정을, 그 똑같은 표정을 장면마다 보고 있으면 마지막 그림에서 마음이 뭉클해져요. 인형은 여전히 똑같은 표정일 뿐인데요.

 

 

명사의 추천

 

『노는 사람, 임동창』
임동창 저 | 문학동네

임동창 선생님의 놀라운 삶과 음악을 통한 생생한 사랑과 지혜가 쏟아져 나와요. 진정성, 진실한 사랑을 회복하면 모두가 천재라고, 자기 자신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세요. 완전히 에너지가 모아진 상태로 집중하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해요. 저는 글을 쓸 때는 잠깐씩 몰입의 상태가 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러지 못해요. 욕망과 불안에 휩쓸려요.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배우고 또 배웁니다. 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라비안나이트』
리처드 F. 버턴 영역/김하경 편역 | 시대의창

꿈은 끝나지 않아요. 누구도 깰 필요가 없어요. 여긴 비극, 희극, 광기, 사랑, 열정, 어리석음, 간교, 마술, 잔인함, 금기, 순수함이 있어요.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벗을 때까지 사람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세상은 이런 것이다 저런 것이다 하는 관념을 황당무계하게 뒤섞어요. "아, 뭐야, 말도 안 돼"하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자유로워져요. 꿈은 현실이 되고 우리는 잠든 적이 없어요.

 

 

 

『귀천』
천상병 저 | 답게

그때 사람들이 저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었어요. 아빠는 병원에 입원하셨고 저는 이런저런 걱정을 하면서 매일같이 병원을 오고갔어요. 마음이 한없이 움츠러들었어요. 저를 지키기 위해 천상병 시인의 시를 읽었어요. 볼펜으로 옮겨 적고 매직으로도 옮겨 썼어요. 색색가지 종이에 적어 커다란 판에 붙였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방에 스민 노란 빛 속에서 제일 먼저 읽었어요. 덧없이 맑은 세계에서 저는 비루한 채 무럭무럭 자랐어요.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아지즈 네신 저/이난아 역 | 푸른숲

터키의 대표적 작가 아지즈 네신의 유배 생활에 대한 회고입니다. 작가는 추운 호텔방에서 이틀간 배를 곯다 길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도망가요. 작가는 쫓아갑니다. 학창 시절엔 늘 작가가 달리기 경주에서 그를 이겼어요. 그러나 유배 온 부르사에서는 그를 따라잡지 못해요. 작가는 발이 미끄러져 나뒹굴고 친구는 멀리서 손을 흔들고 가버려요. 가슴 아픈 상황인데도 소리 내어 웃게 됩니다. 아지즈 네신의 삶과 글은 고통 속에서도 포복절도하게 합니다. 그만큼 순수합니다. "생각하고, 사랑하고, 웃는 것. 삶의 진실이란 이것이 전부가 아닐까요?"하고 아지즈 네신이 말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소년이 온다』
한강 저 | 창비

'한강'이라는 이름을 보고 책을 펼쳤어요. 작가를 좋아한다는 것 말고는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첫 장을 읽었어요. '눈을 크게 떠본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하는 문장들을 느릿느릿 따라갔어요. '오늘… 죽은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한 서른 명 될 거다'하는 문장에서 놀랐어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단번에 등장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다시 읽었어요. 무심코 지나쳤던 '도청 앞, 상무관'이란 단어가 뇌리에 꽂혔어요. 오월 광주였습니다. 너무나 참혹해서 정면으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오월 광주. 그러나 소설은 정면으로 광주를 보며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보여줍니다. 가장 연약해 놀랍도록 강인했던 사람들. 소설을 읽고 나서 오랫동안 눈이 부셨어요. 

 

 

영화 

 

『키리쿠와 마녀』
미셸 오슬로

작은 키리쿠가 아주 빠르게 뛰어다녀요. 다들 마녀가 못된 걸 당연하게 여기지만 키리쿠는 왜 마녀가 그렇게 심술궂은지 궁금해 해요. 산의 저 너머에는 아무도 못 간다고 하는데 키리쿠는 땅굴을 파서 가요. 땅굴을 파다 "너무 어려워. 계속 제자리 같아. 가도 가도 끝이 없네"하고 힘없이 말해요. 그때 벽을 한번만 더 깨면 새로운 길과 만날 수 있다는 걸 화면이 보여줘요. 그 장면을 보며 저는 기뻤어요. 제 앞에도 그렇게 얇은 벽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영화 속에 봄이 있고 여름이 있고 가을이 있고 겨울이 있고 그리고 봄이 있어요. 김기덕 감독이 계절별로 겨우 며칠씩 가서 촬영했다는 그 계절들 속에 수천 년 동안의 계절들이 전부 들어가 있어요. 봄은 지나가버렸지만 그리고 봄이 오면서 과거는 미래를 포함한 채 영원해져요. 뱀에 돌을 묶은 아이와 등에 돌이 묶인 아이와 불상을 끌고 올라가는 그가 그 계절들 속에서 살아가요. 영화를 볼 때마다 진짜 삶의 모습을 가깝게 멀리서 본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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