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더 오 헬로우즈, 지친 맘을 어루만지다

< Dear Wormwood > ー 더 오 헬로우즈(The Oh Hellos)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시적으로까지 들리는 가사는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를 떠올리게 하고 오래간 갈고닦은 하모니는 비치 보이스의 그것과 비슷하다.

3.jpg

 

더 오 헬로우즈(The Oh Hellos)는 텍사스에 거점을 둔 타일러, 그리고 매기 히스(Heath) 남매로 이루어진 포크-록(Folk-rock) 듀오다. 이들은 기존 포크에 부족한 차가운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프로그레시브와 사이키델릭을 결합했고 이는 신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밴드는 자립적 홈 레코딩으로 그들의 세 번째 앨범을 제작했지만 결과물은 결코 남루하지 않다.

 

들어가기 전 궁금해지는 앨범 제목 < Dear Wormwood >와 커버에 붙어있는 악마의 형상으로 채워진 우표의 의미를 살펴볼까. 이는 밴드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악마가 풋내기 후배에게 인간을 타락시키는 방법을 담아 쓴 편지가 내용인 C.S 루이스의 소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바치는 오마주다. 그들은 가족 갈등, 남녀 차이, 사랑, 쾌락, 욕망 등 일상생활을 관통하는 정서를 가사에 담아 삶에 투영해내기 위해 일종의 컨셉 앨범을 제작해냈다.

 

포문을 알리는 전형적인 블루그래스(Bluegrass) 풍 「Prelude」는 악기들이 끼어들며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를 잔잔한 보컬로 중화해낸다. 활기찬 반조 연주가 일품인 로커빌리 「Bitter water」와 블루지한 연주가 사이키델릭 누-포크(Nu-Folk)로 선회하며 아름다운 공간감을 창출하는 「In the blue hours of morning」으로의 전개도 말끔하다. 무거운 리듬에 굴하지 않고 아름다운 남매의 하모니를 뽐내는 「Exeunt」, 핑거스타일 통기타 연주가 콜드플레이 「Viva la vida」 전반부 성가 분위기를 내는 「Caesar」도 훌륭한 분위기를 주조한다.

 

후반부는 보다 실험적이다. 반조, 만돌린 그리고 킥드럼 3가지 전형적인 포크 악기 반주에 속삭이듯 하모니를 얹는 「This will end」, 멈포드 앤 손즈(Mumford and Sons)처럼 생동감 넘치는 「Pale White horse」로 긴장감을 이어나간다. 이질적 분위기의 집시 리듬 연주곡 「Danse macabre」, 앨범의 문을 닫는 중세 유럽풍 「Thus always to tyrants」까지 밴드는 빛바랜 색감의 캔버스 위에 수채화를 그리는 작업을 계속해나간다.

 

시적으로까지 들리는 가사는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를 떠올리게 하고 오래간 갈고닦은 하모니는 비치 보이스의 그것과 비슷하다.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지친 맘을 어루만지긴 모자람이 없다.

 

2015/11 이기찬(Geechanlee@gmail.com)

 

 

 


[관련 기사]

- 키스 리처드, 로큰롤의 전설을 만들어 낸 주역

- 양날의 검을 가진, 프라이머리 < 2 > 
- 거부할 수 없는 네오 소울 사운드, 리앤 라 하바스 
- 개리 클락 주니어, 블루스를 해석해내는 소니 보이의 재능

- 하룻밤 새 팝스타가 된, 칼리 래 젭슨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