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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잘 못 느끼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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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늘 가까이에 있어 그 존재를 깜빡하고, 나중에 챙기려고 미루고 미뤄둔 가족들이 있다. 그들에게 바로 오늘, 사소하더라도 작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해보면 어떨까.

어느 날 엄마가 내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 결혼 전 부모님 댁에서 살 때였다. 나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피곤하다며 방문을 닫아버리고, 동생은 전화만 하면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끊는다고, 딸이랑 함께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시집가면 남의 집 사람이 된다는데 엄마를 홀대하는 것 같다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셨다. 평생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키운 세상에 둘밖에 없는 딸인데 엄마는 얼마나 허무하고 외로웠을까? 정작 내가 잘해야 할 소중한 사람은 내 앞에 있는 부모님이고 내 가족인데, 나는 집 밖에 나가면 친절해지고 집 안에 들어오면 뾰족해지곤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데 이상하게 유독 부모님한테는 잘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언제나 가족들이 곁에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잘했든 못했든, 나빴든 착했든 늘 내 옆을 지켜주는 나무 같은 존재들이다. 일도 사랑도 나를 버릴 수 있지만 가족들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 


대가족의 모습을 화폭에 자주 표현한 화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이스트먼 존슨Eastman Johnson, 1824-1906이다. 다양한 그림을 그린 화가지만 나는 그의 작품들중 가족을 담아낸 그림들이 제일 좋다.


블로짓 가족의 크리스마스.jpg

블로짓 가족의 크리스마스 Christmas-Time, The Blodgett Family

조서넌 이스트먼 존슨 | 1864 | 캔버스에 유채 | 76.2x63.5cm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블로짓 가족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은 제목처럼 크리스마스 날이다. 오빠는 자신이 선물받은 기사 장난감을 막냇동생에게 보란 듯이 자랑하고 있고, 막내는 오빠의 장난감이 부럽기만 하다.


‘나도 가지고 놀고 싶어.’ 이런 소망이 막내의 볼에 한가득이다. 막내들은 늘 언니나 오빠가 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는 법이다. 큰언니는 그런 동생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가족에게 지금 이 순간은 소박하지만 가장 아름답게 기억될 순간이다.


해치가족.jpg

해치 가족 Hatch Family

조서넌 이스트먼 존슨 | 1870?1871 | 캔버스에 유채 | 121.9?186.4cm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의 귀여운 남매들이 떠오르는 〈해치 가족〉을 보자. 해치는 열정적인 미술 컬렉터이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이스트먼 존슨에게 그가 의뢰한 가족 초상화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들 세 세대가 한자리에 그려진 이 초상화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되었다.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내 편이 되어주고 날 사랑해주는 것이 가족이다. 가까이 있는 것을 사랑하는 눈을 가진다면,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당장 집에 돌아가면 날 반겨주는 아빠, 바빠서 먹지도 않겠다는 딸에게 새 밥을 지어주는 엄마, 늘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형제자매들. 잘 못 느끼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늘 가까이에 있어 그 존재를 깜빡하고, 나중에 챙기려고 미루고 미뤄둔 가족들이 있다. 그들에게 바로 오늘, 사소하더라도 작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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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소영(빅쏘)

수많은 구독자에게 명화와 글을 배달하는 아트메신저. 지은 책으로 《출근길 명화 한 점》《엄마로 태어나는 시간》《그림은 위로다》가 있고, 메트로 신문에 미술 칼럼을 쓰고 있다. 자유롭게 출근하며 아낀 에너지를 모아 네이버 포스트에 ‘빅쏘’라는 필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미술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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