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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안희연 시인과 함께한 ‘시시한 이야기’

2015 시 읽기 프로젝트 ‘詩詩한 시인들의 詩詩한 이야기’ 10월의 만남 이현승, 안희연 시인 이렇게 피 칠갑이 된 시집을 들고 나올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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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의 북극곰이 된 것 같아요.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있는데 땅이 점점 좁아짐으로써 옆 곰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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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와 출판사 창비가 주최하는 매달 두 명의 시인과 함께하는 ‘詩詩한 시인들의 詩詩한 이야기’ 행사, 10월의 詩詩한 시인은 이현승 시인과 안희연 시인이었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있던 시인들과의 만남은 한인준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한인준 시인은 가을에 대한 감상으로 두 시인을 소개했다.


“가을과 낭독회가 유난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유를 생각하다 ‘어울린다’는 말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함께 어울린다’는 말까지 떠올랐어요. 어울리고 어울리는 자리에 이현승 시인과 안희연 시인을 모셨습니다.”

 

이현승 시인은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에 이어 세 번째 시집 『생활이라는 생각』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이 다른 시집과 다른 점이 있는지 시인에게 물었다. 이현승 시인은 한국 시의 협소해진 지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무거운 심정을 전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좀 이상하지만 훨씬 더 야심찬 시집을 낼 줄 알았어요. 이렇게 피 칠갑이 된 시집을 들고 나올 줄 몰랐어요.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인가 하면, 시인들의 언어가 도약을 하려 해도 기대 지평이랄까 그런 것이 필요한데요. 지금 저희가 서 있는 지평은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지 않아요.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저희 처지를 북극곰에 많이 비교했어요. 출판 시장은 죽어가고 있는데, 시인들은 늘어나고 있고, 시집 잡지도 늘어나는 기현상이 한국에 있죠. 이렇게 인프라가 커지면 시의 저변이 넓어졌다고 봐야 하는데 시 독자는 현저히 줄고 있어요. 시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시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 정도가 되니 그나마 위안이죠. 마치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의 북극곰이 된 것 같아요.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있는데 땅이 점점 좁아짐으로써 옆 곰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웃음)

 

글 쓰는 환경 자체가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요. 정치적인 것에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 이슈들은 사람들에게 시적인 몽상을 즐길만한 조건을 주는 것 같지 않아요. 시인들의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몽상조차도 ‘이런 거 요즘 누가 보냐?’는 말이 되돌아오게 해요. 쓰는 사람들이 점점 더 사실의 외연을 줄여서 이해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지속적으로 거짓말 하는 사람이면서 늘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직업적 소신 같은 게 있는데요. 거짓말하지 않으려다보니 자꾸만 시의 외연이 좁아져요. 그러다보니 피 칠갑이 된 시집을 들고 인사를 드리게 된 것 같아요.”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를 출간한 안희연 시인에게는 첫 시집을 내기 전과 후의 느낌이 어떤지 물었다. 시인은 먼저 상기된 표정으로 “너무 떨려서 맥주를 한 잔 마셨다”며 상쾌하게 인사를 전했다. 인사에 이은 시인의 이야기는 그러나 상쾌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이현승 시인께서 피 칠갑이라는 말을 쓰셨는데 저는 그걸 악몽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3년 간 쓴 시들을 묶은 거예요. 제게는 등 뒤에 있는 시간들인데요. 책은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지잖아요. 힘들게 지나왔고 이제는 다른 슬픔을 찾아서 떠나야 하는 입장에 있는데, 그동안 겪은 슬픔이나 악몽을 사람들에게 건네고 있단 기분이 들어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어요. 피 칠갑이 된 시집과 악몽으로 가득한 시집을 갖게 된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봐요.


등단 전이나 후, 시를 쓰는 것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사실은 시집을 갖고 굉장히 기뻤어요. 막연히 어렸을 때부터 내 이름 석 자로 된 책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었으니까요. 등단한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서 시집이 나왔다는 것 자체도 감격스럽고 좋은 일이었어요. 남들한테는 ‘부끄러운 시집이죠’ 이렇게만 말했는데 머리맡에 두고 자다가도 품에 안아보고 그랬어요.(웃음) 적어도 제게는 너무나 귀한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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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안과 밖


피 칠갑된, 악몽으로 가득한 시들을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이현승 시인은 제일 먼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표제작 「생활이라는 생각」을 낭독했다.

 

꿈이 현실이 되려면 상상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절망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

 

참으로 이기지 못할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이다.
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럭저럭 살아가면서
우리는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고, 망명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뭘 해야 한다면
(『생활이라는 생각』수록 「생활이라는 생각」 일부)

 

시인은 시에 대해 “발표할 때 제목은 ‘기도에 대하여’였어요. 세상이 이렇게 굴러가고 있는 것, 누군가 무엇인가를 하며 산다는 것이 그 속에 꿈과 선망이 다 결부돼 있는 건데요. 선망, 꿈이라고 하는 게 결여를 의미하잖아요.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법이죠. 꿈을 현실로 바꾸는 데에도 대단한 통증이 필요한 것이고, 그 선망을 이미 자각했는데 선망으로 가지 못하고 현실을 유지하는 삶 또한 굉장히 아픈 삶이죠. 이런 생각들로 이런 시를 쓰게 됐어요. 하지만 가장 무시무시한 건 삶 같아요. 현실이죠. 우리는 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꿈에 매달리거나 몽상에 젖어보는 시간조차도 얼마 되지 않아요. 그런 생각을 했었나 싶을 만큼 금세 다른 생각에 치이고 밀려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보니 어느 쪽으로 봐도 사면초가예요. 명백한 게 무엇인가 하고 자꾸만 되물어요.”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시인은 이에 덧붙여 때리는 사람은 없는데 명백하게 맞은 사람만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때리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선명하지 않은데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얻어맞은 사람들의 얼굴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더 많이 몽상한다고 시인은 말했다.

 

안희연 시인이 낭독한 첫 번째 시는 시인의 데뷔작이기도 한 「고트호브에서 온 편지」였다.

 

나는 핏기가 남아 있는 도마와 반대편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오늘은 발목이 부러진 새들을 주워 꽃다발을 만들었지요

 

벌겋고 물컹한 얼굴들
뻐끔거리는 이 어린 것들을 좀 보세요
은밀해지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지
나의 화분은 치사량의 그늘을 머금고도 잘 자랍니다

 

창밖엔 지겹도록 눈이 옵니다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수록 「고트호브에서 온 편지」 일부)

 

자신을 ‘골방으로 숨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안희연 시인은 이 시를 외롭고, 무섭고, 살아가는 게 힘들어서 썼다고 설명했다.

 

“삶이 버거운 건 매한가지죠. 살아있는 게 너무 슬프고, 존재 자체가 슬프다는 생각이 제게는 지배적이에요. 좀 기쁘고 즐겁게 살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나는 우울하고 걱정이 많은 인간이지, 이런 것에 대한 반성과 자각에서 시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현승 시인의 눈이 밖으로 열려 있다면 저는 안으로 캄캄하게 닫혀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다시 안희연 시인이 「너의 명랑」을 낭독했다.

 

아침은 네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
커다란 여행가방 안에 짐을 꾸리며
모닝 글로리 풀은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호수
사람이 빠지면 곧바로 녹아버린대
호주머니에 고이 접어둔 사진을 두번 세번 들여다보며
가지 않는다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수록 「너의 명랑」 일부)

 

발표 당시 이 시에는 ‘손은지에게’라는 부제가 있었다. “너무너무 사랑하는 언니”라고 소개하며 이 자리에서 이 시를 읽게 돼 영광이고, 기쁘다고 마음을 전했다. 시인은 이야기를 하면서 살짝 울먹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느껴져 시가 더욱 특별하게 들리는 듯했다.

 

안희연 시인의 낭독을 들은 이현승 시인은 원래 다른 시를 읽을 생각이었으나 안희연 시인의 낭독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며 ‘이영광 형께’라는 부제가 달린 시 「천국의 아이들2」를 낭독했다.

 

세상엔 상처 잘 만들어서 상 받는 사람도 있고
덕분에 이렇게 술추렴하면서 울혈을 푸는 사람도 있다.
상처는 상처로만 열린다.
잔뜩 풀어 헤쳐논 이 상처들은 다 뭔가.
요즘은 아무도 시를 읽으면서 울지 않고 격앙되지도 않는데
아무도 안 보는 시를 명을 줄여가면서 쓰고,
조금 웃고, 조금 끄덕이고, 들렸다 가라앉았다 하면서

 

뚫어지게 보고 있는 사람은 역시 쓰는 사람이다.
여기 통증은 조금 안다는 사람들은 다 모였는데
봉인된 저 상자는 누가 무엇으로 열었는가.
하긴 아픈 사람만 봐도 같이 아픈 곳이 천국일 테지.
(『생활이라는 생각』수록 「천국의 아이들2」 일부)

 

 

시 쓰기


이현승 시에는 ‘우리’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시인에게 ‘우리’란 무엇인지 물었다.

 

“글을 쓸 때 습관적으로 하는 몽상이 있어요. 나는 어디로 막 가고 있고 누군가가 저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종류의 몽상이에요.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라고 생각해요. 두 그룹이 있을 텐데요. 저쪽에 있는 ‘우리’는 그러한 ‘우리’일 테죠. 여기는 또 다른 ‘우리’가 있어요. ‘나’가 가장 확장된 형태가 ‘우리’죠. 어떻게 보면 시 안에서 우리라는 주어는 굉장히 난폭할 수도 있어요. 책임질 수 없는 것까지 우리라고 말할 순 없을 텐데요. 우리를 감당할 지향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라고 말해도 무람없는 체험들이요. 그 우리가 모종의 연대를 의미한다 하더라도 엄연히 취향의 차이 같은 것들이 명백해요. 또 그렇기 때문에 연대가 있을 수 있는 거고요.”

 

한인준 시인은 안희연 시인의 시집에 대해 “액체나 수증기 사이의 밀도, 축축함과 건조함의 경계, 이를 테면 철봉 냄새 같은 축축하다고 할 수도, 건조하다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이상한 느낌들이 무척 좋게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안희연 시인에게 같은 제목의 시 세 편 「백색 공간」에 대해 물었다.

 

“공간보다는 시간의 지배를 받는 사람인 것 같아요. 시집에 나온 대부분의 장소는 실재하지 않거나 실재하더라도 가본 적 없는 공간이거든요. ‘백색 공간’이라는 것도 범박하게 말하면 ‘백지’인 거죠. 세 편의 「백색 공간」이라는 시는 전부 저의 시 쓰기나 ‘어떻게 살지?’라는 질문을 품고 썼던 시예요. 시가 뭘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 하다 보면 ‘데려다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은 계속 바뀌겠지요.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몸은 여기에 있으니 못 가는 곳을 상상으로 가 닿는 것, 나를 데려다 주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요. 「백색 공간」도 보면 계속 어딘가로 가거나 진행하거나 앞을 보고 달려 나가고 먼 곳으로 계속 가려고 하는 이야기 같아요. 실재하지 않은 허황된 공간이지만 제 마음 속에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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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질문의 방향을 바꿔 안희연 시인이 이현승 시인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다. “이현승 시인의 진짜 팬”임을 자처한 안희연 시인은 시를 쓰게 하는 힘에 대해 물었다. 시 쓰는 게 너무나 힘겨웠기 때문에 시집을 세 권이나 쓴 이현승 시인에게 묻고 싶은 내용이었다.

 

“‘어쩌다 보니’가 맞는 말인 것 같아요.(웃음) 제게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묻는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앞날에 대해서는 말씀 드리기가 상당히 곤란해요. 최근 들었던 가장 진솔하고 가슴에 와 닿는 얘기가 있어요. 저도 똑같은 고민이 있기 때문에 저보다 10년 선배님에게 물어봤어요. 이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는데요. 스무 살 때는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쓰지 하는 고민이 된대요. 마흔이 되면 어떻게 하면 시를 쓰지를 고민한다는 거예요.(웃음) 안희연 시인은 마흔까지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현승 시인 역시 안희연 시인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시인이 되려고 생각한 것인지, 시인이 된 결정적 이유를 물었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웃음) 저는 글자랑만 잘 사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을 만나 받는 위로보다 책이나 활자를 읽었을 때 받는 위로가 컸어요. 사람이 주지 못하는 위로를 문장이나 책에서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 힘으로 계속 써내려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사람에 대한 동경이 너무 컸어요. 좋은 시를 쓰시는 분들에 대한 믿음,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닮고 싶고, 배우고 싶고, 뒤 따라 가고 싶은 열망이 컸어요. 좋은 선생님들이 많았던 거죠.”

 

마지막으로 이현승 시인이 낭독한 시는 「일생일대의 상상」이었다.

 

선망이란 언제나 현실의 반대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라서
욕망이란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해 자라나는 손가락이라서
밤마다 이가 자라는 쥐처럼
손끝이 가렵다.
가려워서 부끄럽다.

 

세상엔 죄 안 지은 자들이 더 많이 회개하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하고
상처 많은 사람들이 남의 고통에 더 아파한다.

 

두 개 남은 사과 조각을 향해 모여든
세개의 손처럼 생각이 많아진다.
(『생활이라는 생각』수록 「일생일대의 상상」 일부)

 

안희연 시인은 「슬리핑 백」을 낭독했다. 시인은 혼자 네팔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밤마다 침낭(슬리핑 백) 안에서 자려니 너무 힘들었고, 고독했다. 그 마음의 근원을 따져보니 그 안에 악몽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시인은 이 시를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의 목소리로 쓴 시”라고 설명했다. 

 

바다 밑바닥은 생각보다 아늑해. 이곳엔 두 눈을 멀게하는 태양도 늑대들의 울부짖음도 없고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물의 감촉. 꿈인 듯 꿈 아닌 듯. 이렇게 가지런히 누워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으면 구원을 기다리는 일 따윈 하지 않게 돼. 
누군가는 이곳을 빛의 점멸 구간이라고 불러. 깜빡깜빡. 깜빡깜빡. 수초 사이로 지나는 물고기떼가 은빛 동전처럼 반짝거리면
 손을 뻗어 잡으려다 말고 나에게 손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수록 「슬리핑 백」 일부)

 

낭독과 시에 대한 대화를 모두 마치고 안희연이 먼저 감사의 말을 전했다.

 

“벽 보고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 열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환대였고, 너무 감사한 자리였던 것 같아요. 계속 열심히 쓸 테니 지켜봐 주세요.”

 

이현승 시인은 “제 모든 계획은 시를 쓰는 거예요.(웃음) 제 독자가 다섯 명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독자가 다섯 명밖에 없기 때문에 그 다섯 명이 늘 만족해야 하는 거죠. 절대 독자니까요. 일일이 소중한 거죠. 그 다섯 명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오늘부터는 여섯 명의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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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안희연 저 | 창비
2012년 “실패를 무릅쓰고 부단히 다채로운 시공간을 창조”해내면서 “감각적인 언어를 수집하고 배치하면서도 자신이 구사하는 언어의 진폭을 상당히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제12회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한 안희연 시인의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가 출간되었다. 등단 3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시인은 등단 당시 현재보다 미래를 더 기대한다는 믿음에 보답하듯, 한층 세련된 감각적 이미지와 발랄한 상상력을 떠받치는 탄탄한 서정이 유연하게 흐르는 매혹적인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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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라는 생각이현승 저 | 창비
[친애하는 사물들](문학동네 2012) 이후 3년 만에 새롭게 펴내는 이번 시집은 “몸을 위한, 몸에 의한, 몸의 것일 수밖에 없을 나날의 삶의 육체성이 어떻게 조직되고 통제되는가를 바닥까지 들여다보려는 몸의 헌정서”(이찬, 해설)이다. 사물을 골똘하게 바라보는 날카롭고 지적인 통찰과 예민한 감성이 어우러진 가운데 논리정연하면서도 단정한 시편들이 신선한 공감을 일으키며, 새로운 각도로 일상을 들여다보며 세상의 양면적 속성과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가 빛나는 위트와 유머 속에 슬픔이 깃든 삶의 아이러니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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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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