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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 48시간 여행

48 HOURS IN TAI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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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게 드리우고, 예술적 감성이 물씬 풍긴다. 그리고 군침 도는 미식까지. 타이완 타이중에서의 풍요로운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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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수이탕(春水堂)에서 맛볼 수 있는 뉴러우몐(牛肉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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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우거진 타이중 도심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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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타이완미술관의 ‘2015 아시아 아트 비엔날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브룩 앤드루(Brook Andrew)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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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된 양조장을 예술의 공간으로 활용한 문화창의산업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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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우웨이차오탕.

 연못과 정자를 갖춘 멋스러운 가옥 안에 자리 잡고 있다.

 

DAY 1 MORNING
브런치의 과학


징청제(精誠街) 주변은 한마디로 타이중(台中)의 연희동 같다. 오래된 주택이 모여 있는 조용한 골목하며, 곳곳에 가정집이나 빌라를 개조한 카페나 레스토랑하며. 그중에서도 마당 딸린 2층집을 차지한 메자마시코히 3호점은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허리춤을 살짝 넘는 낮은 대문을 열고 잔디밭을 지나 콘크리트와 나무 패널로 된 짙은색 건물로 들어서면, 새하얀 벽과 원목 가구, 초록 식물이 조화를 이룬 밝고 따뜻한 풍경이 반긴다. 일본풍의 모던한 분위기는 안팎을 두루 잇는 특징. 지난달 편집장의 글에서처럼 변경(邊境)의 소멸이 서울과 타이중 혹은 교토와의 간극을 이처럼 얕고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겠지. 메자마시코히 카페 3개 지점 중 하나인 이곳은 브런치로 유명하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게트 위에 명란을 듬뿍 바르고 얇게 채 썬 김을 올린 ‘명란젓 프렌치 브레드’. 여기에 신선한 샐러드, 맛 좋은 커피 한잔을 곁들여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해보자. 기왕이면 흐드러진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기분 좋게 스미는 2층 야외 테라스 석에서.


카페가 자리한 징청제와 보행자 전용도로인 징밍이제(精明一街)가 있는 이 일대는 타이중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징밍상취안(精明商圈)이다. 여기서 소고(SOGO) 백화점이 있는 번화가가 지척이고, 국립자연과학박물관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 국립자연과학박물관은 타이완 최초의 과학 박물관으로 1986년 문을 열었다. 스페이스 시어터와 과학 센터, 생명과학 홀, 인류문화 홀, 지구환경 홀, 식물원이 8만9,000제곱미터 대지를 나눠 쓰고 있다. 평일 오전, 박물관 입구에는 유치원생 무리가 바글바글하다. 그렇다고 전시 수준과 규모까지 낮춰 보진 말자. 이곳이 타이베이 고궁박물관 다음으로 방문객 순위가 높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한 38억 년 전 지구 모형에서 시작해 생물의 진화 과정과 인간의 생로병사, 지구 환경까지 차례로 아우르는 상설 전시는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실제 크기로 제작한 3억 년 전 바퀴벌레는 ‘악’ 소리 날 만큼 거대하고, 개관 당시 때부터 있었다는 완룡 모형은 뻣뻣한 움직임으로 30년의 세월을 증명한다. 공룡 시대관(Age of Dinosaur Gallery)은 영화 <쥬라기 공원> 속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분위기. 최신 기술의 도움을 받은 티라노사우르스는 한층 자연스러운 외형과 실감나는 동작을 선보이고, 커다란 창 너머로 당시 서식하던 식물이 어우러진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아기 공룡도 추가했어요. 덕분에 우는 아이가 줄었죠.” 전시 가이드가 유머러스한 설명을 덧붙인다.


전시관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국립자연과학박물관의 또 다른 자랑인 식물원이다. 아무리 시간 여유가 없어도 식물원 내에 있는 온실은 꼭 둘러봐야 한다. 아열대 기후인 타이중에서 열대우림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토양은 물론, 난방과 습도까지 조절해 열대의 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한 온실에는 파인애플 나무, 바닐라 나무, 아라비카 커피나무 등 3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온실 한가운데에 계곡과 인공 폭포까지 조성해 열대의 숲을 탐험하는 기분도 얼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메자마시코히 3호점 명란젓 프렌치 브레드 세트  260타이완달러, 9am~9pm(수요일 9am~6pm), 886 4 2329 2566, 台中市西區精誠七街1號.
- 국립자연과학박물관 전시 관람 100타이완달러, 열대우림 온실 20타이완 달러, 9am~5pm, www.nmns.edu.tw

 

 

More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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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는 가장 대중적인 타이완식 아침 식사 메뉴다. 타이완 어로는 투쓰(土司). 1985년부터 영업해온 러우단투쓰(肉蛋土司)는 가게 이름과 동일한 고기달걀토스트로 이름난 토스트 집이다. 흰 식빵에 얇은 고기 패티와 달걀프라이가 들어간 간단한 음식인데, 짭조름한 패티와 부드러운 식빵의 조화가 일품.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러우단투쓰 35타이완달러, 화~금요일 4:30am~12pm, 토,일요일 4:30am~12:30pm, 886 4 2327 1066, 台中市西區健行路1005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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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우림과 생명,인류,환경을 하나로 잇는 전시가 볼 만한 국립자연과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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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메자마시코히 3호점의 단정한 인테리어는 일본의 색채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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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과일주스와 샐러드.

 

 

AFTERNOON
역사는 예술을 입는다


“타이중 인구는 약 270만 명. 타이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예요. 면적은 타이베이(台北)보다 훨씬 넓은데, 인구는 비슷하니까, 살기 좋다는 뜻이겠죠?” 인천에서 나고 자란 화교 출신의 가이드 장수란(張秀蘭) 씨는 타이완에 정착한 지 20여 년째다.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그녀가 타이중 칭찬을 하는 걸 보면 빈말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 도시의 장점은 부연 설명 없이도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섬 중부에 위치하니 1년 내내 쾌적한 날씨는 기본일 테고, 적절한 인구 밀도 덕분에 교통체증 없는 도로와 한적한 거리 풍경은 덤이다. 북부 타이베이와 남부 가오슝(高雄)을 잇는 거점이자, 타이완 중부의 대표 명소 르웨탄(日月潭)으로 가는 길목, 관광 철도로 유명한 지지셴(集集線)의 출발지로, 교통의 요지기도 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타이중 기차역. 1905년, 일제강점기에 지은 고풍스러운 역사(驛舍)는 시간의 흐름을 의연하게 겪어낸 품위가 느껴진다. 그 뒤편에선 새로운 기차역 건설이 한창이다. 새 건물이 완공되면 기차역은 이전할 것이라고 한다. 짐작컨대, 머지 않아 타이중 버전의 문화역서울 284가 탄생하지 않을까.


20호창고(20號倉庫)를 보면,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는 이 도시의 능력은 의심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타이중 기차역 너머에 늘어선 붉은 벽돌 건물. 일제강점기에 열차로 실어 나를 물류를 쌓아두던 창고는 수십 년간 방치되다가 예술이라는 새 주인을 맞은 지 20년 가까이 된다. ‘20호창고’는 작가 레지던스로 활용 중인 이 구역을 총칭하는 이름이고, 실제로는 20호부터 26호까지 남아 있다. “1년에 한 번씩 입주 작가를 선정해 무료로 공간을 대여합니다. 연말에는 이곳 예술가들의 합동 전시가 열리고요.” 관리자인 맨디(Mandy)와 창고, 아니 작업실이 이어진 비좁은 골목을 걷는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외관은 묘하게도 ‘아티스틱’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 4일은 작업실을 개방하도록 권장한다는데, 어째 오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문을 닫았다. 그렇더라도 발걸음을 돌릴 필요는 없다. 가장 규모가 큰 20호창고는 갤러리 겸 카페라 언제나 활짝 열려 있고, 한쪽 숍에선 작가들이 만든 소품도 구입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문화창의산업원구도 한때는 양조장이었다. 1916년 건설한 거대한 공장


단지는 주조 회사가 이전한 뒤 문화 예술 시설로 거듭났다. 5.6헥타르 대지에 널찍널찍하게 들어선 수많은 건물은 보고만 있어도 입이 떡 벌어진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전시장과 공연장이 생긴 셈인가 싶어서 말이다.


마지막 코스는 아트가 아닌, 디저트가 점령한 동시대 유적으로 하자. 1920년대 일본인이 세운 사립 병원을 르추(日出) 베이커리가 개조해 문을 연 궁위안옌커(宮原眼科)다. 전쟁과 지진, 태풍으로 폐가가 된 건물에 모던한 유리 지붕을 얻어 복원했고, 클래식하게 꾸민 내부는 밀크티부터 초콜릿, 아이스크림, 치즈케이크까지 달콤한 유혹으로 넘쳐난다. 특히 이곳 펑리쑤(파인애플잼을 넣어 만든 타이완의 대표 과자)는 맛도 포장도 고급스러워 선물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 20호창고 무료, 화~일요일 10am~5pm, 월요일 휴무, stock20.boch.gov.tw
- 문화창의산업원구 무료, 야외 6am~10pm, 실내 10am~5pm

  (단, 전시 관람은 각 건물마다 상이함), tccip.boch.gov.tw
- 궁위안옌커 펑리쑤 1상자(15개) 360타이완달러부터, miyahara.com.tw

 

More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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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위안옌커가 훨씬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지만, 여유롭게 앉아서 맛보려면 제4신용합작사(第四信用合作社)로 가자. 오래된 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한 르추 베이커리의 분점이다. 아이스크림 코너가 꽤 큰 규모를 차지하고,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1층과 2층에 좌석이 마련돼 있다. 궁위안옌커에서 걸어서 5분 거리. 1스쿠프 90타이완달러부터, 10am~10pm, 886 4 2227 1966, 台中市中區中山路72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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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20호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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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실내장식과 패키지가 인상적인 디저트의 천국 궁위안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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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을 장식한 미니어처와 알록달록 색을 입은 물탱크 등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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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의산업원구는 술을 빚던 빛 바랜 벽돌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변모시킨 대규모 예술 단지다.

 

 

EVENING & NIGHT
식후에 야시장


중국 쓰촨 성(四川省)에서 발달한 훠궈(火鍋)는 쉽게 말해 ‘중국식 샤브샤브’다. 중국 여러 지역에서 두루 즐기는 음식인데, 타이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꼭 맛봐야 할 음식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이곳 사람들이 사랑하는 대표 미식. 훠궈 마니아라면 더더욱 타이중을 제대로 찾은 셈이다. 고급 훠궈 전문점으로 손꼽히는 딩왕마라궈(鼎王麻辣鍋)의 원조가 바로 이곳에 있으니까.


2000년 첫 매장을 오픈하기 전까지 타이중의 야시장 중샤오예스(忠孝夜市)에서 20년 이상 운영해온 작은 점포가 오늘날 딩왕마라궈의 출발. “야시장에서 영업할 때부터 타이완 각지에서 유명 인사나 대기업 사장이 차를 몰고 찾아올 만큼 인기였다고 해요.” 브랜드 홍보 담당자인 애나벨(Annabel)이 덧붙인다. 딩왕마라궈는 현재 타이중을 포함해 타이완 전역에 9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 훠궈의 차별점을 물으니 사과, 토마토 등 과일과 채소를 사용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육수란다. 육수는 얼큰한 마라궈(麻辣鍋)와 신김치가 잔뜩 들어간 둥베이쏸차이궈(東北酸菜鍋) 두 종류가 있는데, 위안양궈(鴛鴦鍋)를 주문하면 반반씩 맛볼 수 있다. 직접 두부 공장을 운영할 만큼 기본 재료도 각별히 신경 쓴다고. 소고기, 돼지고기, 수제 어묵, 완자, 옥수수, 배추, 유부…. 정신없이 추가했더니 테이블이 빈틈 없이 꽉 찬다. 한가운데에선 육수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매콤하고 자극적인 맛과 시큼하면서도 개운한 맛.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매력 때문에 쉴 새없이 홍탕과 백탕을 넘나든다. 먹는 내내 육수와 오리피, 두부 그리고 밥은 무한 리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젊은층은 육수에 한두 가지만 추가해 먹기도 하죠.” 충분히 그럴 법한 말이다.


배를 채웠으니 좀 걷자. 도심 북서쪽에 위치한 펑자예스(逢甲夜市)는 타이베이에 스린예스(士林夜市), 가오슝의 루허예스(六合夜市)와 함께 타이완 3대 야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규모로는 타이중은 물론, 전국에서 1등. 독창적이고 기발한 거리 음식이 넘쳐난다는 것도 펑자예스만의 특징이다. 대학가 야시장다운 면모랄까. 펑자 대학(逢甲大學) 주변 거리마다 상점, 간이 노점 가릴 것 없이 불을 환히 밝혔고, 인파도 상당하다. 평일 저녁이 이 정도인데, 주말에는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두려워 머리채를 흔든다. 이곳에선 거의 모든 조리법을 활용한 거의 모든 식자재의 재탄생을 맛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양고기부터 닭다리, 관자, 새우, 버섯, 조개까지 튀기고 볶고 굽는다. 각종 과일주스에 밀크티, 버블티, 커피까지 마실 것도 천지다. 심지어 떡볶이와 한국식 치킨도 파니 말 다했다. 100타이완달러(한화 3,600원)만 있으면 꼬치구이에 음료를 하나 선택하고도 남는 저렴한 가격대도 펑자예스가 북새통인 이유. 토란튀김 한 봉지와 파파야, 우유를 갈아 만든 파파야밀크를 사 들고 시장을 1바퀴 돈다. 둘 다 처음 맛보는 것인데, 나름 괜찮다.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다는 것만 빼면. 살짝 꺼질 만하다 다시 부른 배를 두드리고 있자니 저녁을 먹고 야시장을 찾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어리석은 선택인지 아리송해진다.

 

- 딩왕마라궈 위안양궈 150타이완달러, 11:30am~5am, 886 4 2326 1718,

台中市南屯區公益路二段42號, tripodking.com.tw
- 펑자예스 5pm~12am, 台中市西屯區逢甲路.

 

 

More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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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구루 음악식당은 타이완 원주민의 음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이색 맛집이다. 원주민 전통 음식에 곁들여 매일 저녁 파이완 족 출신인 주인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라이브 공연을 감상해보자. 그가 손수 꾸몄다는 원주민 스타일의 인테리어도 볼거리다. 기장으로 빚은 원주민 전통주도 한잔 곁들일 것. 세트 메뉴 360타이완달러부터, 11am~11pm, 886 4 2378 3128, 台中市西區五權西四街13巷2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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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딩왕마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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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자예스의 상인들은 좀 더 창의적인 음식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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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밀크 파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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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오토바이 행렬과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힌 간판이 타이중의 밤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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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왕마라궈에서 맛보는 위안양궈.

 

 

DAY 2 MORNING
캠퍼스의 달콤한 추억


둥하이 대학(東海大學) 정문 앞. 대학 졸업 이후, 이렇게 이른 아침 학교를 찾은 것이 얼마 만이던가. 캠퍼스 안내도를 보면서 새삼스러운 기분에 젖는다. 연평균기온이 23도인 타이중이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제법 쌀쌀하다. 다행인 것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햇살은 쨍하다는 사실. 조금 있으면 산책하기 딱 좋은 정도로 공기가 데워질 것이다. 펑자예스에서 서쪽 시 외곽 방향으로 약 6킬로미터 떨어진 둥하이 대학은 1955년 설립한 타이완 최초의 종합 사립대학이자, 타이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캠퍼스 내에 유치원부터 초, 중, 고등학교까지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고. 둥하이 대학이 타이중에서 가볼 만한 명소로 꼽히는 이유는 이러한 역사적 가치에 몇 가지 특색 있는 요소가 더해진 덕분이다.


정문에서 곧장 직진하다 보면 첫 번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넓게 펼쳐진 잔디 위에 거대한 천막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는 황금빛 건물. 루스 교회당이다. 책을 반쯤 펼쳐 엎어놓은 듯한 모양의 건물은 기둥 없이 벽과 천장이 일체를 이루는 독특한 구조가 특징.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다는 외벽의 금속 타일이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주위엔 야외 학습을 나온 듯한 유치원생 무리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일광욕 중인 떠돌이 개 몇 마리뿐이다.


19세기 중국에서 활동한 선교사 헨리 W. 루스(Henry W. Luce)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루스 교회당은 기독교 단체가 설립한 둥하이 대학의 정신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로 유명한 건축가 이오 밍페이(I. M. Pei)와 중국 출신의 예술가 천치콴이 함께 설계한 건물 자체도 훌륭하지만, 경건하면서도 안온한 주위 풍경 때문에 한참을 머문다. 교회 건너편은 아름다운 캠퍼스를 만끽할 수 있는 보행자 전용로 원리다다오(文理大道)다. 약 250미터 길이의 야트막한 오르막이 중앙도서관까지 이어지는데, 곧게 뻗은 길 양옆으로 거대한 바냔 나무가 도열해 있고, 그 너머엔 전통 양식의 단층 건물이 자리해 예스럽고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풋풋한 청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는 건 비단 나만은 아닐 듯. 둥하이 대학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기록하기 위해 마련한 타임캡슐, 사다리 모양의 구조물에 매달린 낡은 종 등 길 중간중간에 설치한 구조물도 발걸음을 붙든다.


둥하이 대학 방문의 하이라이트, 목장이 남았다. 캠퍼스 내 마련된 실습용 목장에서 직접 생산한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이곳의 명물이다. 우유와 아이스크림 등 몇몇 유제품을 판매하는 루핀샤오잔(乳品小棧)이 목장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매장 앞 야외 테이블은 같은 목적으로 모인 이들로 북적북적. 인공적인 첨가물 없이 깔끔하고 순수한 맛이라 종류별로 하나씩 고른 아이스크림 3개를 앉은 자리에서 싹 해치운다. 녹음이 우거진 학교 구석구석을 거니는 동안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캠퍼스라기보단 아담한 마을처럼 느껴졌는데, 아이스크림 맛도 딱 이곳을 닮았다.

 

- 둥하이 대학 台中市西屯區臺灣大道四段1727號, www.thu.edu.tw
- 루핀샤오잔 아이스크림 22타이완달러부터, 월~금요일 8am~1pm, 2pm~6:15pm, 토,일,공휴일 8am~6:15pm.

 

 

More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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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 국립고궁박물관(國立故宮博物院)이 있다면, 타이중에는 국립타이완미술관(國立台灣美術館)이 있다. 타이완은 물론, 전 세계 작가의 작품을 두루 아우르며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인다. 미술관 소장품 중 타이완 현대미술의 대표작을 한데 모은 상설전도 훌륭하다. 조각공원을 포함해 10만2,000제곱미터의 방대한 야외 전시장은 시민을 위한 휴식처기도 하다. 무료 입장, 화~금요일 9am~5pm, 토,일요일 9am~6pm, 월요일 휴관,

www.ntmofa.gov.tw/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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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이 있는 둥하이 대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우유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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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개도 쉬어가는 루스 교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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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냔 나무가 늘어선 원리다다오는 캠퍼스의 낭만이 느껴지는 산책로다.

 

 

AFTERNOON & EVENING
올드 앤 나우


완허 궁(萬和宮)은 잔칫날 분위기다. 문턱이 닳도록 사원을 드나드는 이들과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되는 곡조. 진한 향내는 이미 사원 밖 거리를 뒤덮었다. “오늘이 삼관대제(三官大帝, 하늘과 땅, 물을 관장하는 도교의 삼신) 중 한 분의 생일이에요.” 린진성샹(林金生香)에서 일하는 앳된 얼굴의 오잉쉬안(吳映璇)이 설명한다. 린진성샹은 1866년부터 5대째 타이완 전통 과자를 만들어온 곳. 오랜 역사를 간직한 가게는 이 거리의 특색을 대변한다. 매장이 위치한 난툰라오제(南屯老街, ‘라오제’는 오래된 길이라는 뜻)를 따라 60년 넘은 거리 음식점, 3대째 이어져온 대장간, 옛날식 뻥튀기집 등이 ‘장수상회’처럼 줄지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가 3급 고적으로 지정된 완허 궁은 3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타이중의 옛 모습이 궁금할 땐 이 거리로 오면 된다는 말씀. 덧붙이자면, 오늘은 좡위안가오(아몬드 등을 넣은 쌀가루 반죽을 나무 틀에 찍어 만든 떡) 만들기 체험에 앞서 동네의 역사부터 배우는 중이다. 타이완에선 시험을 앞두고 문창제군(文昌帝君, 학문의 신)에게 빌러 갈 때 이 음식을 함께 바친다. 완허 궁에서 다섯 걸음 떨어진 린진성샹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인 것은 당연지사.


매장 안쪽에 놓인 테이블 앞에서 오잉쉬안이 차분한 동작으로 시범을 보인다. 나무틀에 밀가루를 솔솔 뿌리고, 미리 만들어둔 색색의 익반죽을 동그랗게 굴려 넣어 꾹 누른 다음, 적당한 충격을 가해 꺼내면 끝. 린진성샹의 좡위안가오는 지금도 여전히 이 과정을 거쳐 하나하나 사람 손으로 완성한다. 정성스럽게 만든 떡 하나를 입에 넣는다. 굽거나 튀기지 않아 혀에 착 감기는 맛은 아니지만, 반죽에 섞은 곡물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여운을 남긴다. 골목 투어와 체험이 끝난 뒤엔 같은 거리에 있는 본점으로 가자. 150여 년의 세월 동안 다양한 건축양식을 덧입은 본점은 현재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타이중의 과거를 돌아볼 땐 느릿느릿 도보 여행이 어울렸지만, 이 도시의 현재를 누빌 땐 한번쯤 자전거를 타보길 추천한다. 도심의 대부분을 직선 도로로 연결한 타이중은 자전거 타기에 좋은 도시다. 공공 자전거 시스템인 유바이크(ubike)는 신용카드만 있으면 쉽게 대여가 가능하다. 도시 전역에 60개 정류소가 있어 버스 노선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겐 더없이 편리한 이동 수단. 국립타이완미술관 정면에서 시작하는 미술원길(美術園道)은 비교적 짧은 일직선 길이라 몸풀기 코스로 적합하다. 곳곳에 설치한 예술 작품과 카페, 갤러리 등 눈요깃거리도 쏠쏠하다. 좀 더 본격적으로 달리려면 3.6킬로미터 길이의 카오우다오(草悟道)로 방향을 틀면 된다. 도심 한복판의 너른 잔디밭 광장, 친메이청핀뤼엔다오(勤美誠品綠園道) 쇼핑몰을 거쳐 국립자연과학박물관까지 이어지는 길. 친메이청핀뤼엔다오에선 잠시 자전거를 세워보자. 2006년 버려진 건물에 14만 주의 녹색 식물을 심는 독특한 시도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쇼핑몰에 입점한 청핀 서점을 구경하고, 건물 뒤편 친메이 미술관(勤美術館)의 야외 전시까지 한 바퀴 둘러본 다음엔 다시 자전거에 올라 멈추고 싶을 때까지 달리면 그만이다.

 

- 완허 궁 wanhegong.org.tw
- 린진성샹 좡위안가오 만들기 체험(4인 이상) 1인당 300타이완달러, 월~토요일 8:30am~8:30pm,

   www.1866.com.tw
- 친메이청핀뤼엔다오 월~금요일 11am~10pm, 토,일,공휴일 10:30am~10pm, parklane.com.tw

 

 

More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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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식 전통 다도를 체험하고 싶다면 찻집 우웨이차오탕에 들러보자. 원하는 차 종류를 골라 다도 세트를 주문하면 직원이 차를 우리고 마시는 방법을 시연해준다. 내부에 작은 연못과 정자를 갖춘 전통 가옥에 자리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귀한 골동품과 타이완 예술가의 작품 등으로 다실 곳곳을 장식했다. 다기와 차 구입도 가능하다. 아리산 고산차 2인 세트 420타이완달러, 10am~10pm, www.wuwei.com.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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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허 궁은 난툰라오제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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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진성샹 본점 앞에 우연히 만난 3대 주인 린통환(林童喚) 할머니와 매장 점원인 오잉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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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타이중의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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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합격 기원 떡인 좡위안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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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메이 미술관의 야외 전시와 건물을 장식한 위트 있는 벽화.


표영소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사진가 정수임은 20여 년 만에 타이중을 방문해 격세지감을 느끼며 타이중의 미식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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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1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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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론리플래닛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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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1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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