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75세에 그림 시작한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내 삶이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하라고 하고 싶다. 시간은 내 얼굴에 주름을 만들지만 도전하는 마음이 있다면 영혼에는 영원히 주름살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하며.

미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모지스 할머니. 그녀의 본명은 애너 메리 로버트슨 Anna Mary Robertson, 1860-1961이지만 모두가 그녀를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라고 부른다. 그녀는 누군가는 마침표라고 생각하는 나이일지도 모르는 75세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서 신이 우리 각자에게 준 ‘재능의 씨앗’에 대해 생각해본다. 평생토록 자녀들을 키우느라 자신의 재능 돌보기는 뒷전이었던 그녀는 마흔도, 쉰도 아닌, 일흔이 넘어서 주변의 소담스러운 이야기들을 정성스레 그림에 담아낸다.
 

모지스할머니 _ 바느질모임.jpg
바느질 모임 The Quilting Bee
모지스 할머니 | 1940-1950


마을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마을의 남녀노소가 모여 치르는 작은 행사, 큰 행사. 그렇게 그녀는 102세까지 사는 동안 많은 그림을 그려냈다. 사람들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을 그린 그녀에게 미국의 국민 화가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그녀에게는 열 명의 자녀가 있었으나 그중 다섯을 잃었다. 그녀는 평소에 자수 놓는 것이 취미였으나 72세에 남편마저 떠나보내고 관절염이 심해져서 더 이상 바느질을 할 수 없게 되자 공허한 시 간을 그림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우연히 발견된 재능에, 꾸준함의 시간이 쌓이면 그 어떤 재능보다 애잔하게 아름답다.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녀가 남긴 그림들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따뜻한 말을 건넨다. 그녀의 그림들은 나에게 졸업반 같은 기분을 주었다. 지금까지 본 모든 명화들이 이 명화를 만나기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그녀의 그림은 소소하지만 특별하게 느껴졌다.
 

모지스할머니_칠면조잡기.jpg
칠면조 잡기 Catching the Turkey
모지스 할머니 | 1940 | 나무에 유채


“시작하기엔 늦은 때라는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앙리 루소는 마흔 살이 다 되어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고,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비판 3부작’의 첫 책 순수이성비판 을 57세의 나이에 발표했다. 나는 그들이 무엇인가를 시작한 나이를 들었을 때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일흔 살 이후의 삶은 그저 시간만 때우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아서였고, 또 한 번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젊은 시기인 20대와 30대가 아닌 마흔 이후에 새로운 직업이나 꿈을 찾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늦었다고 생각한 나이에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한 사람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리고 심지어 정말 이제는 마지막이구나 싶은 순간에마저도 도전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도전 덕분에 우리는 그들이 남긴 기록들을 기억하고 용기를 얻는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묘비에 적힌 문구이자 그의 시 〈귀천〉의 한 부분이다. 삶은 우리가 하늘로 돌아가기 전 주어진 유한한 시간 속의 소풍이다. 아름다운 소풍을 보낼지 아닐지 여부는 개인의 마음에 달려 있다. 내 삶이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라고 하고 싶다. 시간은 내 얼굴에 주름을 만들지만 도전하는 마음이 있다면 영혼에는 영원히 주름살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하며.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소영(빅쏘)

수많은 구독자에게 명화와 글을 배달하는 아트메신저. 지은 책으로 《출근길 명화 한 점》《엄마로 태어나는 시간》《그림은 위로다》가 있고, 메트로 신문에 미술 칼럼을 쓰고 있다. 자유롭게 출근하며 아낀 에너지를 모아 네이버 포스트에 ‘빅쏘’라는 필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미술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