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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고요와 평화를 찾아,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자연, 그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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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혼이 들려주는 것들에 귀 기울이고 싶다면, 고요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면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오는 9월 28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김영갑 사진전. <김영갑, 십 년 만의 나들이 -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展’이라는 제목으로 진행 중인 전시는, 김영갑이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를 맞아 그의 사진 속에 담긴 참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의의는 김영갑 사후 십 년 만에 제주를 벗어난 곳에서 열린 첫 번째 대형 전시회라는 데 있으며, 전시작품들은 ‘오름’을 주제로 초기 작품부터 대표적인 파노라마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70여 점의 컬러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그가 이십 여 년 간 제주의 오름을 담아낸 작품들은 제주사람들의 삶과 영혼을 반영한다. 오름에 기대어 먹거리들을 재배하고 그곳에 몸을 뉘인 사람들…. 한 마디로, 오름은 제주사람들의 어머니에 다름 아니다. 김영갑은 이 오름의 포근한 품과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그 외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순간들을 담아냈다. 이번 아라아트센터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름 사진들은 그렇게 제주사람들과 김영갑의 영혼을 감상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의 오름 작품들뿐만 아니라, 제주의 다양한 풍광을 확인하고 싶다면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찾는 건 어떨까? 고요와 평화, 그 혼이 담긴 제주의 다양한 풍광들은 사진으로, 그들이 들려주는 가르침을 글로 표현한 김영갑의 온 정신이 깃든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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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치고 여유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서 와서 느끼라고.
이제까지의 모든 삿된 욕망과 껍데기뿐인 허울은 벗어던지라고.
두 눈 크게 뜨지 않으면 놓쳐버릴 삽시간의 환상에 빠져보라고 손짓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주의 진정성을,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입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_김영갑

 

많은 이들이 삶의 염증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국내여행지로 제주를 택한다. 자연이 건네는 여유가 우리에게 쉼터가 되어주고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의 일상이 무심한 듯 실질적인 본보기가 되어주는 곳, 제주. 그곳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낸 김영갑의 섬세한 시선은 감상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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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해 만든 이곳의 역사는 200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갤러리명의 생소한 단어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불치병으로 더 이상 사진작업을 할 수 없었던 김영갑은 이곳을 그의 생명과 맞바꾸며 일궈냈다. 평생 사진만을 생각하며 제주의 온갖 아름다움을 치열하게 담아낸 예술가의 숭고한 혼이 담긴 이곳에 머무는 동안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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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 내게 와 닿았던 감동은 작품감상에만 그치지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널따란 마당 위를 채운 각종 식물들과 조형작품들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내가 찾았던 날은 가을비가 촉촉히 내렸었는데, 그 비가 식물들에게 생기를 부여했다. 투박해 보이지만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조형작품들은 제주의 분위기와 닮아있었다. 각기 다른 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들은 하나같이 개인적인 사색에 골몰히 빠져있는 듯 보였다. 이곳에서는 사진과 조형예술만이 작품이 아니었다. 자연들도 그들 각자의 아름다움을 작품들 못지 않게 힘껏 발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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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은 제주의 오름과 바다, 들판과 하늘을 계절에 구애하지 않고 담아냈다. 노인과 해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니 제주와 더욱 친근해진 기분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제주의 곳곳을 여행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작품들은 방금 이곳에 발 디딘 듯한 생경함을 선사했다. 예술가들의 통찰력이란 이럴 때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그들은 놓치지 않고 발견한 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품으로 표현해낸다. 예술가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다.

 

‘이곳의 풍경을 완성하는 이들은 농부이다.
유채, 감자, 당근, 콩, 메밀, 조, 산디, 목초 등….
어떤 곡식을 재배하느냐에 따라 그곳의 풍경이 달라진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삶의 흔적만큼이나 중간산 들녘의 모습은 다채로웠다.’
_김영갑<내가 본 이어도>중에서

 

이렇듯, 김영갑은 자연뿐만 아니라 농부들도 하나의 풍경으로, 풍경을 완성하는 인물들로 생각했다. 그가 제주의 풍경에, 그리고 그곳의 정신에 매료된 것처럼 작품 감상을 통해 많은 공감과 사색을 할 수 있었다. 작품들만큼이나 김영갑의 정신에 경외심을 느꼈던 나는, 인간의 참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것의 정답은 김영갑도 강조한 ‘정신’일 것이다. 자연과 사물, 사람. 무엇보다 자기자신. 이 모든 것들을 대하는 정신이 바로 선 사람만이 아름다운 세상과 마주할 수 있으리라.

 

갤러리 뒤편으로는 이곳의 상징공간들 중 하나인 무인찻집을 만나볼 수 있다. 독특한 나무손잡이를 잡고 미닫이문을 여는 맛. 그 맛은 소싯적 추억들을 기억 한 켠에서 끄집어내주었다. 찻집에는 제법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몇 가지 준비된 차와 커피, 다과 등이 소박하지만 깨끗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평일, 이곳에 앉아 독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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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단순히 사진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사진 외의 다양한 조형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폐교라는 공간 덕분에 추억에 젖어들 수도 있을 것. 꽤 너른 마당길을 천천히 산책하는 동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머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여운은 오래도록 가시질 않는다. 내 마음 한 켠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제주의 영혼이 서린, 평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은 말없이 가르친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바위틈에 솟아나는 샘물을 보아라.
굳은 땅과 딱딱한 껍질을 뚫고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아라.
살아 꿈틀거리는 망망대해를 보아라.
빗방울이 모여 개울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식에 귀 기울이면 삶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고 내가 보인다.
이제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_ 김영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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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관람시간 30분전 입장마감)
봄(3월~6월) 9:30-18:00
여름(7월~9월) 9:30~19:00
가을(9월~10월) 9:30~18:00
겨울(11월~2월) 9:30~17:00
정기휴관일: 매주 수요일 / 설날 ? 추석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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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다함

최다함은 디지털영상 및 영화 전공 후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전략기획팀에서 PR업무를 맡고 있다. 걷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고 웃고 울자’ 식의 경험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공연, 전시회감상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쾌락을 만끽 중이며, 날씨 좋은 계절에는 서울근교든 장거리 장소든 여행할 곳들을 찾아 몸을 통한 독서를 실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서 ‘문화소믈리에, 최따미’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및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tv5monde한국에서 프랑스영화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생 글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라는 포부를 지닌 그녀다. 자칭 컬처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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