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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가시밭길, '아티스트 아이유'

아이유 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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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성장통일지, 공고한 체제의 흔들림일지. 결정은 오직 아이유에게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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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로엔엔터테인먼트

 

'아이유 제제 논란'은 '아이유 시대에 대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단일 아티스트의 노랫말을 두고 문학계와 예술계, 평론계와 대중 모두 서로가 의견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행보 하나하나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0순위 대세를 입증한 셈이다.

 

지금은 아이유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 전 「좋은 날」의 삼단 고음의 소녀는 순식간에 몇 안 되는 국민 여동생의 칭호를 누렸고, 내로라하는 작곡진이 앨범 크레딧을 채웠다. 그 칭호를 잃게 된 스캔들은 오히려 아티스트로의 전환 계기가 되어, < Modern Times >로 새로운 뮤즈의 등장을 알리더니 < 꽃갈피 >로 흘러간 옛 가요의 아련한 서정성까지 확보했다. 「좋은 날」부터 「스물셋」까지 이어지는 히트곡 행진은 당연하고 울랄라세션, 윤현상, 하이포에게는 목소리만 빌려줬음에도 사랑받았다.

 

여기서 핵심은 '아티스트로의 발전'이다. 현재 가요계에서 아티스트라는 칭호는 범람하는 아이돌을 넘어서는, 거장들과 발맞출 수 있는 자랑스러운 훈장과 같다. 동화 속 판타지 속 소녀였던 아이유가 스캔들 이후 앨범 커버를 회색으로 칠하고, 최백호와 양희은 등 거장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빠르게 이미지를 구축한 데는 '몇 없는 20대 초반 싱어송라이터'의 선명한 목표가 있었다. 이미 유명세 전에도 어쿠스틱 라이브를 통해 특수한 아우라를 형성한 터였고, 이름을 알리고 나니 협업은 더 쉬웠다. 김창완과 서태지의 간택에서 보듯이, 아이유는 청년층과 장년층을 이어주는 유일한 고리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확보했다.

 

이 모든 준비 활동의 본격적인 시작이 바로 처음으로 작곡, 작사, 프로듀싱 전면에 선 < Chat-Shire >다. 그러나 걸작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던 첫 반응은 샘플 클리어와 가사 논쟁으로 얼룩져 사라졌다. 전자의 경우 가요계에 뿌리깊은 악습으로 제작 과정의 무책임을 탓할 수 있다. 그러나 뜨거운 후자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토록 거센 비판을 받는 것은 그만큼 아이유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밑에 숨겨진 반감 또한 상당함을 의미한다.

 

사실 「Zeze」의 가사는 소설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아이유 본연의 감상과 평가를 새로운 캐릭터로 담아낸 노래이지 직접적인 성적 대상으로의 희화화로 보기는 어렵다. 결정적 행위나 페도필리아적 성향도 선명하지 않다. 물론 '더럽다', '교활하다'는 표현과 앨범 표지, 콘셉트를 연관 지어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 감상을 강요할 수는 없다. 출판사의 개입과 로리타 논란, 음원 폐기 운동, 소아 성애까지의 확장은 과도하다고 본다.

 

정작 핵심은 아티스트 아이유가 써내려간 가사와 프로듀싱의 작품성이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아이유가 간과한 것은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비틀기는 자유지만, 대중의 공감을 얻는 매끄러운 표현 방식이었다. 「Zeze」에 가렸지만 혼란스러운 표현의 「스물셋」도 불편할 구석이 있는 등, 느낀대로 솔직하게 쓰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본연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아직은 초보자의 티가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미숙함이 인격으로까지 연결되는 작금의 설전은 분명 과하다. 짧은 몇 년간 쌓아온 이미지와 커리어는 분명 대단하지만, 아이유가 본격적으로 창작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15년 올해가 처음이다. 흔한 팝 스타로부터 아티스트로 도약하는 과정에서의 홍역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기대치로 인해 조금의 흠집도 크게 드러나며, 아티스트에 걸맞는 태도나 인성 문제까지 비화되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다. 아이유의 잘못이 있다면 절대 다수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미숙하게 비틀었다는 것 뿐이다. 게다가 평소에는 침묵하면서 이슈가 되니 불처럼 들고 일어나는 여론 또한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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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아이유 <스물셋> 뮤직비디오

 

이제까지 대중이 누려온 '아이유 세계'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한 소녀의 재능 발산 스토리였다. 그리고 아티스트로의 영역에 진입하는 순간, 그 문턱은 높아졌고 규제는 까다로워졌다. 아티스트 이름에 대한 싸늘한 시선과 엄격한 기준은 몇 년 간의 노력으로도 쉽사리 통과하기 어려웠고, 「Zeze」라는 꼬투리가 잡히자마자 그 간의 모든 활동은 롤리타 콤플렉스의 상징으로 부정당하고 있다.

 

마냥 오빠가 좋았던 아이유 1세대, 금요일을 기다리는 복고 소녀의 아이유 2세대에 비해 본격적으로 막을 연 '수수께끼' 스물 세살 3세대는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다. 단순한 성장통일지, 공고한 체제의 흔들림일지. 결정은 오직 아이유에게만 달려있다.


2015/11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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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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