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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그룹에서 걸그룹으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 2

7편 브라운 아이드 걸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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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드 걸스 네명의 멤버 제아, 나르샤, 미료, 가인은 모두 참 착하고 실력있는 아이들이다. 이들이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떤 모습으로서든지 영원히 음악계에 대중의 가슴속에 함께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슬럼프

 

나는 회사대표와 약속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원칙인데 경영자에게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회사의 여러 일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었고 겉으로만 최대주주인 속 빈 강정이 되어가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철이를 비롯해서 다른 프로듀서들과 김이나, 최은하 작사가 등 소속 작가들의 성장은 반길 일이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원칙 아래에 나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회사가 흘러갔다.

 

어느덧 내가네트워크는 내가 죽어도 만들기 싫었하던 ‘기획사'가 되어버렸다.

 

매일 매일이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이로 인해 음악에도 지장이 생겨 슬럼프에 빠졌다. 회사는 나를 어려워 했고 나는 회사를 믿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브아걸 아이들에게 예전처럼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항상 브아걸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참 많이 든다. 


중간중간 조피디와의 프로젝트 싱글 “LaLa Land”를 제아, 나르샤 유닛으로 발표하기도 했고 OST나 다른 회사의 다른팀과 유닛활동을 돕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브아걸 아이들과 나와의 만남은 점점 줄어 들게 되었고 점점 소원해져갔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것에 강한 것을 더해가며 부러지는 모습을 넋놓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각자 성장할 수 있는 롤모델을 정해 주어야 둥지를 떠나서도 그들 나름의 날개짓을 이어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제아는 연주와 작곡능력이 있으니 작품자의 길을 겸하고, 나르샤는 예능감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 그 쪽 분야로 키워줘야한다. 미료 역시 여성 랩퍼를 넘어서 음악 프로듀서의 길로 가기를 바랬다. 가인이는 솔로 퍼포먼스가 무대를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니 그쪽으로 계속 키워가면 될것이다. 나는 아이들 각자의 이런 방향성을 회의 때 마다 이야기하며 스스로 날개짓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나마 도움을 주고자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뒤에서만 아이들을 지원하다보니 아이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맘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실감이 났고 나로서는 그것이 언제나 찝찝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매 년 언제나 시끌벅적하게 치르는 내 생일파티이지만 그 해 처음으로 브아걸 아이들만 유일하게 초대하여 다시 한번, 나와 아이들이 힘을 합쳐 앨범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브아걸.jpg

 ⓒ 윤일상홈페이지(//www.ilsang.com/)

 

 

BLACKBOX

 

블랙박스 앨범의 프로듀서는 내가 했지만 실제로 이 앨범은 제아를 프로듀서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성장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담긴 음반이었다. 그래서 제아와 가장 많은 상의를 했고 수록곡의 가이드 보컬 녹음도 제아가 도맡아 했다. 초창기에 무수히 많은 가이드 녹음을 함께 했었기에 다시 한번 예전으로 돌아간 듯 즐겁게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정규 앨범에서 나는 항상 발라드나 미디움곡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높히는 감초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곡을 쓰는 것에 치중했고 이렇게 아이들과 아이컨택을 하며 오랫동안 일하는 것은 아이들의 2012년 콘서트 디렉팅을 한 후로 실로 오랫만이었다.


나는 당시 직원들에게 "마치 집나간 아빠가 집에 돌아와서 다시 애비행세를 하려는 모습으로는 비춰지면 안될텐데..."라는 말을 자주했고 실제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친화력을 다지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아이들과 나 사이에는 작은 거울이 생겨 버린 느낌이 들었다. 상대방을 바라 보려하면 자신과 주변이 비춰지게 되는, 얇지만 치명적인 벽이 생겼고 그것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앨범은 가열차게 진행되었고 아트디렉터인 황수아 감독과의 미팅을 겸해가며 브라운아이드걸스다운 앨범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앨범의 첫 싱글로 '레시피'가 선택되었고 차트올킬로 기분좋은 시작을 했다. 당시 핫한 트랙을 잘 뽑아내는 프라이머리와의 작업을 제안한 것도 아이들의 아이디어였다. 블랙박스의 타이틀곡은 제아의 곡으로 선정이 되었고 나는 행여 너무 많은 곡에 내 이름이 들어가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Dancis라는 가명을 쓰기까지했다. 그렇게 블랙박스의 앨범이 세상으로 나갔고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해본다.


당장의 성적이 어떻든 간에 멤버들의 아이디어와 컨셉이 전적으로 반영되는 완성도 높은 앨범을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네트워크와의 이별

 

나는 맨 처음 회사를 설립했던 이유를 다시 찾기위해 i-nega라는 인디레이블을 만들어 라이브 공연 위주의 가수들을 키워 보려고도 했고 내가네트워크에서도 주간/월간 평가를 직접 맡아가며 신인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나는 작곡가의 위치에 있을 때 가장 나 답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회사 내외적인 상황 등과 맞물려 결국 내가 만든 회사를 스스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제작은 하지않겠다. 다시 작곡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 가겠다.'

 

다시 한번 심기일전 해서 작곡가 본연의 모습으로서의 감각을 찾기 위해 디제잉분야도 도전해서 데뷔무대도 마쳤다. 오랜 인연의 조피디와의 의견교환으로 스타덤으로 소속사를 옮기에 되었고 나는 이제 서류상으로는 내가네트워크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내가네트워크는 나의 30대가 고스라니 녹아있는 회사이다.


그렇기에 언제든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달려갈 것이며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성장에도 어떤 부분이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가인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고, 때되면 오던 아이들의 안부 문자도 오지 않지만 살다가 힘든일에 마주하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다가라도 쉴 수 있는 작은 쉼터 같은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을것 같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네명의 멤버 제아, 나르샤, 미료, 가인은 모두 참 착하고 실력있는 아이들이다. 이들이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떤 모습으로서든지 영원히 음악계에 대중의 가슴속에 함께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아이들이니까.

 

사랑한다. 브아걸! 

 

 


 

img_book_bot.jpg

나는 스무 살이다윤일상 저 | 대교북스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 윤일상의 인생 이야기. 윤일상의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인기 가수들과 작업을 했다. 그만큼 한국의 가수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의 삶을 통해 그와 가수들이 지금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운 자기계발을 했는지를 책에 담아낸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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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가가 말하는 인생의 봄날과 사랑
- 뽕댄스의 창시, 영턱스 클럽
- 에릭 사티, 3개의 짐노페디(Trois Gymnopedies)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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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일상

작곡가 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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