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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과연 이혼을 했을까? (1)

조선시대에 이혼을 당하다? 기록으로 남은 남자 최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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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누구든, 언제든 이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면 자유롭게 이혼이 가능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반은 ‘그렇지 않다’, 일반민이나 천민은 ‘매우 그렇다’가 정답이다.

“나, 당신이랑 더는 못살아. 사랑하는 사람 생겼어. 이혼해줘.”

 

“뭐? 그럼, 우리 딸들은… 저 아이들은 어쩌고… 우리 어렵고 힘들어도 그동안 잘 해왔잖아… 여보… 정신 좀 차려! 엄마 없이 아이들은 어쩌라고…”

 

4주 후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해보자는 신구 선생님의 명대사로 세간의 화제를 낳은 드라마의 일부 같은 위의 대화는 사실은 조선시대에 있었던 이혼합의서에 나오는 문구를 토대로 각색한 것이다. 이혼합의서가 쓰여졌다는 사실이 워낙 충격적이었던 탓에 그 즈음 언론에서도 떠들썩하게 조명되었던 이 문서는 최덕현이라는 사람이 손으로 기록한 것으로,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내는 그간 나와 함께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동고동락하였는데 이제 나를 배반하고 다른 사람에게 갔으니 슬프도다. 아내와 낳은 두 딸은 장차 누굴 의지하여 자라야 하나 생각하니 눈물이 흐른다. 그녀가 나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칼로 죽이는 것이 마땅하지만 앞날을 생각하여 용서하고 엽전 35냥을 받는 걸로 영원히 우리의 혼인 관계를 파하고 위 댁(宅)으로 보낸다. 뒷날 이 일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기면 이 수기를 가지고 증빙할 일이다.”

 

을유년(乙酉年) 12월 20일 최덕현 수표

 

최덕현의-수표(출처-전북대학교박물관).jpg

최덕현의 수표. 출처 전북대학교 박물관

 

수기가 작성된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보건데 조선 후기인 것으로 생각되고 최덕현이란 인물은 평민이나 천민계층이었을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우리의 혼인 관계를 파하고 위 댁(宅)으로 보낸다”는 문장으로 미루어보면 그의 아내와 정을 통하고 데려간 사람은 최덕현이 ‘댁’이라는 높임 표현을 써야 하는 양반 신분이 아니었을까? 결국 이 문서는 최덕현이라는 남자가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남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35냥, 그러니까 오늘날로 치면 백만 원 정도의 저렴한 이혼합의금을 받고 써준 일종의 이혼증명서인 것이다. 두 딸을 버젓이 두고도 바람이 난 아내를 신분과 알량한 돈 몇 푼에 떠나보내며 굴욕적인 이혼증빙서류를 써주어야 했던 최덕현의 속은 얼마나 까맣게 타들어갔을까?

 

이 문서의 시대를 조선후기라 추정할 수 있는 이유는 문서 전체가 한문문법을 철저하게 지켜 서술되고 이름만 한글로 쓰인 점과 도장이 아닌 수장을 쓴 점은 일제강점기 이전 문서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국한문혼용문장체와 도장으로 이름 아래 날인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35냥이라는 부분에서 유추해보면 화폐를 세는 단위가 조선 시대는 ‘냥(兩)’이었으며 일제 강점기는 ‘원(圓)’이었으니 이 또한 일제강점기 이전임을 알려주는 증거가 된다. ‘을유년(乙酉年)’이라는 부분으로 함께 생각해보면 60년마다 같은 간지가 돌아오게 되므로 연대를 대략적으로 추정해보면 1885년(고종 22)이나 1825년(순조 25)으로 생각된다. 이보다 60년 전인 1765년(영조 41)로 보기에는 닥나무로 만들어진 수기의 종이 성분이나 보존 상태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최덕현을 평민이나 천민 계층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문서 전체가 한자로 작성되고 작성자의 이름만 한글로 쓰인 점과, 양반들이 사용한 일종의 사인인 ‘수결(手決)’대신, 문서에 손을 대고 그린 ‘수장(手掌)’을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단원-김홍도의-모당-홍이상-평생도(출처-국립중앙박물관).jpg

단원 김홍도의 모당 홍이상 평생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혼의 가능 여부? 칠거지악과 삼불거!

 

최덕현의 문서를 보며 조선시대에도 이혼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여자 측이 바람이 나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누구든, 언제든 이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면 자유롭게 이혼이 가능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반은 ‘그렇지 않다’, 일반민이나 천민은 ‘매우 그렇다’가 정답이다.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면, 기본적으로 조선시대에는 주로 남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주체였고 여자는 매우 수동적으로 이에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의 사회구조와 경제구조를 들여다보면 남성노동력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이어서 신분에 대한 기록이나 군역과 요역의 주체, 세금 징수의 주체가 모두 남성 일색이다. 그러니 여자들에게 이혼이란 직업생활이나 재혼처럼 생계유지를 위한 통로가 보장되지 않는 한 경제력 상실을 의미하는 일일 것이니 남자에 비해 함부로 실행하기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칠거지악(七去之惡)’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내칠 수 있는 일곱 가지를 부르는 말로 첫 번째, 시부모를 잘 봉양하지 못한 경우, 두 번째, 대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한 경우, 세 번째, 음란한 경우, 네 번째, 투기가 심한 경우, 다섯 번째, 나쁜 병이 있는 경우, 여섯 번째, 말이 많은 경우, 일곱 번째, 도둑질을 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사실상 적용기준이 주관적이고 애매한 데다가 남성 중심적으로만 짜여 있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을 그대로 적용해 밀려드는 이혼 신청을 다 들어주었다가는 자칫 남편으로 버림받은 여자들이 길거리에 넘쳐날 테고, 이들이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일에 종사하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몰고 올 엄청난 파장에 대해 조선사회가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남성 중심의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는 기준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방어규율로 ‘삼불거(三不去)’를 두었다. 

 

‘삼불거’란 남자가 처를 쫓아내거나 이혼을 요구할 수 없는 세 가지 경우로 첫 번째, 쫓겨나면 갈 곳이 없는 조강지처인 경우, 두 번째, 부모의 삼년상을 같이 지낸 경우, 세 번째, 가난할 때 시집을 와서 집안을 일으킨 경우가 해당되었다. 삼불거에 해당되어도 간통을 한 경우와 부모에게 불효한 경우는 예외로 두어 이 경우에는 처를 내치고 이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칠거지악과 삼불거가 들먹여지는 이혼 이야기는 주로 양반가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이고, 이마저도 가문의 명예와 사회적 지위 때문에 실제 이혼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양반가에서는 이혼 대신 한집안에 같이 거주하며 별거하는 ‘내소박’이나, 처를 처가로 내치는 ‘외소박’을 놓아 사실상 아내와 별거 상태를 유지하며 모질게 굴기도 하고, 소문이 두려워 소박을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무늬만 부부인 쇼윈도 부부로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따로 첩을 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부부 간의 일은 부부만이 아는 것이고 살아보지 않는 한 아무도 남의 일에 대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조선은 분명 일부일처제 국가지만 처첩제가 존재함으로 처는 한 명이지만 첩은 여러 명이 될 수도 있다는 함정이 여인들을 오늘날보다 더 가혹한 쇼윈도 부부의 삶 속으로 밀어넣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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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반주원

고려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진학했다. 외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한국사 및 통합사회 강사로 메가스터디, 비타에듀, 비상에듀 등의 유명 대형 학원과 EBS 등에서 두루 강의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전국 최고 사탐 강사 5인(입시타임즈 선정)에 뽑히는 등 수능 영역에서는 10년 이상 최고의 사회과 스타 강사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공무원 한국사 영역으로 강의 영역을 확장했으며, 현재는 TV 프로그램 ‘황금알’에 한국사 전문가로 출연 중이다. 『반주원 한국사』 시리즈, 『반주원의 국사 교과서 새로보기』, 『유물유적 한국사 1』 외 다수의 저서를 편찬·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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