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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인공지능은 현존하는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 밀어낼 것”

유발 하라리 방한 기념 기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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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0~40년 후, 2050년대가 어떻게 됐을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단지 알 수 있는 건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그것 하나뿐입니다. 어쩌면 지금 아이들이야말로 선생님이나 연장자로부터 배워 인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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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박사가 한국에 왔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무엇보다 『사피엔스』에서 다룬 미래 전망, 인류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유발 하라리는 앞으로 30~40년 후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는 세계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거의 대부분의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쩌면 지금 아이들이야말로 선생님이나 연장자로부터 배워 인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 위기감을 전했다.

 

‘빅히스토리’ 『사피엔스』는 인류의 기원부터 인공지능까지, ‘사피엔스’라는 종(種)이 어떻게 살아남아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는지를 담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 독일, 중국, 브라질 등 세계 30여 개 국가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5년 말에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13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로, 초반에는 독자의 70%가 30~40대 남성이었다는 점,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한참 이슈일 때 일판매 최다부수 기록했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사피엔스』는 묻는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586쪽)이라고. 미래는 가까이 와 있다. 이제 인류는 어떤 미래가 될지 궁금해 하기보다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살아낼지 고민할 차례가 됐다. 유발 하라리 박사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에 얼마나 답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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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협이 되는 건 인공지능

 

중세전쟁사를 전공했다. 본인의 전공과 책을 쓴 계기와 어떤 관계가 있나?

 

그리 가까운 관계가 있진 않지만 중세전쟁사를 연구는 역사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대한 기초 도구를 제공했다. 전문학자로서 갑자기 인류 역사 전체를 공부할 수는 없다. 특정 과제를 선택해 역사학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기술을 배웠다. 결국은 이 기술을 훨씬 더 넓은 범위에 적용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 책을 쓰면서는 중세전쟁사 외에 생화학, 경제학, 인류진화학 등 많은 분야를 다뤄야 했다. 

 

박사가 경험한 기술 중 가장 크게 영향 주었던 혹은 놀라웠던 기술은 무엇이었나?

 

아마도 개인적으로 가장 영향이 컸던 기술이라면 항생제와 백신이 아닌가 한다. 이게 없었다면 어렸을 때 병으로 죽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 중인 여러 기술 중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

 

가장 위협이 되는 건 인공지능이다. 왜냐하면 권위의 원천이 인간에서 인공지능으로 옮겨가면서 인류 운명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길 가능성을 갖기 때문이다. 

 

기술 이용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인류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책에서 말했다. 그 현명한 선택이란 무엇일까?

 

기술 이용에 있어 현명한 선택이란 우리가 기술을 섬기지(serve) 않고, 기술이 우리를 섬기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종종 기술이 우리 인생의 문제에 답을 주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해서 기술이 우리 인생을 통제하도록 한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기술은 우리가 물은 질문에만 답을 한다는 점이다. 질문하는 것은 우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는 개인, 집단 모두 우리가 삶으로부터, 자신으로부터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데 있다. 심지어 인생의 목적을 기술이 정하도록 하는 경우까지 있다. 우리가 자신의 모바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시도해 보라. 어디까지가 모바일이 나를 돕는지 어느 정도라면 내가 모바일을 섬기기 시작하는지를 말이다. 

 

빅히스토리는 상당히 강자 논리를 정당화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 담론이 강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구화, 불평등을 강화할 우려는 없다고 보나?

 

제국과 제국주의, 불평등의 문제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제국과 제국주의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인류가 21세기의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전 지구적인 정치적 체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독재일 필요도, 폭력과 전쟁으로 만들어질 필요도 없지만 어떤 형태든 전 지구적인 정치 정책은 필요하다. 현재 인류가 마주한 지구온난화, 인공지능 등의 문제들은 모두 전 지구적인 것들이다. 지금처럼 200여 개의 독립국가로 분리된 정치 체계 하에서는 이런 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불평등 문제는 다른 문제다. 실제로 불평등 문제가 세계적으로 많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위협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신기술, 생명공학이나 인공지능 같은 기술 때문에 앞으로 불평등은 더 커질 것이다. 기술을 지배하는 아주 소수의 엘리트가 세상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사실 불평등 역시 인류가 마주한 전 지구적 문제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최근 있었던 ‘파나마 문서 스캔들’에서 볼 수 있듯, 조세회피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제 협력이 없이 단일 국가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강대국 중심이 아니라 소규모 집단 중심으로 개편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현재는 강자가 지배하는 전 지구적인 정치체계의 위협보다 인간이 흩어질 때의 위협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작은 집단의 문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 지구적인 문제, 가령 지구온난화를 이해할 수 있거나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는 농경부락이나 부족들이 제국 없이도 잘 살 수 있었다. 마을에서 마주할 위협이란 국지적인, 지역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굉장히 다른 상황이 됐다. 솔직히 현재 기술 정도 아래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멈출 유일한 방법은 경제성장을 멈추는 것뿐이다. 그러나 어떤 정부도 의도적으로, 공식적으로 기꺼이 경제성장을 멈추겠다고 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정부는 공식적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가장 큰 가치는 경제성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미국 자본주의, 인도는 힌두교, 이란은 이슬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이들 나라의 제1가치는 경제성장이다. 어떤 국가도 고의적으로 경제성장을 포기한다고 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개별 국가 위에 존재하는 전 지구적 힘, 정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러한 전 지구적 문제, 생태계 문제나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녹색당과 같은 대안적 정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탈노동으로 가는 경향에 대해서는?

 

녹색당은 무척 고무적인 정치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국이 자국의 정책을 결정하고, 경쟁하는 한 녹색당이 집권해도 생태계 위협, 지구온난화 같은 세계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래기술은 모르겠지만 현재 기술 아래서는 경제성장을 멈추지 않고는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는 없다. 어떤 정부도, 심지어 녹색당이 집권한다 해도 경제성장을 멈추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화가 날 것이고, 선거에서 질 것이고, 정권을 뺏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모든 중국인, 인도인, 아프리카인들이 미국과 똑같은 생활수준을 누린다면 세계경제는 무너질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미국이 먼저 그 자리에 갔다고 미국만 그것을 계속 누리고 우리는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반면 미국 대통령이 국민에게 생활수준을 낮추자고 했을 때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탈노동은 이 교차로에서 나오는 새로운 모델 중 하나다. 지금은 일을 해야 수입이 있다는 것인데 일을 안 해도 수입이 있는 모델이 있을까 탐색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례도 없고 현실적용 가능 여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새로운 모델이 근사해보여도 실험을 해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공산주의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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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필요

 

인공지능이 10년 안에 인류를 앞설 것이라고 보았다.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을 했으며, 구체적인 해결책이 있는지 답변 바란다.

 

10년은 좀 짧은 것 같고, 30~40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현존하는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을 밀어낼 것이라 예상이 된다. 새로운 직업이 생기겠지만 그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새 직업을 인간보다 잘 해낼 수 있을 테니 그 역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적 기술이 이런 부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란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생물학을 공부해보면 감정이란 영적인 신비한 현상이 아니라 생화학적 과정, 인간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해서 만들어진 생화학적 알고리즘이다. 때문에 인간의 감정지능이 인공지능보다 뛰어날 것이라 확신할 근거가 없다. 예를 들어 이미 인공지능이 감정을 알아차리고 분석하는 데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다. 얼굴표정, 목소리, 단어 선택 등을 분석해 인간의 감정을 분석하는 데 더 뛰어나다. 현재, 이런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없는 상태다.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적 모델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현존하는 모델은 모두 산업혁명시대, 농업혁명시대에 물려받은 유산이다. 산업혁명시대로부터는 사회주의나 자유주의를, 농업혁명시대로부터는 기독교나 힌두교를 물려받았다. 이런 것으로는 새로운 생명과학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직면할 수 없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녀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좋은 질문이다. 왜냐하면 현재는 학습하는 내용의 80~90%가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쓸모없는 것이 될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업시간이 아니라 휴식시간에 배운 것들이 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더 쓸모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교육체제는 지금의 정치, 경제 체제와 마찬가지로 산업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 건지 준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은 앞으로 30~40년 후, 2050년대가 어떻게 됐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단지 알 수 있는 건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그것 하나뿐이다. 어쩌면 지금 아이들이야말로 선생님이나 연장자로부터 배워 인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만일 아이들이 부모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 갔을 때 부모가 자기 경험에 따라 직업, 가족, 사랑을 가르친다면 그것은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상황이나 도전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늘 변화하며 사는 방법, 모르는 것을 마주하는 방법일 것이다. 지난 교육은 중요한 질문에 대해 존재하는 답을 가르쳐주고 성인이 됐을 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쳤다. 그래서 삶은 두 시기로 나뉘었다. 배우는 시기와 써먹으며 사는 시기로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 인류는 계속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굉장히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렵다. 15살 때 스스로를 새로 만들기는 쉽지만 50세에 스스로 다시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책에서 인류의 행복을 이야기했다. 지금 얘기로는 인간이 더 행복해지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심오한 질문이다.(웃음) 역사적으로 인간은 늘 주변을 바꿈으로써 행복해지려고 했다. 환경을 바꾸고, 경제체제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면 내가 드디어 행복해질 수 있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내면을 바라본다. 바깥세상을 바꾸는 건 많이 해봤다, 하지만 아직도 만족을 못 해, 이제 내면을 들여다보자,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생화학적 조성, DNA, 두뇌를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이 무엇을 성취하든 인간 본성은 무언가를 더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가 자기 마음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성취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인간 본성은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더 많은 성취를 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변하지 않으면 바깥세상을 얼마나 바꾸든, 내면을 얼마나 바꾸든 만족하기는 불가능하고, 갈망만 더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은?

 

나는 불교 전통에서 온 ‘위빠사나 명상’을 수행한다. 매일 두 시간 씩 명상한다. 매년 30일~60일 정도 명상 수행을 한다. 세상의 연락, 이메일이나 전화도 받지 않고. 이게 누구에게나 다 효과가 있을지 보장할 수 없지만 내게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내게는 이것이 집중력, 인생의 균형을 잡고, 나는 누구인가, 세상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를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신이 누구인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가를 모르고는 평화나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 

 

마음과 육체의 경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나?

 

마음은 지금까지도 과학이 이해에 실패한 주제다. 과학이 몸과 두뇌를 이해하는 것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마음이란 두뇌가 만들어내는 거라고 과학자는 가정한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수백만의 뉴런이 전기신호로 전달되면 분노나 사랑, 증오 같은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가정한다. 실제로 두뇌의 이 부분이 이런 패턴으로 불이 들어오면 화를 낸다, 이런 패턴으로 불이 들어오면 기쁨을 느낀다는 정도까지 정확히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수백만의 뉴런이 전기신호를 쏘는 것이 어떻게 이런 주관적인 감정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의식이 아직 없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이지 ‘인공의식’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아무리 힘세고 가장 강력한 컴퓨터도, 가장 발달한 소프트웨어도 의식은 0이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 경기할 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경기 도중 불안도, 이겼다는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결합의 파괴다. 지금까지는 지능이 높은 것은 늘 높은 의식수준과 함께였지만 이제 지능은 극도로 높은데 의식은 없는 상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영생, 불멸의 길로 갈 거란 전망을 했다. 박사에게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과학자들이 영생이나 불멸을 얘기할 때 알약을 만들어 그것을 삼키면 백만 년 산다, 이런 것은 아니다. 지금의 논의는 치료다. 가령 70세 사람이 병원을 가서 이 치료를 받으면 10년은 건강하게, 40년 된 몸으로 10년 더 살 수 있게 해주겠습니다, 이런 식이다. 대부분은 하겠다고 할 것이다. 다시 10년 후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지난 10년간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습니다, 이 치료를 받으면 20년 더 살 수 있습니다, 치료 받겠습니까, 하면 대부분은 또 네, 할 거다. 다음 세기쯤에는 이것이 가능할 정도까지 과학이 왔다 생각한다. 하지만 아마도 이곳에 있는 우리는 이런 혜택을 받기는 늦지 않았나 생각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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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류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누리고 있다

 

역사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역사적으로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굉장한 위기가 있었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경제 위기 심하고, 한국은 분단국가라는 특수 상황까지 있다. 이런 것들을 지나 어떻게 가야할지 많이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맞다, 새로운 모델은 큰 전쟁이나 갈등, 재앙의 결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산업혁명 때 20세기에 큰 갈등을 겪은 후 새로운 모델이 나왔는데 어쩌면 진보에 치르는 대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면 좋아질 거라 기대하지만 그것이 늘 혼돈을 불러오게 된다. 그것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까지는 죽음과 고통, 파괴를 불러오는 것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모델을 평화적으로 만들어 낸 반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핵무기가 나오고 그 대응으로 강대국이 짧은 시간동안 정치 지정학적 룰을 완전히 바꿔놨기 때문에 3차 세계 대전 같은 전쟁도 안 일어났고 1945년 이후 핵무기도 사용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봤을 때 현재 인류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누리고 있다. 이것은 많은 부분 핵무기 덕분이다. 인류가 핵전쟁이라는 도전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한 것을 보면 다른 위협적인 기술, 인공지능 같은 기술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20세기 가장 큰 혁명은 페미니스트 혁명이었다.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거의 모든 사회에서 늘 가부장제 체제였다. 여성은 열등하고 정치적, 사회적 낮은 지위를 누려왔다. 우리 세대가 완전한 남녀평등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스트 혁명은 어떤 사회적 혁명보다도 사회구조를 기본부터 뿌리 깊게 바꿔놓았다. 이것이 거의 평화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죽은 사람은 별로 없다. 

 

박사는 낙관적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은 출산율 문제가 심각하다. 몇백 년 뒤에는 한국인이 얼마 남아있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는데, 박사는 어떻게 낙관하나?

 

출산율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사람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좋은 소식이라 생각한다. 지구상에는 인간이 이미 너무 많으니까. 한국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저출산은 언제나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여성이 스스로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나온다. 생태학적으로도 70억 인구 대신 10억 인구라면, 좋은 소식이다. 한국도 과거에 지금보다 인구가 훨씬 적었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면 인구가 많고 불안하고 힘들고 문제가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간 인류는 늘어나야 한다는 게 주된 담론이었다. 인류가 줄어야 한다면 박사가 생각하는 인류의 적정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이 문제의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한 숫자를 댈 순 없지만 대부분의 전문가가 70억은 너무 많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많은 인구는 지구라는 행성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 행성으로만 봐도 인류 줄어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사피엔스 입장에서 『사피엔스』라는 책을 썼다. 얼마나 객관적으로 썼다고 생각하나?

 

역사가 완전 객관적이기는 불가능하다. 관점에 영향 받기 때문이다. 진실만을 얘기했다 하더라도 얘기한 것과 얘기하지 않는 것의 선택은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사피엔스니까 아무래도 사피엔스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일부러 다른 종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했다. 소, 돼지, 말 같은 다른 동물에게도 감각과 감정이 있다. 행복과 절망을 느낀다.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 같은 역사의 큰 사건들이 사피엔스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쓰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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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중국, 대만을 들렀다 왔다고 들었다. 책은 30개국에서 번역되기도 했다. 같은 책을 보더라도 나라별 반응에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중국, 대만, 한국에서 어떤 것을 느꼈나?

 

이것이 한국에서 하는 첫 인터뷰라 한국에서 어느 부분에 집중하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웃음) 그렇지만 오기 전에 했던 이메일 인터뷰를 보면,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핵심이 되는 큰 우려는 어느 곳이나 똑같았다. 모든 곳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불평등, 인류의 미래, 인공지능, 교육, 지구온난화를 걱정한다. 이것은 모두 전지구적인 문제다. 그러니 이스라엘, 멕시코, 한국 사람들에게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이런 측면에서는 차이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무엇을 보았나?

 

중국에서는 물론 지난 몇십 년 희망적인 면도, 긍정적 발달도 많이 있었다. 내가 1976년생인데 마오쩌둥이 죽은 해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과 76년의 중국을 비교해보면, 물론 지금도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지만, 엄청난 발전을 했다. 아마도 지금의 중국 정부는 중국 역사상 대량 기근을 마주하지 않은 역사상 첫 정부일 것이다. 지난 30년~40년간 중국인이 누리는 생활수준 향상은 놀랄 만하다. 또한 중국이 세계의 열강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중국은 책임감 있고 온건한 편이다. 남중국해 긴장 같은 것도 있긴 하지만 넓은 역사적 시각으로 다른 열강으로 떠오르는 나라들의 행동을 봤을 때는 중국은 상당히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편이다. 

 

신간 출간 예정이 있나?

 

영어로 9월 출간 예정이고, 한국은 번역 과정을 거쳐 1년 후 나올 예정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예측이나 예언서가 아니다. 인류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예언서라기보다 여러 가능성, 여러 기회, 여러 위협에 대해 접근하려는 시도다. 미래에 대한, 어떻게 행동을 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경로가 있을지에 대한 지도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진짜 무엇을 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지금 박사가 가장 천착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새 책을 막 끝냈다. 새 프로젝트는 『사피엔스』에 기반을 둔 아이들 역사책을 쓰는 것이다. 빅히스토리가 무엇인가를 10세~11세 아이들이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 쓰려고 하고 있다. 

 

한국 첫 방문이다. 인상이 어떤가?

 

베이징보다 공기 훨씬 좋다.(웃음) 이건 지금 나의 평소 목소리가 아니다. 베이징에서 심각한 목 문제가 생겨서 병원에 갔어야 했다. 그래서 거의 한국을 못 봤다. 공항, 병원, 이곳, 이렇게밖에 못 봤다. 지금까지 본 건 다 좋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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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스유발 하라리 저/조현욱 역/이태수 감수 | 김영사
멀고먼 인류의 시원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 끊임없이 진화해온 인간의 역사를 생물학, 경제학, 종교학, 심리학, 철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생생하게 조명한 전인미답의 문제작. 호모 사피엔스부터 인공지능까지, 기나긴 역사의 시간을 한 권으로 써내려간 문명 항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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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조현욱> 역/<이태수> 감수24,120원(10% + 5%)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과학은 모든 종교의 미래인가?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멀고먼 인류의 시원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 끊임없이 진화해온 인간의 역사를 다양하고 생생한 시각으로 조명한 전인미답의 문제작. 호모 사피엔스부터 인공지능까지, 역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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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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