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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인류 절친, 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책

12월, 금주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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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는 당신이 어떤 품종의 개를 어디에서 어떻게 키우든 상관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개는 마당에 있어야 한다

이금주 소개_ 키우던 강아지가 한 살도 못 돼서 홍역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주인이 무식해서 한 생명이 덧없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애견 관련 도서를 서른 권은 읽었나 보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개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걸 찾아내는 것을 끝으로 하산했다. 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을 모아 읽는 것은 성격 때문이라기보다는 직업병인 것 같다. 매달, <월간 채널예스>를 통해 금주의 책을 소개한다. 

 


한 권만 뽑으라면…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jpg


발상의 전환이 결정적인 해결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대개 ‘애견 훈련 지침서’라고 할 만한 책들은 모두 내 말을 도통 알아듣지 못하는 어리고 멍청한 개에서 출발한다. 내 말을 알아듣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 결국 배변훈련, 복종훈련, 산책훈련, 놀이훈련 등 온갖 반복훈련이 나열되곤 한다. 하지만, 개는 여전히 알아듣는 것 같지 않다. 이 책은 이럴 때 시점을 바꿔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이 책의 원제는 ‘목줄의 반대편(The Other End of the Leash)’이다. 책 속에서 이 표현은 이렇게 사용된다. ‘개 목줄의 반대편에 있는 동물의 독특한 냄새 취향 때문에 창백해질 정도로 놀라게 되는 것은 인간이나 개나 마찬가지이다.’ 이 책의 목적은 목줄의 반대편에 있는 개를 통제하는 방법이 아니라 목줄의 양쪽에 있는 사람과 개가 서로 이해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 있다. 또, 우리가 우리 스스로, 즉 영장류 호모사피엔스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양쪽의 의사소통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지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목줄의 양쪽에 있는 두 종류의 동물, 사람과 개 중에서 다른 쪽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개다. 개는 우리의 자세, 무게 중심, 속도, 표정, 몸짓을 함께 있는 내내 확인한다. 저자는 우리의 몸짓이 개에게는 메시지를 적은 네온사인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우리도 개를 관찰한다. 하지만, 개가 우리를 관찰하는 시간과 정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우리가 의사소통을 위해서 시각보다는 음성을 대단히 선호하는 영장류라는 데에서 시작된다. 개가 시각을 통해 주인에게서 메시지를 얻으려고 할 때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을 계속 내뱉는 우리는 개에겐 고장 난 신호등일 뿐이다. 물론 개나 늑대들도 울음 소리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침팬지, 보노보, 인간처럼 두 발로 걷는 영장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사람은 표현을 강조하고 싶을 때엔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습관까지 가지고 있다. 동물행동학자나 애견 훈련사들은 개보다 사람의 습관을 고치는 게 훨씬 공을 들인다고 한다. 


“신호를 반복하려는 개 양육자들의 성향은 정말 불가항력적이다. 개 훈련 수업에 참가해 보면, 언제나 ‘이리와’ 또는 ‘앉아’라는 명령을 되풀이하고 있는 개 양육자들을 보게 된다. 또 이를 꽉 깨물고 억지웃음을 짓는 교관들이, ‘딱 한 번만 앉아 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제발 제발 제발요(그들 역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존재다).’, ‘서너 번씩 말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세요’ 등의 말을 되풀이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차이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건 누군가를 입 다물게 하고 싶을 때 취하는 행동이다. 사람은 ‘조용히 해’라고 말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게 반복될 수 있고, 심지어 아주 시끄러울 수도 있다. 늑대와 개의 우두머리는 무리를 조용히 시키고 싶을 때 명령하지 않고 입을 닫는다. 이 행동 양식의 차이가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조용히 하라고 큰 목소리로 반복해서 명령하는 주인을 개는 어떻게 생각할까? 함께 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차이를 정확히 아는 것이 둘 사이 의사소통의 전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품종을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개들이 ‘앉아’라는 음성보다는 동작 신호에 정확하게 반응했다는 실험 결과로 봐도 그렇다. 개보다는 사람의 습관을 먼저 들여다보는 발상의 전환에서 얻는 이점이 대단히 크다. 이 책에는 실제 개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동작, 기본적인 의사소통법도 함께 정리돼있다. 


목양견, 경비견 등 일부 일을 하는 개들을 제외하고, 오직 정서적인 이유 때문에 다른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참 특이한 일이다. 지구 상에는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사는 개들이 4억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요즘 들어서는 애견 훈련 지침서부터 애견 요리 레시피까지 다양한 책이 출간된다. 이 책들이 서로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란다. 먹여서는 안 되는 음식, 혼자 남겨두고 외출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정되지 않은 곳에 용변을 봤을 때는 어째야 하는지, 거의 모든 행동에 대해서 서로 반대되는 지침을 주는 책이 꼭 있다.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는 당신이 어떤 품종의 개를 어디에서 어떻게 키우든 상관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개는 마당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든 심지어 침대까지 마음대로 올라가도 된다고 생각하든 이 책을 추천할 수 있다. 또, 개는 사료만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든 직접 요리를 해서 매 끼니를 챙겨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든 역시 이 책이 필요하다. 


애견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 역시 충분히 의미가 있고 저자의 생활 속 에피소드나 상담을 통해 만난 사람과 개의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개에 대한 저자의 애정도 곳곳에 드러난다. 


“보더 콜리 루크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레트 버틀러처럼 잘 생긴 데다, 행동은 애쉴리만큼 친절하고 예의바르다. 루크는 당당함과 완벽함 그 자체다.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반가운 마음에 흥분해서 그들을 덮치기보다는 친구가 되어달라고 공손하게 청하기라도 하듯 옆에 다가가 조용히 앉아 있곤 한다. 루크는 언제나 영적 평온함이 흐르고 있는 ‘참선하는 개’처럼 보인다. 견계의 달라이 라마라고나 할까? 


 

더 읽는다면…

 

다윈의 개

엠마 타운센드 저/김은영 역 | 북로드 | 원제 : Darwin's Dogs

그 유명한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찰스 다윈이 도착 다음날 한 일은 자기 개가 5년만에 만난 주인을 기억하는지 실험해보는 것이었다. 찰스의 에딘버러 유학 시절, 그의 누나는 개 니나의 부상 소식을 두 장에 걸쳐서 쓴다. 반면 그 해에 창궐한 콜레라에 대해서는 한 줄만 썼다. 개 없이는 못 사는 다윈 가족 중에서도 찰스는 심했나 보다. 사냥과 개에 너무 빠져있다고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생물에 대한 그의 관심은 결국 인류사에 업적으로 남는다. <종의 기원>에는 '하운드부터 불독까지'라는 문구가 수 차례 나온다.

 

 


 

개에 대하여

스티븐 부디안스키 저 ㅣ 사이언스북스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의 저자가 애견인 70, 과학자 30의 태도로 책을 썼다면, 이 책은 반대로 과학자 70, 애견인 30으로 쓴 책이다. 고릴라, 침팬지부터 멸종 위기종까지 연구하지만, 정작 1만 년 된 친구 개에 대해서는 생물학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책이 드물다. 개가 문명과 자연의 경계에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개에 대하여』는 개의 기원부터 행동 양태, 감각 등 이제까지 밝혀진 연구 성과들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일례로, 개가 두 가지 기원, 즉 재칼과 늑대에서 비롯됐다는 콘라트 로렌츠의 주장은 DNA 검사 결과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개는 늑대에 기원을 둔다.

 

 


 

모든 개는 다르다

김소희 저 ㅣ 페티앙북스

엘리자베스 2세 하면 떠오르는 개가 웰시 코기, 윈스턴 처철 하면 떠오르는 개가 불독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실제로도 웰시 코기를 좋아하고 키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처칠은 사실 푸들과 함께 살았다. 침대를 같이 쓸 정도였다니 어지간히 친했던 모양이다. 개를 키우기로 결심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어떤 개를 키울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서태후, 헤밍웨이, 뉴턴,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알 만한 사람들과 애견들이 얽힌 이야기가 재밌고, 어떤 품종이 어떤 성격인지 대략 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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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금주(서점 직원)

chyes@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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