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올 뎀 위치스, 다른 사운드 컬러와 멋

올 뎀 위치스(All Them Witches) < Dying Surfer Meets His Maker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전주의 리프와 훅 멜로디로 곡 초반부서부터 빠르게 승부수를 거는 3분짜리 팝송의 매력과는 반대되는, 길쭉한 서사성에서 오는 위력이 음악에서 드러난다.

3.jpg

 

데뷔작이자 전작인 < Lightning At The Door >에서 보여주었던 밴드의 색 < Dying Surfer Meets His Maker >에서도 계속된다. 리프와 전개, 연주 모두의 호흡이 길고 이에 맞춰 몇몇 곡의 러닝 타임은 5분을 훌쩍 넘는다. 또한 사운드스케이핑에 힘을 쏟는 네오 사이키델리아의 성향도 여전한데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1960년대 식 사이키델릭 록, 레드 제플린과 블랙 사바스를 연상시키는 1970년대 식 하드 록 스타일 연출도 다시금 고개를 들어올린다. 루즈한 진행과 공간감을 머금은 선율, 다소 어두운 멜로디, 이를 뒤섞어 뽑아내는 우주적인 몽환감은 이제 내쉬빌 출신의 밴드 올 뎀 위치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됐다.

 

스트레이트한 진행과 거친 질감, 육중한 무게감이 돋보이는 멋진 개러지 펑크 트랙 「Dirt Preacher」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곡들이 갖춘 뼈대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상술했던 대로, 긴 호흡, 공간감, 몽환감과 같은 요소들이 트랙 리스트 속 골자의 상당 지분을 점유한다. 올 뎀 위치스의 역량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앨범 전체에 투영된 이들의 작법은 동일하나, 밴드는 곡마다에 부여한 각각의 테마를 잘 살려 서로 다른 사운드 컬러와 멋을 훌륭하게 이끌어낸다. 음반의 포문을 여는 「Call me star」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로 뽑아낸 아르페지오 리프를 중심으로 아득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El centro」에서는 한 개의 코드로 진행되는 배경의 묵직한 사운드와 이를 가로지르는 기타의 날렵한 솔로잉을 근사하게 병치시켰으며, 블루지한 레트로 사이키델릭 록 「This is where it falls apart」와 주술적인 기운까지 감도는 「Open passageways」에서는 각각 하모니카와 바이올린 연주를 더해 트랙 색감에 어울리는 풍성함을 더하기도 했다.

 

곡 개개의 특성을 살린 다채로운 구성을 이용해 음반 전체의 완급을 조절하는 모습도 흥미롭게 바라볼 만하다. 멀끔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거친 퍼즈 톤 사운드, 느릿한 블루스와 완력 넘치는 하드 록, 차분한 공기와 과격한 흐름을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교차시키며 밴드는 흡입력을 결코 쉬이 떨어드리지 않는다. 복잡하게 섞인 사운드 양상이 반복되는 형상을 띄고 있음에도 앨범이 좀처럼 지루하거나 피곤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이 맥락에 있다. 긴장과 이완을 번갈아가며 노출시키는 음반 후반부의 곡 라인업도 놓칠 수 없는 감상의 묘미. 작품 전체의 단위로도 음반에는 모자람이 없다. < Dying Surfer Meets His Maker >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전주의 리프와 훅 멜로디로 곡 초반부서부터 빠르게 승부수를 거는 3분짜리 팝송의 매력과는 반대되는, 길쭉한 서사성에서 오는 위력이 음악에서 드러난다. 평범하지 않은 작법이 가진 힘과 자신들 특유의 감각을 올 뎀 위치스는 훌륭히 섞어냈다. 이제 두 번째 앨범인데도 말이다.

 

2015/11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 기사]

- 키스 리처드, 로큰롤의 전설을 만들어 낸 주역

- 양날의 검을 가진, 프라이머리 < 2 > 
- 거부할 수 없는 네오 소울 사운드, 리앤 라 하바스 
- 개리 클락 주니어, 블루스를 해석해내는 소니 보이의 재능

- 하룻밤 새 팝스타가 된, 칼리 래 젭슨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사람을 남기는 독서와 인생 이야기

손웅정 감독이 15년간 써온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김민정 시인과 진행한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독서를 통해 습득한 저자의 통찰을 기본, 가정, 노후, 품격 등 열세 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강인하지만 유연하게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손웅정 감독의 인생 수업을 만나보자.

쉿, 우리만 아는 한능검 합격의 비밀

한국사 하면 누구? 700만 수강생이 선택한 큰별쌤 최태성의 첫 학습만화 시리즈. 재미있게 만화만 읽었을 뿐인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마법! 지금 최태성 쌤과 함께 전설의 검 ‘한능검’도 찾고, 한능검 시험도 합격하자! 초판 한정 한능검 합격 마스터팩도 놓치지 마시길.

버핏의 투자 철학을 엿보다

망해가던 섬유공장 버크셔 해서웨이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과정을 보여준다. 버크셔의 탄생부터 버핏의 투자와 인수 및 확장 과정을 '숫자'에 집중한 자본 배분의 역사로 전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담아 가치 투자자라면 꼭 봐야 할 필독서다.

뇌를 알면 삶이 편해진다

스트레스로 업무와 관계가 힘들다. 불안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싶다. 이런 현대인을 위한 필독서. 뇌과학에 기반해 스트레스 관리,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수면과 식습관에 관해 알려준다. 처음부터 안 읽어도 된다. 어떤 장을 펼치든, 삶이 편해진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