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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배우로 전락한 걸 그룹

대중음악에서 성행위를 무용으로 치환해 선보이는 일은 어느덧 범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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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자극을 야기하는 걸 그룹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은 급기야 많은 여성을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의 눈요기 재화로 내몰고 있다. 좋은 그림이 결코 아니다. 이런 형국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절망적이다.

가슴은 어루만져야 제맛이다. 자기 손을 이용하든 남의 손을 빌리든 반드시 쓰다듬어야 한다. 양다리를 붙인 채 무릎을 살짝 구부려 골반을 돌리는 것도 기본이다. 여기에 다리를 어깨너비보다 약간 넓게 벌리고 뒤돌아서 엉덩이를 흔드는 것도 꼭 포함된다. 이때 손은 둔부나 하체 중요한 부위를 살살 두드려 준다. 다리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벌리고 앉아서 골반을 위아래, 또는 양옆으로 움직이는 동작 역시 필수다. 이와 같은 몸짓은 오늘날 걸 그룹 안무의 으뜸 강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련의 몸놀림은 모두 섹스를 의미한다. 굳이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많은 이가 이것이 애무와 자위행위, 본격적인 성교 등을 흉내 낸 것임을 인지할 듯하다. 가수들이 이런 춤을 출 때 연신 발사하는 뇌쇄적인 눈빛은 섹스에의 함의를 친절히 부연한다. 한국 주류 대중음악에서 성행위를 무용으로 치환해 선보이는 일은 어느덧 범사가 됐다. 입에 담기가 껄끄럽지만 그야말로 '섹스촌'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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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성에 대한 은유는 최근 뮤직비디오를 통해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일 출시된 스텔라의 신곡 「떨려요」 뮤직비디오는 집요하게 여성의 음부를 묘사한다. 핸드백 지퍼를 여는 장면, 블라인드를 들추는 컷은 모두 음부가 열리는 것을 표현한다. 깍지를 낀 채 자신의 다리를 벌리는 모습이나 입술을 살며시 떼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뮤직비디오는 이들 모션을 통해 노래 제목의 운(韻)에 맞춰 '열려요', '벌려요' 같은 언어유희까지 암묵적으로 즐기고 있다.

 

영상은 한편으로 첫 경험에 대해 집중적으로 암시한다. 인형과 선인장에 피를 연상시키는 빨간 액체를 끼얹는 신이 그를 대표한다. 흰색 핸드백과 멤버들의 흰색 드레스는 순결을 내포하며, 이는 빨간색 세트, 소품, 의상과 대비돼 더욱 노골적으로 서술된다. 수박이 깨져서 내용물이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뮤직비디오가 품은 메시지에 방점을 찍는다. 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이지만 색욕을 건드리는 요소들이 다소 폭력적으로 나타나는 탓에 훌륭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작정하고 만든 포르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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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 「로켓걸」로 데뷔한 스텔라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4년 「마리오네트」를 발표하면서 화제가 됐다. 레오타드와 스타킹만을 입는 파격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이끌어 내긴 했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마스크」와 「멍청이」 두 편의 싱글을 더 출시했으나 「마리오네트」 때만큼 눈길을 끌지 못했다. 스텔라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섹시 콘셉트로 나와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자신들이 이런 퍼포먼스나 뮤직비디오를 보여 주는 것을 부득이한 최선의 결정처럼 얘기했다. 뜨기 위해서는 노출과 선정성이 답이라고 여기고 있어 안타깝다.

 

스텔라는 지난 「멍청이」 활동 때에도 충분히 야한 모습을 보여 줬다. 핫팬츠나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으로 몸매를 강조했고, 걸 그룹 안무의 슬로건과도 같은 골반 흔들기, 음부 근처 두드리기 등의 동작으로 섹스어필을 전달했다. 뮤직비디오 중 발레를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음부에 카메라 앵글을 고정한 채 다리를 벌리는 동작을 행했으며 엉덩이, 가슴 등을 클로즈업해서 내보냈다. 멤버들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쥔 분홍색 바나나는 남성의 성기에 대한 비유다. 노래의 템포가 느릴 뿐, 곳곳에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욕정의 부추김과 섹스였다. 따라서 이때 섹시 콘셉트가 아니라서 이목을 잡지 못했다는 변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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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떨려요」는 상당히 괜찮다. 현악기와 관악기가 공존하는 뉴 디스코풍의 반주는 날렵하고 경쾌하며, 코러스는 바로 인식될 만큼 선명한 멜로디를 뽐낸다. 템포와 리듬을 함께 전환하는 브리지는 응집력과 신선함을 겸비했다. 보컬과 잡스러운 가사 말고 다른 부분들은 무척 만족스럽다. 그럼에도 히트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노래가 지닌 마니아 성향, 소녀시대, 씨스타, AOA를 위시한 걸 그룹들의 복귀 집중, MBC < 무한도전 > 출연으로 힘을 입은 혁오의 폭발적 인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정작 노래보다는 뮤직비디오의 노골적인 표현에만 대중의 관심이 쏠린 탓도 있다. 스텔라는 벗고 만지는 콘셉트의 유무에 의해서만 히트가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걸 그룹은 대개 남성의 지지를 먹고 산다. 섹스어필은 남자들의 본능적 판타지를 건드린다. 제작자는 성공을 위해 선정적인 행위를 지시하고 가수(를 빙자한 연예인)의 꿈을 꾸는 여자들은 뜨기 위해 이를 감수한다. 방송과 언론은 언제나 화제가 되거나 될 만한 인물을 찾는다. 더 큰 자극을 야기하는 걸 그룹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은 급기야 많은 여성을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의 눈요기 재화로 내몰고 있다. 좋은 그림이 결코 아니다. 이런 형국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절망적이다.

 

2015/07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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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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