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땀 흘린 후 즐기는 팥빙수,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이기대길 산책 후엔 용호동할매팥빙수를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도심과 바다 절경의 조화가 특색인 부산의 양면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을 갖춘 이기대길이다.

부산하면 이방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고 찾는 곳은 단연 해운대다. 해운대가 없는 부산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니까. 그리고 또 다른 바다 명소는 광안리 일대. ‘다이아몬드 브릿지’라 불리는 광안대교 불빛들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 또한 부산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돼있다.

 

그래서 그 장소들에 대한 애정이 줄어든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운대와 광안리, 오륙도까지 잇는 이기대길을 찾아볼 것! 이기대길은 영화<해운대>에서 형식(이민기)과 희미(강예원)가 데이트코스로 찾았던 장소다. 도심과 바다 절경의 조화가 특색인 부산의 양면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을 갖춘 이기대길이다. ‘부산의 참 멋’을 감상하고 싶다면 단연 추천하는 곳이다. 이 길을 걷는다면, 이방인이 아닌 지역민이 된 듯한 기분에도 사로잡힐 수 있을 것.


 이기대길1.jpg


해안 절경이 일품인 이기대길은 여름에 걸어도 좋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불쾌지수가 솟구치는 계절이지만, 기묘하고 시원하게 뻗은 암반들과 마찰하는 파도를 감상하며 것만으로도 더위를 잊을 게 분명하다. 굳이 운동화를 신지 않아도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길이 잘 닦여있기 때문에, 멋깨나 부리고 찾은 여행자들에게도 산책길로 손색없다.

 

이기대길2.jpg 


시야를 넓히면 부산의 도심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와 광안리 일대, 마린시티 일대의 고층빌딩들은 바다 위에 부유(浮遊)하고 있는 듯 보였다. 태양 아래에서는 바다와 하늘의 영향으로 빌딩숲 풍경조차 푸른빛을 띠었고, 밤에는 휘황찬란한 불빛들의 향연이 마치 점묘화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기대길3.jpg
이기대길4.jpg

 
영화 해운대 스틸컷.jpg

영화<해운대> 중에서


이기대길이 매력적인 것은, 도심과 자연을 두루 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근경과 원경의 가르는 바다는 중심축 역할을 제대로 하는데, 그 위에 서 있는 동안에는 마치 신이 된 듯한 귀여운 착각에도 빠졌었다.

 

온갖 즐길거리들 중 놓칠 수 없는 것 하나는 지난 1999년 10월경에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 이걸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기대길5.jpg

 

남구 쪽으로 향하는 산책로를 선택했다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가게가 있다. 바로 ‘용호동할매팥빙수’다. 간판 그대로 팥빙수를 파는 곳인데, 더 좋은 건 팥빙수를 사시사철 판매한다는 점이다. 팥빙수와 단팥죽, 오로지 두 메뉴만을 고집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팥 전문가게’다. 2년 전 처음 방문했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여름날이었고, 이기대길 산책을 마친 후 방문했었다. 당시의 팥빙수 한 그릇의 금액은 2,000원. 지금은 500원이 오른 2,500원. 그때 난 팥빙수의 맛을 본 후 지인들에게 ‘이천 원의 행복이 뭔지 알려주겠다’며 그곳을 강력 추천하곤 했었다. 물론, 그곳에 대한 극찬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행복의 맛을 내는 요소들은 단출하다. 거칠게 갈린 얼음 위에 올려진 팥과 애플시럽. 그게 전부다. 한데, 세상 가장 행복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이 팥빙수의 레시피의 정점(頂點)은 할머니의 정이 아닐까? 맛보다는 가격 경쟁에 혈안이 오른 여느 빙수가게들과는 달리, 메뉴의 핵심에 온갖 정성을 쏟아낸 정으로 빚어진 장인정신. 이것이 할매팥빙수의 맛을 배가시키는 결정적인 재료일 것이다.

 

용호동할매빙수1.jpg

 

용호동할매빙수2.jpg

 

맛은 추억이다. 나는 이 빙수를 먹으며,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얼음과자들이 생각났고 소싯적 할머니 댁 처마 밑 고드름을 따 혀로 핥았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산책 후 더위를 싹 가시게 만드는 힘이 빙수의 기본이라고 한다면, 팥에서 느껴지는 건강한 맛과 향수에 젖게 만드는 애플시럽의 달콤함의 조합은 이곳 메뉴만의 절대적인 차별성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기분 좋게 만드는 착한 가격은 구매욕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화끈한 마케팅전략이다.

 

용호동할매팥빙수를 떠올릴 때마다 노스탤지어에 빠지곤 한다. 아직 이곳의 단팥죽은 맛보지 못했다. 올해 겨울에는 이곳에 들러 부산 할매의 따끈하고 달큰한 정 한 스푼을 만끽하고 싶다.

 

 

[관련 기사]

- 홋카이도 남동부 해안도로 1박 2일
- 전통과 인간미가 공존하는 안동하회마을
- 이런 부산여행 어때요
- 영화 <국제시장> 속 파독광부ㆍ간호사를 기리는 곳
- 힐링이 손짓하는 보배로운 섬, 비진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최다함

최다함은 디지털영상 및 영화 전공 후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전략기획팀에서 PR업무를 맡고 있다. 걷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고 웃고 울자’ 식의 경험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공연, 전시회감상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쾌락을 만끽 중이며, 날씨 좋은 계절에는 서울근교든 장거리 장소든 여행할 곳들을 찾아 몸을 통한 독서를 실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서 ‘문화소믈리에, 최따미’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및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tv5monde한국에서 프랑스영화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생 글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라는 포부를 지닌 그녀다. 자칭 컬처 소믈리에.

해운대

윤제균 감독; 설경구 출연; 하지원 출연; 박중훈 출연; 엄정화 출연; 9,900원(0%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이토록 매혹적인 외국어 공부

인간은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다.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외국어 공부는 보다 넓은 세계도 보여준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응용언어학자 김미소 두 저자가 쓴 글을 읽으면 미치도록 외국어 공부가 하고 싶어진다. 영어, 일어 모두.

배우 문가영이 아닌, 사람 문가영의 은밀한 기록

배우 문가영의 첫 산문집. 문가영은 이번 에세이를 통해 ‘파타’라는 새로운 얼굴을 통해 자신의 내밀한 언어들을 선보인다. 자신을 경계인으로 규정하며, 솔직한 생각과 경험을 형태와 시공간을 뛰어넘어 실험적으로 다뤄냈다. 앞으로의 그녀가 더 기대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는 에세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로운 삶에 도달한 68만 유튜브 크리에이터 드로우앤드류의 신간이다. 남에게 보이는 삶을 벗어나 온전한 나의 삶을 위해 해온 노력과 경험을 들려준다. 막막하고 불안한 20-30대에게 자신만의 삶을 방식을 찾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사교육의 나라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잡기

단돈 8만 원으로 자녀를 과학고에 보낸 엄마가 알려주는 사교육을 줄이고 최상위권 성적으로 도약하는 법! 고액의 사교육비와 학원에 의존하는 대신, 아이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위해 부모가 가정에서 어떻게 올바른 학습 환경을 마련하고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