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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느낌에 충실한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썬파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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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바뀌었지만 그들의 질주는 여전히 날카롭고 긴장감 넘친다. 이는 빠른 폭주가 아니라 원숙한 속도 조절이 짜릿함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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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스텔라'인데 '아반떼'의 승차감이 느껴진다. 어딘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3집부터는 김나언(키보드), 박태식(드럼)이 본격적으로 합류해, 조웅(보컬)-임병학(베이스)의 2인 체제를 완전히 해체해버렸다. 음악의 전반적인 톤부터, 제작방식까지 달라지면서 그들은 '물불토킹'이라는 새로운 팀명을 고민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은 일찍이 자신의 음악을 '퍼스널 컴퓨터록'으로 정의했다. '두 남자의 밴드'는 한 악기의 사운드, 루프 위주로 퍼스널하게 이끌어왔다. 하지만 '4인조의 혼성 밴드'는 본격적인 록 사운드가 되어, 조금 더 북적거리는 밀도를 가지게 된다. 귓가를 맴돌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던 목욕탕 사운드는 조화로운 무지개빛 화음으로 변했다. (실제로 이 앨범은 30여명의 후원인들이 코러스로 참여했다.)

 

시스템은 바뀌었지만 그들의 질주는 여전히 날카롭고 긴장감 넘친다. 이는 빠른 폭주가 아니라 원숙한 속도 조절이 짜릿함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마치 기어를 바꾸듯이 템포를 바꾸는 변주는 '이완'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앨범은 이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온기'와 '건강미'를 가진다. '썬파워'라는 타이틀에 맞게 기타톤과 보컬이 카랑카랑하고 밝아졌다. 키보디스트 김나언의 역할도 커져, 그는 「UFO」에서 메인 보컬로 등극했으며 라이브 무대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멋진 퍼포머로 성장했다.

 

물론 광이 나고 번쩍번쩍한 것을 무조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구남 1,2집을 관통하는 매력은 아찔한 관능미였고 헐렁한 히피 정신이었다. < 우리는 깨끗하다 >, < 우정모텔 > 같은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상상력을 간지럽히는 '본능'과 '페르몬'이 강하게 발산되었다. '뽀뽀나 할까'하면서 들이대다가도 무심한 듯 '난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시치미를 때면서, 마음을 달뜨게 하는 힘이 그들에겐 있었다. 그래서 3집의 건전해 보이는 외관과 해맑은 표정은 자못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맘대로 몸 가는대로 산 것 뿐인데 죄라면 그게 죄 나도 그렇지 너도 그렇지' (-「번개」 중에서)


그들의 가장 큰 강점, 그리고 진수는 '본능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결국 신보도 그동안의 행로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자신의 '변화'와 '느낌'에 충실한 것도 그들의 방식이다. 「노인생각」과 「사과」를 통해 철이 들었나 싶던 그들은 어느새 저 멀리 달려가 「재미」를 주장하고 「No clothes party」 속을 뛰어다닌다. 4년이라는 오랜 시간 끝에 나온 앨범. 이들의 '현재'를 마주하면서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의 말이 내내 맴돈다. 그리고 이 말로 구남과의 찌릿한 소회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얼마나 따분한가. 멈춰서는 것, 끝내는 것, 닳지 않고 녹스는 것, 사용하지 않아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은.”

 

2015/10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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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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