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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인디씬의 손꼽히는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인터뷰 "<썬파워>는 현재 우리가 짓고 있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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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러명이 함께 하는 밴드가 되니까 음악을 '주물럭 주물럭'하는 것에 재미가 생겼어요.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그게 재밌고요. 흐름을 약속하는 재미, 또 약속하지 않아도 이끌고 따라오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오래된 남자와 여자가 스텔라를 탄다' 라는 이름을 풀이하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이하 구남) 인디씬의 손꼽히는 밴드로 자리잡았다. 데뷔 < 우리는 깨끗하다 >부터 보여준 독특하고 분명한 개성, 2집 < 우정모텔 >의 높은 완성도는 그들의 3집을 학수고대하게 만들었다. 4년 만에 발매된 3집 < 썬파워 >는 또 다른 시도와 변화를 보여준다. '조웅'-'임병학'의 2인 체제는 키보디스트 '김나언'과 드러머 '박태식'의 합류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변화에 대해서 자연스럽고 여유있게 받아들였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어떤 입장에 있느냐, 어떤 감성에 있냐에 따라 음악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 썬파워 >는 구남의 2015년식 동력, 그들의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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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썬파워> 에는 새로운 멤버들이 합류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웅 : < 우정모텔 >을 내고, 공연을 하기 위해 건반 치는 멤버를 구해야 했어요. 친분이 있던 림지훈씨에게 소개를 부탁했는데, 림지훈씨가 "니가 원하는 건반주자 첫째 조건이 뭐냐?"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춤을 잘 췄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하니까 그 다음날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춤을 잘 추는 건반 주자가 딱 한명 있다."라며 나언이를 소개시켜주었어요. 실제로 나언이는 삼바를 잘 춰요.

 

그리고 태식이는 예전에 있던 카바레 사운드의 다른 팀 드러머였어요. 그 팀이 해체한 뒤에도 연습실에서 종종 봤어요. 팀이 해체해서 그런지 혼자 연습실에 와서 참 한스럽게 드럼을 치고 있었어요. 하루종일 드럼을 쳐서 별명이 '에너자이저'라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좋아서 팀을 같이 하자고 얘기를 꺼냈습니다.

 

박태식 씨, 김나언 씨의 경우는 밴드에 들어오기 전, 구남의 이미지는 어땠나요?


나언 : 저는 원래 구남을 몰랐습니다. 구남을 처음 들어보고 나서 든 생각은 '어렵다', '낯설다', '이상하다'였어요. 처음에 세션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작업 중인 곡을 받아서 듣는데 처음에 잠이 너무 왔어요. 세 번째쯤 들었을 때부터 완전 빠지게 돼서 세션이자 팬이 되었습니다.

 

태식 : 원래 같은 소속사였지만 저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라고 느껴졌어요. 사실 당시의 저는 제가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록을 좋아하는 드럼 애호가 정도랄까요? 하지만 구남에 들어와서 이제는 정말 뮤지션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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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디씬에서 김나언 씨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덕분에 남성 팬들도 많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웅 :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오면서 기존 밴드의 음울한 분위기를 깨뜨려줬어요. 햇살 가득한 젊음을 담은 느낌이랄까? 요즘 많이 젊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나언이가 무대 한 가운데서 즐겁게 공연하는 것이 밴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그래서인지 나언씨가 < 썬파워 >의 수록곡 「UFO」에서는 보컬로 참여도 하셨습니다.


웅 : 네, 사실 'UFO'를 녹음하기 위해 1년 간 열심히 연습을 시켰어요.

 

나언 : 소리 내는 법부터 소리를 다루는 것까지 모두 배워야했어요. 요즘에는 컨디션이 좋으면 고음 부분도 자신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제가 안쓰러워 보이시나봐요. < EBS 스페이스 공감 >에서 공연했는데, 고음 부분을 관객분들이 떼창으로 도와주시는 거에요. 그래서 제 실력을 뽐내지 못했어요. (웃음)


그런데 새로운 멤버가 보강되면서 앨범이나 그룹의 색깔도 변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예전 작업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웅 : 네, 새 앨범을 재미없다고 섭섭해 하는 분도 있어요. 충분히 예상은 했습니다. 우리도 그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 썬파워 >는 현재 구남이 짓고 있는 표정입니다. 나중에 나언이가 나이가 들면 또 표정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어떤 입장에 있느냐, 어떤 감성에 있냐에 따라 음악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나언이 보컬을 전면적으로 넣은 것도 구남이 예전과 다른 팀이 되었음을 말해줘요. 3년 전쯤에는 팀 이름을 '물불토킹'(물, 불, 땅의 왕 혹은 물, 불에 대한 토킹의 뜻)으로 바꿀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물불토킹'과 '구남'을 따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거리낌이 있어 포기했죠.


확실히 예전보다 록킹한 느낌이 강해졌네요?


웅 : 2인조로 했을 때는 거의 '루프 음악', 반복적인 루프에 조금씩 모양을 붙이는 작업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러명이 함께 하는 밴드가 되니까 음악을 '주물럭 주물럭'하는 것에 재미가 생겼어요.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그게 재밌고요. 흐름을 약속하는 재미, 또 약속하지 않아도 이끌고 따라오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투어를 다니면서 갤럭시 익스프레스, 아폴로18, 노브레인, 로다운30 등의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사실 예전에는 시끄럽고 저희와 동떨어진 음악을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같이 무대에 서면서 그들의 에너지가 멋있게 다가왔습니다.


사운드의 질감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목욕탕 사운드, 전자음악이 특징이엇는데, 이번 < 썬파워 >에서는 사람의 목소리와 화음이 많아졌어요?


웅 : 기계가 아닌 사람의 코러스를 많이 녹음했습니다. 기타 톤이 음악을 좌지우지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약간은 오타쿠스러운 얘기지만 '경남전자'라는 이펙터 회사의 모델 중 출시된 지 꽤 된 '코러스 모델'이 있어요. 그게 예전에는 싸구려 느낌이 나서 서랍에 쳐박아 두었는데, 다시 꺼내서 사용해보니 너무 좋은 거예요. 결 위에 다른 결이 얹히는 느낌이 좋았어요. 뭔가 무지개 같은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그 이펙터를 이번 앨범에 많이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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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의 변화도 상당히 많이 느껴집니다.


웅 : 제가 구남 활동을 안할 때 피처링으로 참여한 앨범들이 꽤 있어요. 신윤철씨 솔로 앨범, 바비빌의 < Dr. Alcohol >에도 참여하고, 한예슬 주연의 영화 < 티끌모아 로맨스 >의 OST 「쉬운 얘기」도 참여했습니다. 발라드 풍의 「쉬운 얘기」를 예를 들면, 그 곡과 어울리는 목소리 톤을 찾아서 노래했죠. 구남 1집 때는 처음이라 노래하는 것이 굉장히 수줍었는데, 2집 때는 나름 익숙해져 더 잘 불러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번 3집에는 느낌대로 부르는 게 가장 멋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목 상태가 안 좋은 상태라도 느낌이 오면 노래를 했고요. 테크닉 보다는 당시 기분이나 감정에 집중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이나 스타일이 바뀌긴 했지만 가사들의 정서는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집니다.


웅 : 가사는 머릿속에서 나오는 제 얘기를 토대로 씁니다. 병학이 같은 경우에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가사를 잘 모를 만큼 가사에 대해 되게 둔한 편입니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그런 가사였어?'라고 물어볼 만큼요. 그나마 나언이가 호기심이 많아, 무슨 얘기를 쓰는지 관심을 가지는 편이에요.

 

태식 : 주위 다른 사람들이 가사가 좋다고, 한 번 보라고 해서 봤는데, 사실 「우주로 가자」를 듣고는 우주로 가고 싶나보다, 「재미」는 재밌나보다, 식으로 가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런데 「노인생각」의 가사가 좋더라고요. 곡마다 내포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정말 「노인생각」은 그동안과 좀 다르달까요. 인생을 사색적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성숙이 느껴집니다.


웅 :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요?(웃음) 나이 드는 걸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나이 들면서 경험도 많아지고, 어떠한 선입견도 생기는 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어찌 보면 나이에 맞게 사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가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구남의 가사는 '섹슈얼리티'한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웅 : 저희는 모두 성인이잖아요. 살면서 '섹슈얼리티'가 정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노래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을 포함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가사를 야하게 써볼까 이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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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소속사였던 '카바레 사운드'에서 나오고, 스스로 '아시아 레코드'를 설립했습니다. 활동 방식이나 운용의 차이도 크겠네요.


웅 : 저는 지금이 구남의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어떻게 이어갈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하고 싶은 것을 기획하고 뜻하는 것 이루고 싶어요. 돈을 떠나서 의미 있는 것들을 많이 하고 싶어서 회사를 차린 거예요. 돈을 쓰면서 다니고 있지만 지금 이 시기를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기대가 되네요?


웅 : 올해 안에 전국 10개 지역 투어를 기획하고 있고, 아시아 투어도 기획 중이에요. 현재 '아시아 키스 스퀘어'라는 거창한 이름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작년에 캘리포니아 출신의 뎅기 피버(Dengue Fever)와 함께 미국 투어를 했어요. 미국 공연을 마치고 함께 일본으로 넘어갔는데, 뎅기 피버 멤버들은 저희가 당연히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들이 보기에는 대한민국과 일본은 매우 가까운 나라로 보이니까요. 그때 미국, 유럽 먼 나라로 공연을 갈 게 아니라 우리 주변 나라 부터 돌아보자 싶었습니다. '아시아 키스 스퀘어'를 통해 많은 아시아팀과 만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병학 : 연말까지 제대로 된 전국투어를 하고 싶어요. 대도시만 도는 '빈껍데기 전국 투어'가 아니라 전국 구석구석을 다녀보는 거죠. 물론 그러다 보면 집객이 안되어 힘이 빠질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일단 '우리 동네들'이기 때문에 각오를 하고 갈 겁니다. 사람이 있는 곳 여기저기에 달려가서 우리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IZM의 공식질문입니다. 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앨범이거나 지금 듣고 있는 앨범이 무엇입니까?


웅 : 지금 듣고 있는 앨범은 사카모토 신타로(Shintaro Sakamoto)의 < Hollow me >. 일본 쪽 매니저가 소개시켜준 좋은 앨범이에요. 유라유라 테이코쿠(Yura Yura Teikoku)라는 밴드의 리더인데, 현재 솔로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엄청 좋아요. 천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태식 : 저 같은 경우는 펑크를 좋아해서 음악을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힙합을 좋아하게 됐어요. 절제된 비트가 매력을 주는 한편,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묻어나는 것이 매력이에요. 요즘 듣고 있는 건 칸예 웨스트의 < Yeezus >. 제가 듣는 팀 중에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나언 :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앨범은 셀로니어스 멍크(Thelonious Monk)의 < Monk's Dream >입니다. 처음 음악으로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한 앨범입니다. 예전에는 브라질음악, 브라질 리듬의 하몬드 오르간(Hammond Organ) 연주곡을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삼바를 듣고 왔는데, 그 흥겨운 브라질 음악 스타일을 구남에 장착하고 싶어요.

 

병학 : 저는 너바나, 섹스 피스톨스, 김현식 이것저것 좋다고 소문난 것은 다 좋아합니다. 요즘에는 태식에게 추천받아 힙합을 들어요. 말하자면 All kind of music인 셈이죠. 오늘 하루는 샤론 존스와 댑 킹스(Sharon Jones And The Dap-Kings)라는 팀의 라이브를 보고, 태식이의 추천으로 모스 뎁, 데미안 말리를 듣다가 마지막엔 신디 로퍼의 「Time after time」를 들었네요. (웃음)


진행 : 김반야, 신현태, 이택용, 이기찬, 홍은솔
정리 : 이택용, 이기찬
사진 : 홍은솔
2015/10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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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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