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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과 어울리는 ‘몰운대’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에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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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연말이다. 어느덧 12월이 왔고, 날씨 또한 맹렬하다. 2015년이 20여일 남은 지금은 한 해를 마무리짓고 새해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때다. 부산 몰운대는 이와 어울리는 바다여행지다.

늘, 결핍은 아쉽다. 얼마 남지 않은 것들, 그래서 부족함의 갈망은 새로운 욕구를 자극한다.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가 내 눈 앞에 있고, 나는 지금 그것을 먹고 있다. 먹고 있는 지금은 행복하기만 한데, 사라져가는 케이크를 보자니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 이미 배는 채워졌고, 달콤함으로 행복한 기분까지 충족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또 먹고싶다'는 욕구에 휘말리게 된다. 물론, 이 케이크를 먹고 싶은 욕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어렵지 않게 충족될 수 있는 사소한 예다. 하지만, 시간을 잡는다는 건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그야말로 '갈망만 가능'하다. 일년 내내 정신없이 보낼 땐 미처 몰랐던 시간의 소중함은 연말이 되면 가치가 발현된다. 연말을 보내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필자의 경우엔 차분히 보내는 편을 선호한다.


부산 몰운대는, 연말과 닮은 장소다. 일출과 일몰 모두를 감상하기에 적합한 명소로 알려진 이곳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에 적합하다. 몰운대는 부산의 해운대, 태종대와 함께 부산 3대(臺) 중 한 곳으로, 특히 일몰 장면이 유명하다.


몰운대1.jpg

  

몰운대2.jpg

태양을 손에 넣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태양광을 만나볼 수 있었다.


대개 '바다'를 떠올리면, 풍랑이 선사하는 시원함과 풍랑의 압도적인 힘, 혹은 잔잔한 바닷마을의 서정성 등 극단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몰운대에 대한 심상은 조금 이색적이다. 해변의 느낌도, 바닷마을의 느낌도 아닌 섬을 찾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이 시가와 잘 어울리는 장소라 여겨졌다. 고운 모래를 힘 주어 밞아나가며 새긴 발자국마저 다른 해변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색을 하게 만들어줬다. 유독 밞을 맛이 나는 고우면서도 꾸덕한 해변 위를 새겨왔던 지난 발자국들을 보며 과거를 정리할 수 있었고, 다가올 한 해 계획을 다짐하며 발자국을 새겨나가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곳, 몰운대….


몰운대3.jpg

인적이 드문 때 찾는다면, 무인도 위에 홀로 남겨진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걸음을 담아본다.


왠지 모르게 명칭의 어감도 한 해의 끝자락과 닮아 있다. 지형상,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여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 스스로 숨은 명소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이 좋았던 건, 부산의 다른 해변만큼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았다는 점과 주변으로는 해송을 비롯한 울창한 숲과 빼어난 절벽 등 바다 이외의 절경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색적인 것은, 부산의 여느 해변들과는 달리 몰운대는 바닷물의 드나듦이 확연하다는 점이다. 서해를 찾은 듯한 감흥을 얻을 수 있으며, 그래서 모래 위에 추억을 더욱 진하게 새길 수 있는 매력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 비해 발전이 늦어진 몰운대 일대…. 모든 이들이 개발을 외치며 자연을 해치고 있는 요즘, 몰운대 만큼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광지가 아닌, 그야말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자연의 고마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히려 작위적인 것들이 없었기에, 몰운대에서의 시간은 스스로 여백을 채워나갈 수 있었던 소중함으로 기억될 수 있었다.


몰운대에서의 길지 않았지만 의미 있었던 시간들을 보낸 후, 인근 아미산 전망대에 올라 주변 풍광을 감상했다. 이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바다 위 크고 작은 섬들의 자태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 한 번 더 못을 박았고, 그 위를 맴도는 철새들의 풍경은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줬다. 때가 되면 어디론가 떠나게 될 그들이 왠지 고단해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안락한 생활을 위해 어떠한 곳으로 향하는 그들을 보며 세상 모든 동물들에게는 노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미산전망대1.jpg 

아미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바다라고 다 같은 바다가 아님’을 확인하게 만들어 준 몰운대. 색다른 바다 풍광 위에서 뜨고 지는 태양과 함께 삶을 정리하고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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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다함

최다함은 디지털영상 및 영화 전공 후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전략기획팀에서 PR업무를 맡고 있다. 걷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고 웃고 울자’ 식의 경험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공연, 전시회감상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쾌락을 만끽 중이며, 날씨 좋은 계절에는 서울근교든 장거리 장소든 여행할 곳들을 찾아 몸을 통한 독서를 실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서 ‘문화소믈리에, 최따미’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및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tv5monde한국에서 프랑스영화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생 글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라는 포부를 지닌 그녀다. 자칭 컬처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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