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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펑크 록을 대표하는, 프로토마터

< The Agent Intellect > 프로토마터(Protomart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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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펑크 록 사운드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특유의 스타일링을 결합시켜 탄생한 이들의 트랙리스트에서 아쉬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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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개러지, 펑크, 하드코어 신의 분노와 이언 커티스, 마크 E. 스미스의 목소리에서 비롯된 포스트 펑크의 음울을 동시에 내려 받은 프로토마터는 새 시대 펑크 계의 총아로서 건강한 행보를 밟고 있다. 2014년을 대표하는 수작이자 이들의 전작이었던 < Under Color Of Official Right >와 비교해 < The Agent Intellect >에 크게 다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공허를 찢고 나오는 까칠한 기타 리프와 기타 배킹 너머에서 멜로디컬하게 넘실대는 베이스 라인, 존 케이시의 낮게 깔린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우울한 선율, 친절하다고는 볼 수 없는 사운드와 전개 방식으로 구축한 포스트 펑크 컬러가 예처럼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전작보다 조금 더 사운드에 공간감을 부여한 모습이 약간의 변동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 The Agent Intellect >는 충분히 좋다. 송라이팅에서의 능력이 특히나 빛난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감각을 짓누르는 사운드 전반이 불안과 초조, 위화를 선사해 수용자와의 거리를 상당히 조성하는 듯하면서도, 곳곳에 배치된 장치들과 이따금씩 음산한 소리를 비집고 나오는 캐치한 멜로디들이 흡입력을 발산해 자신들의 세계 속으로 귀를 끌어당긴다. 「The devil in his youth」와 「I forgive you」의 들뜬 펑크 기타, 「Pontiac 87」의 멜랑콜리한 선율, 「Why does it shake」의 변칙 섞인 진행 등이 그렇다. 개별 작품 뿐 아니라 디스코그래피에서 이뤄지는 흐름을 통해서도 앨범의 높은 가치와 밴드의 우수한 재량을 조명해볼 수 있다. 스타일의 정형화가 완연히 이루어진 가운데, 1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 간격을 두어 음반들을 선보이고 있음에도 결과물의 신선함을 잃지 않는 데에는 매 순간 기발함을 보일 줄 아는 재능이 원동력으로서 자리한다. 급발진하듯 튀어나오는 코러스에서의 기타 리프와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노이즈들 역시 이 맥락에서 좋은 예에 해당한다.

 

무거운 분위기를 내걸어 감상에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는 첫 인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즈음에 곡들의 진가는 서서히 드러난다. 괜찮은 곡을 써낼 줄 아는 역량은 물론이거니와 번뜩이는 재치와 탁월한 감각도 함께 열두 트랙의 값을 크게 끌어올린다. 음반의 포문을 멋지게 여는 「The devil in his youth」와 짜증 섞인 펑크 넘버 「I forgive you」, 「Boyce of boice」 신경질적인 기타 솔로가 인상 깊은 「Uncle mother's」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바로 다음을 예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Why does it shake」와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6분짜리 포스트 펑크 곡 「Ellen」이 흥미를 붙들어 맨다. 수준 높은 창작력과 왕성한 활동력이 또 다시 수작을 낳았다.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인 펑크 록 사운드에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특유의 스타일링을 결합시켜 탄생한 이들의 트랙리스트에서 아쉬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지치는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연이어 준수한 작품을 내놓는 움직임이 놀랍다. 이 시대의 펑크 록을 대표하기에 모자람 없다.

 

2015/10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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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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