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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과 ‘화살표’가 함께 있는 현대판 ‘징비록’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김형오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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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그들을 귀감이나 반면교사로 삼았다면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좀 더 바람직한 리더십을 보였을 것입니다. 우리가 반복되는 비슷한 사건 사고에서 매번 당하기만 하는 것은 사회 전체가 심각한 불감증과 건망증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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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박고 또 빼기도 하는 장도리 같은 글들을 모은 정치 시사 칼럼집입니다. 애정 어린 질책, 대안을 제시한 비판, 해법이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새봄에 낸 책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를 지인들에게 보내며 동봉한 편지의 한 대목이다. 이 부분은 책의 성격을 대변한다. 부연하자면 과녁을 향해 정확하게 화살을 날리되, 화살표까지 동시에 제시하려고 한 책이다. 현대판 징비록이랄까. 진영 논리와 집단 이기주의의 늪에 빠진 기득권 세력에게 강펀치를 날린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궁금증에 저자를 인터뷰했다.

 

 

독자 리뷰에 저자가 댓글로 답하다

 

독자가 쓴 YES24 리뷰(3월 13일)에 ‘호야’란 아이디로 직접 ‘졸저 비판 댓글에 대한 댓글’이란 만만찮은 분량의 답글(3월 15일)을 올리셨습니다. 거의 전례가 없어 신선한 충격이었는데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쓰신 글인가요?

 

제가 좀 유별난 저자인가 봅니다(웃음). 그 독자분(citybard) 리뷰도 꽤 길었는데 쓰다 보니 제 글은 훨씬 더 길어져 있더군요.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깊어서인지 출간 이후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제 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리뷰를 남기셨더군요. 저와는 견해가 다른 부분이 많아 제 생각을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다만 저도 해명할 부분이 있어 답글을 쓰게 됐지요. 이런 식의 의사소통과 다양한 생각의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더 나은 통찰을 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북 리뷰도 핫 이슈 기사처럼 댓글을 통한 토론이 좀 더 활성화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 인터뷰를 읽은 독자들이 그 댓글 토론에 동참해주면 좋겠네요. 책을 보면 지도자의 덕목으로 경륜과 권위, 품격과 도덕성을 꼽으셨습니다. 또한 한국 대통령의 자질로는 포용력, 설득력, 열린 마음, 애국심, 비전, 정의감, 염치 등을 제시했습니다. 각 덕목에 대해 예시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경륜과 권위, 품격과 도덕성은 미국이나 한국의 대통령은 물론 국가 지도자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기본 덕목으로 따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자질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만 좀 더 부연하자면 이렇게 얘기하고 싶군요.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함께 가는 정치적 포용력, 특정 정파나 일부 국민의 일방적 주장이나 무리한 요구를 양보 혹은 포기토록 만드는 설득력, 아첨과 충정을 가려내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의 긍지를 채워주고 기꺼이 국가에 헌신하게 하는 애국심, 실현 가능한 꿈과 희망을 제시하는 비전, 국법의 준엄성과 함께 인간적 배려를 잃지 않는 정의감, 무엇보다 스스로 반듯한 삶을 살았는가를 늘 성찰하고 때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염치…. 이렇듯 국민 통합과 자기 정화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갔으면 합니다.

 

리더십을 키워드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부시의 대책과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닥쳤을 때 오바마의 활동을 비교하셨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위기 극복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다고 하셨는데, 국가적 재난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원인과 국가의 수장이 시도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오바마와 부시의 리더십, 그 차이점은 재난이 닥쳤을 때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가깝게 현장에서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며 앞장서 싸움으로써 불안감을 몰아냈는가로 갈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들을 귀감이나 반면교사로 삼았다면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좀 더 바람직한 리더십을 보였을 것입니다. 아베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국민 단합과 지지율 상승의 지렛대로 삼았듯이 말입니다. 우리가 반복되는 비슷한 사건 사고에서 매번 당하기만 하는 것은 사회 전체가 심각한 불감증과 건망증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부터 솔선수범과 진정성, 모성애적 포용력을 아우르는 변화된 리더십을 발휘하며 우리 국민에게 잠재된 위기 극복의 에너지를 결집시키고 분출해내야 합니다.

 

국회 상임위원장과 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을 거쳐 국회의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국회의장에게 필요한 덕목과 후임 국회의장들에게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취임사에서 “흑백 정치를 청산하고 컬러 정치를 열자.”라고 제안하였으며, 제 국회의장 시절 연설문집 제목은 『소통하는 지도자, 상생의 리더십』이었습니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갖지 않는 것도 여와 야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갖고 그런 소통과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취지가 아니겠습니까. 노력은 했지만 잘되지는 않았어요. 또 하나, 국회의장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삼권 분립 국가인 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군요. 특히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말입니다.

 

국회에 상당 기간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언급이 부담스럽고, 민심이 정치인을 등질 때면 자괴감을 느낀다고 책에 쓰셨습니다. 본인이 국회에 있으면서 제일 후회스러웠던 일과 제일 잘한 일을 꼽으라면 무엇입니까?

 

킴벌리 커버거의 잠언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참 명언입니다. 인간이 하는 일에 왜 후회나 미련이 없겠습니까. 특히 개헌을 못 한 것은 참으로 아쉽습니다. 2008년 국회의장에 취임하자마자 개헌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끝내 못 이룬 것이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4년 뒤인 2012년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같은 해에 치러 그때가 개헌의 적기였거든요. 저로선 최선을 다했지만 힘이 모자라고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후회보다는 미련에 가깝겠군요. 정치권에 있으면서 제일 잘한 일은, 글쎄요, 한 가지만 꼽기는 애매하지만 미국 퀄컴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국제재판을 하여 승소해 2억 달러가 넘는 외화를 벌어들인 일이 기억납니다(졸저 313쪽). 찬사도 많이 듣고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죠. 개인적으로는 스캔들이나 게이트에 단 한 번도 연루된 적 없이 무탈하게 20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한 점이 스스로 대견스럽습니다.

 

오랜 시간 정치 일선에 있다 ‘호모 아카데미쿠스(공부하는 인간)’로, 또 배우는 사람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되셨습니다. 현재 하는 공부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뒤늦게 빠진 인문학에 재미가 들려 있습니다. 인간과 역사와 문명을 보는 눈이 좀 더 맑고 깊어지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고전(古典)은 무궁한 지혜의 샘인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결국 인문학이란 ‘사람 수업’이고 ‘인생 공부’임을 깨달았습니다.

 

몇 권의 수필집을 비롯해 2012년 말에는 『술탄과 황제』란 책도 내셨습니다.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신 셈인데, 은퇴와 노후를 걱정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버킷 리스트, 그러니까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써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설령 도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꿈과 희망에 몇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제가 아는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버킷 리스트의 주인공은 김구 선생님입니다. 백범의 버킷 리스트는 오직 하나, 첫째도 ‘대한 독립’, 둘째도 ‘우리나라의 독립’, 셋째도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었으니까요. 저는 프루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늘 가슴 한 기슭에 묻어 두고 살아왔습니다. 제게 그 길은 작가의 길이었습니다. 프루스트를 다시 인용하자면,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아직 눈앞에 있어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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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나라인가김형오 저 | 21세기북스
이 책은 지난 2년간 발생한 주요 정치 현안 및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소견과 대책을 모은 칼럼집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병리와 적폐를 아프게 지적하고 날카롭게 해부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진정 누구인가를 준엄하게 물으며 참된 리더십의 핵심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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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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