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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내가 전자책을 읽는 이유

예스24 eBook팀장이 말하는 ‘내가 전자책을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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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 판매 업체가 꾸준히 어플리케이션과 기기를 업그레이드해줘야 한다. 한 번 구매한 전자책을 언제까지 다운로드 받고 읽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곤 한다. 예스24는 책을 가장 잘 아는 회사, 혹은 잘 알아야 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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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집은 서점이었다. 십여 년 전 인터넷 서점 입사 면접을 보면서 아버지와 똑같은 일을 선택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한편으로는 매장이 있는 친숙한 모양의 책방이 아니라 인터넷 서점이라는 게 색다르기도 했다. 그 인터넷 서점에서도 전자책을 맡고 있다. 이제는 종이도 쓰지 않는다. 세상은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

 

1. 한 없이 가벼운 전자책

 

여느 초등학생들에게 책이라면 재미있는 것이라든지 따분한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 테지만,내게 책의 첫인상은 무거운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를 도와서 도매상에서 책을 가져온 일이 있다. 아마 참고서였던 것 같다. 더럽게 무거웠다. 책을 묶은 노끈에 손이 빨개졌다가 끈 자국이 남았던 걸 아직도 기억한다. 알고 보면, 책은 냉장고보다 무겁다. 책을 냉장고 부피만큼 쌓으면 아마 대여섯 배는 더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따로 보면 책은 한 손으로 가뿐하게 들 수 있으며 예쁜 표지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한두 권씩 슬금슬금 집으로 기어들어와서 책장을 차지하고 책상 위를 차지하고 바닥을 덮었다가 새 책장을 사오라고 성화를 부릴 것이다. 그렇게 책장을 몇 개 더 상납하고 나면 기어이 이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날이 온다. 그런데, 책이 많으면 이사도 힘들다.


인쇄공의 손자이자 5만 권을 가진 장서가, 세계적인 석학이며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책의 우주』에서 책을 보관하는 비용을 이렇게 계산했다. “(책이 차지하는 면적 비용 책이 차지하는 벽과 창문 등 수직적인 면적 비용 책장 가격) / 보관할 수 있는 책 권수 = 한 권 당 40유로”. 책 값보다 보관 비용이 더 드는 셈이다.


전자책은 가볍다. 무게가 아예 없다. 수십 권을 한꺼번에 산다고 해도 낑낑대며 들고 올 필요도 없고 집에 쌓아둘 필요도 없다. 종이책으로는 거대한 박스 세트인 스무 권 짜리 『조선왕조실록』을 크레마 원에 다운로드했을 때는 기분 좋다 못해 짜릿할 지경이었다. 『토지』『조선왕조실록』이 다 들어있는데도 여전히 가볍다.

 

2. 깔끔하게 분류된 서재를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제목부터 비장한 『장서의 괴로움』에는 이런 일화가 실려있다.

 

“모두 해서 몇 권이나 있는지는 나도 몰랐어요. 그냥 3만 권쯤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13만 권이나 있다는 게 판명이 났어요. 비극입니다.”

 

장서 숫자를 파악하게 된 계기는 이혼이었다고 한다. 책을 꽂아 놓고 읽지 못하고 있다고 투덜대는 분들이 있다. 책을 얼마나 가지고 있어야 ‘책이 너무 많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책이 ‘너무 많다’는 말은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책이 몇 권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몇 권인지 모르는데 많거나 적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비극은 단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거나 보관이 어렵다는 점에만 있지 않다. 장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면 어떤 분류의 어떤 책이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다. 장서가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불행, ‘샀던 책 또 사기’가 일어나는 지점이 이쯤이다. 나는 샀던 책을 세 번까지 또 사본 적이 있다. 이사 때문에 정리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장서의 괴로움』의 저자는 “장서의 생명은 분류에 있다”고 단언한다. 맞다. 서재에 파묻힌 책은 아직 사지 않은 책만 못하다. 새로 예스24 전자책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거나 크레마 기기를 사면 먼저 하는 일이 이미 사둔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고 분류별로 책장을 정리하는 일이다. 전자책을 처음 접하던 즈음에는 이게 일이 아니었는데, 전자책이 늘면서 일이 되긴 했다. 천 권 가까운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아서 정리하는 일이 하루에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정리하면 그걸로 변함이 없다. 정리한 후 몇 달 지나면 책상 주변에 책이 쌓이는 종이책에 비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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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자책만의 새로운 경험

 

어느 날인가 친구를 만나서 차를 마시다가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있어서 적극 추천했다. 전자책으로도 출간된 소설이라 그 자리에서 구매하게 했다. 차를 마시는 한 시간 동안 친구는 책을 구매해서 다운로드 받고 앞 부분을 대략 훑어볼 수 있었다. “이야, 정말 재밌겠는데?”라는 반응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으로 책 추천, 구매, 감상까지 과정이 앉은 자리에서 끝났다. 전자책 시대의 새로운 풍경이다.


주석이 많이 달린 책은 늘 고민이다. 특히 미주가 달린 부분이 오면 읽는 흐름을 끊고 뒷장으로 갔다가 올 건지 아니면 궁금한 채로 계속 읽을 건지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미주 부분을 언제든 찾을 수 있게 손가락을 하나 끼워놓을 건지, 책갈피를 끼워놓는 것으로 대체할 건지도 고민스럽다. 그래서 대개 주석을 무시하고 읽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어떤 단어는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요즘 편집되는 전자책 파일들은 각주 번호에 링크를 달아놓는다. 스마트 기기나 전자책 기기에서 이 각주 번호를 잠시 누르면 각주 내용이 조그만 창에 뜨도록 돼있다. 새로 업그레이드 된 예스24 전자책 어플리케이션의 여러 기능 중에 내게 완전 소중한 기능이라면 이것이다. 최초로 주석 달린 책을 읽은 이래 20년 넘는 고민을 드디어 해결했다. 손가락이나 책갈피를 끼워둘 것 없이 꾸욱 누르면 된다.


잠 들기 전 독서는 가장 오래 되고 중요한 습관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고민이 있다. ‘잠 들기 전’ 독서에서 수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불 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줄을 당겨서 켜고 끄는 전등의 줄을 바닥까지 길게 늘어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그랬다는 말은 못하겠다.) 박수를 쳐서 켜고 끄는 전등도 기억이 난다. 일반적인 전자책 기기나 스마트 폰은 이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이다. 크레마 샤인, 원, 카르타까지 자체 조명이 되는 화면을 썼다. 특히 크레마 카르타는 침대에서 읽기에 최적이다.

 

크레마 시리즈 이전까지 예스24는 기기를 만든 경험이 없었다. 내가 eBook팀을 맡기 전 eBook팀장은 아마존 킨들에 빠진 분이었다. 한국 전자책도 킨들 같은 기기에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크레마 터치부터 크레마 원까지 전자책 기기를 해마다 기획해서 내놓았다. 크레마 터치 기획 초기에 무작정 OO전자 기획팀에 전화를 걸어 “킨들 같은 기기를 만들려는데 가격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물었다가 기기 기획에 대한 2시간 짜리 강의를 들어야 했던 일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크레마 터치를 시장에 내놓은 지 4년이 지났다. 지난 9월에 출시한 크레마 카르타는, 말하자면 그동안의 성과를 중간 결산하는 기기이다. 독자들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좋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 판매 업체가 꾸준히 어플리케이션과 기기를 업그레이드해줘야 한다. 한 번 구매한 전자책을 언제까지 다운로드 받고 읽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곤 한다. 예스24는 책을 가장 잘 아는 회사, 혹은 잘 알아야 하는 회사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말이다. 이제까지 전자책을 판매했던 회사 중 몇몇은 문을 닫았다. 그 회사를 통해 전자책을 구매했던 독자들은 이제 그 책들을 읽을 수가 없다. 예스24는 20년 후에도 서점일 것이다. 지난 달에 산 세계문학전집을 10년 후에 읽는다면 기기나 어플리케이션은 어떻게 돼있을까? 전자책을 파는 서점 직원에게 앞으로 할 일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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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여준호(예스24 도서3팀 팀장)

  •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저/<정수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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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우주 <움베르토 에코> 저/<임호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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