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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부를 하는 것이 적당할까?

『효율적 이타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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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도우면 다 좋은 게 아니라, 수많은 생각할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효율적 이타주의자』는 윤리, 공리주의, 거시적 관점 등 다양한 시점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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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는 게 넉넉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남을 돕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은 언젠가 내게 재앙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호혜적 상호 이타주의’에 입각한 것이다. 이는 세상과 나 사이의 신뢰를 만든다. 이런 주고받기가 평소 좁은 세상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다 지치면서도 깊은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결단만은 내리지 않게 하는 힘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조금은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게 된다. 또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해야 하나?' 하는 망설임과 고민이 머릿속에 맴돈다.

 

하루의 일상을 상상해보자. 지하철 역에서 바로 옆에는 걸인이 구걸을 하고, 바로 옆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아프리카의 기아와 난민을 돕기 위한 모금을 한다. 뉴스를 잠시 보니 일본의 지진피해자들의 삶이 나오고, 옆 채널에서는 희귀병으로 치료를 요하는 저소득 가족의 어린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어디를 얼마나 도와야 하는 것이고, 어디부터 도와야 올바른 것일까? 동시에 ‘내 코가 석 자’라는 마음도 사라지지 않는다.

 

국내의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게 우선일까, 아니면 다른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돕는 게 맞는 것인가? 평생 모은 돈을 죽기 전 모두 기부한 김밥장사 할머니같이 모든 것을 다 남에게 주고 떠나는 게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할까? 그럴 용기는 나지 않으니 소액의 기부는 별 의미가 없는 걸까?

 

 

효율적 이타주의란 무엇인가

 

착하게 살고 싶고, 선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그러나 그 우선순위와 할 수 있는 최대선(最大善)의 정도에 대해서는 개인의 결정에 맡길 뿐이다. 그런 고민에 대한 상당히 흥미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 한 권 있다. 피터 싱어의 『효율적 이타주의자’(The most good you can do)』 (21세기북스)다. 저자는 프린스턴 대학 ‘인간가치 센터’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며 프린스턴대학교 생명윤리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실천윤리학 분야의 거장이자 동물해방론자로 2005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적 있기도 하다. 그가 예일 대학교 캐슬 강의로 진행한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가 무엇인지 다양한 윤리적 딜레마를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바는 단순하고 강력하다. 효율적 이타주의란 각자 할 수 있는 선(線)에서 선(善)을 최대화하는 것으로 개인이 감내하며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하는 수준에서 충분한 윤리적 삶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개인의 모든 삶, 인간으로서의 즐거움을 희생하는 극단적 이타주의가 아니어야 하고, 감성보다는 이성에 기반하고, 비용대비 효과에 집중한 냉철한 기부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일반적인 기부를 하는 결정 과정에서 다음 중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옳은 결정은 어떤 것인지 한 번 골라보기 바란다.

 

1. 아내를 유방암으로 잃은 사람이 유방암 연구를 후원한다.
2. 예술가를 꿈꾸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 유망한 젊은 예술가를 주로 지원하는 단체들에 기부를 한다.
3. 자연경관을 촬영하는 사진가가 국내 국립공원 보호를 위해 기부한다.
4. 나는 한국인이므로 최우선 원조 대상은 한국의 저소득층이다.
5. 나는 개를 좋아하므로 지역 동물보호소에 기부한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들은 다섯 가지 기부동기를 모두 반대한다. 모두 개인적인 ‘기질, 애착, 포부’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성적 사유를 위해서는 여기서 벗어나 평가를 해야 한다.

 

자, 이번에는 다음 두 가지를 비교해보자.

 

미국인 1인의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을 제공하는데 4만 달러가 든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트라코마로 실명하는 걸 막는데 1인당 20-100달러가 든다.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이때에도 자기가 사는 나라의 불쌍한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효율적 이타주의자의 관점에서는 4만 달러로 1명을 돕는 것보다, 적게는 400명, 많게는 2천 명이 실명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일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식으로 선진국의 자국 기부 우선주의에 단호하게 반대의견을 보인다. 만일 현금 1천 달러는 아프리카 가족에게 주면, 이 돈은 그들에게 6개월분의 소득에 준하므로 주택을 개량하고 작은 장사를 할 밑천이 되지만, 미국인 저소득층에게는 그저 한 달의 식비나 생활비로 소모되고 말 돈이기 때문이다.

 

이런 효율적 이타주의에 찬성하는 사람 중 몇 명은 기부단체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서 기부 받은 돈을 가장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곳들을 지정을 하는 ‘기브웰(Givewell)'이라는 기관을 설립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 자신이 평생 벌 돈을 계산하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출내역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꼭 필요한 경비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기부하는 균형예산을 만드는 삶을 살고 있는 여러 명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극단적 이타주의가 아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의 삶의 방식을 만들고 이를 통해 행복을 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삶의 궤적을 그리는 문제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20대 청년이 효율적 이타주의의 삶을 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수입에 비해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이 오면 고민을 할 수 있다. 아이가 없으면 더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때에는 이렇게 해결을 한다.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물론 기부할 돈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부모의 이타성, 너그러움, 기부마인드와 같은 문화가 아이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 가정이다. 그 결과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는 셈이 되므로 결과적으로 세상에 유용하다. 그러므로 양육에 들인 비용은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는 셈이고, 큰 이타주의의 한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모든 부분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봉사를 위해 개인의 작은 행복조차 부정하고 억제하면서 사는 삶’이 최선의 이타주의가 아니라고 분명히 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암에 걸린 소년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소액 기부를 해서 배트맨 분장을 하고, 쇼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감성적 접근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잣대를 갖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설득력이 있었다. 더욱이 자국민과 타국인, 인간과 동물의 구분 없이 고통이라는 것은 동등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그동안 우리가 은연중에 행동하면서 좋은 일을 했다고 개인적 만족을 얻던 일들이 특별히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커다란 시점의 전환을 주는 것만은 분명했다.

 

남을 돕는 일은 기쁜 일이며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큰 원천이 될 것이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는 윤리, 공리주의, 거시적 관점 등 다양한 시점에서 '무조건 돕는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 수많은 생각할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무리 ‘내 코가 석 자’여서 지금은 남을 도울 여력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매일매일의 삶에서 아주 작은 실천을 할 때 판단의 기준을 줄 책이라 믿는다. 갖고 있는 아주 적은 것을 나눌 때일수록 고민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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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이타주의자자피터 싱어 저/이재경 역 | 21세기북스
살아 있는 철학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이자 실천윤리학의 거장인 피터 싱어 교수의 신작. 사회의 도덕기반과 윤리 이슈들을 다루는 예일대학교 캐슬 강연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세계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사회운동,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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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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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효율적 이타주의자

<피터 싱어 > 저/<이재경> 역14,4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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