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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Hidden Alley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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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이 익선동 골목에서 주춤한 듯하다. 종묘와 낙원상가 사이, 복잡다단하게 얽힌 골목에는 1920년대부터 서민이 살던 한옥이 빛바랜 채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이 길은 한 낡은 세탁소에서 시작한다. 오랜 한복집이 여전히 영업 중인가 하면, 어느 집은 버려졌고, 또 어떤 한옥은 복고에서 새로움을 찾은 이에 의해 트렌디한 숍과 카페, 레스토랑이 됐다. 이곳은 서울이 잊고 있던 기억이자 새로운 동네다.

볼 곳

 

① 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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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긴 집, 종묘는 영혼이 사는 집이고 신이 사는 집이다.”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중에서)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다. 이곳에 방문하는 것은 서울에서 1,000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경건한 체험일 것이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길이가 19칸이나 되는 정전을 보러 온다. 하지만 종묘는 산책 코스로도 완벽하다. 영혼이 다니는 길인 신로(神路)를 피해 거닐어보자. 1일 8회 시간 관람제, 토요일?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자유 관람, jm.cha.go.kr

 

 

쇼핑

 

② 낙원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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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1969년 완공된 낙원상가는 레트로하고, 자유분방한 장소다. 넓은 차로가 가로지르는 1층부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300여 곳의 악기 상점이 영업 중인데, 우쿨렐레나 기타를 사러 온 젊은 학생도 많다. 플루트 수리점 신광악기에 가면 이 건물의 생생한 역사를 들을 수 있다. 지병옥 사장은 60년째 플루트를 수리하고 있고, 낙원상가가 생기자마자 이곳으로 가게를 이전했다. 상가 지하는 서울이 숨겨온 쓸쓸한 기억 같다. 대낮에도 어둑하고 거친 분위기인데 정육점, 시장, 식당에 미용실까지 있다(커트 5,000원). 그중 일미식당은 19세 때 낙원상가 양품점 직원으로 일을 시작한 여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음식 맛이 깔끔하다(청국장 7,000원). 일요일 휴무, enakwon.com

 

③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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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 공방 겸 카페. 10년간 조향 강사로 활동한 문인성 조향사가 올겨울 문을 열었다. ‘ㄷ’자형 한옥을 서까래와 기와, 뼈대만 남긴 채 개조했는데, 흰색을 주조로 하고 장식을 일절 배제했다. 공간이 암시하듯 프루스트의 향수는 자연에 가까운, 맑고 투명한 향이 특징이다. 일곱 가지 타입의 베이스 향수는 5분 만에 직접 제조해 가져갈 수 있다. (당연히) 홍차와 마들렌도 판매한다. 위타드(Whittard)의 장미 향 홍차를 사용하고, 디저트 전문점 밀갸또의 고재훈 셰프와 컬래버레이션한 마들렌을 낸다. 향수 3만5,000원부터, 1시간 조향 클래스 5만 원, 홍차 5,000원부터, 11am~10pm, @proustscent

 

④ 이레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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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이래 수십 년간 익선동 골목에는 요정(料亭)이 줄줄이 불을 밝혔고, 기생의 한복을 짓는 한복집이 번성했다. 차츰 요정이 사라지면서 한복집도 자취를 감췄다. 서울 3대 요정 중 하나로 손꼽던 오진암 자리에는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이 들어섰고, 맞은편에 3곳의 한복집이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그중 1곳인 이레자수는 유리문에 붙인 상호의 알록달록한 색감부터 눈길을 끈다. 박정숙 디자이너는 30년째 손 자수를 놓고 있다. 어떤 색감과 모양으로 수를 놓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수 스타일을 개발한다. 한복 대신 셔츠나 손수건에 매화, 목단(모란), 코스모스를 수놓아도 멋질 것이다. 단, 수를 놓으려면 늘어나지 않는 빳빳한 원단이어야 한다. 오픈 시간은 유동적이다. 꽃 1송이 자수에 약 2만 원, 02 741 3700.

 

OWNER’S PICK

이레자수의 박정숙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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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자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색상의 조화입니다. 같은 도안이라도 색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지요. 손 자수의 정교함은 기계가 절대 따라잡지 못합니다. 이건 목단 꽃을 수놓은 거랍니다.”

 

 

먹을 곳


⑤ 열두달 마켓&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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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햄, 뿌리채소, 전통주, 수제 맥주 등 7개 국산 푸드 브랜드가 모여 있는 식자재 마켓 겸 다이닝이다. 각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전국의 제철 식자재를 활용한 요리와 디저트를 선보인다. 뿌리채소 전문 브랜드 루트(ROOT)의 연근 파스타에 수제 청 브랜드 수청의 조청 차를 곁들이는 식. 몸에 좋은 건 당연하고 정말로 맛있다. 맛과 분위기 모두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담한 한옥을 세련되게 개조했는데 한가운데 안뜰 좌석이 명당이다. 천장이 유리 피라미드식으로 되어 있고, 작은 허브 화분에 둘러싸여 있다. 가게 이름처럼 매달 한 번씩 찾게 될 듯하다. 조청 차 5,000원, 연근 크림 파스타 1만2,900원, 11am~11pm, @12dalmarket

 

 

마실 곳


⑥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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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과 새것의 조화’는 오늘날 트렌디한 가게의 단골 소재지만, 서울에서 사진가 루이스 박만큼 이를 잘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그는 버려진 한옥 3채를 하나의 건물로 개조하면서 옛 흔적을 구석구석 인장처럼 남겼다. 폐허 같은 콘크리트 벽, 타일 조각, 보일러 스위치, 나무 문짝으로 만든 거울처럼. 여기에 자개 밥상과 데니시 테이블, 아티스트의 작업을 덧입힌 가구 등이 태연하게 어울린다. 이런 곳에서는 응당 ‘알랭드보통’ ‘그리워져라’ 같은 시적인 이름의 칵테일을 대낮에 홀짝여야 할 듯하다. 시그너처 메뉴인 식물 커피는 커피 원액 얼음에 우유, 베일리스 리큐어를 부어 마시면 된다. 식물 커피 7,000원, 칵테일 8,000원, 11am~12am(금ㆍ토 1am까지), @sikmul

 

⑦ 거북이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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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풍의 동네 슈퍼마켓 겸 맥줏집. 실제로 입구는 영락없는 슈퍼마켓으로 과자와 음료수, 아이스크림을 판다. 안에서는 국산 맥주에 먹태나 쥐포를 곁들일 수 있다. 연탄불에 쥐포를 구워주는데 확실히 향이 남다르다. 한쪽 벽에는 애니메이션 <닌자 거북이> 영상을 늘 틀어놓는다. 슬리퍼를 끌고 들를 법한 정겨운 가게다. 맥주 4,000원부터, 쥐포 8,000원, 2pm~11pm, @turtle_supermarket

 

 

LOCAL’S TIP
프루스트의 문인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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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은 세월이 묻어 있는 곳입니다. 동네가 예뻐서 이곳에 가게를 내고 싶었어요. 이 길은 차가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이 큰 매력이에요.


향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주장입니다. 본인이 어떤 향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하지요. 제가 운영하는 조향 클래스에서는 우선 본인이 원하는 향을 만든 후, 이 향이 과거 어떤 기억과 연결되는지를 떠올려봅니다. 신기한 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만들고 나니 예전에 맡았던 그 향인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프루스트의 베이스 향수 중에서 이 골목에 가장 어울리는 건 우드 계열의 6번이에요. 편안하고도 세련된 느낌이고, 나무 향이 나서 한옥이 많은 이 골목과 잘 어울리지요.


프루스트엔 혼자 오는 분이 많아요. 편안하고, 철학적이고,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찾아 온 이들이 이곳에서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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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2월 [2016] 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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