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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리 “화가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이유는 ‘책’”

일러스트레이터 백두리의 책과 그림 이야기, 『나는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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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중반이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 경험, 지식들을 바탕으로 해나가는 일들이 있고 이제까지 믿었던 것들이 있는데, 알고 보면 다 잘못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내가 이만큼 쌓아왔고 이제까지 믿어왔는데, 이제 와서 놓으라고?’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어쩌면 속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는 법을 잊어가는 게 어른이라면, 우리는 점점 완벽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안녕한가요?』는 제목만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삶을 잘 살아내기란 여전히 어렵고, 도무지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현실은 버겁고, 확신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나 짐짓 괜찮은 척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렇게 끊임없이 흔들리며 살아가는 오늘의 어른들을 위해 『나는 안녕한가요?』는 작은 위로를 건넨다.

 

일러스트레이터 백두리가 읽어낸 책과 그림들 속에는 당신과 나와 작가를 꼭 닮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어른으로 산다는 것』 등에서 그림을 통해 말을 건넸던 작가 백두리가 전작 『혼자 사는 여자』에 이어 다시 한 번 직접 쓴 글과 그림을 엮었다. 마치 나의 이야기인 듯 깊이 공감하게 되는 고백들이 가득하다. 그녀가 ‘위로 전문 그림 작가’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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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토닥이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나는 안녕한가요?』라는 책의 제목을 보면 저절로 스스로에게 묻게 되죠. ‘나는 안녕한가?’하고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렇죠. 특히 요즘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적인 구조도 그렇고, 안녕하지 못한 게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가잖아요. 그래서 나를 조금 더 돌아보자는 마음에서 책을 쓰기도 한 것 같아요. 힐링을 말하는 책들이 많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을 토닥여주는 걸 넘어서서 스스로한테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더 자극적인 것만 찾거나 누군가에게 충고나 조언을 들으려는 것에 멈추지 말고, 스스로 해결점을 찾고 토닥여주자는 의미에서 쓰게 된 거죠.

 

‘나는 안녕한가요?’라는 질문을 받으신다면, 작가님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대답은 자신이 어떤 곳에 기준을 놓고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은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안녕하다고 말할 것 같아요.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고 행복하니까요. 어떤 상황에서는 분명히 안녕하지 못할 때도 있고, 힘들거나 좌절할 때도 있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죠. 그렇지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번 일주일은 어땠는지 생각해 보면 ‘힘든 점도 있었지만 즐거운 일도 있었지,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만족을 느끼고 있고요.

 

전작 『혼자 사는 여자』는 블로그에 쓰셨던 그림일기가 바탕이 됐잖아요. 이번 책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출판사 편집자 분께서 제 블로그를 보시고 제안해 주셨어요. 제가 그 동안 작업했던 책들을 짧은 서평과 함께 써 놨거든요. 그 글을 보시고 시각이 재밌고 색다르다고 하시면서, 책에 대해서 조금씩 다른 시각을 보여주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원래 책과 그림을 좋아하니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블로그에서 개인적으로 작업하신 그림들을 보여주기도 하셨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리신 것들과는 많이 다른가요?

 

다른 부분이 있긴 하죠. 일은 확실히 일이에요. 출판사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줘야 되는 부분도 많고,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제 마음대로 재해석할 수는 없으니까, 어느 정도 틀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해왔던 작업 중에 착한 그림들이 많았어요. 다독이고 위로하는 그림들이요. 물론 저도 좋아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뭔가 다른 식으로 표출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다른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억압을 개인 작업할 때 풀죠. 예전에 전시회에서 보여드렸던 그림들은 색감을 훨씬 더 세게 쓰기도 하고 약간 부정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거나 위트가 가미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개인 작업을 할 때는 그렇게 재미 요소가 있는 그림들을 그리기도 해요. 그림일기도 그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그리는 것 같아요.

 

『골든애플』의 그림을 그리실 때는 ‘자기검열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도 받았다고 하셨어요. 책에서 그 글을 읽고 『골든애플』을 보신 분들 중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약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웃음). 그 작업을 할 때 ‘최대한 세게 그려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소설이 바탕이니까 그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평소에 제가 치유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 작업하다 보니까, 그림이 너무 쓸쓸해 보인다든지 색감을 조금 밝게 해달라는 요구들을 받을 때가 있어요. 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그런데 『골든애플』은 그런 욕구가 없었어요. 굳이 대중들한테 착하게 보일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장르에서 오는 재미였던 것 같기도 해요. 책에 따라 맞춰줘야 하는 부분이 있고, 덜 맞춰줘야 되는 부분이 있는 거죠.

 

그 결과 얻은 작품들은 만족스러우셨나요?

 

『골든애플』 때는 그냥 러프 스케치가 그대로 반영된 경우예요. 처음에는 표지만 작업하기로 했었는데, 다른 러프 스케치들도 좋아서 내지에 싣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죠. 원래 작업 과정에서 수정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도 없었고,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다 실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대부분은 제가 그린 아크릴화를 보시고 의뢰를 해주시는데, 『골든애플』 출판사에서는 그룹전에서 제 그림을 보시고 의뢰를 해주셨어요. 그런 점에서 기존에 해왔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기는 한데요, 저는 좋았어요.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잖아요. 걱정되는 부분은 없으셨어요?

 

저는 한 가지 이미지가 고착된 상태였거든요. 착한 그림, 따뜻한 그림, 힐링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인식되고 있었던 거죠. 어느 순간 그게 너무 부담이 되더라고요. 저도 사람인데 죄도 짓고, 그렇게 착하지만은 않거든요(웃음). 그런데 저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그림을 너무 많이 그리다 보니까 소재의 고갈도 왔고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확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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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리

 

‘30대의 오춘기’를 겪고 있나요?

 

때로는 “같은 자리를 맴도는 기분”,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쓰셨어요.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사실 해결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고요. 어떤 해결 방법을 찾으셨는지 궁금해요.

 

해결 방법이라기보다 다른 방법을 택했던 것 같은데요. 계속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틀을 깨고 나와서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시도해 보거나 아예 다른 기법이나 소재를 그려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한 장르에 너무 고착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인정을 받았고 사람들이 그런 그림을 계속 찾으니까, 계속 그 방향으로만 해보려고 했던 거죠. 『나는 안녕한가요?』에서 이야기하는 것들도 그런 내용인 것 같아요. 명예나 다른 여러 가지 것들 때문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못하고 있으면 차라리 한 번 저질러 보자는 거예요. 아니면 마는 거고요. 그게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이야기의 끝자락에 그려 넣으신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통과해야 할 문에 비해서 너무 큰 짐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을 그리셨죠.

 

그 짐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걸 수도 있고, 필요한 게 아닌데 집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걸 표현한 거였어요. 만약에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가져갈 수 있는 것만 남기고 어쩔 수 없이 몇 개는 버려야 하잖아요. 그렇게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버리지 못하고 있으면 결국 갇혀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요?

 

그때 글에 썼던 내용은 이런 거예요. 30대 초중반이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 경험, 지식들을 바탕으로 해나가는 일들이 있고 이제까지 믿었던 것들이 있는데, 알고 보면 다 잘못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내가 이만큼 쌓아왔고 이제까지 믿어왔는데, 이제 와서 놓으라고?’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집착이 있겠죠.

 

책에서 말씀하신 “30대의 오춘기”와도 맥락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에는 쉽지 않은 시기죠.

 

맞아요. 그렇다고 쭉 나아가지도 못하겠고, 그런 지점에 있죠.

 

뭉크의 「사춘기」와 함께 “30대의 오춘기”를 이야기하셨어요. 그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림을 보면 소녀는 경계선에 앉아 있는 느낌이에요. 정신적, 육체적으로 혼란스러워하고 한편으로는 경직된 느낌도 들죠. 우리 또한 사춘기를 겪을 시기에 그랬잖아요.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큰 혼란기는 없을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죠. 하지만 요즘 제 또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춘기 시절보다 더 혼란스럽고 때론 어지럽고 여전히 갈팡질팡하곤 해요. 어른이 되어 경계선을 넘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우리는 뭉크의 그림 속 소녀와 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알 수 없는 두려움 앞에서 경직되어 있는 모습이죠.

 

오춘기를 겪는 어른들의 고충이 있죠. “조심성이 생기면서 도전이 어려워진다”는 말씀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최근에는 팝적이고 패셔너블하고 캐릭터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주목을 받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 따라서 기법을 바꾸자니 내 가치관과는 다르고, 유행을 쫓는 것 같아서 싫고, 그렇다고 하고 있는 걸 계속 고집해서 밀고 나가자니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한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방향을 잘못 튼 건가, 그러면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항상 하죠. 되돌아가자니 ‘지금까지 쌓아온 게 있는데 다시 시작해야 되나’ 싶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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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리

 

다들 그렇게 사는 걸까요?

 

그런 것 같아서 ‘안녕한지’ 물었던 것 같아요. ‘겉으로만 잘 지내는 척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거죠.

 

『나는 안녕한가요?』를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질감이 주는 위안”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나만 이렇게 고민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에서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니구나, 원래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하기를 바랐고요.

 

그림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체적으로 보면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이나 행복을 찾기를 바랐어요. 『나는 안녕한가요?』에도 힐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이 있지만, 일상의 이야기들도 나오거든요. 한강에서 맥주를 마신다거나, 그림을 보고 ‘고양이를 키워 볼까’라는 생각을 한다거나, 그런 거죠. <무한도전>에서도 윤태호 작가가 이야기했었잖아요.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고요. 제가 그림일기에서 하는 이야기들도 다르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벚꽃을 너무 보고 싶은데 나는 일을 해야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웃고 좋아하는 걸 원하는 거죠. 하루하루 정말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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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리

 

 

서로를 ‘다독다독’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삽화를 부수적인 부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글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고 여긴 건데요.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런 느낌을 받으실 때도 있었나요?

 

저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자부심이 강해요. 저희도 화가이고 작가라고 생각하고요. 예전에 일러스트레이터는 예술계에서 가장 을의 대우를 받는 직업이라는 이야기가 기사에 나온 적이 있어요. 저희는 창의적인 사람들이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직업인데, 다른 사람을 서포트 해주는 존재처럼 대하는 클라이언트들도 있죠. 가장 중요한 건 편집자와 작가라고 생각하고요. 그래도 출판계에서는 작가로 대우해주는데, 대기업의 경우는 훨씬 심해요. 그림 그리는 기계처럼 대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부분 때문에 초반에는 힘들었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과 달리 매번 수정을 요구 받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했으면 순수 회화를 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하고요. 정말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하면 되죠.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제 그림을 훼손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내려는 거죠. 그 과정도 받아들이게 되니까 재밌어지더라고요.

 

『혼자 사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나는 안녕한가요?』의 모든 글과 그림을 혼자 작업하셨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만 그리실 때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시작할 때부터 제 글과 그림이 다 들어간 책을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확실히 제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 시너지가 훨씬 커져요. 더 합일화가 되니까요. 작업하는 입장에서도 훨씬 재밌고 애착도 더 크고요. 그래서 사실은 이런 작업이 훨씬 더 재미있기는 해요(웃음).

 

독자 입장에서도 글을 읽고 나서 그림을 보니까 울림이 더 길게 남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그러기를 바랐거든요. 요즘 글과 그림이 함께 실려 있는 책들이 많은데, 제 책의 그림은 조금 무겁고 순수 회화에 가까워서 걱정도 있었어요. 독자들이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다른 책들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건 싫었고 제 그림의 색이 조금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염려하면서도 밀고 나갔어요. 독자 분들이 그림을 보고 다양하게 해석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꼭 제가 의도한 대로 읽지 않으셔도 그게 좋아요. 오히려 다르게 해석하시는 걸 들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구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창의적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림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정해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세요?

 

제 직업이 그림을 그리는 거니까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그런데 저는 정답은 없다고 봐요. 똑같은 노란색을 보고도 누구는 발랄하고 귀엽다고 할 수 있고, 당시에 슬퍼하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그림을 슬프다고 느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자기 상황에 맞게 해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보시는 분들도 다양한 생각과 해석이 있을 수 있고 이렇게도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책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어떤 사람은 「모나리자」를 보고 명화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그 그림을 별로라고 느낄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해도 틀린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책에서 고흐가 첫사랑이라고 고백하셨어요. 고흐를 가장 좋아하세요?

 

지금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지만 계속 밑바닥에 깔려 있는 느낌일 수밖에 없죠. 첫사랑이니까. 『골든애플』에 발튀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요즘 한창 좋아했던 화가예요. 제가 그런 그림을 잘 못 그려서 그런지 반대라서 끌리더라고요. 『나는 안녕한가요?』를 준비하면서 그림을 많이 보다 보니까 처음 알게 된 작가도 있어요. 「그림의 노래 또는 노래의 그림」에서 이야기했던 미칼로유스 츄를료니스예요. 처음 그림을 봤을 때부터 너무 좋더라고요.

 

『나는 안녕한가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면 다독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나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에요. 마침 두 번째 장의 제목도 “다독다독, 도닥도닥”이더라고요(웃음).

 

맞아요. 네가 나를 다독다독해주고 내가 너를 다독다독해주자는, 그런 느낌으로 썼어요. 1장은 ‘내 안을 조금 들여다보고 스스로 내 상황이 어떤지 지켜보자’라는 이야기였다면, 2장은 거기에 대해서 위로해주고 다독다독해주는 느낌으로 썼어요. 3장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고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는데요. 어떻게 하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걸까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항상 자신을 책망하는 부분에서 만족을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 고통이 생기고 불안이 생기고요. 그런데 그냥 상황을 관망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는데 힘들어서 못 버티겠다면 그대로 두는 거고, 나아질 것 같으면 노력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기 전에 무조건 책망부터 하고 ‘나는 왜 이러지, 나는 안 될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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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리


서툶에 대하여

 

“서툶과 미숙함이 부끄러워 자책하게 될 때”마다 정이현 작가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을 떠올리신다고요.

 

『말하자면 좋은 사람』은 제가 신인 때 기획이 됐었어요. 작업 중간에 정이현 작가님께서 임신하셨고 글을 더 모아서 책을 내기로 돼서 공백이 있었고요. 그래서 몇 년이 흐른 뒤에 작가님께서 새로 쓰신 글들에 맞는 그림을 추가로 그리게 됐는데요. 이미 그려놓은 그림들과 톤을 맞춰야 하니까 예전 그림들도 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옛날에 그린 그림은 너무 창피할 것 같아’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생생하고 펄떡펄떡 뛰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추가로 그린 그림은 근래의 작업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주고요. 그래서 ‘내가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이렇게 소중하구나, 오히려 더 싱그러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안녕한가요?』를 쓰시는 동안에도 그때가 생각나셨나요?

 

저는 두 권의 책에서만 글을 써봤고 글을 배운 적도 없어서, 편집자 분들이 제 글을 보실 때면 너무 창피했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오히려 글을 배우지 않았고 초기이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다른 시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말하자면 좋은 사람』의 그림을 그릴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오히려 서툰 부분이 또 다른 매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는 어떤 분야에서 시작을 할 때 서툶에 대해서 창피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 시간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하죠. 나중에는 추억이 될 테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게 됐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 시작할 때는 자기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작업한 많은 치유 관련 책들 중에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이 있는데, 지금도 그 책의 그림이 좋아요. 많은 분들이 그 그림을 가장 좋아하시기도 하고요.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에 실린 그림은 우리가 치유 책에서 많이 봐오던 그림이 아니에요. 그래서 좋았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일부러 그렇게 그리려고 하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때는 잘 모르고 하고 싶은 대로 그렸던 건데 말이에요.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은 제가 내지를 처음 작업한 책이었어요. 그래서 남다른 애정이 있죠. 그 책 때문에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이후에도 치유 관련 책들에 그림을 그리게 됐으니까요. 사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자식도 있기는 해요(웃음), 그런 그림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림마다 좋은 이유가 다 있어요. 그래서 어떤 그림이 제일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꼽아보자면 지금 상태에서는 『나는 안녕한가요?』예요. 전부 아크릴화로 작업한 게 처음이어서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는데, 거기에 비례하나 봐요(웃음). 작년에는 온전히 이 책에만 매달려 있었어요. 글 쓰고 책 읽고 그림 그리는 데에만 시간을 썼어요. 그래서 애정이 가는 글도 많고 그림도 많죠. 당분간은 『나는 안녕한가요?』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이 아닐까 싶어요.

 

「쇼핑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어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나 소장하는 방식에 있어서 취향이 뚜렷하신 것 같던데요.

 

누구나 그럴 것 같은데요. 이번 책에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대부분은 소설이에요. 제가 소설을 제일 좋아하고 거의 소설만 읽거든요. 어떤 사람은 소설이 허구라서 싫다고 하는데, 저는 소설이 작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인물이나 대사, 문장 하나하나에 작가의 생각이 다 담겨 있잖아요.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느껴져요. 이어질 이야기를 혼자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요. 그래서 소설을 가장 많이 읽어요.

 

책에 대한 소유욕도 강하신 것 같습니다. 중고 서점에서 이미 절판된 책을 보고 잠까지 설친 적이 있으시다고요(웃음).

 

한때는 정말 많이 책을 사던 시절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쇼핑하면서 스트레스 푼다고 하는데 저는 서점에 가요. 표지가 예뻐서 사고, 알고 있는 작가의 신작이 나와서 사고, 그런 식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아지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읽고 나서 사자는 생각에 책을 사고 있지는 않아요. 『혼자 사는 여자』에서 힘들 때 서점에 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서점에 가는 걸 정말 좋아해요. 서점에 가면 요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종이의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림도 그리는 것 같아요. 요즘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데 저는 전부 수작업으로 하거든요. 부스럭거리는 촉감도 너무 좋아요. 그래서 서점에는 책을 사러 간다기 보다는, 놀러 가고 쉬러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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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단상들도 눈에 띕니다. 그 중 하나가 『냉정과 열정 사이-Blu』『오래 오래』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작가님께서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쥰세이보다 『오래 오래』의 가브리엘에게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아요(웃음).

 

그렇죠(웃음). 쥰세이 같은 남자는... 제가 아오이(『냉정과 열정 사이』의 여주인공)라면 상관이 없죠. 그렇게 한 사람이 오래도록 나를 잊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첫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그런데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웃음). 그리고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잊지 못하는 거니까 아름답게 보이는데, 현실에서는 제가 헤어진 연인을 못 잊을 것 같지도 않아요. 사실 『오래 오래』의 가브리엘에게도 부인이 있었는데 여주인공과 사랑하게 된 거였거든요.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어요. 그런데 전 부인을 사랑한 게 아니라는 식으로 나오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부인과의 관계를 정리한데다가, 부인과의 이야기는 짧게 나오는 반면 여주인공과의 사랑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지금 순간에 충실한 가브리엘의 사랑관이 제 인생관이랑도 맞았던 것 같고요.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다독여주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사랑도 마찬가지였던 거죠. 지나간 과거가 너무 힘들었던 게 아니라면 그냥 흘려 보내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좋지 않나, 라고 생각해요.

 

『나는 안녕한가요?』는 어떤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인가요?

 

저와 비슷한 30대 초중반의 분들, 어느 정도 자신의 일을 해왔는데도 여전히 불안하고 잘 모르겠고 힘들고 지쳐있는 분들과 같이 봤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으시면서 ‘내가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길이 그렇게 잘못된 것만은 아니구나’,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구나 힘든 길을 가는 거고, 나 또한 하고 있는 거구나’, ‘우선 나를 더 믿고 앞으로 나아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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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녕한가요?백두리 저 | 생각정원
지금의 나를 가장 솔직하고 가장 따뜻하게 위로하는 백두리 작가의 그림과 글, 《나는 안녕한가요?》. 저자는 그림과 책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벗어나, 그 작품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자신만의 그림과 글을 통해 ‘여기,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위로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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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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