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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독서를 통해 기꺼이 혼자가 되기를”

『혼자가 되는 책들』 모두들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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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독자 입장에서 접근한 책이거든요. 말하자면 옆에 있는 동료에게 말하고 있는 거죠. 알려주거나 강의해주는 책은 아니어서 입문서로 보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책을 이것저것 읽고 있는데 또 괜찮은 거 없나, 했을 때 저는 이런 것들 읽었는데 괜찮던데요, 하고 권해주고 싶은 그런 책인 것 같아요.

인터뷰 도중 ‘패키지 투어 가이드북’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과연 잘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예술서 담당 MD로 근무한지 오래, 『혼자가 되는 책들』의 저자 최원호는 비교적 ‘군소 분야’인 예술 분야의 책들을 가장 먼저 읽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혼자가 되는 책들』은 그가 <프레시안 북스>에 연재한 글과 좋아하는 책에 대해 새로 쓴 글을 모은 서평 에세이다. 클래식, 사진, 명화, 작가 등에 관한 최원호의 폭넓은 관심 덕분에 독자는 ‘혼자가 되는’ 멋진 순간을 경험하게 됐다. 이 안내서를 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듬어 나가는 일은 오직 혼자만이 가능한, 오롯이 자기만의 세계를 만나는 일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매혹의 순간, 시간에 묻힌 찰나를 발견하는 순간, 다른 세계와 내 세계가 만나는 놀라운 순간, 그 모든 순간을 만드는 책들이 세상에 있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러니 소망한다. 저자의 당부처럼, “기꺼이 혼자가 되기를”.

 

혼자가 되는 책들. 마치 수많은 평행우주처럼, 똑같은 책 속에서 서로 다른 삶의 단서들을 발견하고 그를 통해 더 멀리까지 자신만의 여정을 나아가는 사람들. 이 책을 읽는 이들이 그간 그러했기를,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독서를 통해 언제나 기꺼이 혼자가 되기를 바란다.(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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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두 번 하는 기분


한참 책 쓸 때 힘들었을 것 같아요. 직장 생활과 병행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지인들에게 한 얘기가 있었어요. 하루에 출근 두 번하는 기분이라고요. 집에 가도 별로 기쁘지 않아요. 원고를 써야 하니까요. 집에 와서 밥 먹고, 야구 보는 정도 시간 말고는 하루 종일 뭔가를 하고 있어야 했어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모르고 덥석 하겠다고 했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거 하면 안 되겠다고요. 가끔 묻는 분이 계세요. 그럼 또 책 쓰냐고요. 저는 안 돼요.(웃음)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면 모르겠지만 당장 ‘다음 책 해야지’ 이런 생각은 전혀 안 들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라고 얘기를 하죠. 다른 분들에 비해 유독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쪽 체질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했었죠.

 

연재라든지 다양하게 글쓰기를 해왔잖아요. 책 작업은 전혀 달랐나 봐요?


지금은 잡지 「미스테리아」에 글을 쓰고 있는데 그건 격월간이라 그나마 괜찮아요. 그렇다고 해서 미리 쓰는 건 아니지만(웃음) 고통의 빈도가 덜 하다고 할까요. 타고난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분들이 전혀 고통 없이 쓰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쓰는 걸 두려워하거나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요. 저는 보통 필자 분들에 비해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괴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욕심 때문일까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인가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요. 결과물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있었어요. 성격 문제인 것 같아요. 제 경우 쓰면서도 계속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고, 어떡하지, 잘 될까, 그렇게 근심 걱정을 하며 쓰는 스타일이거든요.

 

새로 쓴 글도 있지만 기존에 썼던 글이 대부분인데 그래도 그랬군요. 혹 그래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게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점이에요. 안 그럴 줄 알았어요. 3분의 2정도 썼고, 시간은 좀 있으니까 천천히 쓰면 되겠다 했는데 계획대로는 안 된 것 같아요. 처음에 고치면서 ‘이 정도였나?’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이대로는 책 내선 안 되겠다는 게 막상 고칠 때가 되니까 눈에 들어와서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글에서 안 좋은 점을 본 거잖아요. 나빴던 것을 빼거나 체크하는 것만 두 달을 하니 너무 자신감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래도, 계약이 됐기 때문에 하는 수밖에 없었죠.(웃음)

 

크게 손 안 댄 글도 있고요. 반 정도 새로 쓴 글도 있어요. 반 정도 새로 쓰는 건 그냥 새로 쓰는 것만큼 힘들더라고요. 책을 위해 새 글을 쓰고 이제 8할 정도는 끝나지 않았나 했었는데 50%정도 됐던 거였어요. 고치고, 빼고, 톤 조정도 해야 해서요. 연재할 때는 각각의 글이 아예 독립돼 있다고 봤어요. 각 글의 어조, 높낮이의 편차가 컸는데요. 책 분위기에 맞추고 조정하는 작업도 있었어요.

 

짓궂은 질문인 것 같아 나중에 물으려 했는데 지금 물어볼게요. 서점 MD입장에서 이 책은 어떤 것 같나요?


(웃음)종종 편집자 분들과 새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제가 ‘이 책 어떠셨어요?’ 물을 때가 있어요. 솔직히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을 때가 있는데요. 왜냐고 물어보면 교정을 너무 많이 봐서 재미있는 글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선다는 거예요. 마비가 된 거죠. 저도 지금 그런 것 같아요. 마지막 수정 과정에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던 것도 있고요. 일단 만듦새는 잘 나왔죠. 편집도 깔끔하게 됐고, 표지도 잘 됐고요. 이런 양식의 책이 특이하긴 해서요. 주로 예술 도서로 이뤄진 서평집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건 애초에 기획 단계에서 해볼 만하겠다는 판단을 하긴 했어요. 기획 자체는 재미있는 기획 같아요. 글에 대해서는 제가(웃음)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본문 디자인이 눈에 띄거든요. 행갈이를 독특하게 했더라고요. 어떤 의도였어요?


편집하신 디자이너 분의 판단이고요. 애초에 도판을 넣을까 말까 고민이 있었는데 안 넣기로, 텍스트만 보여주기로 했죠. 그런데 너무 밀도가 높게 편집하면 피곤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쉬어가는 페이지가 없기 때문인데요. 그런 부분을 좀 더 신경 쓰신 것 같아요. 여유 있는 느낌이 나게끔 잘해주신 것 같아요. 약간 미국식(웃음) 아메리칸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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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는 느낌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요?


종류에 따라 좀 다른데요. 어떤 작품의 어떤 장면(scene), 그런 것에 대해 기억을 오래 하는 경우가 있어요. 보통 기억력에 대해 얘기할 때 말하는 사람 이름이나 얼굴, 전화번호, 이런 것은 심각할 정도의 수준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대요. 어머니가 자주 얘기하셨어요. 길도 잘 잃어버리고요.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애가 없어서 돌아가 보면 길가에 앉아서 벌레 지나가는 거 보고 있고 그랬대요.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힘든 정도까진 아니지만 좀 죄송스러울 때가 있죠. 전에 만났다고 하시는데 잘 기억을 못해서요. 명사도 잘 기억을 못해요. 요즘 영화배우 이름도 잘 생각이 안 나서 검색을 자주 해야 해요.

 

찰나에 대한 장면 몇이 아주 생생하고 인상적이어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장면을 기억하는 것에 특화된 것 같아요. 대신 그 외의 보통의 기억은 낮은 편이에요.

 

달리 말하면 관심사에 대해서는 깊게 파고드는 면이 있는 거고요.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자기 관심사에 몰두하는 경향이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요. 혼자 뭐 하는 거 좋아하고요. 타고난 건지 이후에도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전공도 그래서 별로 돈이 안 되는 그런 걸 하겠다고 우겨 사진학과에 가게 된 거고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던 거죠.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관심사 목록도 재미있죠. 소설, 영화, 음악, 사진, 미술... 공통의 매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이것들의 어떤 점이 저자를 매료시켰는지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미미(美美)하우스(<프레시안> 연재 코너명)’를 연재할 때는요. 한 달에 한 편을 썼는데요. 가능하면 그달 안에 나온 예술, 대중문화 분야 신간 중 좋은 책을 한 권 골라 소개하자는 취지였어요. 취향이 어느 정도 반영되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적당한 난이도를 갖고 있으면서 가능한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소개하려고 했어요. 예술 분야 책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독자군 형성이 덜 돼 있는 편이잖아요. 말하자면 제가 1번 독자가 됐다는 느낌으로 쓴 거예요. 단행본 작업을 하면서 추가한 책들이 완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고른 책들이고요. 그래서 절판된 책을 소개한 부분도 있는 거죠.

 

일관된 정서가 있죠. 인생의 내려놓는 느낌(웃음)의 책들인 것 같은데요. 사실 예술 하는 분들이 궁극적인 성취를 거둬서 ‘이 정도 했으면 더 이룰 것이 없다’ 하고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거든요. 늘 진행 중에 종료될 수밖에 없는데요. 기본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슬픈 일이라곤 할 수 없어요.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 이룰 수 없는 단계에 다다르는 장면들에 그래서 눈이 가요. 마찬가지로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 어디까지는 내가 이해할 수 있지만 또 어떤 부분은 발을 들일 수 없는 영역이 있거든요.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을 둘 다 보면서 안타까움, 슬픔, 그런 걸 주로 느껴요. 제가 그런 정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책에도 그런 얘기가 많이 들어있는 것 같고요. 그것이 앞으로도 뭔가 감상할 때 가장 염두에 두게 되는 방향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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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것들 읽었는데 괜찮던데요


목차를 보면 ‘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독자를 안내하고 있거든요. 멋진 말이라 생각했어요. 자연히 저자가 처음 들어간 ‘문’도 궁금해지고요.


어릴 때 ‘디즈니명작동화’ 세트 전집이 있었어요. 제가 말을 못할 때부터 엄마나 고모들이 읽어주셨다고 해요. 그 책을 되게 오래 봤어요. 글을 배운 뒤로도 심심하면 계속 봤죠. 최초에 만난 이야기들이 그 시리즈였던 것 같아요. 일본 애니메이션도 있었고요. TV에서 해주던 <독수리 오형제> 같은 거요. 최초의 극을 경험한 거였죠.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은 보통 슬픈 이야기들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취향이 있지 않았나 싶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들려주세요.


<독수리 오형제>에서 2호기 에피소드예요. 혁이라고, 남박사 아들인데요. 옛날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그 여자친구가 악당의 편에 있어서 혁이와 둘이 결투를 해요. 결국 여자친구가 죽어요. 혁이는 이겼지만 씁쓸한 표정을 짓죠. 그때 제가 초등학교 1학년 정도였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애초에 알던 히어로의 세계가 무너졌어요. 왜 저렇게 영웅은 슬프게 살아야 하지,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그것도 오랫동안 남아 있는 기억이에요. 


공통의 감성이 느껴지긴 하거든요. 틈새에 민감한 것 같고요. 예술가를 읽을 때도 그렇죠. 예술적 성취, 화려함보다는 이면의 고민, 끝내 떨쳐내지 못한 것들에 관심을 둬요.


제가 그런 쪽에 좀 더 촉각이 곤두서 있는 것 같고요. 제가 그런 쪽에 경도돼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쪽을 더 보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됐죠. 제가 소개한 글을 읽고 그 책을 읽었을 때 독자 분은 저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걸 보진 않을 거예요. 생각보다 그렇게 슬픈 책 아니네, 이렇게 느끼실 수도 있고요. 어떤 책을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게 가능한가, 그런 고민을 서평 쓰면서 많이 했어요. 사실 위주로 쓰는 건 보도자료가 이미 있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겠죠. 그렇다면 첫 번째 독자가 돼서 느낌을 말해주는 대신 너무 거기에만 함몰되지 않고 책 전체 구성도 어느 정도는 병기해서 균형을 맞추자고 하고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저자와 전압이 안 맞았을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잖아요. 말하자면 최원호라는 안경으로 책을 엿보는 걸 텐데 반응은 예측할 수 없어요. 그런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저도 책을 파는 사람이니까요. 대상 독자층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됐었는데요. 연재할 때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 사이트에서 하는 거라 크게 의식적으로 난이도를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었어요. 물론 쓰다 보니 이분들이 예술 분야에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좀 더 소개를 해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답을 찾진 못했고요. 제 주변 분들의 취향도 천차만별이어서 감상적으로 썼다는 분도 있고, 너무 이론 얘기가 많다는 분도 있어요.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책이라면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니까 난이도가 있어도 상관없는데 다방면의 분야를 다루다 보니 대체로 일정 이상의 난이도를 갖는 게 무리한 기획이 아니었나, 그렇게 혼자 걱정을 하기도 했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쪽과 저쪽 극단의 반응이 있다는 게, ‘그럼 중간 잘 맞췄네’ 그런 생각 들기도 해요. 그런 생각은 의식적으로 해야 하는 거죠.(웃음)

 

책에서 다룬 분야에 있어 완전히 초심자인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렇진 않고요. 기본적으로는 장르를 불문하고 어느 정도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소설이든 에세이든 말이에요. 해당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제반 사항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 아니어서요. 같은 독자 입장에서 접근한 책이거든요. 말하자면 옆에 있는 동료에게 말하고 있는 거죠. 알려주거나 강의해주는 책은 아니어서 입문서로 보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책을 이것저것 읽고 있는데 또 괜찮은 거 없나, 했을 때 저는 이런 것들 읽었는데 괜찮던데요, 하고 권해주고 싶은 그런 책인 것 같아요.

 

책에 담은 글 중에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글은 뭐예요?


종종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요. 원고 작업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글이 뭐가 있는지 생각할 때가 있었는데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약간씩 바뀌는 것 같아요. 신기한 일이죠. 이제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약간 마비가 된 상태라서, 모르겠어요. 보통은 힘들게 써지는데 쓸 때 신나게 썼던 글이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에 대해 쓴 거거든요. 사연이 있는데요. 연재 당시 예술 분야 책을 다루는 코너를 하고 있어서 다른 장르의 책을 다룰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해 사이트 특집으로 필진들이 ‘올해의 책’을 꼽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어요. 담당자분이 거기는 꼭 예술 분야가 아닌 책이어도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청 신나게(웃음) 썼어요. 그런 경험이 별로 없는데 정말 즐겁게 썼던 기억이 나요. 읽은 분들도 그때 재미있어하셨고요. 실제로 책 판매도 올라가고 그래서 매우 다방면으로 보람 있었고,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판매가 올랐다니, 정말 기분 좋았겠네요.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도움이 된 것 같아서요. 반응을 보기가 사실 되게 어렵거든요. 인터넷에 연재되는 글에 반응이 많이 올라오는 편도 아니고요. 궁금했어요. 잘 되고 있는 건지, 자리만 채우고 있는 건지, 하고요. 판매가 유의미하게 올라오니까 그때는 충분히 기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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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잘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히 메아리가 많지 않아서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요. 더구나 많이 안 읽는 분야기도 하고요.


군소 분야라고 할 수 있죠.(웃음) 그런 기분 자주 느꼈죠. 연재나 계약이 좋은 이유는 그래서 침울해지건 의기소침해지건 어쨌든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거예요. 혼자 블로그에 쓰는 거였으면 아마 두세 편 쓰고 말았을 것 같아요. 당시 저보다 늦게 그 사이트에서 다른 분야 책을 소개하는 글을 시작하신 분이 있었는데요. 그분이 얼마 지나서 SNS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반응을 알 수 없어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제가 쪽지를 보냈어요. 다들 그런 것 같다고요. 그렇지만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는데요. 제 나름대로 기준을 세운 게 있었거든요. 정말 글의 질이 받쳐주지 못하고 안 되는 연재라면 담당 편집자나 기자 분께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면을 계속 준다는 건 어쨌든 평타 이상은 치고 있는 거니까 너무 개의치 말자는 거죠. 그만 하라는 말이 있기 전까지는 의심하지 말고 쓰자는 말을 전한 적이 있어요. 다들 겪는 문제인 것 같아요. 아마추어 분들도 다 마찬가지고요. 어느 정도의 작업량이 쌓일 때까지 버티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혼자서는 매우 힘든 거잖아요. 

 

태도에 관한 이야기네요.


요즘은 거의 안 하지만 MD들이 작가 인터뷰를 할 때가 있어요. 미란다 줄라이(Miranda July,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서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어보니까 가장 중요한 게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혼자서는 이 세계를 해쳐나가기 너무 힘들다, 서로 얘기해주고 격려하고 비판해줄 사람이 꼭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커뮤니티를 사실 찾기 쉽지는 않지만 찾아야 하는 것이죠.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혼자 벽을 보고 글을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는 어디로든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에요. 누구나 그런 것 같아요. 다들 잘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 책에도 적혀 있어요. 모두들 행운을 빈다고요.


습관처럼 하는 말이기도 한데요.(웃음) 거리감을 유지하는 느낌이기도 한 것 같고요. 상대에 대해 어느 이상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은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의 전체적인 정서도 그렇고요. 이것은 나의 독서고, 책을 소개했고, 그 다음은 여러분의 몫이라고요.

 

제목은 ‘혼자가 되는’ 책들이고요.


그렇죠. 각자 혼자가 되는 거고, 각자 즐거운 경험 하셨으면 좋겠다, 그 정도예요. 앞으론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이게 지금 사람들이나 세상을 보는 기조라고 할까요. 점점 모르겠는 게 더 많아지는 걸 느껴요. 시간이 갈수록 더 그래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아주 나쁜 일도 있죠. 직전 해에는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요. 저 역시 뒤를 돌아보면 인생이 이렇게 될지 전혀 몰랐죠. 그걸 계속 생각해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이 세계의 몇 퍼센트나 되고, 친구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되겠느냐 하는 것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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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고민하고 선택하며 사는 거잖아요. 확신하지 못한 채로요. 그 속에도 지향이나 일관된 방향은 있을 것 같아요.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살아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전공을 정할 때도 충동적으로 했어요. 사진학과를 들어가기 전까지 카메라를 한 번도 안 써봤거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입사도 충동적으로 했고요.(웃음) 인생에 대해 생각은 많이 하죠. 근데 막상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을 했을 때는 생각과는 전혀 관계없는 길을 가고 있더라고요. 그것도 제가 인생에 대해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평소에 책도 읽고, 전공 공부도 재미있게 하고 그랬던 것들이 있으니까 이런 책도 나온 거잖아요. 다만 좋아서 준비 비슷한 것을 본의 아니게 하고 있던 셈이 된 거죠. 연재를 결정할 때는 그래서 이전과 좀 달랐던 것 같아요. 그 마음가짐이 첫 연재글에 담긴 것 같은데요. 그게 『내 사진을 찍고 싶어요』에 관한 글이에요. 그래서 ‘자기소개’도 들어간 거죠.(웃음)

 

다음 책, 당분간은 힘들겠다고 했지만 언젠가 책을 쓴다면 어떤 모습의 책을 쓰게 될까요?


잘하는 걸 써야 하잖아요. 많이 본 것들에 대해서 써야 할 텐데요. 그렇게 치면 클래식이나 사진에 관한 것이지 않나 싶어요. 둘 다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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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는 책들최원호 저 | 북노마드
『혼자가 되는 책들』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하고, 그 책에 대해 쓰는 걸 좋아하는 남자 최원호의 편력을 숨기지 않은 ‘서평 에세이’다. 말하자면 독자들에게 보물섬의 좌표를 알려주고, 거기에 보물이 있다는 증거로 내가 먼저 그 좌표에 다다라 찾아낸 작은 보석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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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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