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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내 소설은 건강을 바라보고 있다”

세 번째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 펴내 지금 나에게 중요한 화두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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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독자가 있고, 그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이 되게 컸기 때문에 안 써지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이랬던 것 같아요. 이제 제1의 독자가 제가 된 것 같아요. 저요. 누가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가 재미있어서 지금 이런 걸 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소설뿐 아니었다. 일기 한 줄, 블로그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문장을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였다. 오래 직장 생활을 하다 2005년 등단하게 된 후 그의 앞에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독자”가 버티고 있었다.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윤이형의 세 번째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는 그 시기를 꿋꿋하게 통과한 작가의 소산물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일단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좋았”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완성도는 다음 문제라고 생각했다지만 세상은 크게 응답했다. 2014년 「쿤의 여행」으로 제5회 젊은작가상을, 2015년 「루카」로 제6회 젊은작가상과 제5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그 무섭던 독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가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가 재미있어서 지금 이런 걸 하고 있습니다.”

 

전에 비해 조금 건강해진 것 같다는 윤이형 작가. 그의 ‘재미’가 그대로 독자의 ‘재미’가 된다는 사실을 얘기해주면 그의 건강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장르에 대한 생각, 언젠가 꼭 쓰고 싶은 이야기, 그의 작품이 바라보는 곳과 육아에 관한 이야기까지 윤이형 작가와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발견한 것은 ‘일상적인 사람’이자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한 개인의 작은 성취들이었다. 그 성취가 모여 큰 우주를 만들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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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적인 요소

 

세 번째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 출간 후 인터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뭐였어요?


왜 SF적인 요소를 차용하느냐?(웃음) 저도 몰라요. 모르겠다고 했죠.

 

역시 그 질문이었군요.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제가 그런 걸 쓰고 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니까 자꾸 질문을 하는 거겠죠.

 

전에 비해 ‘SF적인 요소’라는 소재가 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거든요. 윤이형이라는 작가에게만 해당하는 질문도 아닐 텐데요. 또 그렇기 때문에 할 필요 없는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질문 하시는 분이 말하자면 순문학, 본격문학 장에 속해있는 경우는 그렇게 낯설어 하시고, 신기해하시고 그러는데 장르독자라면 전혀 신기할 것도 없고, 묻고 싶지도 않을 거예요. 그것까지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다양한 독자가 있는 것인데요.

 

장르를 구분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장르 구분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여러 장르가 있는데 서로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무것도 모를 때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구분이 없어질 것이다, 없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는데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구분을 없애려면 먼저 각각의 장르에 대해서 확실하게 이해를 하고, 존중한 다음에나 그런 작업이 가능할 텐데요. 잘 모르겠어요. 서로 이해를 많이 하면 그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차이가 더 큰 것 같고요. 차이가 존중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작가에게는 어떤 장르를 쓴다는 정체성이 있을까요?


저는 제가 순문학 작가라고 생각해요. 둘 중 하나를 얘기하라고 한다면요. 일단 순문학 시스템에 속해있기도 하고요. 제가 쓰는 건 인간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그렇기도 해요. 사실은 자의식도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요. 장르문학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렇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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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활동이 잘 안 되는 시기

 

반가운 소설집이에요. 흩어져 있던 글을 책으로 엮어 내는 것이 작가로서 굉장히 기쁜 일일 것 같은데 어땠나요?


이 책을 내면서는 되게 기쁨이 컸던 것 같아요. 안 써지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다음에 다시 써서 모은 거거든요. 일단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좋았고요. 완성도나 그런 건 다음 문제였어요. 쓰는 사람으로서는 다시 쓰는 게 너무 기뻤기 때문에 책을 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2010년 이후를 이야기하는 거죠? 안 써지는 시기라는 것은요.


네.

 

이유가 뭐였을까요?


글쎄요.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안 되더라고요. 소설뿐만 아니라 글, 일기, 블로그 같은 것도 그랬어요. 문장을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심리적인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언어적 활동이 잘 안 되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아마 다른 작가들도 말은 안 해서 그렇지 다들 한 번 씩 거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시기를 거친 후 발표한 작품들이 수상도 하고, 책으로 묶여 독자들의 반응도 받았어요.


지금은 쓰는 게 무척 재미있어요. 전에는 사실 재미를 잘 모르고 그냥 막 왔던 것 같은데요. 옛날에는 독자가 있고, 그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이 되게 컸기 때문에 안 써지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이랬던 것 같아요. 이제 제1의 독자가 제가 된 것 같아요. 저요. 누가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가 재미있어서 지금 이런 걸 하고 있습니다.

 

수록된 단편이 발표순은 아니에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편집부랑 상의해서 정한 건데요. 글쎄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웃음) 보통 단편집 처음에 놓는 건 큰 거부감 없는 것으로 놓거든요. 제가 맞게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 것 같아요.

 

표제작을 책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요?


그것도 의견을 조율해서 한 건데요. 이 단편집 전체에 사랑에 관한 얘기가 많이 있고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제목을 찾다보니 ‘러브 레플리카’가 된 것 같아요.

 

원래 생각했던 표제작도 있었나요? 협의과정에서 좌절된(웃음) 이유도 궁금하고요.


세 개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러브 레플리카」, 「굿바이」, 「루카」 중 하나였으면 했는데요. 「루카」는 비슷한 제목이 있었고요. 「굿바이」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좀 약한 것 같고요. 마케팅의 영역이라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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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중요한 화두


각 단편 자체로도 새로운 이야기지만 공통적으로 읽히는 부분도 있었어요. 「러브 레플리카」, 「굿바이」, 「대니」나 「핍」에서도 그랬는데, ‘기억’이라는 주제에 작가가 많이 천착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억이라는 게 지금의 저한테 중요한 화두인 것 같아요. 내게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계속 살아오기는 했죠. 기억이 없는 사람은 존재 기반이 흔들리게 되잖아요. 불안이 많고, 공허하고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어서 왜 그럴까를 생각도 많이 했어요. 내가 기억을 왜곡하거나 삭제한 것일까, 이유가 있었을까, 이런 식으로도 생각해보고요. 기억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다른 질문들이 나오는데요. 살았느냐 죽었느냐도 사실 기억과 관련된 것이죠. 진짜냐 가짜냐도 비슷한 것 같거든요. 그것들이 지금 저한테 유효한 질문들인 것 같아요.

 

존재의 유무가 기억에 기반한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많이 읽혀요.


다른 사람들이 기억을 못해주면 그 사람은 존재한 게 아닐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이야기들은 또한 ‘어떤 순간’을 포착하고 있어요. 「루카」에서 두 주인공이 다투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로 상징되기도 하는데요. 사실 우리 모두는 확신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작품들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짚어낸다는 생각을 했어요. 

 
항상 우리는 자기가 확신을 가지고, 분명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잖아요. 누구나 그럴 텐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고, 사람이기 때문에 타협도 하죠. 자기 기억도 분명치 않은 마당에 모든 걸 그렇게 정당화하고, 확실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도, 그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저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이렇게 보이기도 하고, 저렇게 보이기도 한 게 사람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더욱 화를 냈다. 말하기조차 싫을 만큼 가고 싶지 않다면 왜 간 건데? 너는 고개를 들고, 처음으로 정말로 상처받은 표정으로 내 두 눈을 마주보았다. 너는 그런 적이 없니, 너는 물었다.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본 적이, 없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을 때가, 너에게는 정말로 한 번도 없었니. (중략) 네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든 일이 그렇게 칼로 베어낸 것처럼 분명할 수 있다고 너는 생각하는구나.(「루카」, 134쪽)


심지어 나 자신에 관한 문제에서도 그렇다는 거고요.


네.

 

만약 이 책에서 한 문장을 꼽는다면 저는 이 문장을 꼽을 거예요.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110쪽) 「쿤의 여행」의 한 문장이에요. 많은 개인이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반드시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이었어요.


이제 저는 40대잖아요. 얼마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대로 된 성장과정을 못 밟았구나, 하고요. 성숙하지도 않았고, 성장도 안 됐고(웃음) 껍데기만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지 아이 같은 면도 너무 많고, 누구를 책임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항상 그게 너무 괴로웠어요. 내가 성숙하지 않은 존재라는 게 말이에요. 그 얘기를 「쿤의 여행」에서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런 사람도 있다고요. 이 작품을 읽은 분들은 ‘성장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읽던데 쓸 때는 성장하고 싶다(웃음)는 마음으로 쓴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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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 이야기를 좀 해줘야 하지 않을까


작중 인물에 작가의 자아가 얼마나 투영이 되나요? 거리감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해요.


작가마다 다를 텐데 저는 기본적으로 제 이야기를 많이 쓰는 것 같고요. 나랑 아주 다른 타인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쓴 적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좀, 작가로서 모자란 부분이죠. 내가 아닌 것을 보려고 한 번이라도 노력을 해야 할 텐데 결국에는 나의 시선 속으로 가져와서 쓰니까요. 다른 인물이라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주로 썼던 것 같아요.

 

스스로가 그런 점을 한계로 느끼는 건가요?


한계라고 많이 느끼고요. 너무 내면에 갇혀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긴 하는데요. 노력을 해야겠죠.

 

어떤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나요? 방금 ‘나와 비슷한 면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했어요.


보통 하나의 장면을 이미지로 떠올리고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행복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고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은 고통이나 난감한 상태 안에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은 그런 사람들이에요. 누가 저 이야기를 좀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니까 놀이터에 나가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엄청 힘들어 보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 있잖아요. 저분들도 힘들 텐데 저분들은 어디에 호소할까, 이런 생각도 해보고요.(「대니」)


「루카」 같은 경우는 두 사람이 사랑해서 같이 살지만 행복한 장면이 아니죠. 서로 등 돌리고 앉아 있는, 아무래도 왠지 슬픈 장면을 상상하게 됐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외로움이 많은 사람인가봐요. 쓸쓸하다거나 마음대로 안 된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참 냉정하구나, 마음을 전할 수가 없구나, 이런 것이 저한테는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행복한 순간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 왠지 모르게 그런 게 마음에 남고 내가 뭔가를 더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잘 안 됐을까, 이런 걸 자꾸 생각하는 종류의 인간인 것 같습니다.

 

그런 감각, 공감해요.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도 내 말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을까, 상대의 얘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이 기억이 사실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돼요.


사실은 엄마가 된 다음에 너무 정신이 없어요. 순간순간이 정말 전쟁이고요. 계속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하나하나 깊은 생각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냥 대처는 하고 있는데 오늘이 또 어떻게 지나갔지,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요. 이렇게 지나가도 되는 것인가 하는 것도 많이 생기기도 해요. 불안하기도 하고요.

 

작품들은 대부분 쓸쓸하고, 외로운 장면들인데요. 그렇다고 반드시 윤이형의 소설이 그쪽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작가의 작품은 어느 쪽을 바라보고 있나요? 고통이나 희망, 또는 어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건강이에요. 건강을 바라보고 있고요. 나 자신도 그렇고,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사회도 많이 병들어있고 그것에 영향 받아 사람들도 많이 병들어있다고 느끼기 때문에요. 그래서 아프기도 하고, 잘못 살고 있는 부분도 있잖아요. 어쨌든 건강한 게 좋은 것 같아요. 건강한 사람들이 부럽죠. 완벽하거나 눈부시거나 선하거나 이렇기만 한 건 아닌데 말이에요. 그냥 자기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는 게 건강인 것 같아요. 나의 지금을 받아들이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 말이에요.

 

「엘로」가 떠오르네요. 정말 ‘엘로’처럼 병든 부분이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라면 지금은 건강하지 못한 것들이 우리 안에 아주 많이 고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참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조금 사랑하게 된 것 같지만요.(웃음) 스스로가 대견할 때도 있고, 자신감이 조금은 생긴 것 같기도 해요. 쓰는 사람이건 안 쓰는 사람이건 간에요. 그렇게 조금씩 건강해지는 게 좋은 것 같고, 다른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를 사랑하게 된 그 변화의 순간은 언제였어요?


어떻게 들으실지는 모르겠는데요. 엄마가 되면서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일은 제가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했거든요. 그게 자존감에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물론 많은 어려움도 있지만 계속해서 아이라는 존재와 좋건 싫건 사랑을 주고받아야 하거든요. 그게 일상이 되다보니 감정적으로도 많이 풍부해진 것 같고, 내 안에 있던 결핍도 많이 해소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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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적인 사람


「핍」에서는 어른들이 사라진 평행우주를 상상하게 하는 장면이 있었고요, 「캠프 루비에 있었다」는 다른 행성에서의 삶을 엿보기도 했어요. 어딘가에서 어슐러 K. 르귄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작가가 매혹되는 소설이나 장면, 작가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본격 문학, 장르 문학 다 좋아하는데요. 한국 소설도 많이 좋아해요. SF도 좋아하고요. 취향이 여기저기 편재되어 있어서요. SF 팬덤만큼 전문적인 건 아니지만 보통의 독자로서 SF도 좋아하고요. 어슐러 르귄 같은 경우는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거론을 하면 오히려 제가 민망한(웃음) 상황이라 대체로 SF 작가는 잘 거론하지 못하겠어요. 그냥 두루두루 좋아해요. 작가를 말하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한국 소설은 어떤 걸 좋아하나요?


요즘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도 좋아하고요. 정통 리얼리즘이라고 말하는 것들 있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을 많이 안 읽어봤었는데요. 요즘 들어 조금 읽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와, 이런 세계가 있었는데 무지해서 몰랐구나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특별히 가리는 게 없어요.

 

독자와 만나는 행사에 가보면 늘 나오는 질문이거든요.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처음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였는지, 하는 식으로요.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작가를 엿보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해요.


처음 소설 쓰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은, 이 얘기를 하면 다들 좀 뜨악하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예요, 저는. 하루키 팬이었고, 이것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어요. 이런 식으로 마음을 전할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음을 건드린다는 것에 대해 하루키에게 많이 배웠어요. 너무 많이 좋아해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 있잖아요. 거기 속하는 사람이에요.

 

하루키 만난 게 언제였어요?


아마 세대적 특성인 것 같은데 하루키를 처음 읽었던 게 고등학교 때였거든요. 『노르웨이의 숲』이 노란 색 표지로 처음 나온 판본으로 읽었는데 너무 충격이었던 거예요. 이거 너무 좋다(웃음) 하고 빠져들어서 그때부터 팠죠. 디깅(digging). 그때는 그런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루키 키드라고 해야 할까요.

 

소설을 쓰는 것이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행위라면 작가가 하루키에게 영향 받았듯 작가에게 영향 받을 독자를 생각하게 될 텐데요.


그냥 저는 대화를 좋아하고요. 수다 떠는 걸 좋아해요. 항상 누군가와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마 저한테 걸리는 사람은 제 얘기를 계속 듣게 될 것인데요.(웃음) 가능하면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정도예요. 저는 일상적인 사람이에요. 평범하고요. 전문적으로 뭔가를 전해준다든가 무슨 통찰을 줄 수 있다든가 그런 건 아마 없을 거예요. 그냥 편한 옆집 사람, SNS 친구 같은 느낌이겠죠. 대체로 친구한테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것 같아요.

 

쓸 때 생각하는 가상의 독자가 있나요?


전에는 그게 되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독자였데요. 지금은 그냥 저예요. 나를 만족시키고 싶다, 쓰면서 재미있으면 됐다, 다른 건 다음에 고민하자, 해요.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은 다 작가를 만족시켰나요? 괴롭게 한 녀석도 있었을까요?


대체로 즐거웠던 것 같아요.

 

이상적이네요.


이상적이지만 그냥 저 혼자만의 생각인 거죠.(웃음)

 

꼭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렵네요. 한국 사회에 대해, 직설화법으로 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요. 제 세대, 40대가 된 사람들에 대해서요. 생각만 있고, 언제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나이가 드니까 점점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이 공허한 세대에 대해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은 있는데요. 전혀 준비는 안 했어요.

 

공허함이 있다고요?


네, 저만 그런지도 모르겠는데요. 사회에 대한 부채감일 수도 있고요. 우리 세대는 뭘까, 생각을 해보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요즘엔 세대론도 낡은 틀이라는 얘기가 많긴 하지만요. 그런 담론을 떠나서 아주 사소한 공감대를 생각해볼 때 사회에 대해 뭘 했는지 잘 모르겠는, 존재감이 별로 없는 세대 같아요. 생존이 너무 힘들기도 했는데 한편으론 누릴 건 많이 누렸고요. 그런데 사는 양상은 다들 너무 다양하게 다르고, 대체로는 좀 공허해하는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엔 그래요.

 

이 단편들도 한국 사회의 어떤 장면들을 그린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전부터 그런 얘기를 계속 해왔는데 장르적인 코드를 많이 담고 있어서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얘기는 거의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내 눈에 보이는 것들 말이죠.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알아듣기 쉽게 써보고 싶단 마음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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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저 | 문학동네
국내 굴지의 문학상 후보로 거듭 거론되며 한국 문단의 중심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소설가 윤이형의 세번째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가 출간되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꼼꼼하게 응시하면서 그 치유의 대화적 지평”(우찬제)을 모색한 『셋을 위한 왈츠』(2007), “견고한 현실의 장벽에 대응하여 환상의 공간을 한껏 확장시키는 모험의 서사”(백지연)를 펼친 『큰 늑대 파랑』(2011) 이후 꼭 5년 만에 묶어낸 단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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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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