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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이 어때서! (2)

장르소설을 여행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 : 덕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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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덕후라면 장르소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터. 그리하여 고심 끝에 준비했다.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리포터단이 추천하는 세 가지 소설 『뿌리깊은 나무』, 『28』, 『라플라스의 마녀』를 이미 섭렵했다면 당신은 장르소설 덕후, 그 이상일 수도.

예스24 대학생 리포터단이 장르소설을 추천합니다.

 

 

장르소설 덕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책을 선정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다. 준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진 ‘덕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고, 희소성 있는 보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고민한 끝에 필자가 만난 작품들은 장르 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것들이다.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책들이니 부디 많은 덕후의 선택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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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이정명 『뿌리 깊은 나무 1,2』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팩트 픽션) 소설인 『뿌리 깊은 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역사에 추리력을 자극하는 사건들이 결합되어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2006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으며 2011년 SBS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더욱 화제가 되었다. 최근, 새로운 표지의 개정판을 출간하여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 작품은 무모한 듯 뜨거운 열정을 가진 채윤이 궁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한 사건의 증거를 모으기 위해 수학, 천문학, 성리학 등 다양한 학문이 함께한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이어질 때, 앞서 언급된 지식은 이야기의 복선이 되어 독자를 끌어들인다. 개성 강한 인물들의 두뇌 싸움과 진한 의리, 은은한 사랑이 촘촘한 잘 녹아 든 『뿌리 깊은 나무』는 반전으로 마무리되어 끝나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여기에 역사소설로서의 가치를 더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유산인 ‘한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흘렀을지 이 소설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 그들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뜻이었다는 주제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과거의 것을 지키려는 이와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이의 갈등, 조공국의 비애가 그 어떤 교과서보다 생생하다. 뭔가 특별한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을 때,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조선 시대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다 읽은 후에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묵직함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재난 : 정유정 『28』

 

가슴 끝이 저리는 긴장감, 현실적인 디테일, 압도적인 스케일을 선사하는 콘텐츠를 즐겨 찾는다면 반드시 이 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예스24 네티즌 올해의 책 시상식>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정유정 작가의 『28』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의 이기심과 그로 인한 광기가 독자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개 번식 사업을 하던 중년 남자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한다. 병에 걸린 개에 물린 이후로 눈이 빨갛게 붓고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증상을 보이는 그를 구하기 위해 구조대원들이 출동하지만, 그들 역시 속수무책으로 병에 걸리고 오래 가지 않아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전염병은 겉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응급실 간호사 수진의 병원에까지 손을 뻗친다. 소방대원인 기준은 자신이 보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내와 딸을 화양 시 밖으로 내보내려 하지만 정부에서 도시를 봉쇄해버리고, 화양 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정유정 작가의 치밀한 준비성과 문장력 때문일까, 읽는 내내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이는 고어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에서 오는 찝찝함이다. 주변에서 곧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 이런 사건을 겪으면 나 역시 인간의 이기심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책이다.

 

 

미스터리 :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의 마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 『방과 후』 이후 통산 80번째 작품으로 꼽히는 신간 『라플라스의 마녀』는 ‘가도카와 쇼텐 출판사’ 창립 70주년 기념작이면서 동시에 데뷔 3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물리학 이론인 ‘라플라스 이론’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총 40장이나 되는 다소 방대한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으로 여전히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갑작스레 몰아닥친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어린 마도카. 그 후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평소 알고 지내던 기리미야 레이의 연락을 받고 수리학 연구소로 찾아간 전직 경찰 다케오는 마도카를 경호하는 일을 맡게 된다. 십 대 소녀를 경호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던 다케오는 그녀의 주변에 있으면서 기이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그 시간 외진 온천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유명 영화감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죽음이 젊은 부인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한 형사 나카오카는 화학 전문가 아오에 교수를 찾아가 자문을 구한다. 우연히 여러 사고가 겹쳐 만든 단순한 해프닝일 것이라고 단정 짓던 아오에 교수는 또 다른 온천에서 비슷한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본격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연현상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요인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순간 사건 현장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마도카와 마주치게 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명색이 장르소설 덕후 편인데, 우리나라가 사랑하는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틀을 깨고 싶었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이공계 출신 작가의 글답게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과 앞에서 언급한 ‘라플라스 이론’ 등 물리학과 수리학, 뇌 의학 등이 활용되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이끌어 나간다. 과학적 배경 때문에 소설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막상 부딪혀보면 하나도 어렵지 않은 소설이다. 걱정과는 반대로 매우 흥미로운 소설이다. 뼛속까지 문과인 필자도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에 침질하며 술술 읽었던 책이다.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모든 매력요소를 이 책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덕후들을 포함하여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신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3월이 되면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다른 것을 하기엔 주어진 것에 적응하는 시간도 부족하지만, 의무감이든 자발적이든 바쁜 와중에 반드시 책을 읽고 싶다면 주저하지 않고 장르소설을 보길 권한다. 한번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마성의 장르 소설과 바쁜 3월을 함께 한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에게 보다 유익한 스트레스 배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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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민아(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잘 보고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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