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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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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글로벌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는 김영하 작가는 우리 모두 행복을 느끼는 ‘행복 근육’을 열심히 길러야 한다는 표현을 쓰더군요. 저는 지리학자로서 여러분에게 ‘지리적 상상력’이라는,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강력한 마법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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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면


세상에는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 성별, 유전자, 고향 등은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운명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여 바꿀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애인, 배우자, 전공, 직업, 종교까지……. 특히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국적조차도 더 이상 숙명이 아닙니다. 굳이 국적을 바꾸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나의 주 생활 무대를 선택하고 죽어서 장례식을 치를 곳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비록 한국이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심해 삶이 팍팍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세계로 진출하여 꿈을 펼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나라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으니까요. 만일 여러분이 아프리카의 빈곤한 국가에 태어났다면 외국으로 진출하는 꿈을 꾸기는커녕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한 끗 차이로 북한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북한을 벗어나 자유롭게 여행하기 힘들지 않았을까요?

 

저의 현재 직업은 지리학자이자 대학교수입니다. 비록 대학교수는 주로 연구실과 강의실을 오가는 좀 따분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제 전공이 문화지리학이기에 전 세계를 여행하고 오지를 답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장소를 탐색한 후 내가 좋아하는 곳을 선택하여 일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리학자라는 직업은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행복 밀집 지역인 동남아 각지를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 먹고 다정한 동남아 사람들을 만나면서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고 해외 지역전문가로 사회적 인정도 받게 되었습니다. 교육방송에서 세계지리 수능 강의도 하고 TV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부터 지리학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수능을 망쳐 2지망으로 지리교육과에 진학했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해서 빨리 다른 분야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저의 첫 직장은 대기업의 미주 수출 팀이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마 계속 다녔으면 스트레스로 과로사 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중간에 그만둔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도전했고, 시행착오와 실패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외국계 회사, 방송사, 학교, 대학, 연구소를 전전하며 쓴맛 단맛을 다 보았습니다. 세계에서 유리천장이 가장 단단한 나라라는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며 눈물도 많이 흘렸고(유리천장이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뜻으로, 능력과 자격이 있음에도 여성이거나 소수민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특히 고위직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유합니다) 영국에서는 세련되지만 치사한 인종차별도 겪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성공의 정의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좋은 조건에서 하는 것’이라면, 저는 지금 그런대로 성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네 꿈이 뭐니? 나중에 성공하려면 지금 너에게 주어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어른들 중에 자신의 진짜 꿈을 찾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또한 어른이 된 후에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일이 중간에 바뀔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마흔이 되는 해에 저는 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40년 동안은 부모님과 선생님,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며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직업이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여전히 모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살고자 합니다.

 

‘삼포세대’니 ‘칠포세대’니…… 고도성장을 멈춘 한국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열정페이(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신조어)만 강요하는 가혹한 세상일지 모르겠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대를 나온다고 해도 더 이상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시대입니다. 그나마 초등학교 교사로 취업할 확률이 높은 교대 학생들조차 여유 없는 팍팍한 삶을 살고 있고,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아주 잘했던 서울대 학생들마저 취업이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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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종이 다양한 열대 저위도 지역의 왜곡을 줄이기 위해 1996년 스티브 워터먼이 개발한 나비 모양의 세계지도.

ⓒ2012 Steve Waterman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계속 높아지는 자살률, 불행한 어린이들, 계속 벌어지는 빈부 격차는 암울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시키는 공부만 하고 부모님의 말씀대로 살아 줄 세우기 경쟁에서 이긴다 한들 여러분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이기에,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역설적으로 경쟁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무장하고 작더라도 내가 주인공인 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야 겨우 생존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저에게는 여러분 또래의 아들이 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기에 그에게 가능한 많은 탐색의 기회를 선물하고자 했습니다. 10대의 아들과 함께 한국의 강화도를 비롯해 동남아의 정글과 소수민족 마을, 영국의 축구장과 미술관 등 다양한 국가와 지역, 공간과 장소를 여행하면서 행복한 삶의 조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와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분석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간적 의사 결정을 잘해야 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희망을 찾기 힘든 절망적 상황에서 운명의 지도를 바꾸려면 지리적 상상력이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로벌한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는 부유한 사업가뿐 아니라 가난한 예술가들도 자신에게 영감을 주고 작품이 잘 떠오르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국적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일하고 생활한 국가, 그리고 사랑을 나누고 행복했던 추억의 공간입니다. 비록 제 생물학적 나이는 중년이지만, 저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진짜 제가 원하는 것을 열심히 찾는 중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생각과 고민은 청소년 여러분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꿈을 이루고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도 글로벌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는 김영하 작가는 우리 모두 행복을 느끼는 ‘행복 근육’을 열심히 길러야 한다는 표현을 쓰더군요. 저는 지리학자로서 여러분에게 ‘지리적 상상력’이라는,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강력한 마법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자, 이제 지리적 상상력을 기르는 여행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나요? 여행을 마치고 나면 여러분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지금 여기의 삶을 당장 바꿀 수 있으니까요.

 

 

2015년 11월 나비 효과를 꿈꾸며
김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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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김이재 저 | 샘터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는 지금까지의 지리교육이 지니고 있었던 문제점을 짚어보고, 지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관점인 ‘지리적 상상력’을 소개한다. 지리 교과서는 가르쳐주지 않은, 흥미진진한 ‘일상 속 살아 있는 지리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 삶에서 공간이 지니는 다양한 의미’를 살펴본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나에게 맞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찾음으로써 절망과 편견을 딛고 꿈을 이룬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지리적 상상력’, ‘공간적 의사 결정력’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내 삶의 고민과 문제를 푸는 데 구체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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