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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기의 생존 전략 “성공의 기억을 버려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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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을 넘어 제로성장까지,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는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저성장 시대의 생존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머지않아 경제가 회복될 거라고 믿는 이들에게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불경기 뒤에는 호경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낡은 발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언한다.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저자인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통계와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 때 연평균 9.5%의 성장률을 보이던 한국 경제는 2011년 1분기부터 9분기 연속 0% 성장을 기록했다. 2013년 2분기와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1%의 성장률을 보이며 회복하는 듯 했지만 다시 4분기 연속 제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내수 부진도 심각한 상황이다. “GDP 대비 가계의 소비 지출 비중은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전체 가계의 평균 소비 성향 역시 60%로 하락”한 것이다.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섰고 공기업을 비롯해 정부 역시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는 우리 경제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저성장기에 돌입하게 될 것이며,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에는 제로 성장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전망이지만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절망이 아니다.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과 방법이 있음을 알려주는 까닭이다. 30년 가까이 일본 경제와 기업을 연구해 온 저자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기에 들어선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목격했던 버블 붕괴의 현장을 전하며, 그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이 저질렀던 실수를 증언한다.

 

또한 “경제가 아무리 저성장기에 접어들더라도 성장하는 기업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의 혁신 전략을 소개한다. 세계적인 의류 기업으로 성장한 ‘유니클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기존의 도식에서 벗어나 소품종 대량생산을 추구함으로써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옷을 파는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닌텐도’는 마니아를 대상으로 고기능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 분위기에서 탈피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슈퍼호텔’과 ‘나의 레스토랑’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불필요한 서비스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듯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들려주는 일본의 사례 속에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실수와 지향해야 할 성공 모델이 담겨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비결, 원가 절감과 가치 혁신을 이뤄내는 전략, 위기 상황에 필요한 리더십 등 ‘저성장 시대의 생존 방법’ 아홉 가지를 제시한다. ‘저성장기의 성장’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기업들의 비망록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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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


저성장 시대에 일본에서 나타났던 현상들이 최근의 한국에서도 관찰되고 있나요?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케이크 붐이 일고 있는 것도 한 예라고 할 수 있죠. 90년대에 버블이 붕괴되고 난 뒤의 일본도 그랬어요. ‘작은 사치’라고 불렀던 현상들인데요. 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쉽게 소비를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돈을 아꼈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사는 거예요. 월급을 받으면 TV에 나오는 셰프의 레스토랑에 간다거나 맛있는 케이크 집을 찾아가서 즐거움을 맛보는 거죠. 방송국에서는 제작비가 많이 필요한 프로그램 대신, 출연자들만 섭외하면 만들 수 있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그렇게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어 나갔던 거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금 한국에서도 불황형 흑자가 발생하고 있어요. 호황기의 끝자락에서 수출은 관성에 따라 계속 유지되는데, 소비가 감소하니까 수입은 줄어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경제가 좋아서 흑자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경제가 나빠져서 흑자가 생기고 있는 거죠. 모두가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 이유가 그래서예요. 버블이 붕괴된 후 일본에서도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어요. 그러면서 수출은 더 감소했죠.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수출이 줄어들 거예요. 그리고 올해부터 자영업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는데요. 이것도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죠.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이 줄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어떻게 돌파한 것인가』에서 제시하신 자료들을 보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20년 전의 일본보다 더 암울한 것 같습니다.


90년대의 일본과 지금의 한국을 보면 모든 면에서 우리가 불리하죠. 당시 일본은 황금의 30년이라는, 세계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경제 순항기를 향유했거든요. 그러면서 전 세계의 부를 끌어 모으고 축적했고요. 그런데 우리는 국민소득이 채 3만 불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저성장에 들어서게 됐어요. 국가 경제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죠. 게다가 일본은 ‘총 일본인 중류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중산층 강화 정책을 30년간 지속했었어요. 중간층이 부를 보유한 상태에서 저성장에 들어섰던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가 심각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너 죽고 나 살자’는 경쟁이 시작되면서 갈등이 심화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저성장기까지 조금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 잘만 대응하면 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일본이 무엇을 잘못해서 저성장에 들어섰는지’ 시행착오를 다 봤기 때문에,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일본은 준비 없이 저성장기로 진입했거든요. 황금기가 계속 될 거라고 생각하다가 저성장이 시작되니까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러지?’ 하면서 20년을 보내버린 거예요. 이제야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구조적으로 바꿔야겠다’ 생각해서 아베노믹스를 시작하고 있는 거죠. 한국은 운이 좋게도, 그렇게 준비 없이 당한 일본을 옆에서 봤어요. 그래서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안 되는지를 알고 있죠. 그런 이점을 살리자는 게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의 기본 메시지예요. 말 그대로 ‘징비록’이죠(웃음). 16세기의 징비록은 일본한테 당하고 나서 쓴 참회의 글이지만, 거꾸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는 일본이 당한 일을 교훈 삼아서 우리의 미래를 경계하자고 말하는 거예요.

 

“저성장기의 생존 전략은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조언하셨습니다. 동시에 많은 기업들이 “저성장에 접어든 현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기업을 대상으로 자문과 강의를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국 경제는 냄비와 같아서 푹 가라앉았다가도 다시 확 살아난다는 거예요. 지금까지의 경험이 그랬거든요. IMF 위기 때도 2008년에 세계 금융 위기 때도, 이듬해에는 경제가 회복됐어요. 그 경험들이 경영자의 뼛속에 숨어있는 겁니다. 지금 기업 경영의 중추를 맡고 계신 분들은 한국의 경제의 황금기를 경험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거든요. 2012년에 경기가 바닥을 친 후에 내년에는 회복될 거라고 계속 이야기하면서 현재까지 왔어요. 이제는 2016년에 회복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 해도 1% 차이예요. 회복되면 경제성장률 3% 이지만 회복이 안 되도 2% 이거든요. 그러니까 이제는 각오해야 된다는 거예요. 경제 체력이 이미 약화된 상태인데 그걸 모르고, 옛날처럼 시간이 가면 또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죠.

 

일본의 기업들에게도 ‘발상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유행했을 정도니까요.


제가 90년대에 자문과 교육을 했던 기업들, 신일본제철 아사히맥주 기분 식품 등 많은 기업들이 버블 붕괴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어요. 이건 졸부들이 부동산 놀이하다가 망한 거다, 개미 주주들이 주식 투자하다가 실패한 거다, 그렇게 이야기했죠. 자신들과 같은 일본 기업은 추락하는 경제를 받쳐주는 주춧돌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우리는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발상을 전환하지 못한 채 20년을 흘려보낸 거예요. 한국의 경영자들 역시 ‘한강의 기적’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요. 경제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옛날의 성공 체험은 실패의 어머니가 된다는 걸 기억해둘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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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국내 시장을 사수하라


경제 불황으로 시장이 작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업은 제품 개발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일본의 경우는 ‘과잉 품질’ ‘과잉 기능’ ‘과잉 모델’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일본 자동차의 간판 기업인 닛산이 르노에 매각된 이유가 과잉 품질과 과잉 기능 때문이에요. 기술과 장인 정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스카이라인 같은 명차를 만들어 냈지만, 그건 제품이 아닌 작품이었죠. 대중차가 될 수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몰락했던 거고요. 한국의 기업들도 닛산처럼 될 수 있어요. 단적인 예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보세요. 갤럭시S는 필요 이상으로 고부가 상품이 됐죠. 반대로 샤오미는 필수 기능만 탑재한 저가 모델을 출시했어요. 현대자동차의 투싼은 중국에서 4천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2천만 원짜리 SUV를 만들어내요. 그들의 전략은 ‘싸게 판다, 쓰다가 고장 나면 공짜로 수리해 주겠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라면 과잉 품질 과잉 기능 과잉 모델을 내세우는 기업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저성장기에는 ‘체급별 경쟁’도 없어질 거라고 예측하셨습니다. 이미 대기업과 골목 상권의 갈등이 치열해진 상황인데요. 이러한 추세가 더 두드러질 것 같아 우려됩니다.


경제 호황기에는 시장이라는 파이가 커지니까 체급 별로 나뉘어서 우아한 경쟁을 하는 게 가능해요. 그런데 저성장기에는 혼자 살아남기도 급급하잖아요. 남을 돌봐줄 여력이 없죠. 이전투구형 경쟁이 시작되는 거예요. 계열관계도 마찬가지죠. 경제가 좋을 때는 많은 일본 기업들이 계열사와 관계를 맺고 있었어요. 80년대만 하더라도 그것이 일본 기업의 성공 비결로 여겨졌죠. 하지만 경제가 무너져 가기 시작하면서 굳이 계열사의 비싼 부품을 사서 쓸 이유가 없어졌어요. 닛산도 한국의 회사들로부터 부품을 수입해요. 애플에도 계열이 없죠. 생산은 팍스콘이, 광고는 대행사가 하도록 하고, 자신들은 제품 기획과 마케팅만 하잖아요. 저성장기에는 자기 혼자 살기도 바쁜 거예요.

 

결국 강한 자만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말씀이신데요. 선두를 차지하지 못한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 조언하신 대로 틈새시장으로 가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해야 하나요?


저성장기처럼 시장의 판도가 뒤집어질 때는 틈새시장에서 진력을 다하는 기업이 살아남아요. 한 예로, 제가 자문했던 월드패션이라는 일본 기업은 거의 모든 종류의 옷을 만들었어요. 성인 남성과 여성, 아이의 옷은 물론이고 골프복까지 만들었죠. 그런데 유니클로를 보세요. 베이직 의류에만 집중했죠. 그 결과 업계 1위였던 월드패션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작은 기업이었던 유니클로는 일본 패션의 1등 기업이 됐어요. 시장을 특화한 기업이 살아남은 거예요. 저성장기에는 재벌 기업들만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모르는 거예요. 작은 기업들과 함께 경쟁하려면 뚱뚱한 체격으로는 뛸 수 없어요. 근육들을 다 빼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죠.

 

유니클로는 고품질의 제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혁신을 보여줬는데요.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일본에도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유니클로는 싸면서도 좋은 제품을 팔았죠. 후리스라는 옷은 타 기업들의 판매가 대비 1/10 가격으로 팔았어요. 기존의 패션 기업들은 수많은 하청기업들을 두고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계열화했는데, 그게 제품 가격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유니클로는 중국 공장에 생산을 주문했고, 자신들이 주문한 제품은 반품 없이 총괄 구매하겠다고 했어요. 생산 단가를 낮춘 거죠. 관리자를 파견함으로써 품질도 높였고요. 아울러 언제나 팔 수 있는 베이직 의류에 집중하고, 창고에서 셀프 서비스로 판매한 것도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예요.

 

국내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도 많아지는데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는 해외 시장을 마련하는 동시에 국내시장도 사수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국내시장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내 시장은 기업이 가장 잘 아는 시장이죠. 지금까지 비즈니스를 해 온 곳이니까요. 더 중요한 건, 이 곳이 마더(mother) 마켓이라는 거예요. 대기업들도 새로운 시장에서는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아모레 퍼시픽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15년의 투자 끝에 이제 회수가 시작된 거거든요. 국내 시장에서는 흑자를 내는 데 3년이 걸렸어요. 이게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의 차이예요. 해외 시장에서는 성과를 내기까지 오랫동안 자본을 투자해야 돼요. 현지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국내의 유능한 직원을 주재원으로 보내야 하고요. 그러니까 국내 시장은 해외 시장이 성공할 때까지 자금과 인력을 공급해 주는 곳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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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성장,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닌텐도가 보여준 선택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시장이 성장할 때는 미투(me, too) 전략이 굉장히 편한 측면이 있어요. 시장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미투 전략을 내세운 후발 주자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성장기에는 시장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시장을 개척한 사람이 시장을 독식해요. 뒤따라간 사람에게는 시장이 없는 거예요. 닌텐도도 소니가 등장했을 때 같이 경쟁했지만 저성장기가 되니까 상황이 달라졌어요. 10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죠. 그러다가 ‘따라하면 안 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 나온 게 이른바 ‘엄마 지상주의’예요. 엄마가 좋아하는 건 다 하자는 거죠(웃음). 게임 마니아가 아니라 그 대극에 놓여 있는 초보자들을 목표 고객으로 정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고 방향을 튼 거예요.

 

‘나의 레스토랑’의 성공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웃음). 왜 사람들은 서서 밥을 먹어야 하는 레스토랑에 열광한 걸까요?


‘나의 레스토랑’의 성공 기반이 된 건 ‘나의 프렌치 레스토랑’과 ‘나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요. ‘나의 프렌치 레스토랑’의 경우를 보면, 기존의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과 동일한 식재료로 동일한 메뉴를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가격은 1/5 정도에 불과해요. 이렇게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첫 번째 이유는 테이블 회전율이 높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의 테이블 회전율은 하루 한 번이거든요. 풀코스로 식사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니까 다음 손님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나의 프렌치 레스토랑’의 테이블 회전율은 1일 3.5회예요. 이 부분에서 원가를 1/4 정도 줄일 수 있고요. 나머지 부분은 마진율이 높은 와인을 판매해서 충당해요.

 

‘내 돈 주고 식사하는데 왜 쫓기듯이 서서 먹어야 하나’ 하고 생각할 법도 한데요.


저성장에 시달리는 20년 동안 선 채로 빠르게 식사하는 데 익숙해진 거죠. 편의점이나 역 앞  식당에 서서 밥을 먹는 게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은 거예요. 그리고 ‘나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먹고 싶은 메뉴만 고를 수 있어요.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들이 짜여진 코스를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죠.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거예요. ‘나의 프렌치 레스토랑’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서서 먹으면서 식사 시간이 짧아지니까 테이블 회전율이 높아져서 좋고요. 그리고 앉아서 먹을 때와는 달리 테이블이 클 필요도 없잖아요. 같은 공간 안에 더 많은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거죠. 그것도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요인이에요.

 

저성장기에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영인으로 후지필름의 고모리 시게타카 사장과 세븐앤드아이홀딩스(세븐일레븐)의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을 소개하셨습니다. 


고모리 사장 이전의 전임 사장은 23년 간 후지필름을 이끌었어요. 물론 그 기간 동안 코닥을 이기고 후지필름을 세계적인 1등 기업으로 만들었죠. 그런데 고모리 사장이 보기에는 필름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은데, 전임 시장은 아직도 필름 시장은 많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고모리 사장이 전임 사장을 반 강제적으로 쫓아냈어요. 자신은 회사를 살린 후에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면서요. 아날로그 필름 사업을 대체할 아이템을 찾기 위해 ‘필름 기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라’고 지시했죠. 그 결과 디지털 제품과 화장품 제품을 개발했고, 후지필름의 약품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팔리기도 했어요. 그렇게 죽어가던 회사를 살리고 자신은 사장의 자리에서 물러났고요.

 

스즈키 회장의 경영 방식은 어땠나요? 급진적이고 강경한 스타일의 고모리 사장과는 달랐나요?


스즈키 회장도 창업자를 제치고 그 자리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죠. 위기상황에 놓인 기업에게 온화한 경영자는 적합하지 않아요. 생사의 기로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지휘할 사람이 필요하죠. 스즈키 회장은 조령모개(朝令暮改)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침에 결정한 내용을 저녁에 수정할 수도 있다는 거죠. 기존의 경영자들은 권위와 위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결정을 바꾸길 꺼려했는데, 그것과는 정반대되는 거예요.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많은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모든 사원을 동경에 모이게 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저성장기에는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다 같이 공유해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저성장 이후에 호황이 아닌 제로성장이 찾아올 것이고, 그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거라고 전망하시나요?


지금까지 우리는 인플레이션만 경험했는데, 제일 힘든 건 디플레이션이에요. 제품 가격이 1/10로 떨어지면 기업 매출이 1/10로 떨어지는데, 이 경험이 우리에겐 없어요. 한국의 기업들이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도 성장 아니면 역성장이에요. 기본적으로 성장이라는 발상 속에 있는 거죠. 일본처럼 20년 간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도 마이너스 성장까지 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야 돼요. 

 

한국의 기업인들에게 어떤 변화를 주문하고 싶으세요? 


‘발상의 전환을 하라는 것’ 그리고 ‘각오하라는 것’ 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상이 바뀌었고 앞으로 바뀐다는 걸 인식해야 돼요. 저성장기는 지금까지 한국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길이에요. 그러니 단단히 각오해야죠. 한국의 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이 있어요.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면 정부가 추경예산도 편성해주고 경제 활성화도 시켜주겠다고 해왔거든요.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금까지는 경제가 성장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성장 시대가 되면 세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가 도와줄 수 없어요. 오히려 법인세를 올릴 것이고 가계가 부담하는 세금도 늘어날 거예요. 그래서 각오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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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김현철 저 | 다산북스
김현철 교수는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던 저성장기의 일본 경제와 일본 기업들의 대응 방식에 주목하고 우리나라의 저성장기 타개책을 제시한다. 일본 기업과 경영자들은 세계적으로 각광받던 일본식 경영을 어떻게 뜯어 고쳐 성장을 꾀했는지, 낡은 가치를 뒤바꾸어 어떤 새로운 가치로 탈바꿈했는지, 혁신에 성공한 경영가들의 비밀은 무엇인지 풍부한 사례를 토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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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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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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