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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1932년 퓰리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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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과 숙명적 굴레를 리얼리즘 서사로 표현하였으며, 중국인보다 중국을 더 사랑했던 사람이다. 미국 여성작가 최초로 노벨상과 동시에 퓰리처상을 수상하였으며, 인도주의적인 부분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한 방편으로 인종간의 이해를 위한 가교 형성에 헌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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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 만에 장로회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전도 사업에만 열중했기 때문에 집안일은 어머니가 도맡았다. 펄 벅은 1910년 대학을 다니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1914년 랜돌프 매콘 여자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열여덟 살 때까지 중국에서 자란 펄 벅에게는 중국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고향이요, 미국은 바다 저편에 있는 꿈의 나라에 지나지 않았다.

 

1917년, 훗날 중국농업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된 존 로싱 벅(John Lossing Buck) 박사와 결혼했다. 그들 사이에는 두 딸이 있었는데, 큰 딸은 극도의 정신박약아였다. 자서전에서 펄 벅은 큰 딸이 자신을 작가로 만든 동기 중 하나라고 밝혔다(백치 딸은 『대지』에 왕룽의 딸로 그려져 있다).

 

중국의 영혼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하게 예리한 작품을 그려내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은 중국에서 사는 동안 겪었던 역사적인 사건과 중국인 유모에게서 들은 많은 이야기들이었다. 국공내전의 와중에서 1927년 국민당 정부군의 난징(南京) 공격 때 온 가족이 몰살당할 뻔했던 위기를 체험하여 피치 못할 균열을 깊이 자각한 일도 창작활동을 시작하게 한 동기였다. 이 균열은 작품의 바닥에 숨겨진 테마로 흐르고 있다. 그녀는 평생 동안 이 균열을 메워 보려고 애썼다.

 

1930년 중국에서 동서양 문명의 갈등을 다룬 장편 데뷔작 『동풍 서풍』을 출판하였는데, 출판사의 예상을 뒤엎고 1년이 채 안 되어 3판을 거듭하였다. 이어 빈농으로부터 입신하여 대지주가 되는 왕룽(王龍)을 중심으로 그 처와 아들들 일가의 역사를 그린 장편 『대지』(1931년)를 출판하여 작가로서의 명성을 남겼다. 이는 『아들들』(1932년), 『분열된 일가』(1935년)과 함께 3부작을 구성한다.

 

1934년 이후로 펄 벅의 저서들을 출판해 온 J.데이 출판사의 사장 R.J.월시와 재혼, 미국에 정착하였다. 1938년에는 미국의 여류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대지』 3부작에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도 평화를 위한 집필을 계속하였는데, 중국에서 내란이 일어나 공산 정권이 들어서자 본의 아닌 귀국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전후의 황폐한 사회에 내던져진 전쟁고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쟁고아와 혼혈 사생아들을 위하여 펄 벅 재단을 설립하고 전쟁 중 미군으로 인해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태어난 사생아 입양 알선사업을 벌이는 등 직접 봉사 활동에 나선 것도 이 무렵부터의 일이다.

 

2차 대전으로 미국의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s, 전략사무국)에 중국 담당으로 들어오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후에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스스로 박진주(朴眞珠)라는 한국어 이름도 지었다. 한국 전쟁 후에 한국의 수난사를 그린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1963년)와 한국의 혼혈아를 소재로 한 소설 『새해』(1968년) 등 한국 관련 소설을 쓰기도 했으며, 1965년에는 다문화아동 복지기관인 펄 벅 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하였다. 1967년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심곡리(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10여 년 동안 한국의 다문화아동들을 위한 복지활동을 펼쳤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무명의 어머니를 통해서 영원한 모성상을 그린 『어머니』(1934), 아버지의 전기인 『싸우는 천사들』(1936), 어머니의 전기인 『어머니의 초상』(1936)과 『애국자』, 『서태후』(1956), 자서전인 『나의 가지가지 세계』(1954) 등이 있다.

 

펄 벅은 일생 동안 소설과 수필, 평론, 아동서적에 이르기까지 80여 권의 책을 집필하였으며, 5개의 장편소설만 존 세지스라는 필명으로 출간하였다. 또한 전 세계 다문화아동들을 위한 차별 없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다 1973년 3월 6일 81세로 사랑하는 아이들의 곁을 떠나 생가가 있는 그린힐즈 농장에 묻혔다.

 

 

펄 벅 작가의 대표작

 

대지
펄 S. 벅 저/장왕록,장영희 공역 | 길산

'푸른 눈의 중국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과 가까웠던 펄 벅은 평생에 걸쳐 작품 속에 중국에 대한 섬세한 이해와 애정을 풍부하게 담아냈다. 『대지』는 '1931년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펄 벅에게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겨준 대표작으로, 땅과 더불어 살다간 가난한 농부 왕룽의 삶을 웅대하고 감동적인 일대기로 그려내고 있다. 작품 속에서 왕룽은 흙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직한 농부의 전형이자, 넘치는 부를 얻게 되자 사치와 허영에 물드는 타락의 화신이며, 천재지변과 시대적 혼란 속에서도 가족과 땅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의지의 인간상으로 그려진다. 한 줌의 흙에서 시작한 그의 삶은 비통한 시련과 온갖 부귀영화를 두루 거친 뒤 결국은 땅으로 돌아간다. 온갖 환란과 덧없는 인간사에도 오직 땅만은 변하지 않고 영원을 누린다는 결말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돌이키게 하는 동시에 땅의 영원불멸성에 비해 너무나 유한한 우리의 짧은 생을 환기시킨다.

 

 

살아있는 갈대
펄 S. 벅 저/장왕록,장영희 공역 | 길산

1963년 미국에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어 『대지』 이후 최대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구한말부터 해방까지의 한국을 배경으로 김일한 가족의 4대(김일한과 그의 부친, 두 아들 연환과 연춘, 손자 사샤와 양)에 걸친 굴곡 많은 가족사를 유려하게 담아내 '펄 벅이 한국에 보내는 애정의 선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일본의 강제 합병, 항일 독립 운동, 세계 2차 대전, 남북 분단의 조짐 등 파란 아래 놓인 한 가족의 일대기는 도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개인의 삶조차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역사 속 개인'의 비극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말처럼 '용감하고 강인하며 감탄할 만한 낙천성으로 시련을 견뎌내는'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펄 벅이 평생 동안 천착했던 '휴머니티의 승리'를 역설적으로 상징함으로써 가혹한 역경과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고결한 사람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여신
펄 S. 벅 저/정윤희 역 | 길산

펄 벅이 생의 끝자락에 완성한 작품으로, 궁극적인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사랑에 관한 여러 가지 시선을 엿보고 있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의 중년 여성 에디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삶과 궁극의 사랑을 위한 한 여인의 자아 찾기 여정을 그린다. 숭고하고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에드먼드와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러 개의 사랑을 모두 받아들이며 각각에 풍성한 의미를 부여하는 에드윈, 사랑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리려는 자레드와 다양한 사랑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랑의 의미를 체득한 에디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사랑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교감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갈등과 혼란, 기쁨과 환희를 겪고, 자신의 새로운 존재감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생의 전반을 흐르는 사랑의 의미와 무게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싸우는 천사
펄 S. 벅 저/은하랑 역 | 길산

아버지를 회고하며 쓴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펄 벅은 아버지 앤드류가 남긴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평생을 낯선 중국 땅에서 헌신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냈다. 열여섯의 나이에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신학수업에 매진하던 앤드류는 아내 캐리와 결혼하자마자 중국으로 사역의 길을 떠난다. 낯선 중국 땅에서의 사역은 매일매일 고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앤드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구원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고난의 길도 거부하지 않는다. 신의 사역을 행하는 일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 그리고 평생을 그런 아버지의 완고한 뒷모습만을 보고 살아야만 했던 가족들의 외로움. 『싸우는 천사』에는 이러한 섬세한 감정들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기보다는 신의 사람이었던 아버지에 대해 자식으로서 품을 법도 한 원망 어린 관점은 작품의 곳곳에서 비춰진다. 그러나 점차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으로 바뀌어간다.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펄 벅 저/이재은,하지연 공역 | 책비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여성으로서의 책임'과 '여성에게 잠재된 위대한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격변하는 세계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모색한 펄 벅의 글은 오늘날 무한 경쟁 구도에 돌입한 한국 여성들에게도 놀랍도록 현실적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작가의 통찰력에 깊은 감탄을 하게 된다. 펄 벅은 남성과 여성이 완전한 자유를 누릴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과연 완전한 자유란 무엇을 뜻하는지,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검토해가야 한다고 여겼다.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안에는 시대가 던진 질문에 대한 펄 벅 나름의 대답이 담겨있다. 자유로운 성적 분위기 속에 선 미혼의 여성이 현명하게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지혜가 펄 벅 특유의 아름답고 자상한 필치로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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