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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독서를 하되 사유해야 하며, 사유하되 도덕적이어야 한다”

출판평론가 김성신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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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책을 읽어 치우며 머리에만 머물게 할 것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 그리하여 스스로 삶의 차원을 바꾸는 일. 파편화된 지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성이 되게 하는 것. 결국 그 지성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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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여러 책들의 내용이 내 머리 속에서 조합되어 독특한 발상이 떠오를 때 저는 독서가 가장 즐거워요. 특히 조합되는 책들이 보편적 관점에서는 특정한 유사성이나 상호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데도 비슷한 시기에 읽은 책들은 섞여서 같이 떠오를 때가 많거든요. 가령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백종원)과 『타인의 영향력』(마이클 본드)과 『신화의 힘』(조셉 캠벨, 빌 모이어스)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책들이지만 이것들을 비슷한 시기에 읽으면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백종원 신드롬’을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아마도 독서를 통해 습득한 정보가 일정한 체계를 갖추는 지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융합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독창적(스스로는 독창적이라고 스스로 믿을만한) 발상이 잘 떠오릅니다. 이런 현상이 주는 재미에 계속 책들을 찾아 읽게 되더군요.

 

인간 문명의 퇴보와 퇴행에 관한 관심이 절로 생깁니다. 어떻게 무지와 몰이해, 저열함 따위들이 한국 사회에서 현실적 위력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런 관심사와 관계해 토니 주트 티머시 스나이더의 『20세기를 생각한다』와 프레드릭 제임슨의 『정치적 무의식』, 닉 콜드리의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 등의 책을 정독해볼 계획입니다. 아! 토니 주트의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는 지난 2012년 출간 당시 읽었지만 이번에 한 번 더 읽어 볼 생각입니다. 이 책들을 통해 20세기를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싶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곧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선 세상을 크게 어지럽힐 수도 있지요. 히틀러도 스탈린도 성실한 독서가였습니다. 그들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렇게 세상을 위협했습니다. 편협하고 부도덕한 독서의 무서운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골방에 홀로 갇혀 편협한 생각 위에 독서로 지식을 보태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서를 하되 사유해야 하며, 사유하되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생각을 여러 사람이 나누는 것. 즉 토론을 통해 개별적 지식을 ‘보편적 지성’으로 전환하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독서를 통해 진짜를 얻을 수 있지요. 단지 책을 읽어 치우며 머리에만 머물게 할 것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 그리하여 스스로 삶의 차원을 바꾸는 일. 파편화된 지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성이 되게 하는 것. 결국 그 지성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최근 개그우먼 남정미 씨와 실제 카카오 톡을 통해 독서토론을 벌이고, 그 내용을 보완해 한 권의 책을 묶었습니다. 바로 『북톡카톡』(나무발전소)입니다. 친한 친구끼리의 수다나 장난처럼 가장 정겹고 편안한 독서 토론의 사례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카카오 톡’이라는, 요즘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가장 대중적인 수단을 가지고 말이지요. 이 장난기 가득한 독서수다가 독자들께 ‘독서의 완성’에 관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명사의 추천

 

모비 딕

한허먼 멜빌 저/김석희 역/모리스 포미에 그림 | 작가정신 | 원제 : Moby Dick or, the Whale

거대한 적대적 세계와 스스로의 운명, 삶이란 그 두 가지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란 교훈을 얻었다. 불과 12살의 나이에 최초의 지적형성을 이루어준 작품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저/장희창 역 | 민음사 | 원제 : Also sprach Zarathustra

철학. 즉 인간 사유의 위대함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저 | 창비

고등학교 시절, 세상을 보는 눈을 입체적으로 확장시켜준 책.

 

 

 

 

 

 

 


 

 

 

죽음 앞의 인간

필립 아리에스 저/고선일 역 | 새물결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인간의 삶과 사유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확장시켜준 책이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저/이언숙 역 | 청어람미디어

지식과 지식인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준 책이다. 책읽기가 그 자체로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나에게 던져준 책이기도 하다.

 

 

 

 

 

 


 

 

 

빠삐용 



내 인생의 영화라고 말 할 수 있는 있는 이유는 바로 단 하나의 문장 때문이다. 빠삐용은 꿈속에서 만난 재판관에게 자신은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고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판관은 여전히 너는 유죄라고 대답한다. 그 죄명은 '인생을 낭비한 죄!' 이 영화를 본 이후 평생토록 '낭비'에 대한 강박관념 속에서 살고 있다.

 


 


  

 

스틸 앨리스 

감독: 리처드 글랫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기억은 무엇인가? 기억과 존재는 어떤 관계를 갖는가? 기억은 늘 흥미로운 주제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감독: 조지 밀러

현대자본주의가 결국 민주주의를 포기함으로서, '자본봉건제'라고 부를만한 사회구성체로 나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그와 가장 유사한 세계를 영화적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시각적 스펙터클 때문에, 그런 복잡한 생각들은 곧바로 잊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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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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