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MR는 영국식, MR.는 미국식?

알고 보면 재미있는 영어의 약어(abbreviation) 법칙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영어의 약어 법칙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흔히 지나치기 쉬운 용법입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지만, 공식적인 레터나 리포트를 쓸 때에는 매우 유용한 팁이지요. 점 하나, 대소문자 하나, 그야말로 깨알 같은 차이가 품격있는 문서를 완성하게 합니다.

1990년대 초반, 제가 외무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외교부 내에서 두 번째로 배치되어 근무한 과가 조약국의 '국제법규과'였습니다. 당시 외무사무관으로 남극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특히 남극 개발 및 환경보전 이슈와 남극의 해양생물 자원 보존에 관한 업무를 주로 하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당시 남극관련 업무의 가장 핵심이 되었던 국제 기구는 ATCM과 CCAMLR였습니다.

 

penguin.jpg
남극의 펭귄과 만나는 사람들
출처: google Image

 

ATCM은 '남극조약 협의 당사국 회의'로서 Antarctic Treaty Consultative Meeting의 약어였고 CCAMRL는 '남극 해양생물자원 보존위원회'로서 Commission on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의 이니셜이었습니다.


여담으로 말씀 드리자면 요즘 일식집에 가면 쉽게 맛볼 수 있는 단골메뉴인 '메로'라는 생선은 바로 이 CCAMLR의 협상 결과, 남빙양에서 우리나라에게 허용된 어획 쿼터 한도 내에서 잡아서 국내에 공급했던 생선입니다.

 

antarctic.jpg

ATCM 회의 전경
출처: google Image

 

 

WTO는 '더블유티오'이고 NATO는 '나토'로 읽는 이유

 

당시 해당 업무를 담당하면서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있었는데 똑같은 국제기구이고 똑같은 약어임에도 불구하고 ATCM은 '에이티씨엠'으로 발음하는 반면, CCAMLR는 '캬물라'라고 발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국제기구 중에 알파벳을 그대로 발음하는 국제기구가 있는가 하면 한 단어처럼 발음하는 국제기구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전자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국제기구로는 UN(국제연합, United Nations),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 IMF(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AEA(국제원자력기구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등이 있고, 후자의 예에 해당되는 국제기구로는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위원회,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ICAO(국제항공협의회,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ASEAN(동남아시아연합,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등이 있습니다.

 

 

디테일의 힘, 줄임말에도 법칙이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러한 약어의 사용법도 국가별로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가 그러한데 우리가 남성에게 흔히 부쳐 쓰는 Mr(미스터)라는 호칭도 영국식은 마침표가 없이 쓰고 미국식은 약어이기 때문에 마침표를 붙여서 Mr. 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에 기초하여 약어에 대한 문법적 구조와 사용법을 확실하게 익히지 않으면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기본적인 약어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하여 몇 가지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영어의 약어법칙(Abbreviation Rules)
발음할 수 있는가?

 

우선 영어의 약어는 기본적으로 '발음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발음이 되면(pronounceable abbreviations) 한 단어로 발음하는 것이 영국식 영어에서 약어의 원칙처럼 선호되었고 그에 따라 약어를 만들어 사용할 때 어떤 식으로도 발음이 자연스럽게 되어 한 단어처럼 읽히면 정관사가 붙지 않으며, 이니셜을 그대로 발음하는 경우에만 앞에 정관사 'the'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단어로 발음되는 예 ☞ UNESCO, Unicef, NATO, APEC
한 단어로 발음되지 않고 이니셜을 쓰는 경우 ☞ the BBC, the KGB, the UNHCR

 

표기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발음이 되는 약어는 '첫번째 스펠링은 대문자로 나머지는 소문자로 표기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Unicef, Mercosur, Cocom, Frelimo 등의 예와 같이 마치 단어처럼 약어를 표기합니다. 하지만 실제 용법을 보면 경우에 따라 모든 스펠링은 다 대문자로 쓰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어 UNESCO, UNICEF등으로 써도 무방하다 하겠습니다.

 

EFTA is the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The FAO is the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NAFTA is the North American Free Trade Organization.
The PLO is the 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abbreviations.jpg

출처: google Image

 

 

보다 심플한 영국식 호칭 방법
Mr, Mrs, MS 등을 주로 사용한다

 

호칭의 경우에도 영국식 영어는 미국식 영어와는 달리 약어이지만 마침표를 붙여 표기하지 않으며 가능한 Mr/Mrs/Ms 등과 같이 일반적인 호칭 이외에는 예외적인 호칭은 가급적 붙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용례인 것으로 보입니다.

 

즉, 교수나 군대에서의 계급, 국회의원 등을 의미하는 Prof(교수 Professor의 약어), Sen(상원의원 Senator의 약어), Col(대령 Colonel의 약어), Rev(목사 Reverend의 약어) 등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Lieut-Command, Lieut-Colonel, Rev 등의 약어는 사용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반드시 호칭 다음에 이름이나 이름의 이니셜이 바로 따라와야 합니다. 예컨대 the Rev Jesse Jackson으로 또는 Mr Jackson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과학이나 공학에서 사용하는 도량형은 일반적으로 소문자를 사용하며 읽을 때는 이니셜을 발음해서는 안되며 원어를 그대로 발음하는 이 올바른 용례입니다. kg, kph, km, mph 등의 예를 보면 반드시 소문자로 마침표 없이 사용하며 실제 읽을 때에는 kilogram, kilometres per hour, kilo metres, miles per hour라고 발음해야 합니다.

 

과학의 원소 표기는 조금 특이한 약어의 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소기호와 첨자를 같이 쓰는데 이 때 사용되는 영어 스펠링은 반드시 대문자로 사용해야 합니다. 예컨대 CO2, O2, CH4 등의 표기가 그러하며 발음은 그대로 읽습니다. 한편, 과학이나 공학에서 사용되는 단위 중에 사람의 이름을 따서 사용하는 단위는 작은 대문자(small capitals, 대문자 모양이나 높이는 소문자와 같음)로 사용합니다. 예컨대 watt나 hertz는 W 또는 H로 표기합니다.

 

watt is W.
Kilowatt, 1000 watts, is KW.
Megawatt, one thousands of a watt, is MW.
Megahertz is MH.


그 외에 junior, senior등의 단어는 약어를 쓰지 않는다든지(예컨대 George Bush junior로 쓰지 George Bush jr로는 쓰지 않습니다), 로마어 숫자 표기는 반드시 대문자로 한다든지 등의 용법이 있지만 대략적으로 중요한 약어 사용법은 위에서 다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약어는 실제 언어생활에서 보다 간편하고 혼선 없이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약어를 쓸 때에는 처음에는 반드시 줄임말이 아닌 그대로 사용하여 독자나 상대방이 알아듣게 한 후에 약어를 사용하는 것이 훌륭하고 원만한 언어생활이 아닐까 합니다.

 

Trades Union Congress(TUC) is nowadays playing a critical role for medium and small companies that have strong need to go abroad. TUC’s leadership and guidance may be essential for the success of those companies.

 

위의 예에서와 같이 대화의 상대방이나 독자에게 충분히 약어의 뜻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배려가 여러분의 언어생활을 빛나게 해 줄 것입니다.

 

 

추천도서

 

     

 

 

 

 

 

 

추천 DVD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권계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이 되었다.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영사, 주네덜란드 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노벨평화상 수상 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법률의제 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홍보팀 상무, 글로벌 스포츠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쳐, 현재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전무로 재직 중이다.

남극의 눈물 (극장판) - 2D+3D : 블루레이

9,900원(59% + 1%)

PRODUCTION NOTE 1 3D 카메라, 폴캠, 최첨단 항공 장비 씨네플렉스까지!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촬영 기법과 최첨단 촬영 장비 사용!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 제작진은 관객들에게 마치 실제로 남극에 와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국내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촬영 기법과 최..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