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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키네마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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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을 쏟는 게 좋습니다. 소생,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한 가지 배웠습니다. 인생은, 매순간,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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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에 대해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물론 웃자고 한 소리겠지만 사실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이처럼 다소간의 애증을 지닌 존재입니다. 때로는 밉고 원망스럽지만 곁에 없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눈물 나는 존재. 


여기, 매일 도박과 영화에 빠져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버지를 골칫거리로 생각하면서도 아버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딸이 있고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오래된 극장을 지키고 싶어 한다는 것. 다가올 겨울, 따뜻한 홈드라마 한 편을 본 것처럼 가슴 포근한 행복을 가져다줄 한 권의 책 『키네마의 신』의 두 주인공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키네마의 신』의 담당 편집자 위윤녕입니다. 혹시 영화 좋아하시나요? 좋은 영화에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신비로운 힘이 있습니다. 이 힘은 얼어붙은 사람의 마음을 녹이기도 하고 궁지에 몰린 이들을 구원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아유미는 한 때 대기업의 부장까지 지낸 커리어우먼이었습니다. 결혼도 마다하고 일에 헌신했는데, 떠밀리듯 직장을 그만 두고 나니 갑자기 인생에 대한 허무가 밀려옵니다. 대기업 다니는 딸을 자랑으로 여기며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하고 참고 살아온 어머니에게 실직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딸의 연봉을 믿고 철없이 도박을 즐기며 여기저기 빚을 지고 다니는 아버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유미는 멍하니 공원을 걷다가 눈부신 햇살과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생각합니다. 


‘봄은 언제 올까…….’ 


그러나 봄은 곧 찾아옵니다. 아유미에게 봄을 가져다준 것은 다름 아닌 영화였습니다. 영화 잡지사에 취직한 아유미는 아버지의 도박 중독증을 치료하기 위해 잡지사 블로그에 영화 평론을 써 볼 것을 제안합니다. 일명 ‘키네마의 신 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요. 기교도 대단한 문장력도 없지만 오로지 영화에 대한 노인의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영화 감상문은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아버지의 영화 감상문은 아유미의 가족에게, 그리고 개성 넘치는 영화 잡지사의 직원들에게 어떤 기적을 불러일으키게 될까요? 아유미의 가족은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게 될 수 있을까요?


‘키네마의 신’은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신이 아닙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첫사랑이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는 삶을 살기를 기도하며 얼렁뚱땅 만들어낸 신이지요. 그러나 이 신은 모두의 마음속에 간절하게 스며들게 됩니다. 정말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만 찾는 신. 이 소설에는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며, 성장하고 가까워지며 진짜 가족이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는 여러 영화가 나옵니다. 시네마 천국, 꿈의 구장, 사랑과 영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명화에 대한 아버지의 평론에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합니다. 그 애정은 사람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던, 영화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일깨웁니다. 저 역시 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오래된 명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오래된 영화의 기억과 소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몇 번이나 울컥이며 책을 만들었습니다. 


키네마의 신은 제 8회 사케노미 서점인 대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사케노미 서점인 대상이라는 이름이 낯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책 다음으로 술을 좋아하는 일본의 출판인과 서점인이 모여 그 해 최고의 책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합니다. 키네마의 신은 정말로 술 한 잔 나누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그런 가슴 따뜻한 소설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한 대목을 읽어드릴까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또 기적을 불러들인 아버지의 첫 영화 평론 중 한 대목입니다. 


이 작품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감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즉, 이런 것은 별것 아니다, 또다시 할 수 있다, 혹은 또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소한 일이 사실은 인생을 좌우하는 큰 일이 된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맨발의 조에게는 승부조작사건이며, 동네 의사 그래험에게는 단 한 번으로 끝난 이닝이며, 주인공인 레이의 경우에는 아버지와의 캐치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을 쏟는 게 좋습니다. 소생,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한 가지 배웠습니다. 인생은, 매순간,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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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물의 에튜드>


혼자 집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한 번 마시면

멈출 수 없었다

 

물 없는 물병이 쌓여갔다

여긴 다 마신 물병이 하나 둘 셋 열 열둘 스물

 

세는 일을 그만두자 물의 얼굴이 여길 본다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잘 알진 못하겠다 물의 질긴 표면이 이곳을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 집이 심심했다 말 걸어 주는 사람도 없고

살아있는 사람도 없었다

 

모든 것이 물의 표면에 고정된 것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물 속은 조용하구나 그래도 목은 마르다

 

그렇게 중얼거렸는데

지금 말한 건 누구?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혼자 집에 앉아 있으면 나는 자꾸 물이 마시고 싶다 자꾸 물을 마신 걸 까먹게 된다

계속 물을 마셔야지 언제까지 마셔야 할까

 

모르겠어 일단 마셔

 

이건 또 누구의 중얼거림일까 나는 계속 물병을 비우면서 집을 나왔다


『구관조 씻기기』(황인찬/민음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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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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