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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L, P, J의 후속작을 기다린다

예스24 직원들이 기다리는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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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후룩후룩 대충 하시고, 창작 활동을 해주시기 바란다. 출판사에서 독자 대상으로 농번기 때 일손을 구하는 이벤트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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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정리하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궁금해졌다. 지난해는 ‘문학 실종’이라고 불릴 만큼, 눈에 띄는 작가가 적었다. 올해는 다행히도 중견 작가들의 신작이 대거 출간될 예정이다. 윤대녕 작가가 11년 만에 장편소설 『피에로들의 집』을 펴냈고, 구효서, 정유정, 김숨, 편혜영, 김중혁, 장강명, 김언수, 김경욱 작가가 신작을 펴낼 예정이다. 독자들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새 책을 읽기도 하지만, 신뢰하는 작가가 신작을 냈을 때 한없이 반갑다. 그리하여 책을 좋아하는 예스24 직원 8명에게 물었다. “당신이 기다리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정의정 뉴미디어팀 사원은 이렇게 응답했다. “이영도 작가님, 농사는 후룩후룩 대충 하시고 창작 활동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독자 대상으로 농번기 때 일손을 구하는 이벤트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습니다.” 부디 작가들이 이 기사를 보길 바란다.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독자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본다면 반가운 글감이 떠오를지 모른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전지연 도서사업3팀)

영미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읽은 건, 한 추천글 때문이었다. ‘미국 작가의 911 테러, 가족이야기’라는 다소 뻔한 요소들이 포진된 작품이었지만, 나는 이 묘한 작품에 한껏 매료됐다. 다소 실험적인 방식으로 기술한 페이지가 있어, 독자들은 인쇄가 잘못된 건 아닌가? 착각할 수도 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나보다 한 살 많다. 2002년 작 『모든 것이 밝혀졌다』가 그의 데뷔작인데, 이 작품으로 가디언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도 읽었다. 국내에서는 2011년에 번역 출간됐다. 작가는 채식주의자의 입장에서 육식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 책 또한 매력적이었다. 나는 여전히 육식을 선호하지만,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작품은 또 읽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번역된 작품이 없었다. 하여 그의 아내인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를 읽었다. 부부의 취향은 대개 같지 않을까? 하는 예상 때문이었다. 소감은 이렇다. “음, 결혼할 만하다. 서로 존경하며 살 수 있겠어”라며 부러워했다. 그 이후에는 『픽션』이라는 단편이 번역되기는 했으나, 본격적인 장편을 만날 수는 없었다. 미국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겠지만, 번역본을 읽을 수 밖에 없는 독자로서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신작을 몹시 기다리고 있다.

 

 

이영도
(김병희 도서사업본부)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프리퀄을 쓰고 계시다는 소문, 저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 쓰신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삭제하신다는 끔찍한 소문도 들었습니다. 이영도 작가님, 지우지 마시고 출간해주세요, 제발, 플리즈. 단편, 장편 가리지 않고 장르도 따지지 않습니다. 『SF 단편선』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꼭 버리셔야겠다면 차라리 제게 버리십시오. 저만 읽고 반드시 폐기, 삭제하겠습니다. 키탈저 사냥꾼의 전설, 죽기 전에 꼭 읽고 싶습니다.

 

 

아르토 파실린나
(이윤정 뉴미디어팀)

TV 속 북유럽의 오로라를 봤다.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비행기표 대신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책을 꺼냈다. 그의 책을 읽으면 북유럽 특유의 차가운 블랙유머와 핀란드의 숲과 호수를 만날 수 있다.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은 국내에서도 인기 있었던 『기발한 자살여행』이다. 그의 블랙유머 코드의 포인트는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다. 선의가 악이 되고 악의가 선이 되기도 하는. 핀란드에서는 매년 아르토 파실린나의 신작을 기다린다고 한다. 나도 그의 다음 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인생이 어차피 의도한대로 되지 않기에. 의도치 않은 상황들에 하하하 웃고 지나 갈 수 있는 유머감각이 필요할 때다.

 

 

박민규
(한지인 공연사업팀)

2011년, 친구가 소개해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책을 통해서 '박민규'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됐다. 취업 준비로 힘들고,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움에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며 겨우 잠이 들던 시기였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뒤돌아 보지 않고, 뒤따르는 쥐들이 서로를 다치게 한다"는 말이 내 머리를 때렸다. 나도 피리 부는 사나이 뒤를 따르는 쥐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했으니, 이 정도는 벌어야지. 혹은 이 정도 회사는 다녀야지 라는 생각이 은연 중 내 행동을 가로막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편하게 잠이 든 건. 그리고 묘하게도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랬다. '인생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이후, 박민규 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힘들 때 찾았던 것 같기도. 그리고, 지금은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다. 박민규 작가님, 제 부름이 들리시나요? 들린다면 응답해주세요.

 

 

이융남
(양찬 도서2팀)

2014년, 50년 동안이나 베일에 가려있던 공룡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가 밝혀져 많은 공룡 학자와 공룡 팬들이 열광했다. 그 연구를 주도한 이융남 박사의 신간을 기다린다. 연구하느라 바쁜 분의 책을 굳이 기다리는 건, 전작 『공룡 대탐험』을 즐겁게 읽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을 위한 공룡 책이 적은 도서시장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생생한 경험이 어우러진 『공룡 대탐험』은 무척 반가웠다. 그런데 이 책이 출간된 건 2000년,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그 사이 언론에 기고한 글을 모은 『이융남 박사의 공룡이야기』도 나왔고, 다큐멘터리, 강연, 어린이 공룡책의 감수와 번역 등으로도 그 이름을 접할 수 있었지만 아직 『공룡 대탐험』을 잇는 새 저서 소식은 듣지 못했다. 언젠가는 변화한 공룡상, 드라마틱한 필드워크 이야기가 담긴 신간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오쿠다 히데오
(유승연 뉴미디어팀)

대학생 시절, 무료한 나에게 색다른 기운을 불어넣어준 책이 있었다. 바로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인 더 풀』. 이 책을 읽다 보면, 정신병 아닌 정신병에 시달려 '이라부'를 찾는 환자들이 등장한다. 의사 이라부는 환자들에게 황당한 치료법을 던져주지만, 결국 완치시킨다. 아, 이런 명의가 있다니! 그를 보며 나는 너무나 통쾌했다. "인간은 좀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게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이라부. 나는 이 말을 듣고, 조금 더 유연해지고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웃을 일이 없을 때는 오쿠다 히데오를 떠올린다. 흥미진진한 서스펜스도 좋지만, 다시 이라부 의사를 만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라부 특유의 사이다 웃음이 절실하다. 기다릴게요. 이라부! 부탁해요, 오쿠다!

 

 

정유정
(최성열 마케팅본부)

몇 해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을 가지고 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3박 4일 동안 여행은 뒷전이었고, 한 순간도 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재미를 느꼈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정유정의 신작 『28』도 한 달음에 읽었다. 그녀의 소설은 기발하면서도 힘있는 스토리,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매력적이다. 특히나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스토리는 남성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그녀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 정말 궁금하다. 2013년 『28』 출간 이후, 여행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펴낸 정유정의 소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영도
(정의정 뉴미디어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내용을 숙독하기보다는 책 마지막 장을 덮겠다는 일념으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듯이 후룩후룩 페이지를 넘길 때가 많았다. 그러나 『드래곤 라자』 이후로 같은 내용을 몇 번씩 돌려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으니, 이영도는 적어도 누군가의 안 좋은 증상을 고치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다. 악마 같은 과수원에 매여 새로운 세계관을 만나는 즐거움이 오랫동안 없었다. 농사는 후룩후룩 대충 하시고, 창작 활동을 해주시기 바란다. 출판사에서 독자 대상으로 농번기 때 일손을 구하는 이벤트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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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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