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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에 왜 그릇 이야기는 빠질까

『이윤신의 그릇 이야기』 이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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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담을 때 우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게 만들었어도 어울리지 않는 그릇을 선택하면 실패다.

꿀꺽, 침이 고인다. 가지런하고 정갈하게 놓여 있는 음식이 눈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요리가 자리한 그릇, 요리를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플레이팅이 어우러졌다. 내게 군침을 돌게 만드는 것은 모든 감각이 작동했기 덕분이다. 요리에 후각이 끌린다면 플레이팅은 시각과 기분을 달라지게 만든다.

 

지난 7월 23일, 서울 논현동 이도 아르쎄 강남점에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이윤신의 그릇 이야기』 출간 기념으로 ‘그릇으로 아름다워지는 시간, 이도yido와 함께하는 플레이팅 클래스’가 열렸다. 이도의 그릇으로 6명의 독자들이 백지원 요리연구가와 함께 플레이팅 테크닉도 배우고 음식을 함께 나눠먹는 시간을 가졌다. 같은 음식을 어떻게 플레이팅 하는가에 따라 음식을 향한 감각이 달라짐을 경험했다. 그러니까 그릇과 플레이팅은 ‘음식을 빛나게 하고 식탁에 온기를 불어넣는 마법’과도 같은 것임도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릇은 참 신기하다. 품는 물건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보자기처럼, 그릇도 담는 음식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77쪽)

 

백지원 요리연구가는 이날 비빔밥, 매콤 삼겹살 구이, 꼬들꼬들 오이, 타피오카 오미자 화채 등을 준비했다. 비빔밥을 위한 나물을 준비했는데, 거의 간을 하지 않다시피 슴슴하게 준비했다고 했다. 밥도 적게 담아 나물을 많이 먹으면서 진짜 나물의 맛을 느껴보라고 권했다. 나물마다 양념을 다하면 염분 섭취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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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재료


A. 밥 8인분


B. 나물


애호박 2개, 어로 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오이 3개, 소금 2큰술, 물 1컵-참기름 1작은술, 느타리버섯 350g, 참기름 2작은술, 어로 1작은술, 빨강색 파프리카 2개, 요리유 1작은술, 소금 약간, 노랑색 파프리카 2개, 요리유 1작은술, 소금 약간, 가지 3개, 요리유 1큰술, 어로 1/2큰술, 표고버섯 12개, 참기름 1큰술, 어로 1작은술


C. 양념장


소고기 양념장 : 소고기 500g, 참기름 2큰술, 다진마늘 2큰술, 다진파 4큰술, 어로 3큰술, 다진 양파 2/3개, 다진 청양고추 1개
바지락 양념장 : 참기름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다진파 2큰술, 다진양파 2/3개, 바지락살 500g, 어로 1큰술, 다진 청양고추 1개

 

제철 채소와 나물이 그렇게 준비됐다. 독자들에게 부엌에 있는 그릇 하나씩 집으라고 권했다. 모두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진 그릇들의 향연. 각자 그릇을 하나씩 집어 들고 나물을 플레이팅했다. 백지원 연구가는 각자 플레이팅한 것에 대해 한 마디씩 품평회를 던졌다. 그리고 이윤신의 그릇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윤신의 그릇이 워낙 다양한데 활용도도 높고 무엇보다 선이 예쁘다. 그릇이 커서 많이 놓아도 예쁘다. 화가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욕망을 숨기지 못하듯 이곳 그릇도 그렇다. 참 예쁘고 좋은 그릇이 많고 음식 궁합도 잘 맞는다.”

 

『포크를 생각하다 : 식탁의 역사』를 보면, 우리가 식탁에 올려두고 사용하는 여러 기술과 도구를 보여준다. 이 책을 보면 부엌과 식탁에 있는 수많은 도구들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역사와 사건, 수많은 발명이 쌓인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그것들이 우리의 음식과 식탁 예절을 변모시키고, 문화로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그릇이라고 다르지 않다. 음식을 담는 물질로서 그릇은 식감과 식욕을 돋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요리 기법이 바뀌고, 최첨단 요리 도구, 다양한 플레이팅 기법이 등장한다손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요리라는 과정, 그리고 함께 나눠먹는 과정이다. 각자가 지닌 감각으로 플레이팅을 마친 독자들에게 비빔밥이라는 선물이 다가왔다. 나물을 정성스레 플레이팅한 비빔밥의 맛은 또 달랐다. 결국엔 섞고 말 것임에도 그릇이 주는 포스가 있었다. 정성스레 준비된 오이지도 군침을 돌게 만든다.

 

“음식은 나눠먹어야 하고 음식을 보고 안 먹으면 안 된다(웃음). 지금 먹을 오이지는 다시없을 오이지다. 곧 물이 넘치고 향이 배일 텐데 입맛이 없을 때 먹으면 정말 입맛이 다시 돌아온다.”

 

백지원 연구가는 오지지 만드는 법도 간단하게 읊는다. 오이를 길게 자른다. 물에 소금을 넣고 끓여서 1시간 30분 있다가 어슷썰어서 베주머니에 넣고 짠다.

 

 

■ 꼬들꼬들 오이

 

재료 : 끊는 물 5컵, 천일염 70g, 오이 3개, 채 썬 양파 150g, 고춧가루 2큰술, 액젓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식초 2작은술, 매실청 2 1/3큰술, 설탕 2큰술, 통계 1작은술, 송송 썬 쪽파 2작은술(기호대로)

 

만들기


1. 오이는 반으로 잘라 끓는 소금물에 1시간 30분 절인다


2. 절여진 오이는 4mm 두께로 썰어 물기를 꼭 짠다.(2~3회에 걸쳐 시간차를 두고 짠다)


3. 양념을 모두 섞어 오이, 양파를 넣고 고루 버무린다


4. 기호에 따라 통깨, 쪽파를 뿌려낸다

 

 

“지금 양파가 제철인데 연하고 아삭거린다. 섬유질이 풍부하다. 여름엔 배추김치가 맛이 없다. 배추에 섬유질도 없고 수분이 많다. 아무리 솜씨가 좋은 사람도 맛있게 배추김치를 만드는 것이 힘들다.”

 

사람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하다. ‘맛있다’는 말속에는 미각과 후각의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릇과 요리의 궁합이 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릇 하나만 달리해도 요리를 향한 구애도 달라진다. 접시 높낮이를 달리하거나 굽을 다는 것으로도 식탁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 그릇에도 음식을 살리도록 하는 색깔이 있다는 백지원 연구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을 담을 때 우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게 만들었어도 어울리지 않는 그릇을 선택하면 실패다. 예를 들어 나는 접시와 볼의 사용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두께가 얇고 넓적한 음식은 접시에, 볼륨이 있는 음식은 볼 쪽에 담는 것이 예쁘다.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옆으로 퍼진 접시보다는 약간 오목하고 깊이가 있는 그릇이 어울린다.”(18쪽)

 

매콤한 삼겹살 구이도 준비됐다. 먹기조차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스타일링과 플레이팅된 삼겹살 구이지만 먹어보지 않는 음식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과감하게 한 점 두 점 독자들은 삼겹살 구이를 집었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고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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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 삼겹살 구이

 

재료 : 삼겹살 600g, 매실청 2큰술, 다시마물 6컵, 설탕 2큰술, 매실청 2큰술, 고춧가루 3큰술, 고추장 4큰술, 다진파 4큰술, 다진마늘 2큰술, 미림 2큰술, 간장 2큰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2큰술, 깻잎 20장, 양파 1/4개, 영양부추 20g

 

만들기


1. 매실청과 다시마 물을 끓여 삼결살을 삶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2. 준비된 양념을 모두 섞어 양념의 2/3 분량에 삼겹살을 30분 재운다


3. 약한 불로 삼겹살을 구운 후 남은 양념을 앞뒤에 발라 살짝 더 구워낸다


4. 양파, 깻잎은 채 썰고 영양부추는 3cm 길이로 썰어 얼음물에 담궜다 건진다


5. 접시에 삼겹살을 놓고 그 위에 채소를 얹어낸다

 

이날의 요리와 플레이팅은 타피오카 오미자 화채로 맺음 했다. 이 화채를 마시자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향미를 그대로 입안에 품고 싶어서 물로 씻어낼 수가 없었다. 눈과 배가 호강한 하루, 행복은 별 것 아니다. 플레이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음식을 말할 때 그릇도 가능하면 말해주면 좋겠다는 것.

 

 

타피오카 오미자 화채

 

재료 : 오미자청 1컵, 물 4컵, 배 1/2개, 타피오카 펄 160g, 민트 1백

 

만들기


1. 타피오카는 끓는 물에 30초 삶아 건진다


2. 배는 모양 나게 썬다


3. 오미자청과 물을 섞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4. 배, 타피오카 펄을 넣고 민트잎을 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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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신의 그릇 이야기이윤신 저 | 문학동네
생활도예 1세대 이윤신이 그릇에 관한 이야기를 오롯이 모은 책을 냈다. 이윤신은 2004년 설립한 수공예 도자 브랜드 ‘이도(yido)’ 대표다. 이 책에서 그는 각양각색의 그릇을 식탁에 올리고, 밥상을 차리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릇은 식탁에 올라와 음식이 담겼을 때 비로소 빛난다”는 단순한 진실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 말하자면 이 책은 찬장 속에 모셔둔 도자기 ‘감상 안내서’가 아니라 식탁 위 그릇 사용을 위한 ‘실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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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이윤신의 그릇 이야기

<이윤신> 저14,400원(10% + 5%)

‘이도(yido)’ 이윤신 대표가 전하는 그릇과 밥상, 인생과 예술 이야기 생활도예 1세대 이윤신이 그릇에 관한 이야기를 오롯이 모은 책을 냈다. 이윤신은 2004년 설립한 수공예 도자 브랜드 ‘이도(yido)’ 대표다. 이 책에서 그는 각양각색의 그릇을 식탁에 올리고, 밥상을 차리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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