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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안목의 탄생

『컬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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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소개된 컬렉터는 평론가, 아트펀드 회사 대표, 사업가, 교수, 출판사 부장, 주부, 의사 등 매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예술을 탐구하고, 그것을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와 가족 간의 주된 대화 소재로 만들었다. 또한 예술을 투자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진한 감동을 받은 작품을 구매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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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들여다보기

 

미술시장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공급자와 수요자가 시장의 흐름을 만드는 것처럼 미술시장을 형성하는 가장 큰 축은 작품을 제공하는 작가와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 사이에 있다. 이 둘 사이에는 작가를 발굴하여 꾸준히 전시 및 홍보를 담당하는 갤러리스트가 있고, 박물관, 갤러리와 아틀리에를 다니며 작품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는 평론가, 예술사학자, 저널리스트 등이 있다. 또 갤러리, 박물관, 아트센터나 관계자를 바탕으로 특정 고객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독립 컨설턴트도 있다. 이들은 작가를 발굴하고 갤러리에 작가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이때 작품 구매와 판매를 위탁하는 개인 컬렉터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 밖에 아트펀드 회사는 고객의 자금으로 예술작품을 구입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작품을 판매하여 수수료를 제외하고 고객에게 이익을 환원한다. 바로 크리스티Christie’s, 소더비Sotheby’s, 필립스 드 퓨리Phillips de Pury 같은 경매장이 미술시장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다. 이들은 미술시장이란 테두리 안팎에서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작가의 홍보에 적극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컬렉터는 대부분 1차 시장인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지만, 작가에게 직접 작품 설명을 들으며 특별한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 작가의 웹사이트, 갤러리, 박물관, 아트 매거진, 신문, 아트펀드 회사 등에서 제공하는 모든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눈만 뜨면 새로운 전시를 부지런히 보러 다니며 안목을 높인다. 게다가 아트페어 기간에 맞추어 주저 없이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페어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는 저명한 기업의 회장부터 부모를 따라 왔다가 용돈으로 작은 데생 작품을 구입하는 열세 살 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제공받는 컬렉터는 누구일까?


2011년, 2억 5천만 달러(약 2,800억 원)에 세계 최고가 미술품을 기록한 폴 세잔Paul Cezanne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타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 등 동시대 예술작품을 구입한 카타르 왕가의 셰이카 알 마야사Sheikha Al-Mayassa 공주는 미술계의 탁월한 큰손으로 불릴 정도다. 한편 각 나라의 정부는 기업 컬렉션을 장려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기업에게 특별한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그 결과 기업가들의 전체 자산 중 예술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주택개발사업과 보험회사로 억만장자가 된 엘리 브로드Eli Broad는 세계 10대 컬렉터로 로스앤젤레스에 브로드 아트 파운데이션과 브로드 컨템퍼러리 아트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거 PPR 그룹이었던 구찌와 입생 로랑 브랜드를 보유한 케어링Kering의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 회장은 베네치아에 팔라초 그라시Palazzo Grassi와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를 설립해 기획전을 열고 있다. 또한 랑스Lens에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스를 마련했다. 2014년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에게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의 설계를 제안했으며, 이 건축물을 55년 뒤 파리에 기증할 예정이다. 이렇듯 대형 컬렉터의 개인 컬렉션은 박물관 개관을 통해 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미술사 속 대가들의 수천 억짜리 작품을 구입하는 세계적인 부호의 경우 매스컴을 통해 정확히 소개되지만, 박물관의 회고전이나 특별전을 위해 작품을 대여해준 소장자의 개인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전시관의 작품 정보에 개인 소장자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이렇게 난해한 작품을 왜 구입했을까?’ ‘이 컬렉터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작품을 보며 그 사람을 상상해본다.


최근 미술시장의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컬렉터들의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컨템퍼러리 아트 시장은 2013년 7월에서 2014년 7월까지 1년 동안 경매 실적이 약 15억 유로(약 1조 8,700억 2,000만 원)에 달하며 기록을 갱신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약 35퍼센트 상승한 것이다.


미술품의 가치는 예술적 가치와 미술시장에서의 가치로 나눌 수 있다. 때때로 작품의 가치가 실제 판매되는 경제적 가치로 책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예술사에 큰 획을 긋고 간 훌륭한 아티스트들은 무수히 많지만,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처럼 당대의 컬렉터에게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자국 내 미술시장이 성장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빛을 못 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을 준비하며 컬렉터들과 작품을 구입한 동기, 예술이 그들에게 끼친 영향 등을 이야기한 시간은 내게 컬렉터와 작품 사이의 어떤 관계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또한 그들은 자신이 구매한 작품을 통해 여행의 추억, 잠재의식 등을 떠올리는가 하면, 왜 그 작품이 마음을 강하게 울렸는지 이야기하며 새롭게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결국 컬렉팅은 누구에게나 하나의 여행이자 모험인 셈이다. 컬렉터들은 스스로에게 많은 대화를 유도하는 작품이라면 그것을 구매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작품과 작가의 이념을 구입하는 것이지, 결코 작가의 명성을 사 모으지 않았다.


수세대 동안 작품을 구입해온 컬렉터들은 스스로 컬렉터라는 명칭보다 예술애호가 혹은 동반자로 불리길 원했다. 그들은 자신의 수집품을 남에게 보이기보다 작품을 통해 내면의 기쁨을 찾는 것을 중시했다. 이런 그들의 생활 철학과는 멀었기 때문일까? 인터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친분 관계를 유지해온 그들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컬렉팅의 열정과 기쁨을 나누자며 제안했고, 서두르지 않고 그저 기다렸다. 다행히 그들은 조금씩 문을 열어주었고 한국의 독자에게 소개될 이 이야기에 대해 특유의 탐구정신으로 즐겁게 응해주었다. 그래서 이 책은 컬렉터들의 창작품과도 다름없다.


여기 소개된 컬렉터는 평론가, 아트펀드 회사 대표, 사업가, 교수, 출판사 부장, 주부, 의사 등 매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예술을 탐구하고, 그것을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와 가족 간의 주된 대화 소재로 만들었다. 또한 예술을 투자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진한 감동을 받은 작품을 구매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의 컬렉션을 판매하기보다는 자녀에게 상속하여 예술의 기쁨을 나누고자 했다. 이런 공통점 외에 컬렉터의 집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의 집 중앙에 아프리카 조각 작품이 마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공통 교과서인 듯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베일에 싸인 컬렉터의 삶을 하나씩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재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의 배려와 노고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탄생할 수 없었다. 지면을 빌려 조금이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멋진 작품을 찾아 나서는 그들의 열정은 언제나 흥분 그 자체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지우는 그들의 모습, 끊임없는 ‘아트 컬렉션’의 과정에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행복한 삶이 늘 동반한다.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이들의 열정이 독자 분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2015년 10월
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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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COLLECTOR박은주 저 | 아트북스
책에는 3대째 컬렉션을 이어오고 있는 가족,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은 프랑스인 컬렉터, 마티스 박물관의 관장, 대형 아트페어의 전시기획자 등 다양한 국적과 직업의 컬렉터들에게 컬렉션을 시작하게 된 동기, 작품을 구입하는 이유,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호,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이나 조언 등을 물으며 컬렉터와 현대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여기에 덧붙여진 컬렉터 개인의 개성이 반영된 이야기는 자연스레 유럽의 컬렉터 역사는 물론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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